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5화 (7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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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2회차 탁구 시합은 아쉽 게도 수출 대행 2팀이 패했다. 상대 팀에서 나온 인턴이 선수급 으로 공을 친 것이다.

“와! 저 인턴 어디 선수 생활했 나?”

임호진이 놀람과 감탄이 어린 눈으로 상대 팀 인턴을 보았다. 그에 강진도 상대 팀 인턴을 보 았다.

상대 팀 인턴은 황규식이었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황규식 이 웃으며 탁구채를 흔들었다.

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강 진은 핸드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 았다.

“여보세요.”

[강진아, 너 어디냐?]

“강당에서 탁구 시합했는데요. 형은요?”

[나는 지금 운동장 앞에 있는 천막인데 교수님이 너 좀 오라

셔.]

“왜요?”

[몰라, 너네 사장하고 이야기하 다가 나보고 너 좀 데리고 오라 고 하시더라.]

“그럼 사장님하고 같이 있어 요?”

[응.]

사장과 교수님이 같이 있다는 말에 잠시 있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진이 이상섭에게 말했다.

“저 교수님이 잠시 보자고 하셔 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수님이 부른다고 해 도, 지금 서울을 가겠다고?”

임상옥이 이곳에 온 줄 모르는 이상섭이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 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께서 체육행사에 초대하 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

수님이 여기 와 계십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땀을 닦 다가 말했다.

“임상옥 교수님 말하는 겁니 까?”

“저희 교수님 아세요?”

“본 적은 없고, 소문만 들었습 니다.”

“어떤 소문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 고, 일단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닙

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강당을 나온 강진은 운동장에 있는 천막 쪽으로 걸음을 옮겼 다.

단상 뒤에 위치한 천막에는 임 원들과 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축 구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올해도 해외사업부 쪽이 우승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건 해 봐야 아는 것이죠. 국 내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임원들을 보며 강진이 최광현에 게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본 최광현이 일어나 다 가왔다.

“너희 경기는?”

“농구는 이겼고, 탁구는 두 번 째에서 졌네요.”

“그래? 상대 쎄디?”

최광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임상옥 교수 쪽을 보았 다.

“교수님한테 인사부터 드리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데 리고 임상옥 교수에게 데리고 갔 다.

강진이 다가오자 임상옥이 오태 광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학교 학생입니다.”

임상옥의 말에 오태광 역시 기 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이 친구가 교수님이 추천을 한 그 인턴이군요.”

“회사에 피해나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부서에서 칭 찬이 많아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웃으며 오태광이 옆에 있는 의

자를 하나 들어서는 앞에 놓았 다.

“앉으세요.”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앉으니 임상옥과 오태광, 그리고 자신이 삼각형으 로 마주한 자세가 되었다.

“어때요?”

“뭘 말씀하시는지?”

“나를 딱 보니까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오태광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 다.

“저는 심리학을 배운 학생이지 점쟁이가 아닙니다.”

“하하하! 하긴 얼굴을 보자마자 저를 파악하라고 했으니, 제가 무례했습니다.”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오 태광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여유는 있네.’

강진이 오태광을 볼 때, 임상옥

이 말했다.

“네가 인기 인턴 뽑기를 박살냈 다고 하더구나.”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임상옥이 말했다.

“인기 인턴이 어떤 것인지는 알 고 있지?”

“인턴 중에 뛰어난 사람을 뽑으 려는 걸로 압니다.”

“인기가 있다고 뛰어나다는 것

은 아니지?”

임상옥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모두가 적인 상황 에서 표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을 입증했다 생각합니다.”

“무역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 이라고 생각을 하나?”

“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 만 봐도 무역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강진의 답이 마음에 드는 듯 임 상옥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인턴끼 리 서로 적이라 표현하는 건 너 무 살벌하지 않나?”

“청년 취업이 요즘은 많이 살벌 합니다. 그리고 인턴은 그 취업 전선 최전방에 있는 사람입니다. 거기에서는 이등병이나 마찬가지 죠.”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한숨을 쉬었다.

“특히 우리 심리학과가 좀 그렇 지.”

청년 취업이라고 하니 임상옥은 제자들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심리학과는 갈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숨을 쉬던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았다.

“넌 뭐 하러 돈 안 되는 우리 과를 온 거냐?”

“그럼 교수님은 왜 돈 안 되는 심리학과로 교수를 하고 계십니

까?”

“나는 적성이 맞았다.”

“저는 성적 따라 왔습니다.”

“썩을 놈.”

사제간의 대화에 오태광이 웃었 다.

“사제지간이 정답고 좋습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저 때만 해도 교수님 하고 이런 농담 나누는 건 상상 도 못했습니다.”

“농담이라…… 그게 문제군요.”

“네?”

의아해하는 오태광을 보며 임상 옥이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 아 니라 진담인 것이 문제인 것이 다.

“아닙니다.”

그러고는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 다.

“그래, 네 말대로 인기 인턴은 여기 오 사장님께서 정말 고민에 고민을 해서 만든 제도다. 그런

데 올해 인기 인턴이 동전 던지 기로 결정이 났다며.”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청 년들에게 취업은 목숨을 건 일입 니다. 동전 던지기라도 해도 한 명이라도 취업이 된다면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그를 보 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뽑힌 사람이 내 가 원한 사원상은 아니지 않나? 아! 내가 말을 놔도 될까?”

“편하게 하세요.”

“그럼 편하게 말을 놓도록 하 지.”

미소를 지으며 오태광이 말을 이었다.

“인기 인턴은 내가 원하는 사원 을 뽑기 위한 히든 미션이었네.”

오태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답했다.

“사장님께서 원하신 직원은 아 닐지 모르지만, 운이 좋은 직원 도 좋지 않으십니까?”

운이라는 말에 오태광이 피식 웃었다.

“늘 운이 좋다면야 그 어떤 직 원보다도 필요하기는 하지. 하지 만…… 운이라는 것이 늘 좋을 수는 없지.”

오태광의 말에 강진도 따라 웃 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따랐네 요.”

이미 결정된 일을 어떻게 하겠 냐는 의미였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업하는 사람은 쉽게 약속을 해서는 안 되지만,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 그 것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용 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니까.”

그러고는 오태광이 강진을 보았 다.

“그래서 올해까지는 인기 인턴 제도를 유지할 생각이네.”

“올해까지요?”

“동전 던져서 나온 친구를 또 뽑을 생각은 없거든.”

“아……

“물론 이번에 동전 던지기로 인 기 인턴이 되기로 한 그 친구까 지는 정직원으로 채용을 할 생각 이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 들을 생각은 없어, 어쨌건 내가 만든 거니까.”

잠시 말을 멈춘 오태광이 강진 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얻 기를 바라네.”

“새로운 방법요?”

“인기 인턴으로 정직원이 된 사 람은 딱 둘이네. 게다가 그 둘 모두 일을 아주 잘해.”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기 인턴이 될 정도라면 능력 이야 이미 검증됐다 봐야지.’

실력뿐만 아니라 위기 대처 능 력까지 말이다.

“교수님을 오늘 이 자리로 모신 것은 그에 대한 상의를 하기 위 해서네.”

“그럼 저는 왜……

“짧지만 회사 경험을 한 자네 의견도 들어보자고, 교수님이 부 르자 하더군.”

“아......"

‘짧아도 너무 짧은데……

이제 겨우 한 달 인턴 생활을 한 것으로 무역 회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강진

이 물었다.

“평범하게 뽑으시는 것도……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웃으며 말했다.

“내 아버님은 이북 사람이셨어. 북에 계실 때 크게 장사를 하시 던 분이었지. 그분께서 나에게 늘 이야기하던 것이 바로 사람 장사를 하라는 것이었어.”

“사람 장사요?”

“인신매매라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농 섞인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한테 투자하라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강진의 답에 오태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셨어. 어떠 한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더 라도 사람을 잘 데리고 있으면 다 잘 될 것이나, 사람을 잘못 쓰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 고 사업을 해도 성공은커녕 패가 망신하기 좋다 하셨지.”

“좋은 말씀이네요.”

“그래서 난 인기 인턴을 대신할 새로운 게임이 필요해. 앞으로 우리 태광을 계속 이끌어 나갈 인재를 뽑아야 하니까 말이야.”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있고…… 인재 욕심이 많다인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상사 다.

특히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으

니, 사람을 잘 대해 줄 수 있었 다.

사람 귀한 것을 알 테니 말이 다. 그리고 그건 예상이 아니었 다.

실제로 태광무역은 사원 복지가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시 려는 것이군요.”

“이십 년 정도 써먹었으면 이제 바꿀 때도 됐지.”

고개를 끄덕인 오태광이 임상옥

을 보았다.

“좋은 게임 하나 만들어 주십시 오.”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네가 만들어 볼래?”

“제가요?”

강진의 반문에 오태광도 의아한 듯 임상옥을 보았다.

“학생에게 맡기는 것입니까?”

일을 저지른 놈이 수습하는 것

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강 진이가 어떻게 보면 저보다 사회 생활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의아한 듯 오태광이 강진을 보 자, 임상옥이 말했다.

“네가 한 아르바이트 좀 말해 볼래?”

“아르바이트요?”

“그래, 몇 개나 했지?”

“정확하게 세어 보지는 않았지

만 스무 개는 넘는 것 같습니 다.”

“아르바이트만 스물?”

“사정이 좀 있어서요.”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해 보겠나?”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생각나는 것 없나?”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 다.

“이게 참…… 쉽다면 쉽고, 어 렵다면 어려운 일인데……

“쉽다?”

의아한 듯 보는 오태광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뛰어난 인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판단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게임은 하나 생각이 납니다.”

“지금 바로?”

“예전에 제가 만화방에서 아르 바이트를 했었습니다.”

“ 만화방?”

“네, 거기서 어떤 만화책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내용이 있었 는데……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거기까지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 내용을 조금 바꾸면 될 것 같습니다.”

“만화에서 본 게임을 바꾼다

라……

뭔가 미심쩍어하는 듯한 오태광 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만화책에는 세상이 있습니다.”

“하! 그래 어디 설명해 보게.”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최광현을 보았다.

“형, 카드 가지고 오셨죠?”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최광현이 임상옥의 눈치를 보

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임상옥이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주었다.

카드를 받아 든 강진이 그것을 꺼내며 말했다.

“카드 하실 줄 아십니까?”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설마…… 카드 게임으로 인턴 을 뽑으라는 건가?”

“카드 게임으로 인턴을 뽑는 거 면 노름꾼이 우승하겠네요. 하지

만 사장님께선 좋은 직원을 뽑고 싶으신 거지, 타짜를 뽑으려는 것은 아니죠.”

“당연하지.”

“그럼 카드 게임을 잘하는 사람 이 아니라, 상황 판단과 임기응 변이 뛰어난 사람이 이기는 게임 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카드를 섞으며 말했다.

“카드 게임은 카드 게임이지만,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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