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9화 (69/1,050)

외치면서 강진이 주먹을 만들자 임호진이 자기도 모르게 보를 내 밀었다.

“설마 가위바위보로 정하겠다는 겁니까?”

“이걸로 하면 일단 0은 안 됩니

다.”

“하지만 인생이 달린 일을 누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겠습니까 ?”

“아무도 안 되는 것보다는 운 좋은 한 명이라도 되는 것이 낫 다 생각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 리고 아쉬운 건 제가 아니라 인 턴들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안을 할 뿐이죠. 그리고 이 방법 대로면 어떻게든 한 명은 나오게 됩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한발 물러나며 손을 내밀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김밥 고마워요.”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팀원들에 게 고개를 돌렸다.

“김밥 맛있게 드시고 내일 뵙겠 습니다.”

“김밥 맛있어요.”

“잘 먹을게.”

팀원들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 진이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왔 다.

강진이 나가는 것을 보던 임호 진이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가위바위보라…… 어떻게 생각 해?”

“강진이 말대로 인턴들에게는 0 보다는 1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소한 가위바위보로 승 자를 결정하면 0은 안 나오겠 네.”

“그런데 정직원 되는 티켓을 가

위바위보로 결정하겠어?”

임호진의 말에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면 그렇 게라도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딱히 다른 방법도 있는 것도 아 니고.”

“하긴 그것도 일리 있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쩜 강 진 씨는 김밥도 이렇게 맛있게 싸지?”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김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게요. 깍두기를 썰어 넣은 것 같은데…… 식감도 좋고 맛도 있고. 좋네요.”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김밥을 보았다.

‘맛있겠는데.’

생각과 함께 임호진이 김밥을 입에 넣고는 씹었다.

우적!

김밥을 씹는 그의 얼굴에 미소

가 어렸다.

‘확실히…… 강진 씨는 회사원 보다는 음식점 사장님이 어울려.’

그리고 임호진은 어서 강진의 인턴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강진이 팀원이라 점심 에 그 식당을 못 가지만, 인턴이 끝나면 강진의 식당에서 먹고 싶 은 음식을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 * *

회사를 나온 강진은 한끼식당으 로 향했다. 가게 안은 화기애애 했다.

인턴들은 웃으며 술을 마셨고, 최동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 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동해 씨 좀 변한 것 같 아.”

“그러게. 좀 밝아진 느낌이랄 까?”

강진의 생각대로 최동해는 인턴 의 중심에 있었다. 최동해를 잡 으면 두 표를 얻으니 가장 좋은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그 안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 움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요리 더 필요하신 분?”

“계란찜 됩니까?”

“되죠.”

“새우젓 넣고도 돼요?”

“그렇게 해 드리죠.”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는 계란과 파, 새우젓을 꺼냈다.

그리고 계란찜을 만들며 힐끗 홀을 보았다. 사람들의 환대에도 최동해는 그리 얼굴이 좋지 않았 다.

조건 없는 환대라면 기분이 좋 겠지만, 이건 누가 봐도 표를 바 라는 환대이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내가 오히려 불편하게 한 건 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라고 해 놨는데, 최동해로서는 불편한 모 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최동해에게 말을 걸었다.

“동해야, 형 좀 도와줄래?”

“네.”

강진의 부름에 최동해가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왔다.

“뭐 도와드릴까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홀을 힐 끗 보고는 그를 옆으로 오게 했 다.

“너 불편한 것 같아서 불렀어.”

“아......"

“그래서 누구한테 표 주고 싶 어?”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힐끗 홀을 보았다. 홀에 있던 인턴들 은 같은 팀을 이룬 사람들과 작 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진과 최동해처럼, 같은 부서 에 배치된 인턴들끼리 팀을 이룬 것이다.

“딱히 없네요.”

그러다가 최동해가 강진을 보았 다.

“형 줄까요?”

“나는 됐고, 네 생각에 가장 필 요하다 생각되는 사람에게 줘.”

“다 필요해 보이는데……

“그래, 따지고 보면 그게 문제

지. 14명이 원하는데 가질 수 있 는 사람은 한 명이라는 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숟가락으 로 끓고 있는 계란찜을 밑에서부 터 긁어내기 시작했다.

드륵! 드륵!

쉬지 않고 계란찜 세 개를 동시 에 긁던 강진은 계란찜이 80퍼센 트 정도 익었다 생각이 되자 불 을 줄이고는, 뚝배기 세 개를 가 져다가 위에 뒤집어 올렸다.

뚝배기가 두 개씩 주둥이를 맞

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잠시 수를 세던 강진이 계란찜 위에 올렸던 뚝배기들을 들어 옮겼다.

그러자 뚝배기 위로 황금색의 봉우리가 솟구쳐 있는 계란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감탄을 하는 최동해를 보며 강 진이 웃었다.

“죽이지?”

“빨리 떠먹고 싶네요.”

최동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계란찜을 홀로 서빙을 했 다.

“계란찜 나왔습니다.”

“와…… 완전 폭탄 계란찜이네 요.”

“그러게, 어떻게 하면 계란이 이렇게 솟구쳐요?’’

“맛있겠다.”

사람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계란찜을 테이블마다 하나씩 올 리고는 말했다.

인턴들이 계란찜을 떠서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는 좀 되셨습니까?”

이야기가 몇 번 오고가기는 했 지만 쉽게 답이 나올 문제가 아 니었다.

그래서 서로 간만 보며 분위기 만 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에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그 사이 많지는 않지만 소주와 맥주들을 꽤 먹은 듯 빈 병이 보였다.

‘술을 더 먹어야 화끈하게 시작 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비어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저도 한 잔 주세요.”

“드세요.”

황규식이 술을 따라주자 강진이 웃으며 그 잔을 받아 마시고는 오철진을 보았다.

“철진 씨, 오늘 처음 뵙네요. 이 강진이라고 합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소주를 들자 오철진이 잔을 내밀었다.

“오철진입니다.”

강진이 술을 따라주며 오철진의 곁에 있는 황은미를 보았다.

“오철진 씨는 옆에 분 지지하세 요?”

강진의 물음에 오철진이 힐끗 황은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이왕이면 같은 부서 사람이 정 직원이 되면 좋겠죠.”

“그렇군요.”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며 말했다.

“철진 씨 생각에는 인기 인턴, 나올 거라 생각해요?”

강진의 물음에 오철진이 인턴들 을 보았다. 오철진의 시선에 인 턴들이 하던 말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오철진이 고

개를 저었다.

“이대로는 안 나올 겁니다.”

오철진의 말에 인턴들의 얼굴이 모두 굳어졌다. 인기 인턴이 되 려고 지금 이렇게 모였는데, 오 철진이 찬물을 뿌리니 말이다.

“그럼 여기 왜 왔습니까?”

황규식의 날카로운 말에 오철진 이 답했다.

“은미 씨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 습니다.”

“그럼 좀 도와 보시지 그래요?”

황규식이 조금 비아냥거리며 하 는 말에 오철진이 그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인기 인턴, 십 년 내 나온 사 람이 딱 한 명입니다.”

“미국 지사에 있는 장대성 대리 님이죠. 그건 나도 알아요.”

말을 하는 황규식의 얼굴에는 조금 아쉬움이 떠올랐다. 장대성 이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서 든 그에게 인기 인턴이 되는 비

결이라도 물었을 텐데 말이다.

“맞습니다. 십 년 동안 단 한 명입니다. 그럼 저번 차 인턴들 은 우리보다 못해서 인기 인턴이 안 나왔을까요? 아니면 그분들은 이런 자리를 안 가졌을까요?”

오철진의 물음에 황규식과 인턴 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런 인턴들을 보던 오철진이 입을 열 었다.

“십 년 내 한 명 나온 것이 인 기 인턴입니다. 그리고 인기 인 턴으로 뽑혀 정직원이 된 것도

한 명입니다. 여러분들은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착각요?”

“인기 인턴은 이런 술자리와 대 화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 다.”

“그럼 무슨 싸움이라도 해야 하 는 겁니까?”

황규식이 장난하냐는 듯 하는 말에 오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인기 인턴은 대화가 아니라…… 싸워서 이긴 자가 가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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