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화
“형 안 무섭대요?”
“이상한 귀신 꼴 많이 봐서 안 무섭다고 하더라.”
“특이한 사람이네요.”
“특이하기도 하고 미친 것 같기 도 하고…… 귀신을 본다는 것부 터가 하여튼 이상해.”
“저도 귀신을 보잖아요.”
“너야 저승에서 공인이 된 식당
주인이라 그런 거고.”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한 케이스 기는 했다.
“그나저나 그 사람은 원래부터 귀신을 봤대요?”
“어렸을 때 사고를 당했었대. 그때부터 귀신을 보게 됐다고 하 더라.”
“그래서요?”
“그 이상은 나도 잘 몰라. 이상 한 놈 같아서 후딱 갔지.”
“그렇군요.”
“왜, 관심 있어?”
“나 말고도 귀신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신기해서요.”
“왜? 너 말고도 꽤 있지. 전국 저승식당 주인들은 다 귀신을 보 고, 또 주인 말고도 거기에서 일 하거나 사는 사람들도 귀신을 볼 텐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허연 욱이 침을 빼기 시작했다. 침을
뺄 때마다 피곤함 같은 것도 같 이 뽑혀 나가는 것에 강진이 미 소를 짓다가 말했다.
“선생님도 공부 많이 하셔야겠 네요. 귀신 세상에 대해 저만큼 모르시는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살았을 때 한 공부로 충분합니 다. 그리고 빙의는…… 산 사람 의 몸에 죽은 자가 들어가는 것 이니 뭐가 어쨌건 음양이 깨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가요?”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세상 이 편한 것처럼, 사람의 몸 역시 음과 양이 조화를 이뤄야 건강합 니다. 그런데 음이라 할 수 있는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사람의 몸에 좋겠습니까?”
말을 한 허연욱이 최호철을 보 았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귀신 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귀신도?”
“음기로 이뤄진 귀신이 양기로 이뤄진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것 이니 당연히 안 좋겠지요?”
“그것도…… 그렇군요.”
최호철의 말에 허연욱이 강진에 게 말했다.
“귀신 주제에 이렇게 식당 신세 를 지는 제가 뭐라 말하기는 그 렇지만, 산 자와 죽은 자는 확실 히 경계를 나누어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말을 하며 의자에서 일어난 강 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선생님이 명의시기는 명의십니다.”
“괜찮아졌습니까?”
허연욱의 물음에 강진이 어깨를 돌리며 웃었다.
“결리던 부분이 냉수 끼얹은 것
처럼 시원하네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침을 정 리하며 말했다.
“그럼 계란 프라이 하나 부탁해 도 되겠습니까?”
“두 개 해드리겠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서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둘 렀다.
그러고는 기름이 달아오르기 전 에 계란 두 개를 까서는 올렸다.
소금을 솔솔 조금씩 뿌린 강진 이 흰자가 익어가자 불을 조절하 기 시작했다.
허연욱은 계란 프라이 중에서도 흰자는 부드럽고 노른자는 살짝 익은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불 조절이 중요한 것이 다. 흰자가 어느 정도 익자 강진 이 손에 물을 묻히고는 프라이팬 에 손가락을 튕겼다.
파팟! 촤아악!
물방울이 프라이팬에 떨어지며
수증기를 만들자 강진이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노른자가 수란처럼 촉촉 해지기를 기다린 강진이 불을 끄 고는 뚜껑을 열었다.
흰자는 부드럽고 노른자는 살짝 익은 계란 프라이가 완성이 되었 다.
체육 행사 일정이 끝이 나고 태 광무역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 아갔다.
강진도 인턴으로서의 생활에 복 귀를 했다. 주말 체육행사 이틀 한 것 가지고 인턴으로 복귀를 했다는 것도 조금 우습기는 하지 만 말이다.
수요일 점심시간, 직원들은 선 지해장국집 앞에 줄을 서 있었 다.
임호진이 호기심과 기대감이 어 린 눈으로 팀원들을 보았다.
“김 과장 말이 여기 음식이 예 전처럼 맛이 좋아졌다는군.”
“그러면 좋겠네요. 강진이가 만 든 선지해장국도 맛있지만…… 주말에만 하니 먹기 힘들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하지도 않고.”
이상섭이 자신을 보며 하는 말 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선지해장국 만드는데 열 시간
이 넘게 걸립니다. 그거 하다가 제가 골병들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장사는 잘 되잖아?”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손을 흔 들었다.
“에휴! 말도 하지 마세요. 원가 생각하고 노동력 생각하면 얼마 남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여직원 분들이 좋아하시는 스테이크가 많이 남고 힘도 덜 들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임호진을 보았 다.
“선지해장국은 어디까지나 팀장 님에 대한 제 사랑이었습니다.”
“하하! 정직원 될 생각도 없는 사람이 아부를 무슨 그렇게 합니 까?”
임호진의 웃음에 강진도 웃었 다.
“저 인턴 끝나고 난 후에도 앞 으로 종종 찾아 주십사 하는 말 이었습니다.”
“강진 씨가 말하지 않아도 인턴 끝나면 달로 끊어서 먹을까 생각
중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임호진은 그럴 의향이 있었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점심에 뭘 먹을까?’다.
그런데 강진의 식당에 가면 먹 고 싶은 것을 한식, 중식, 일식에 상관없이 골라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 주시면야 저야 좋 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
옆에 한 남자가 다가와 섰다.
“같이 먹자.”
전에 임호진이 선배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남자의 말에 임호진 이 그를 보고는 웃었다.
“그렇게 하시죠.”
임호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선지해장국이 옛날 맛을 찾았 다고 하던데?”
“저도 소문 듣고 와 본 겁니
다.”
임호진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가 된다.”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던 남 자가 강진과 최동해를 보았다.
“어떻게, 인턴 생활은 할 만해 요?”
“괜찮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남 자가 말했다.
“태광무역 내가 나오기는 했지 만, 좋은 회사예요.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 있을 겁니다.”
남자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둘 다 저희 회사에는 남지 않 을 겁니다.”
임호진의 말에 남자가 눈을 찡 그렸다.
“임 과장 왜 이렇게 잔인해졌 어?”
“네?”
“아직 인턴 기간도 안 끝났는데 벌써 안 된다고 통보를 한 거 야?”
남자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강진 씨는 식당 주인이라 정 직원이 될 생각이 원래 없었고, 최동해 씨는 인턴 끝나면 다이어 트 하러 산에 들어간답니다.”
임호진의 말에 남자가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정직원 될 생각이 없는데 왜
인턴을 합니까?”
“사정이 좀 있어서요.”
“그렇다면야……
사정이 있다는 말에 남자는 더 묻지 않고 최동해를 보았다.
“잘 생각하셨네요. 일도 중요하 지만 건강도 중요하죠.”
웃으며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탑무역의 윤수홍입니다.”
남자, 윤수홍이 자신의 소개를 하자 최동해가 손을 잡았다.
“최동해입니다.”
“이강진입니다.”
그렇게 소개를 마친 윤수홍이 최동해를 보다가 말했다.
“살 빼고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 지 연락하세요.”
“저한테 일자리를 주시는 겁니 까?”
“일자리라고 해도 거창한 회사 도 아니고…… 그냥 보따리 장사 수준의 무역일입니다. 자기가 팔 아서 자기가 벌어야 하는 수준입
니다.”
“그래도…… 저를 어떻게 아시 고 일자리를 제안하시는 건가 해 서요.”
최동해의 물음에 윤수홍이 웃으 며 임호진의 어깨를 툭 쳤다.
“정직원 될 생각이 없는 인턴이 라면 임 과장이 어련히 잘 가르 쳐서 내보내겠습니까?”
윤수홍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십
쇼.”
“하하하! 그것도 그렇기는 하 지.”
임호진을 믿어서 일자리를 제안 했다지만, 사실 윤수홍은 인력이 필요했다.
태광무역에 인턴으로 들어왔다 면 최소한 인서울 대학에서 무역 을 전공했다는 것이고 과에서 손 에 들어가는 성적일 것이다.
즉 이미 검증이 된 인재라고 할 수 있으니 윤수홍이 마다할 이유
가 없었다.
물론 최동해 입장에서는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은 작은 회사겠 지만 말이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일행은 자리가 나자 안으로 들어갔다.
“장사 잘 되시네요.”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던 조현수 를 본 강진이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
강진의 말에 조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음식 맛은 귀신보다 손님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죠. 앉으세 요.”
조현수가 빈자리에 안내를 하고 자리에 앉자 임호진이 강진을 보 았다.
“사장하고 아는 사이입니까?”
“저도 얼마 전까지는 선지해장 국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오다가 다 알게 됐습니다.”
웃으며 가볍게 말을 한 강진이 수저를 놓자, 최동해도 젓가락들
을 놓기 시작했다.
전에는 최동해는 가만히 있었지 만 이제는 눈치껏 수저 정도는 놓는 것이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윤수 홍이 말했다.
“혹시 한끼식당이라고 가 봤 어?”
윤수홍의 말에 임호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강진도 한 번 보 고는 말했다.
“거기는 왜요?”
“내가 맛집을 좋아하잖아. 그런 데 한끼식당이라고 맛있다는 이 야기를 들었어.”
윤수홍의 말에 임호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맛이 있죠.”
“가 봤어?”
“회사 바로 앞에 있는 맛집인데 안 가 봤겠습니까?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임호진이 웃으 며 말했다.
“여기 이강진 씨가 거기 사장님 입니다.”
임호진의 말에 윤수홍이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한끼식당 사장이셨습니까?”
“저 혼자 일하는 곳이라 사장 겸 주방장 겸, 종업원 겸해서 하 고 있습니다.”
“대단하군요.”
강진을 보던 윤수홍이 물었다.
“한끼식당이 태광무역 길 건너
편 맞습니까?”
“네.”
“이상하네.”
이상하다는 말을 하는 윤수홍에 게 임호진이 물었다.
“뭐가요?”
“못 찾겠더라고.”
윤수홍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요. 회사에서 길 건 너편에 핸드폰 가게 있잖습니까.
거기 바로 옆입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핸드폰 가게 옆에 있다고 해서 쉽게 찾 겠지 하고 가서 봤는데 안 보이 더라니까?”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귀신들이 안에 있나 보네.’
아침에 나갈 때는 배용수 한 명 이었는데, 할 일 없는 귀신들이 더 온 모양이었다.
귀신들이 몰려 있으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한끼식당을 시야에 서 지워 버리는 것이다.
길거리에 사람이 수없이 많아도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냥 지나가는 풍경에 불과하다.
마치 길가에 있는 돌을 보는 것 처럼 말이다.
“다음에 드시고 싶은 메뉴 정해 서 연락 주세요.”
“예 약제 입니까?”
윤수홍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 식당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 을 해 드립니다. 있는 재료로 할 수 있으면 해 드리는데, 없으면 못 해 드립니다. 그래서 미리 예 약을 해 주시면 좋습니다.”
“좋군요.”
“제 번호 알려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는 윤수 홍의 번호를 저장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사이 선지
해장국이 나오자 사람들이 음식 을 먹기 시작했다.
“음…… 이 맛이야.”
윤수홍이 미소를 짓자 임호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맛이죠.”
웃으며 국물을 음미하던 임호진 이 아차 싶은 얼굴로 강진을 보 았다.
“강진 씨 가게 선지해장국도 맛 있었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뭔들 어떻습니까?”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를 돌아보 았다. 가게 안에는 손님들이 맛 있게 선지해장국을 먹고 있었고, 조현수는 손님들 사이를 다니며 필요한 것을 물으며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으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