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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86화 (86/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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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차가 멈추자 강진이 앞을 보았 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의아 함이 어렸다.

“절…… 이네요?”

병원에 갈 줄 알았는데, 김봉남 이 온 곳은 절이었다. 그것도 주 위에는 높은 상가와 건물들이 자 리하고 있는 도심 속의 사찰이었 다.

강진이 사찰을 볼 때, 김봉남이 말했다.

“이곳에 용수의 위패가 있지.”

“진료 받으러 가시는 것 아니셨 습니까?”

“용수도 보고 진료도 하고…… 들어가세.”

말을 하며 김봉남이 사찰 안으 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 라갔다.

그리고 산문을 통과하던 강진은 천왕문에 있는 무서운 신상을 보

았다.

증장천왕, 다문천왕, 광목천왕, 지국천왕.

강진이 불교는 아니지만 사대천 왕은 좀 알고 있었다. 전에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산속 사찰 공사를 하러 한 달 정도 출 퇴근을 했었다.

그래서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천왕문의 사천왕 이름 정도는 아 는 것이다.

사천왕을 보던 강진이 문득 턱

을 쓰다듬었다.

‘귀신들 못 들어오는 것 아냐?’

사천왕이 지키고 있고, 귀신하 고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스님 들이 머무는 곳이니 못 오지 않 나 싶었다.

귀신도 있는데 불가의 신이 없 으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자신 은 지장보살이라는 분에게 수표 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지장보살이 불교 신이라고 했 었는데.’

사천왕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자세를 정중하게 했다.

‘그럼 이 신들도 있는 것 아 냐?’

그런 생각이 들자 강진이 슬며 시 사천왕 신상을 보았다. 귀신 처럼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조금 새삼스러웠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합장을 했 다.

“나무아미타불.”

참고로 강진은 무교다. 강진이

사천왕 신상을 구경하는 것 같아 기다리던 김봉남이 물었다.

“불교인가?”

“무교입니다.”

“그런데 왜?”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 야죠.”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사천왕상 을 보다가 말했다.

“들어가세.”

김봉남이 천왕문을 나가는 것에

강진이 그 뒤를 따르다가 사천왕 신상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작게 인사를 한 강진이 서둘러 김봉남의 뒤를 따라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사찰 안에 들어가자 빗자루로 마당을 쓸던 스님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스님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 자 김봉남 역시 마주 합장을 하 고는 말했다.

“다현 스님 계십니까?”

“오셨다 전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숙이고는 강진을 데리고 한 전각 으로 들어섰다.

전각 안에서는 짙은 향내가 맡 아졌다. 그 향을 맡으며 강진이 전각 안을 둘러보았다.

전각 안은 드라마에서 보던 절 의 내부와 비슷했다. 강진이 절 내부를 둘러볼 때, 김봉남이 말 했다.

“이리 오게나.”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한쪽 벽 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위패들이 주르륵 놓여 있고 앞에는 향이 있었다.

“저기 있는 위패가 용수 것이 네.”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그가 가 리킨 위패를 보았다. 한문으로 배용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위패를 보던 강진이 문득 김봉 남을 보았다.

‘용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 볼까?’

배용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면 그를 승천시킬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입을 열려 할 때, 스님 한 분이 다가 왔다.

나이가 몇인지 알 수 없을 정도 로 나이가 지긋한 스님이었다.

‘이분이 다현 스님이신가?’

김봉남이 찾았던 스님 이름을

떠올리며 강진이 그를 볼 때, 다 현 스님이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불호로 자신의 인기척을 내는 다현 스님의 모습에 김봉남이 위 패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는 합 장을 했다.

“스님.”

인사를 나눈 다현 스님이 강진 을 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 다.

“좋은 일 하시는 분이군요.”

“좋은 일?”

김봉남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강진도 의아한 눈으로 다현 스님 을 보았다.

‘좋은 일? 무슨 말이지?’

두 사람이 자신을 의아한 눈으 로 보자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 했다.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 아니십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웃 으며 말했다.

“스님께서는 이제 사람만 봐도 직업을 맞추십니까?”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 아온 인생이 담기는 법이지요.”

다현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 인 김봉남이 강진에게 말했다.

“이분은 다현 스님이시네. 인사 드리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예에 다현 스님이 미소 를 지으며 마주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다현이라 합니 다.”

강진과 인사를 나눈 다현 스님 이 김봉남을 보았다.

“그런데…… 저번에 오신 것이 작년 겨울이었던가요?”

“제가 뜸했습니다.”

“시주 바쁘신 것이야 한국 사람 들 모두가 아는 일이니 자주 오 시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요.”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에 게 다가왔다.

“손 한 번 주시겠습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김봉남이 손을 주자 다현 스님이 손가락을 손목에 대었다.

‘용수도 보고 진료도 받는다고 하시더니…… 이분에게 진맥을 받으러 오신 거였나 보구나. 그 런데 출가하기 전에 한의사셨 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다 현 스님이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으신 것은 아십니 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강 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안 좋습니까?”

“무척 안 좋습니다.”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의 몸 몇 곳을 만졌다.

“으윽!”

김봉남이 작게 신음을 흘리자 다현 스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 다.

“신장과 간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신장이 많이 안 좋군요.”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강 진을 보았다. 강진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에 김봉남이 자신의 몸을 보 다가 말했다.

“요즘 좀 피곤하다 생각은 했습 니다.”

김봉남의 말에 다현 스님이 고 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생명은 살고 싶어 하지요. 인간의 몸 역시 건강하 고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 서 몸이 안 좋으면 정신 차리라 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을 사 람이 잘 알아들으면 치료가 되는 것이고, 찾지 못하면 더 큰 신호 를 보내는 것입니다.”

“더 큰 신호라면?”

“작은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니 정신 차리라고 더 큰 고통을 주

는 것입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입 맛을 다셨다.

“그럼…… 제가 많이 아픈 겁니 까?”

김봉남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많이 피곤하셨을 겁니 다.”

“네.”

“그 피곤함만큼 몸이 아프다 생

각하시면 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잠 시 있다가 물었다.

“그럼 치료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치료 받으 면 될 것 같습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일주일에 이틀? 그걸로 치료가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상하십니까?”

“이틀 치료 받는다고 나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 으며 말했다.

“물론 이틀 가지고 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김 봉남을 보았다.

“제가 나았다 하실 때까지는 매 주 두 번은 저에게 오셔서 침도 맞고 처방도 받으셔야 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살 며시 물었다.

“매주 두 번입니까?”

“그렇습니다. 시간은 언제가 괜 찮으시겠습니까?”

다현 스님의 물음에 김봉남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7시 괜 찮으시겠습니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이번에는 그를 보았다.

“아침 7시면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닐까요?”

다현 스님에게 부담이 될까 싶 어 강진이 말을 한 것이다. 강진 의 말에 김봉남이 아니라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사찰의 아침은 새벽 3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딱 적당한 시간입니다.”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을 보았다.

“그리고 이왕 오셨으니 오늘부

터 하기로 하시지요.”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 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은 작은 방에 있었다. 한쪽 에는 김봉남이 몸에 침을 여럿 맞은 채 누워 있었고 그 옆에서 다현 스님이 진맥을 하고 있었 다.

“흐.... O O 으.... 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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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남은 침을 맞은 것이 편한 지 잠이 들어 있었다. 잠시 김봉 남의 맥을 보던 다현 스님이 손 을 놓고는 강진을 보았다.

“차 한 잔 드시겠습니까?”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다현 스님이 방 한 쪽에 있는 보온병에서 찻물을 따 라주었다.

다현 스님이 주는 차를 받은 강 진이 물었다.

“한의사셨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 으며 말했다.

“지금도 한의사입니다.”

“그러시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을 보던 다현 스님이 입을 열었다.

“일은 할 만하십니까?”

“ 일요?”

“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뭘 좀 아시고 말씀하시는 건 가?’

생각을 해 보면 아까 자신한테 좋은 일을 한다고 했던 것이나,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준다고 했 던 것도 조금 이상했다.

특히 다현 스님은 사람이 살아 온 일이 얼굴에 담긴다고 했는 데…… 그렇게 따지면 강진의 얼 굴에는 노가다와 아르바이트의 인생이 담겨 있어야 했다.

음식점 장사를 한 지는 얼마 되 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다현 스님을 의아 한 눈으로 보았지만, 다현 스님 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강진을 보고 있었다.

“혹시……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아십니까?”

“배고픈 이들에게 식사를 주는 일을 하시지요.”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다 현 스님이 웃었다.

“저승식당을 하지 않으십니까?”

“어?”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급히 김봉남 을 보았다.

김봉남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그런 김봉남을 보던 강진이 다 현 스님을 보았다.

“저승식당을 어떻게 아세요?”

“불가에서 가장 중하게 생각하 는, 연이 닿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연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미 소를 지었다.

“젊었을 적에 인연이 닿았다고 만 하겠습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의 고개 를 갸웃거렸다.

‘아련함? 설마 여자인가?’

다현 스님의 눈빛과 입가에 어 린 미소에서 아련함을 느낀 것이 다.

하지만 노스님에게 인연이 여자 냐고 묻기엔 조금 그래서 강진이 말을 돌렸다.

“그럼 저승식당에도 가 보신 적 있으세요?”

“요즘 말로 맛집이더군요.”

“혹시 저희 식당인가요?”

저승식당이 하나는 아니다. 전 국팔도와 제주도까지 합치면 아 홉 개는 된다.

하지만 서울에는 한끼식당뿐이 다. 그래서 한끼식당에 왔나 싶

은 것이다.

“식당이 어디십니까?”

“논현입니다.”

“그럼 제가 가 본 곳은 아닌 듯 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그를 보던 강 진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저승식당을 하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보니 알겠더군요.”

“혹시 법력이라던가 그런 건가

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 었다.

“저도 법력이 있었으면 좋겠군 요.”

“ 없으세요?”

“글쎄요.”

가볍게 웃는 다현 스님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기 혹시…… 귀신을 부르면 이곳에 올까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미쳤 냐는 말을 들을 말이지만, 저승 식당에 대해 알고 있어서인지 다 현 스님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 았다.

다만 다현 스님이 고개를 저었 다.

“저희 절에 귀신이 보이던가 요?”

“못 봤습니다.”

그것으로 답이 됐냐는 듯 보는 다현 스님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밖에 가서 불러야겠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다 현 스님이 김봉남에게 다가가 침 을 빼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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