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7화 (87/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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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남의 침을 뺀 다현 스님이 종이에다 글을 적었다.

“신장과 간에 좋은 식재들이야 숙수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실 것 이니 잘 챙겨 드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뭘 먹어야 하나 생각 중이었습니다.”

김봉남의 말에 다현 스님이 미 소를 지으며 종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몸을 보하는 약재 들이니 차처럼 우려서 드시면 몸 에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같이 먹으면 안 될 식재들도 적었으니 그것만 피해 주시면 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종 이에 쓰인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약재들과 함께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해야 할 운동이 적혀 있 었다.

“운동이라……

“만병을 치료하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은 잘 먹는 것입니다. 그

것이야 숙수님께서 알아서 잘하 실 테고…… 두 번째가 잘 자는 것, 세 번째가 적당한 운동입니 다.”

“알겠습니다.”

말을 하던 김봉남은 강진이 종 이를 보는 것에 그것을 주었다. 김봉남이 준 종이를 받아 든 강 진이 그 내용을 보고는 말했다.

“약은 따로 안 지으십니까?”

약재가 적혀 있기는 했지만 차 처럼 마시라고 적혀 있을 뿐, 약

은 없었다.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미 소를 지은 채 말했다.

“간과 신장은 몸의 노폐물과 독 을 해소하는 장기입니다. 병을 낫기 위해 먹는 약이라고 해도 몸에서는 노폐물이라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럼 간과 신장이 다 시 노폐물을 없애고 해독을 해야 하니 무리가 가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안 먹고 나을 수 있다

면 안 먹고 낫는 것이 좋습니 다.”

잠시 말을 멈추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다현 스님이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병은 잘 먹고, 잘 자 고, 운동을 적당히 하면 몸이 알 아서 치유를 하는 법입니다. 사 람은 몸이 알아서 치유할 수 있 도록 그 영양분만 잘 챙겨 주면 되는 것입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웃 으며 말했다.

“가끔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있지?”

“그렇죠.”

사람은 다들 갑자기 먹고 싶은 것이 생긴다. 자다가나 일하다가 나 갑자기 김치찌개나 삼겹살 같 은 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음 식으로 생각나게 한다고 하더 군.”

“맞습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은 먹는 것이 좋습니다. 몸 이 얼마나 원하면 생각나게 하겠 습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종이를 보다가 말했다.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렇게 하십시오.”

다현 스님의 허락에 강진이 핸 드폰 카메라로 종이를 찍었다.

‘허 선생께 보여드려야겠네.’

그러고는 종이를 김봉남에게 돌

려주자, 김봉남이 몸을 일으켰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시지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절 밖 으로 배웅을 나온 다현 스님이 강진을 보았다.

“종종 찾아오십시오.”

“제가 불교가 아닌데……

“저희 절에 오는 사람들 중 많 은 사람이 불교가 아닙니다.”

“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 절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외국인들 도 많이 오더군요.”

“아......"

“그리고 살다 보면 남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편하게 와서 이야기도 하고 가십시오. 제가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 것을 또 잘합니다.”

다현 스님이 하는 이야기는 남 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를 하러 오라는 것이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 야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 은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 답답하 고 죽을 것 같아진다.

게다가 강진은 특히 답답할 것 이다. 저승식당에 대한 일은, 귀 신 말고 산 사람에게라면 아무에 게도 하지 못할 말이고 이야기였 다.

하지만 다현 스님은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다.

식당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 을 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생

긴 것이다.

“자주 와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다현 스님이 미소 를 지으며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강진과 김봉남이 합장을 하자, 문득 다현 스님이 강진을 보았 다.

“혹시 나무아미타불의 뜻을 아 십니까?”

“불호로 알고 있는데요.”

강진의 말에 다현 스님이 미소 를 지으며 말을 했다.

“나무아미타불은 서방정토에 계 시는 부처님을 이르는 말입니 다.”

“그렇습니까?”

“설명하자면 길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천 국은 불가에서는 서방정토 극락 을 말합니다. 나무아미타불은 불 가에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

가세요.’와 같은 덕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 지는 아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알 려드렸습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합장 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의미를 알고 하는 불호에 다현 스님도 웃으며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불호로 인사를 나눈 강진은 김 봉남과 함께 사찰을 나왔다. 사 찰을 나온 강진이 주차장으로 향 하다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허연

배용수와 허연욱의 이름을 세 번씩 부르자 곧 옆에 두 귀신이 나타났다.

“연화사네?”

절에 대해 아는 듯 배용수가 연

화사를 보며 의아해하자 강진은 더 말을 하지 않고 허연욱을 향 해 눈짓을 주었다.

그러고는 김봉남에게 다가갔다.

“숙수님.”

강진의 부름에 차로 걸어가던 김봉남이 그를 보았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가 데려다 줘도 되는데?”

“지금 시간이면 논현 쪽은 차가 막힐 시간입니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봉남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그리고 오

1 — 찾아와 줘서 고맙네. 자네

아파지기 전에 찾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니라 용수 덕이죠.”

강진의 답에 김봉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수 덕이 맞군.”

김봉남이 지갑을 꺼내서는 명함 을 꺼내 내밀었다.

“월요일쯤에 전화 한 번 주게. 아! 그리고 문자로 자네 번호 남 기고.”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기운 한 번 더 받아가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피식 웃 었다.

“너무 많이 가져가지는 말게, 나 아픈 사람이네.”

김봉남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강진이 그 손을 잡았다. 그러자 허연욱이 손을 내밀어 강진의 손 가락을 통해 맥을 살폈다.

“그럼 가게나.”

김봉남이 손을 놓으려고 하자 허연욱이 말했다.

“조금만 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다시 손 을 잡았다.

“허! 자네는 정말 내 기를 쪽쪽 빨아갈 생각인가 보군.”

김봉남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뭐라 말을 할까 하다가 웃 으며 말했다.

“숙수님 손이 너무 차가워서 요.”

“응?”

“아까 제 손이 따뜻하다고 하셨 잖아요. 조금이라도 제 체온으로 손을 녹여 드리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으며 양손으로 그 의 손을 잡았다.

“따뜻해서 좋군.”

“그럼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그러지. 아! 문자 꼭 하게나.”

그러고는 김봉남이 차에 올라타 서는 손을 흔들며 출발했다. 그 런 김봉남을 보던 강진이 허연욱 을 보았다.

“어때요?”

“맥이 조금 안정이 됐습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절을 보았 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맥이 좋 아진 것인가?”

“좋아진 것입니까?”

“많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맥이 진정이 됐으니 운암정 에서 볼 때보다는 좋아지기는 했 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 로 찍은 약방문을 보여주었다.

“처방을 이렇게 받았습니다.”

“처방?”

“절에 한의사이신 노스님이 계 셨습니다.”

“병원에 안 간 것입니까?”

“네.”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입맛을 다시고는 약방문을 보았다.

“간과 신장을 보하고 해독을 하 는 약재들이군요. 그런데…… 약 이 아닌 차처럼 먹으라고 되어 있군요.”

“차처럼 먹으라고 하시더군요.”

“홈……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약방문을 보다가 연화사를 보았다.

“제가 의사 면허와 한의사 면허 둘 다 가지고 동서양 의학을 모 두 공부했지만, 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것에는 현대 의학이 더 효과적입니다.”

허연욱은 양방과 한방 두 개의 면허를 모두 가지고 있어 그 장 단점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한방은 병이 들기 전에 몸을 보 하고 막는 역할을 한다면 양방은 병을 실질적으로 공격하고 치료 하는데 장점이 있었다.

한방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양방으로 일단 병을 살피 고 치료하는 것이 더 낫다 판단 하는 것이다.

허연욱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알 지만 다현 스님께서는……

“다현 스님? 여기에 다현 스님 이 계십니까?”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놀란 얼굴로 연화사를 보았다.

“아시는 분입니까?”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허연욱 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의학계의 거목이십니다.”

“유명하신 분이신가 보네요.”

“그럼요. 저도 그분이 쓰신 책 을 보고 한의학을 공부했습니

다.”

말을 하며 허연욱이 연화사를 보았다.

“저도 한 번은 뵙고 싶었던 분 이셨는데…… 여기에 계셨군요.”

허연욱의 말에 배용수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숙수님하고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십니다.”

김봉남 숙수와 친한 스님이 대 단하다고 하니 자신도 급이 올라 간 것처럼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렇군요.”

말을 하던 허연욱이 강진을 보 았다.

“혹시 침놓는 것도 보셨습니 까?”

“많이 놓던데요.”

“아......"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아쉽다는 듯 다시 연화사를 보았다. 한의 학계에 전설로 내려오는 다현 스 님의 시술을 직접 볼 수 있었는 데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우리도 이제 집에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물었다.

“그래서 다현 스님이 숙수님한 테 뭐라고 하셨어? 많이 안 좋으 시대?”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걸음을 옮기며 다현 스님이 김봉남을 진 료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진료 과정에 허연욱

이 가끔씩 말을 걸어 궁금한 것 을 물었다.

다현 스님의 치료 방법이 궁금 한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도 아닌 강진이 다현 스님의 진료 과정을 정확하 게 설명해 줄 방법은 없었다.

그저 진료하고 침을 놓은 위치 를 기억나는 대로 손으로 지목을 해 줄 뿐이었다.

* * *

연화사에서 가게로 돌아온 강진 은 TV를 보고 있었다. 주말 예 능 프로그램을 보던 그가 문득 가게를 둘러보았다.

가게 안에는 귀신들이 모여서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귀신들이 몰려 있으 니 손님들도 없었다.

‘이것 참…… 나가라고 하기도 그렇고:

심심하다고 온 귀신들에게 손님

받아야 하니 나가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

잠시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저을 때, 핸드 폰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수홍 씨네?”

전화를 한 사람은 임호진의 선 배인 탑무역의 윤수홍이었다.

“여보세요.”

[전에 같이 밥 먹었던 윤수흥인 데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다른 것이 아니라 아직 영업하 십니까?]

“네.”

손님이 없기는 하지만 영업 중 이기는 했다.

[다행이네요. 사람 만나고 가다 가 저녁을 못 먹어서, 밥 좀 먹 으려고요.]

“그럼 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가게 근처인데 가게가 안 보이네요. 분명…… 여기가 맞는데.]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가게에 있는 귀신들을 힐끗 보고는 말했 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여기 핸드폰 가게 앞입니다.”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끊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가게면 바로 옆이었다.

“나 나가면 놀라겠네.”

바로 코앞에 가게를 두고도 못 알아봤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귀신들을 향해 말했다.

“미안한데, 손님 온다고 하니 잠시 나갔다가 영업시간에 오세 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TV를 보 다가 아쉽다는 둣 몸을 일으켰 다.

옆에 가게 가서 보자.”

“그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오늘 옆 가게 영업 망했네.’

귀신들이 TV보러 옆 가게로 가 면 그 가게도 사람 손님들이 줄 것이니 말이다.

스윽! 스윽!

귀신들이 하나둘씩 문을 뚫고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강진은 주위를 두리번거 리고 있는 윤수홍을 볼 수 있었 다.

“사장님!”

강진의 부름에 윤수홍이 그를 보고는 놀란 듯 한끼식당을 보았 다.

“어? 어?”

당황스러운 듯 윤수홍이 강진과 한끼식당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 다.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한끼

식당이 거짓말처럼 보이기 시작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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