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88화 (88/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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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가게를 번갈아 보는 윤 수홍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가 찾기가 좀 어렵 죠?”

강진의 물음에 윤수홍이 다시 가게를 봤다가 주변을 둘러보았 다.

‘귀신에 홀린 것 같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봤던 거리

였고, 가게들이었다. 그런데 달라 진 것은 자신이 봤던 거리와 가 게들 사이에 한끼식당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이 거짓말 같은 현상에 잠시 황 당함을 느끼던 윤수홍이 다시 한 끼식당과 주변을 볼 때 강진이 말했다.

“들어오세요.”

강진이 말을 하며 가게 문을 열 고 들어가자, 윤수홍이 다시 가 게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 다.

‘내가 오늘 피곤했나 보군.’

피곤해서 가게를 못 본 건가 하 는 생각을 하며 윤수홍이 강진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에 들어온 윤수홍이 내 부를 둘러보았다.

“가게가 깔끔하고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자리를 안내하고 는 야관문차를 따라 주었다.

“야관문차입니다. 몸에 좋은 것

은 아시죠?”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야관문차 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 었다.

“야관문이란 말을 들어서 그런 지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몸에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더 마셔야겠군요.”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야관문차 를 따라주었다.

그런데 저녁이 늦으셨네요.”

아홈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 니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 기는 했다.

“중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관광 을 좀 시켜드리다 보니 늦었습니 다.”

“관광도 시켜주세요?”

“중국에서 제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이니 제가 이럴 때 도와드려 야죠.”

웃으며 말을 한 윤수홍이 가게

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혹시 김치 칼국수 되겠습니 까?”

“됩니다.”

“그럼 2인분으로 해서 칼칼하게 부탁 드리겠습니다. ”

“2 인분요?”

“제가 무척 배가 고프네요.”

윤수홍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 으며 배를 쓰다듬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 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잠시 기 억을 더듬었다.

“김치 칼국수……

요리 연습장에 있는 김치 칼국 수 레시피를 떠올린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밀가루 반죽부터 해야 되네?’

요리 연습장에 있는 김치 칼국

수 레시피는 직접 밀가루를 반죽 해서 면을 내는 요리 방법이었 다.

‘칼국수 면 요즘 잘 나오던데.’

시중에 파는 칼국수 면을 떠올 린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칼국수 면을 만드는 것이 번거 롭기는 하지만 레시피에 있는 내 용대로라면 그리 어렵지 않고 시 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면을 만드는 동안 육수를 내고

국물을 만들면 20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멸치로 국물을 내는 사이 강진 은 볼에 밀가루를 붓고는 반죽을 시작했다.

휘이익! 휘익!

강진의 손에서 밀가루가 점점 뭉쳐지며 곧 모양이 만들어져갔 다.

밀가루 반죽이 완성이 되자 강

진이 랩으로 볼 위를 덮었다. 짧 지만 이렇게 숙성을 해야 식감이 좋아진다.

그러고는 끓고 있는 냄비에서 멸치를 꺼내고는 손질한 김치와 국물을 집어넣었다.

곧 칼칼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 하자 윤수홍이 웃으며 주방을 들 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밀가루 반죽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반죽을 직접 해서 만듭니까?”

“네.”

“아니…… 요즘 칼국수 면도 잘 나올 텐데?”

윤수홍의 의문에 강진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요즘 시중에 칼국수 면 잘 나오죠.’

다만 요리 연습장에서는 반죽을 해서 칼국수 면을 직접 만들어서 쓸 뿐이었다.

“음식은 정성이죠.”

“그거야…… 그렇죠.”

강진의 말에 잠시 밀가루 반죽 을 보던 윤수홍이 웃었다.

“기대가 됩니다.”

그런 윤수홍의 말에 강진도 고 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대가 되네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강진이 밀가루 반죽을 보았다. 얼마 되지 않은 사이 숙성이 된 듯 반죽은 뽀얀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본 강진 은 됐다 싶은 듯 반죽을 도마에 놓고는 밀대로 얇게 밀고는 칼로 썰어내기 시작했다.

“이야…… 칼질 정말 잘하시네 요.”

“칼질을 잘하는 만큼 음식도 맛 있을 겁니다. 곧 끝나니 앉아 계 세요.”

윤수홍이 자리로 가서 앉자 강 진이 면발을 털어내고는 끓고 있 는 육수로 후두둑! 후두둑! 쏟아 냈다.

그리고 면이 잘 익도록 휘저은 다음, 면이 투명해지자 그릇에 옮겨 담았다.

칼칼한 향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커다란 그릇을 밑 반찬과 함께 쟁반에 올려 윤수홍 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 야!”

냄새를 맡아 본 윤수홍이 미소 를 지었다.

“ 냄새가……

꿀꺽!

냄새만 맡았는데도 속이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윤수홍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불기 전에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비켜주 었다. 그에 윤수홍이 칼국수를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한 입 먹자 윤수홍의 입가에 미 소가 어렸다. 매끄러운 칼국수

면발이 입안에 빨려 들어오는 식 감이 무척 좋았다.

게다가 면발이 국물을 맛있게 머금고 있어서, 면발만 먹었는데 도 국물을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옛날 맛이네. 맛있어.’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윤수홍이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 다.

그것을 주방에서 보던 강진이 냄비에 남아 있는 김치 칼국수를

덜어서는 먹어 보았다.

만들기도 처음이라 강진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칼국수를 한 젓 가락 먹자 강진의 입가에도 미소 가 어렸다.

‘아…… 맛있다.’

자신이 만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맛이 있었다. 물론 강진의 손맛 이 아니라 요리 연습장의 힘이기 는 하지만 말이다.

후루룩!

면발이 부드럽게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식감에 미소를 짓던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 연습장에 있는 메뉴들을 한 번씩 만들어 봐야겠어.’

요리 연습장에는 많은 요리가 있지만 강진이 해 본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오늘 김치 칼국수를 해 보니 맛 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 하는 맛이었다.

이왕 식당을 하는 것이니 잘하 고 싶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만

든 요리가 어떠한 맛인지 아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야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제대로 드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칼국 수를 한 젓가락 크게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겠다.’

추운 날씨에 후후! 불면서 먹으 면 더 맛있을 맛이었다.

후루룩!

김치 칼국수를 다 먹은 윤수홍 이 화장지로 땀을 닦아내고 있었 다.

“땀 빼러 사우나 가잖습니까?

“그렇죠.”

“사우나를 왜 가는지 모르겠어 요.”

“왜요?”

“이렇게 칼칼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땀이 줄줄 나는데 말입니

다. 그러니 뭐 하러 사우나를 갑 니까? 안 가도 이렇게 맛있게 먹 고 땀도 줄줄 흘리는데 말입니 다.”

웃으며 화장지로 이마에 난 땀 을 닦던 윤수홍이 기분 좋은 얼 굴로 야관문차를 마셨다.

“크윽! 조금 쓴 이 맛이 좋군 요.”

“입에 맞으시니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 수홍이 슬쩍 시간을 보고는 말했

다.

“내일 12시 반에 다섯 사람 예 약하겠습니다.”

예약을 하겠다는 말에 강진이 물었다.

“메뉴는 뭐로 할까요?”

“한국에 왔으면 한식을 먹어야 겠죠.”

윤수홍의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는 강진이 물었다.

“혹시 아까 말씀하신 중국 손님

들 모셔 오시려고요?”

“맞습니다.”

“그럼 단가는 어떻게 맞출까 요?”

“ 단가?”

“한식이라고 해도 김치찌개만 내놓을 수는 없잖아요. 밑반찬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장사를 잘하시는군요.”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

“그럼 지금 제가 먹은 건 얼마 입니까?”

“7천 5백 원만 받겠습니다.”

“2인분인데 싸네요.”

“2인분이라기보다는 곱빼기죠.”

강진의 답에 윤수홍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었다. 그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 카드를 결제하고 는 돌려주었다.

“단가는 인당 2만 원으로 해서

10만 원 쪽으로 맞춰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손님 들 중 안 먹는 것이 있는 식재료 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웃었다.

“중국 사람입니다.”

“아......"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흔히들 중국인들은 네 발 달린 것은 탁자, 두 발 달린 것은 사 람 빼고는 다 먹는다고 하니 가 리는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심각한 일반화이 기는 한데…… 뭐 가리는 것 없다는 거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12시 반에 다섯 분 예약 받았습니다.”

강진의 말에 윤수홍이 땀을 다 시 한 번 닦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 그리고 손님들이 사천 사 람이라 매운 것을 좋아합니다.”

“매운 음식이라…… 알겠습니 다.”

“그럼 잘 먹고 갑니다.”

윤수홍이 가게를 나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 작했다.

* * *

다음날 강진은 예약 손님을 맞 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 다.

“중국인들은 깻잎 안 먹는다.”

깻잎장아찌를 꺼내던 강진은 배

용수의 말에 그를 보았다.

“안 먹어?”

“우리 가게에 왔던 중국인들은 깻잎장아찌를 안 먹더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 않아?”

“중국인들은 깻잎을 안 먹어. 그래서 깻잎은 조선족들이 사는 곳에서나 구할 수 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깻잎장아 찌를 보다가 냉장고에 다시 집어 넣었다.

“또 다른 건?”

“일단 중국인들은 김치찌개와 같은 단품 메뉴는 안 좋아해. 푸 짐하게 여럿 내놓으면 좋아 할 거야.”

“그럼 메뉴를 여럿 내놓아야 하 나?”

“반찬 수를 줄이고 메뉴를 늘 려. 아! 그리고 중국인들이 갈비 찜하고 잡채 좋아해.”

“그래?”

"응."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 다.

그런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 했다.

“그리고 사천성 요리도 하나 하 는 것이 좋지 않겠어?”

“한식으로 해 달라고 했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타지 나가면 고향 음식이 생각 나는 법이야.”

“그건…… 그렇네.”

“외국에 나갔으니 외국 음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나이 있는 분들은 외 국 나가도 김치찌개에 소주 드시 고 싶어 하셔. 그 예전에 우리 숙수님 모시고 미국 간 적 있는 데 그때 하루 두 끼를 한식 식당 에서 먹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리 연습장을 펼쳤다.

“중국 사천 요리……

사천성 요리가 뭐가 있나 싶어 강진이 연습장을 볼 때, 배용수 가 말했다.

“마파두부 해.”

“마파두부가 사천성 요리야?”

“거기가 유명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연습장을 뒤져 마파두부 레시피를 찾았다.

강진과 함께 레시피를 본 배용 수가 말했다.

“이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건

데, 중국인…… 그것도 사천성 사람한테는 싱겁겠어.”

“그럼 어떻게?”

“이대로 만들고, 양념만 내가 하라는 대로 더 추가하면 되지 않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 했다.

12시 25분이 돼 갈 때 가게 문 이 열리며 윤수홍이 일단의 사람

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이 사장님.”

“오셨어요?”

“어떻게, 준비는 잘 됐습니까?”

“네.”

윤수홍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그와 함께 온 중 국인들을 보았다.

그런데…… 윤수홍의 손님은 넷 이 아니라 다섯이었다.

네 명의 사람과 한명의 귀

신…… 윤수홍의 손님들을 따라 귀신 하나가 같이 들어오고 있었 다.

그리고 강진은 그가 한국 귀신 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입고 있는 옷이 중국인들이 입을 듯한 그런 옷이었던 것이다.

중국 귀신을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 귀신? 귀신들은 외국 못 나간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귀신을 봐도 무섭다기보

다는 의문이 들었다. 전에 김소 희가 이승에 국가의 경계가 있는 것처럼 저승에도 경계가 있어 외 국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했던 말 이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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