소설리스트

저승식당-59화 (59/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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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제안에 조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사모님하고 상의하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 사장은 음식 팔고, 우리는 그 음식에 우리 가게 술도 파니 어쩌면 우리가 더 이익이죠.”

“그것도…… 그렇네요.”

“게다가 지금 제 실력으로는 어 머니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 을 것 같고…… 이 사장의 도움 이 필요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그럼 이 사장 가게 가서 재료 가져옵시다.”

조현수의 말에 강진이 불을 잠 시 보다가, 불들을 다 조금씩 줄 였다.

“여긴 사모님께 일단 맡기고 제 가게에 같이 가시죠.”

“그렇게 하죠. 여보! 여기 불 좀 지키고 있어요.”

조현수의 말에 임미향이 급히 들어왔다.

힐끗!

강진을 한 번 본 임미향이 조현 수를 보았다.

“어디 가려고?”

“이 사장 가게 가서 재료들 좀 가져올 거야.”

“무슨 재료?”

“선지해장국집에 무슨 재료를 가져오겠어?”

“우리 가게도 재료 많은데 무슨 재료를 더 가져와?”

“일단 불 좀 보고 있어.”

그러고는 조현수가 앞장서서 나 서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오 다가 임미향에게 작게 고개를 숙 였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임미향이 화가 나는 듯 팔짱을 끼자, 강진 이 주방을 나왔다.

“사모님이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능력 없는 남잘 만나서 좀…… 거칠어 진 겁니다.”

말을 하던 조현수가 고개를 저 었다.

“가시죠.”

가게를 나온 조현수가 길에 세 워져 있는 작은 트럭에 올라탔 다.

“트럭을 모시네요?”

“왜요?”

“이런 큰 식당 주인이면 차도 좋은 것 타실 것 같아서요.”

“큰 식당이라도 식당은 식당이 죠. 가끔 식재료 사러 시장도 가 고 그럽니다. 타세요.”

강진이 차에 타자 조현수가 한 끼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부웅!

그리 멀지 않기에 한끼식당은 금방 도착했다. 다만…….

부웅!

조현수가 한끼식당을 지나쳐 갔 다. 그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방금 저희 가게 지나갔는데 요.”

“네?”

“제 식당 지나치셨어요.”

“어? 그럴 리가…… 어? 진짜 네?”

당황스러운 얼굴로 길을 보던 조현수가 차를 유턴을 했다.

“아침에 왔던 길인데, 이상하 네.”

자신이 한끼식당을 지나쳤다는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조현수를 보며 강진이 자신의 식당을 보았 다.

‘주방에 귀신들이 있어서 그런 가?’

배용수가 식재가 상하지 말라고 귀신들을 많이 불러들인 모양이 었다.

그래서 조현수가 본능적으로 가

게를 지나친 것이다.

‘가게를 알고 오는 사람도 이렇 게 지나치는데... 모르고 오는

사람들은 몰라서 더 못 오겠어. 인간 영업시간에는 귀신들은 출 입을 금지시켜야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조현수 가 한끼식당을 향해 다가가자 말 했다.

“여기서 멈추세요.”

“여기요? 더 가야 하는 것 아니 에요?”

“스톱!”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차를 길 에 멈췄다.

“여기 아닌 것 같은데?”

의아해하는 조현수를 보며 강진 이 차에서 내렸다. 조금 지나치 기는 했지만 바로 옆에 한끼식당 이 있었다.

“기다리세요. 제가 가지고 나올 게요.”

“같이 가시죠.”

“아니에요.”

그러고는 강진이 한끼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현수가 놀란 눈 으로 식당을 보았다.

강진이 한끼식당에 들어가고 나 서야 가게가 눈에 들어온 것이 다.

“어? 정말 여기네? 내가 길눈이 어두웠나?”

의아한 눈으로 한끼식당을 보던 조현수는 강진이 커다란 봉지를 들고 나오는 것에 급히 다가갔

다.

“이게 답니까?”

“이건 내장이고, 선지하고 사골 은 가지고 나와야 합니다.”

“그럼 사골은 두고 쓰세요.”

“네?”

“선지야 바로 써야 하지만, 사 골은 냉동시켜 놨다가 만들면 되 니까. 선지만 가지고 나오세요.”

“그래도 되나요?”

“저희 가게에도 사골 많습니다.

사골은 뒀다가 육수로 만들어서 쓰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선지 가져오세요.”

말과 함께 조현수가 내장이 든 봉지를 짐칸에 싣자 강진이 식당 에 들어가 선지가 든 그릇만 들 고 나왔다.

짐칸에 선지가 든 그릇을 놓은 강진이 조현수를 보았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차에 올 라타자, 강진도 차에 올랐다.

“어서 오세요.”

강진은 선지해장국집에서 서빙 을 하고 있었다. 밤새도록 육수 를 끓여 선지해장국을 만든 후 점심때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이 다.

“이 사장, 자기 가게 문은 닫아 놓고 왜 여기서 서빙을 하고 있 어?”

몇 번 본 손님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아무 래도 저 혼자서는 선지해장국을 못 만들 것 같아서요. 여기에 취 직했습니다.”

“ 진짜?”

“농담이고요. 사실은 제가 만든 선지해장국 요리 방법이……

“오순영 여사님 요리 방법이 지?”

손님이 먼저 하는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여기 몇 년 단골인데 그 걸 모르겠어? 사실 이 사장 선지 해장국 먹고 깜짝 놀랐어. 여사 님 살아 계실 때 맛과 너무 똑같 아서 말이야.”

“그럼 그때는 왜 말씀 안 하셨 어요?”

“가게에 손님이 그리 많은데 이 사장을 어떻게 붙잡고 있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강진이 가게를 가리켰다.

“들어가세요.”

“자네가 서빙하는 것 보면…… 조 사장이 여사님 음식을 제대로 만들기로 했나 보네.”

가게 사정을 잘 아는 듯한 남자 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사정을 좀 아시나 보네요.”

“말했잖아. 내가 여기 십 년이 넘게 다닌 단골이라고. 그래서 맛은 제대로 된 건가?’’

“그럼요. 사장님이 제대로, 어머 님 맛을 찾겠다고 노력하셨습니 다.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과 안으로 들 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식당 안 을 보았다. 안에는 사람들이 많

았다.

원래 선지해장국집은 맛이 떨어 졌어도 평일에는 줄을 서서 먹어 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었 다.

임호진의 말대로 맛이 변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맛 집이었고, 맛이 변하고 난 뒤에 도 동네에서 알아주는 맛집 정도 는 유지를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주변에 회사가 많다 보 니 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주 말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

다.

직장인들이 빠진 만큼 손님이 줄고, 멀리서 찾아 올 정도의 맛 집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강진이 오늘 점심 가게 문을 잠 그고 입구에 선지해장국집에서 영업을 한다는 글을 적어 놓고 온 것이다.

그래서 한끼식당을 찾았던 손님 들이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 덕에 일요일 점심 장사 시간에도

손님들이 많았다.

‘확실히 직원들이 잘하네.’

종업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서빙 을 하고 주문을 받는 것을 보며 강진이 오순영을 보았다.

오순영은 해맑은 얼굴로 손님들 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 다 먹었네. 다 먹었어. 아이고! 맛있죠? 여기 겉절이 좀 더 가져다 줘!”

물론 종업원이나 손님들이 들을 수는 없지만, 오순영은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반찬들을 크게 소리 쳤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주방에서 반찬들을 가져다가 손 님들 상에 가져다 놓았다.

“여기 예전 맛으로 돌아왔네.”

“그러게.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서 왜 안 한 거야?”

“모르지. 그래도 다행이야. 한끼 식당이 맛이 좋기는 해도 사장 혼자 해서 좀 갑갑했는데 말이 야.”

손님들이 밥을 먹으며 하는 소 리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김치를 가져다주었다.

“제가 혼자 해서 죄송하네요.”

“들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 데…… 그래도 한끼식당 선지해 장국 정말 맛있어요.”

“여기하고는 어떠세요?”

“비슷한 것 같고…… 이 사장이 레시피 전수한 것 아냐?”

“여기 사장님한테 제가 전수받 았고, 다시 여기 사장님한테 다

시 알려드린 거죠. 어쨌든 맛있 게 드세요.”

“그거야 이미 하고 있지. 아! 우리 소주 한 병 더 가져다줘.”

“네!”

웃으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주 를 하나 꺼내 가져다주고는 주문 표에 소주를 체크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옆에 오순 영이 다가왔다.

“내가 바란 가게가 바로 이거

야.”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을 보았다.

“손님하고 주인이 웃으며 농담 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가게.”

오순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가게가 아니라……

말을 하면서 강진은 한쪽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조 현수를 보았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도 정말 맛있는 음식으 로 대접하겠습니다.”

“그럼 또 와야겠네요.”

“제가 소주 한 잔 따라 드리 죠.”

조현수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 누며 소주를 따라주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이미 이런 가게입니다.”

‘그런 가게’와 ‘이런 가게’는 글 자 한 자 차이지만 큰 차이였다.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런 가게였어.”

스윽!

강진의 어깨에 손길이 느껴졌 다. 그에 고개를 돌리니 오순영 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 었다.

“가끔 찾아와 줄 거지?”

“그럼요.”

“그래, 고마워.”

오순영의 말과 함께 그녀의 몸 에서 희미한 빛이 홀러나오기 시 작하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한이…… 풀리셨구나.’

오순영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입 을 열었다.

“가끔씩 찾아오고 맛이 변하면 경고를 하겠습니다. 내가 당신 가게 망하게 해 버릴 거라고.”

강진의 말에 오순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고 고마워……

화아악!

그러고는 빛과 함께 오순영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 진이 미소를 지었다.

“꼭 망하게 해 드릴게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은 강진의 눈에 종이 한 장이 위에

서 펄럭이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 다.

탓!

가볍게 종이를 잡은 강진이 그 것을 보았다.

지급자: JS 금융

10,000,000원 (금천만원정)

이 수표 금액을 소지인에게 지 급하여 주십시오.

발행인: 오순영〉

수표를 잡은 강진이 미소를 지 었다.

‘잘 쓸게요.’

수표는 오순영이 강진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수표를 잠시 보던 강진이 그것 을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 * *

점심 장사를 마무리 한 조현수 는 강진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여기 오늘 장사한 돈입니다. 그리고 일당으로 조금 더 넣었습 니다.”

조현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투를 받았다.

“한 번쯤 사양하는 것이 예의라 고 하지만, 제가 그런 예의는 없 어서 잘 받겠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일요일 점 심 장사로 이 정도 매상 나온 것 도 오랜만이네요.”

웃으며 조현수가 가게를 돌아보 았다. 서빙을 보던 아주머니들이 힘들었던 듯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그리고 카운터에서는 임미향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점심 장사 를 정산하고 있었다.

임미향 역시 오랜만에 점심 장 사가 잘 돼서 기분이 좋은 듯했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봉투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제가 앞으로 종종 와서 먹어보 고 감시를 할 겁니다.”

“감시?”

“선지해장국 맛이 변했는지 아 닌지 확인해 보고…… 또 맛이 변하면 저도 다시 선지해장국을 만들 겁니다.”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그를 보 다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 안 만드실 것입니

까?”

“저도 선지해장국 만드는 거 힘 듭니다. 그러니 제발 맛 잘 지켜 주세요. 저도 밤에 좀 자고 싶네 요.”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언제든지 찾아와 주세요. 최선 의 선지해장국을 드시게 해 드리 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음식 만드는 데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하세

요.”

“미안해서 어떻게……

“미안하기는요. 일당 안 주실

건가요?”

“ 일당?”

“일당만 제대로 쳐 주신다면 언 제든지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바이트 필요하면 연락드리 겠습니다.”

조현수의 말에 강진이 입고 있 던 유니폼을 벗어서는 내밀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나눈 강진이 임미향에게 다가갔다.

“또 올게요.”

강진의 말에 임미향의 눈썹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에 강진 이 짐짓 웃으며 고개를 한 번 숙 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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