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2화 (6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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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행 2팀은 회사 근처의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우리 팀이 유난히 회식이 적지 않습니 까?”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다른 팀은 한 달 에 많으면 두 번도 한다는데 우 리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 며 말했다.

“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 랐네?”

“좋아한다기보다는 가끔은 이렇 게 술자리를 같이 해도 좋지 않 나 싶어서죠.”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음부터는 회식하고 싶으면 팀원들끼리 말해서 날짜를 잡아.

그럼 내가 법카 들고 따라 갈 테 니까.”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도 됩니까?”

“사실 나도 회식 좋아해.”

임호진이 소주를 한 잔 입에 털 어 넣고는 삼겹살도 한 점 물었 다.

“고생한 팀원들하고 술 한잔하 면서 격려도 하고, 속에 있던 고 민이나 불만 같은 것도 이야기하

고 좋잖아.”

“과장님 앞에서 불만 같은 것은 없어요.”

최미나의 아부에 임호진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야 감사하고…… 하지 만 회사에서 회식 문화라는 것이 일의 연장처럼 여겨지는 것은 싫 어해. 그리고 누군가는 회식 자 리를 싫어할 수도 있고…… 아마 여기 있는 사람 중에도 분위기 때문에 회식에 나온 사람도 있을 거야.”

임호진의 말에 팀원들이 서로를 보았다.

수출 대행 2팀은 인턴 둘까지 합쳐서 아홉 명이다.

사람이 셋만 모여도 마음 안 맞 는 일이 하나씩은 있다는데, 아 홉 명이니 늘 회식이 반가울 수 는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는 회식 빠지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빠 져도 돼.”

“그래도 팀 회식인데……

“회식 안 나온다고 팀이 아닌 것은 아니야. 오히려 참여하기 싫은 회식에 참여하느라 스트레 스 받는 것보다는 나아. 팀원들 끼리 회식 잡고 그 수가 여섯 이 상이면 회식하고, 아니면 다음으 로 연기하는 걸로 하자고.”

나름 합리적인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우리 과장님이 최고십니다!”

“합리적인 회식 문화입니다.”

직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 아니 겠습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전에 진맥을 했을 때 심화에 대 해 깊게 말했는데, 그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 호진이 팀원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스트레스 관리 잘해. 나처럼 처방 받지 말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회식에 불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혹시라도 나는 회식 참석 안 하니 회식비를 N 분의 1해서 돈으로 달라는 사람 은 없기를 바라.”

“네?”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임호진이 웃었다.

“농담이야.”

참 썰렁한 농담을 참 재미없게 도 한다 생각을 하며 직원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임호진도 어색한지 화제를 돌리기 위해 강진을 보았 다.

“운동 좀 해요?”

“힘은 좋은 편입니다.”

노가다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를 통해 체력 하나는 자신이 있 었다.

“체육대회 나가면 인턴도 종목

에 참여해야 해요. 자신 있는 종 목 있으면 미리 말해요.”

“농구는 좀 합니다.”

“그래요?”

“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 씨는?”

“저는 잘……

“그래도 하나는 참가해야 합니 다. 일단 동해 씨는…… 씨름 어

때요?”

씨름이라는 말에 최동해의 얼굴 이 살짝 어두워졌다.

최동해의 몸은…… 뚱뚱하다. 1

센티미터에 130 킬로그램…… 그래서 대학 때도 체육 행사 같 은 것을 나가면 늘 씨름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하기 싫었다. 개인 종목 이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싫었고, 지면 덩치만 크다 고 수군거리는 것도 싫었다.

잠시 있던 최동해가 고개를 끄 덕였다.

“차라리 축구를 나가면......

“뛸 수 있겠어요?”

임호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입을 다물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라 내가 못해도 그리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지원을 한 것이지, 잘해서 지원한 것은 아 니었다.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최 동해의 모습에 임호진이 작게 한

숨을 쉬고는 이상섭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상섭도 입맛을 다 시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어디 사회생활을 하겠 나?’

임호진은 인턴들이 들어오면 최 대한 잘 대해주고 가르치려 했 다.

요즘처럼 청년이 살기 힘든 시 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 던 것이다.

일단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도

록 하고.. 술 한잔해요.”

임호진이 소주를 따라주자 최동 해가 잔을 받아 마셨다. 그러고 는 삼겹살을 집으려다가 손이 멈 칫했다.

아무래도 식탐이 많다는 이야기 를 들은 상황이라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 모습을 옆에 앉아 있던 이상 섭이 보고는, 삼겹살을 집어 최 동해의 그릇에 덜어주었다.

“회식 때는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이모! 여기 삼겹살 5인분 더 주세요.”

이상섭의 말에 앞에 앉아 있던 최미나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많이 시켜?”

“회식 때는 많이 먹어야죠.”

웃으며 이상섭이 최동해에게 말 했다.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 서너 점을 한 번 에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이상섭의 말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자제를 하고 있었던 모 양이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혀를 찼다.

‘먹기만 하려는 건가?’

성격도 소심한 최동해가 먼저 회식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 것 은,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사람 들의 의견을 묻고 싶어서일 것이

다.

그런데 정작 회식 자리에서는 별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이상 섭이 하는 말에 대답이나 하고 술과 고기만 먹고 있었다.

‘안 취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자신은 최동해의 보모가 아니 다. 그리고 최동해에게 정이나 그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는 자신에 대해 간을 보려고 도 했던 사람이었다.

낮에 조언을 몇 마디 해 준 것 도, 최동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기에 해 준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한 잔 쭈욱 마시고는 삼겹살을 소금에 찍어 먹었다.

‘가끔 이런 것도 좋네.’

삼겹살이 요리라고 할 수는 없 지만, 그래도 남이 해 준 음식에 소주를 먹으니 이것도 맛이 괜찮

았다.

물론 가장 맛이 있는 건 김복래 여사님의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가 그런 말을 했 었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해 주는 라면이라고.

그 말처럼 이렇게 먹는 것도 괜 찮았다. 그리고 설거지 걱정도 없고 말이다.

‘좋네.’

기분 좋게 소주와 삼겹살을 먹

을 때 최미나가 말을 걸었다.

“강진 씨는 언제부터 요리를 했 어요?”

“요리요?”

“나도 나이도 있고 해서 이제 조금씩 요리를 배워 볼까 하는 데…… 요리 많이 어렵죠?”

“나이하고 요리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도 슬슬 결혼해야 할 나이기 도 하고, 그래서 요리 좀 배워 보려고요. 학원 다녀야 하나?”

최미나의 말에 옆에 있던 김혜 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리해 주는 남자를 만나면 되 죠!”

김혜인의 말에 최미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혜인이가 아직 남자에 대한 꿈 과 환상이 있구나. 세상에는 말 이야. 요리해 주는 남자는 없어.”

“ 있던데요?”

김혜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을 보며 최미나가 한숨을 쉬었

다.

“그래, 나도 어렸을 때는 산타 클로스가 정말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아빠한 테 갖고 싶은 것을 말하게 되더 라고. 왜인 줄 알아?”

“그야…… 산타클로스는 없으니 까요?”

“빙고!”

그러고는 최미나가 김혜인을 보 며 말을 이었다.

“혜인아, 왜 남자들이 너한테

요리를 해 주는 줄 알아?”

“그야 저를 사랑하니까……?”

“그것도 맞지. 안 좋아하는 여 자한테 요리를 해 주는 남자는 없으니까. 하지만…… 요릴 하려 면 뭐가 있어야 해?”

“음식?”

“아니지. 주방이 있어야지. 음식 을 할 수 있는 주방. 그리고 주 방은 어디에 있지?”

“그야 집이죠.”

“주방은 집에 있지. 그리고 설 마하니 너한테 요리를 해 주겠다 고 부모님이 있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지는 않겠지. 너, 남자 가 해 주는 요리를 먹을 때 집에 다른 사람 있는 것 본 적 있어?”

“ 없는데요.”

“맞아. 집이 비었을 때나, 아니 면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서 요 리를 해 줬을 거야.”

“맞아요.”

그런 경험이 있는 듯 김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미나가 음흉 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을 했 다.

“그럼 남자가 너한테 요리를 해 주겠다는 것은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에 같이……

말을 하던 최미나가 힐끗 강진 을 보고는 김혜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김혜인이 웃었다.

“어머! 대리님!”

김혜인의 웃는 것을 보며 최미

나도 따라 웃었다.

“왜, 내 말이 틀린 것 같아? 그 럼 요리만 먹고 나왔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 든 좀 심해요.”

“어쨌든 남자한테 요리란 건 내 가 안 해 먹으면 굶어 죽을 때 하는 거야. 누군가 해 줄 수 있 을 때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러고는 최미나가 강진을 보았 다.

“강진 씨 생각은 어때요?”

“저요‘?’’

“강진 씨는 가족들한테 요리해 줄 거예요?”

가족이라는 말에 강진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진이 짐짓 웃으며 말했 다.

“꼭…… 해 줄 겁니다.”

진심이었다. 가족이 생긴다면 강진은 직접 맛있는 요리를 해 줄 것이다.

정말 맛있는 밥을 지어서, 정성

을 다해 밥상을 차릴 것이다. 아 주 좋은 쌀을 깨끗하게 씻어 올 리고, 질 좋은 김도 들기름을 발 라 구울 것이다.

거기에 고기와 생선도 굽고, 맛 있는 쇠고기 무국도 끓일 것이 다.

‘정말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줄 겁니다. 내 가족한테.’

강진이 속으로 메뉴까지 생각하 며 중얼거릴 때 최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유명 셰프들도 자기 집 에서는 요리 안 한다는 이야기 몰라요?”

가족을 위한 밥상에 잠시 가슴 이 무거워졌던 강진이 밝게 웃으 며 말했다.

“셰프면 요리 잘할 텐데? 왜 안 해요?”

“밖에서 매일 하는 요리를 집에 서까지 하고 싶겠어요?”

“아!”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요.”

“강진 씨도 요리사니까, 가족한 테 요리해 줄 거라고 장담하지 말아요.”

소주를 건네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그냥 웃으며 잔을 받았 다.

자신의 사정을 모르는 최미나에 게 ‘저는 가족을 일찍 잃어서, 저 에게 가족은 아주 소중합니다.’ 라는 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말

이다.

“그래서…… 요리 배우는 것, 어렵나요?”

“대리님 자취하세요?”

“네.”

“음…… 그럼 제가 몇 가지 음 식 레시피 적어 드릴게요. 그거 보면서 연습해 보세요.”

“레시피 보고 요리는 해 봤는 데…… 이상하게 내가 하면 영 꽝이에요.”

“양을 잘 못 맞추시나 보네요.”

“맞아요. 1인분 만든다고 만들 다 보면 한 솥단지가 돼서 버린 다니까요.”

“국물 요리는 간 맞추는 것이 어렵죠. 차라리 볶음 요리부터 해 보세요. 최소한 볶음 요리는 한 솥단지가 될 일은 없으니까 요.”

“오! 그거 좋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최미나를 보던 강진이 힐끗 최동해를 쳐다보았

다. 최동해는 이상섭과 술을 따 르고 마시며 어느새 얼굴이 붉어 져 있었다.

“상섭 형.”

취기가 올라서인지 최동해는 어 느새 이상섭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동해 많이 취했네. 자자, 이제 그만 먹자.”

“아뇨. 저는 더 먹을 수 있어 요.”

“아니야. 너 많이 취했어.”

말을 하며 이상섭이 최동해의 술잔을 옆으로 치웠다.

“더 먹을 수 있다니까요.”

“야…… 동해야, 형이 정말 걱 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혹시라 도……

“제가 술에 취하면 저 업고 갈 사람이 없다고요?”

최동해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강진이 급히 그 의 옆구리를 찔렀다.

“응?”

강진의 행동에 이상섭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에 강진이 급히 고개를 저으며 작게 속삭였다.

“수긍하지 마세요.”

“왜?’’

그게 사실이지 않냐는 듯 이상 섭이 강진을 보았다. 최동해가 말을 한 대로 그가 술에 취해 비 틀거리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업는 것은 고사하고 부죽하는 것 만도 난감한 일일 것이다.

여자도 술에 취하면 몸이 늘어

져 업는 것이 힘들다. 그런데 최 동해가 인사불성이 돼서 쓰러지 면…… 업고 가기는커녕 부축조 차도 몇 사람이 붙어야 할지 모 른다.

그래서 이상섭이 그만 마시라고 그를 말린 것이다. 그리고 강진 은 최동해의 목소리에서 그에 대 한 분노를 느꼈다.

‘이거…… 잘못하면 터지겠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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