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화
다음 날 축구 시합과 남은 경기 일정이 진행이 되었다. 축구는 인원이 부족하니 각 부서별로 인 원을 뽑아서 진행이 된다.
수출 대행 2팀은 1팀, 3팀과 인 원을 합쳐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 이었다.
수출 대행팀은 첫 경기는 이겼 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패배 를 했다.
결국 수출 대행 2팀은 이번 체 육 행사에서 한 경기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팀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기면 이긴 대로 좋고 지면 진 대로 여유롭게 즐기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이 나자 단상 위에는 인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턴들을 주르륵 세워 놓고 오
태광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인기 인턴 투표를 시 작하겠습니다.”
간단한 말과 함께 오태광 옆에 있던 사내가 종이를 나누어주었 다.
인턴들이 받은 종이에는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출 대행 2팀 이강진.
인기 인턴:〉
종이를 본 강진이 힐끗 이번에 인기 인턴이 되기로 한 국내 지 원 2팀 문재식을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적 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인턴들 은 한숨을 쉬며 이름을 적고 있 었다.
그것을 본 강진도 빈칸에 이름 을 적었다.
그렇게 모든 인턴들이 이름을 적자 사내가 종이들을 다 걷어갔
다.
그리고 오태광이 직접 투표를 한 사람의 이름과 투표를 받은 사람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말하 기 시작했다.
“……수출 대행 2팀 인턴 이강 진은 국내 지원 2팀 문재식 씨에 게 투표를 했습니다. 자 그럼 이 걸로 국내 지원 2팀 문재식 씨가 16표, 수출 대행 2팀 인턴 최동 해 씨가 한 표를 받아서 올해 가 을 인기 인턴은 문재식 씨가 되 었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동전 던지기로 결정이 난 국내 지원 2팀 문재식 에게 인턴들이 표를 몰아 준 것 이다.
‘다행히 다들 약속을 지켰네.’
그것으로 인기 인턴이 결정이 되자, 인턴들이 단상 밑으로 내 려왔다.
단상 밑으로 내려온 문재식이 인턴들에게 고개를 돌려 감사 인 사를 했다.
“서울 가면 제가 거하게 한잔
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정말 거하게 사야 합니다.”
“그럼요.”
문재식의 말에 인턴들이 축하를 해 주었다. 속으로야 속이 쓰리 겠지만…… 이미 결정이 된 일이 고 인턴 중 한 명이 정직원이 됐 으니 축하해 주는 것이다.
인턴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문재식이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 다.
그러고는 한쪽으로 가더니 통화 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응. 나 정직원 결정 났 어. 그래, 진짜라니까. 응.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열심히 돈 벌 어서 엄마 호강시켜 줄게.”
가족에게 가장 먼저 정직원이 됐음을 알리는 문재식의 통화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가족이 좋아하겠네.’
동전 던지기가 됐든 뭐가 됐든, 청년들이나 그 가족에게 좋은 직
장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 말이 다.
문재식이나 그 가족들은 큰 고 민을 덜게 된 것이다.
인기 인턴 투표가 끝난 후, 오 태광은 각 종목에서 우승을 한 부서에게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상금을 수여했다.
그리고 임상옥의 제자들은 젊음 이 좋은 덕인지 탁구와 씨름에서 우승을 했다.
체육행사를 마치고 강진은 가게 로 돌아왔다.
“힘들어.”
옆에서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용수를 본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편하게 차만 타고 왔는데 뭐가 힘들어?”
“자리 안 남아서 계속 서서 왔 잖아.”
“서서 오기는, 통로에서 누워서 오더만.”
“어쨌건…… 힘들어.”
힘들어 하는 배용수를 뒤로하고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깨끗하네.’
남에게 가게를 맡긴 거라 걱정 을 좀 했는데…… 가게는 깨끗했 다.
그릇과 음식 쓰레기통도 깨끗하 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냉장고에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청소 좀 하고 살아요.〉
필체가 둥글둥글한 것이 여자가 쓴 것 같았다. 아마도 어제 하루 가게를 맡아 준 신수조가 남긴 메모인 모양이었다.
신수조가 남긴 메모를 본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나름 청소는 하고 살았는 데……
그렇게 더럽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신수조의 눈에는 아니
었나 보다.
“인사라도 제대로 했어야 하는 데……
가게 맡겨 놓고 청소까지 깔끔 하게 해 주고 갔는데 인사도 못 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지갑 을 꺼냈다. 지갑에서 신수 형제 들의 명함을 꺼낸 강진이 그중 인테리어를 하는 신수조에게 전 화를 걸었다.
잠시 힙합 음악 소리가 들리더
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생각보다 젊은 목소리에 강진이 핸드폰을 떼어 번호를 확인했다.
‘맞는데?’
[여보세요.]
다시 들리는 목소리에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신수조 사장님?”
[남문 인테리어 신수조입니다. 공사하시게요?]
“그게 아니라…… 저 이강진입 니다.”
[누구요?]
“한끼식당 물려받은 이강진입니 다.”
강진의 소개에 잠시 답이 없던 신수조가 말했다.
[어디 공사하시게요?]
“아뇨, 그게 아니라 어제 가게 봐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드리려 고 전화 드렸습니다.”
[공짜로 봐 준 것도 아닌데 괜 찮아요.]
“아…… 공짜가 아니었나요?”
[한끼식당 하시니 아시잖아요.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거요.]
“그건…… 그렇죠.”
[어쨌든 나도 이강진 씨 덕에 JS 금융 잔고 늘어서 좋았어요.]
“아......" 네.”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도와줄 사람을 보낸다고 했 지…… 무료라고는 안 했으 니……
게다가 귀신을 부려도 돈을 줘 야 하는데, 사람을 부렸으니 어 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현금이 아니라 JS 금융의 돈이라는 것이 다를 뿐.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신 수조가 말했다.
[또 가게 비울 일 있으면 큰오 빠 통하지 말고 나한테 바로 전
화하세요. 어려운 일 아니니까 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걸로 전화를 끊는 신수조의 목소리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다 가 슬쩍 깨톡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젊은 여자 목소리를 들으니 어떤 사람인가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요즘은 핸드폰 번호를 저장하면 저절로 연동이 되니 말이다. 어
플로 들어가니 신수조의 프로필 이 보였다.
〈남문 인테리어
사장 신수조〉
프로필에는 신수조의 명함이 박 혀 있었다.
그에 강진이 명함을 누르자 다 른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신수조의 얼굴 사진은 없고 온통
인테리어 공사 사진들이었다.
“역시 인테리어 가게 라 이건가?” 사장님이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배용수가 다가왔다. 있을 때,
“뭐 해?”
“너 혹시 신수조 씨 본 적 있 어?”
“못 봤어.”
“본 적 없어?”
“이야기만 들었어.”
“어떤 이야기?”
“음식 잘한다는 이야기하고 예 쁘다는 이야기…… 그리고 성격 이 지랄 같대.”
“지랄?”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 가 말했다.
“귀신들이라고 해도 남자는 남 자 아니냐. 예쁘장한 여자애가 서빙하니 농을 걸었을 것 아냐.”
“귀신인데?”
“귀신은 남자 아니냐? 게다가 귀신일 때는 여자한테 말도 못 거는데, 여기서는 현신해서 술도 먹고 취기도 오르니 농을 하는 거지. 그럼 완전히 신수조가 술 병 들고 날뛴다고 하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술병을 들고 날뛴다는 것은 조금 그렇지만…….
“먹지 못하는 귀신들한테 밥도 주고 술도 주는 고마운 가게에서 희롱을 한단 말이야? 그것도 신 수조 씨는 김복래 여사님이 키운
딸과 같잖아?”
“그렇지.”
“무슨 그런 배은망덕한 귀신들 이 다 있어?”
강진이 화를 내는 것에 배용수 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 단골 귀신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고…… 뜨내기들이 그 랬다는 거야.”
“아무리 뜨내기라도 그렇지. 그 럼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배용수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일단 좀 쉬자.”
“쉬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강진은 허연욱에게 침을 맞고 있었다. 자기 전에는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니 몸이 찌뿌둥한 것 이 여간 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귀신들에게 안주를 만들 어 주다가 허연욱이 이상을 발견 하고는 침을 놔주고 있었다.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해서 가벼운 근육통이 걸린 겁니다.”
“오랜만에 축구를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경기라서 무리했더니 이
런 모양이었다. 허연욱이 놔 주 는 침을 맞고 앉아 있는 강진에 게 최호철이 말했다.
“축구할 때 형 부르지 그랬어.”
“형요?”
“형이 또 경찰 체육행사에서 총 장님한테 상도 받았잖아. 공 잘 찬다고.”
“축구는 제가 하는데, 형이 무 슨 도움이 돼요?”
빙의하면 되지.”
빙의라는 말에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빙의? 제 몸에 들어온다고요? 어떻게요?”
“귀신이잖아.”
“허연욱 씨는 그거 못하신다고 했는데?”
전에 시장에서 사람이 쓰러졌을 때, 수호령이 허연욱한테 빙의하 라고 하자 그는 할 줄 모른다고 했었다.
“허연욱 씨는 안 배워서 그렇
고, 배우면 할 수 있지.”
빙의도 배우면 된다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배 워야 사람 구실하는 것은 똑같 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물었 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왜,지금 해 볼까?”
“아뇨, 싫어요.”
“왜?’’
“형이 제 몸에 들어오는 거잖아 요. 당연히 싫죠.”
“그럼 왜 물어?”
“그건…… 궁금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 영화 보면, 귀신이 사람 몸에 막 들어가잖아.”
“네.”
“빙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먼저 무당처럼 귀신과 서로 빙의 를 하겠다, 받겠다는 동의를 하 면 할 수 있어.”
“동의를 안 하면요?”
“그게 두 번째 방법인데…… 영 화에서 보는, 악령이 강제로 빙 의를 하는 그런 거야.”
“그건…… 나쁜 거잖아요?”
“당연히 나쁘지. 그거 걸리면 바로 JS 금융에서 바로 수배령 때려.”
“수배령요?”
“보통 채권이 많으면 JS 금융 애들이 수소문해서 잡으러 다니 고 하거든. 그런데 빙의는 바로 전국 저승식당에 현상금 포스터 를 붙여.”
“우리 식당에요?”
“사람 많은 곳에 현상금 포스터 붙이는 것처럼, 귀신 자주 모이 는 곳에 붙이는 거지. 보고 신고 하라고.”
말을 하던 최호철이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상금도 엄청나다.”
“ 얼마인데요?”
“등급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보 통이 1억이야.”
“1 억?”
현실에서도 1억이면 큰돈이다. 하지만 귀신들에게는 더 큰돈이 다.
귀신들은 돈을 쓰기는 쉬워도 돈을 벌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그러니 JS 금융에서 1억이면 엄
청난 액수다.
“엄청나네.”
“그만큼 강제 빙의는 엄청난 죄 니까.”
“그럼 동의하에 하는 빙의는 상 관없어요?”
“서로 합의하고 하면 상관없 지.”
“그럼 아무나 귀신하고 빙의할 것 아니에요?”
“ 아무나?”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나는 아니지.”
“그럼요?”
“일단 귀신을 볼 수 있고, 귀신 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지.”
“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무나는 아니 었다.
서로 동의를 하려면 일단 대화
가 가능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정말 귀신을 볼 수 있는 특수한 사람만 빙의를 할 수 있 었다.
“그런데 형.”
“왜?”
“무당이 정말 귀신을 보고 대화 도 해요?”
자신이 이런 상황이 되니 사람 도 귀신이 있다는 것을 믿지, 그 것이 아니었다면 귀신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말 무당이 점을 보고 귀신을 본다는 것도 진짜인 가 궁금한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
“사실 나도 잘 몰라.”
“몰라요?”
“사실 무당이나 점쟁이들 중에 나를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 든 ”
“그래요?”
“근데 진짜 무당 중에는 정말 귀신을 보고 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요?”
“근데 내가 직접 본 건 아니라 서 나도 잘 몰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김소희가 예전에 했 던 말이 떠올랐다.
‘하긴 아가씨도 무당에게 힘을 빌려줬었다고 했으니…… 진짜로 귀신을 보고 접하는 무당이 있기
는 한 모양이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최호 철이 말했다.
“근데 무당 아닌 사람 중에 귀 신 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해.”
“ 진짜요?”
“두 번 정도 봤는데, 나를 알아 보고 말도 걸더라고.”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이상한 놈 같아서, 그 뒤로는 그놈 다니는
길 피해 다녔지.”
최호철으 1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귀신이 사람을 피해 다녀?’
보통은 사람이 귀신을 무섭게
생각하고 피해 다녀야 할 텐
데…… 반대로 귀신이 사람을 피 해 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