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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2화 (9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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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강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왕강준을 쳐다보던 강진이 시선 을 돌렸다.

그러고는 왕강신을 보았다. 말 없이 가만히 있는 그를 보고 있 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건......"

뭐라 위로의 말을 하려던 강진 이 입을 다물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안 죽었다 하기에는 형이 동생 을 버린 것이 되고, 죽었다 하기 에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이 야기 였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는 어떠한 것도 위로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옆에는 왕강준이 귀신이 되어 서 있다. 답까지 아 는 상황에서야 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다 멈추는 강진을 잠시 보던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원망으로 그렇게 생 각을 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형이 나를 버리고 간 거면 좋겠 다 생각을 하네.”

“버리고 간 거면 좋겠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형은 죽었 을 것 아닌가? 집에 돌아오지 못 한 그날 말이네.”

잠시 강진을 보던 왕강신이 술 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형

을 원망하는 동생을 두고 말이 네.”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인지 아는 것이다.

죽었기보다는 어디 다른 하늘에 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 다.

그런 강진을 보던 왕강신이 국 수를 보다가 한 젓가락 크게 들 어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수를 먹은 왕강신이 술을 마 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겠어.”

강진은 말을 하지 않고 왕강신 을 보았다. 대답을 원하는 말이 아니었다.

왕강신이 국수를 보며 말했다.

“계란을 사들고 오는 형은 늘 행복했어. 계란을 사 가지고 들 어오는 날에는 형은 환하게 웃으 며 나한테 계란을 들어 보였지. 이것 보라고 말이야.”

잠시 말을 멈춘 왕강신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늘 나에게 마지막 한 젓가락을 양보했어. 그럼 난 너 무 좋았지. 그때는 먹어도 먹어 도 배고플 때라 마지막 한 젓가 락이 더 맛이 있었거든.”

“그랬군요.”

“형은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 기만 했어. 나한테 더 많이 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말이 야.”

잠시 말을 멈춘 왕강신이 입을 열었다.

“그런 형이 나를 두고……

다시 입을 멈춘 왕강신이 한숨 을 쉬었다.

“가지는 않았겠지.”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힐끗 왕 강준을 보았다. 왕강준은 눈을 감고 있었다.

‘자신을 원망하는 동생을 계속 지켜봤을 테니……

왕강준은 수호령이니 왕강신의 곁을 늘 지켰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원망하는 동생을 계속 봤 을 것이다.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을 것 이다. 나는 네 옆에 늘 있었다 고…… 하지만 전할 수 없는 말 이었다.

‘형도 힘들었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을 열었다.

“형님은 어르신을 두고 가지 않

으셨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 야. 올 수가 없는……

왕강신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올 수 없는 이유…… 죽음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찾아왔을 것이 다.

그리고 형이 죽었다면 자신은 죽은 형을 원망하며 이때까지 살

아온 것이다.

“아버님.”

아들의 부름에 왕강신이 한숨을 쉬고는 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는 국수를 향해 내밀었다.

술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왕강 신이 입을 열었다.

“따거. 이제는 형님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만들어 주던 이 국수를 먹으니 형님의 웃음소리가 떠오 릅니다. 나에게 많이 먹으라고,

더 먹으라고 웃던 형님의 웃음소 리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말과 함께 왕강신이 술을 마시 자, 아들이 공손히 술을 따라주 었다.

다시 잔을 공손하게 들어 올린 왕강신이 입을 열려다가 잠시 입 을 다물었다.

그런 왕강신의 모습에 왕강준이 잔을 들어 마주했다.

“훌륭하게 잘 커 줘서 고맙다.”

왕강준의 말을 듣지 못하는 왕

강신은 잔을 든 채 국수를 보다 가 입을 열었다.

“보고 싶습니다.”

말과 함께 왕강신이 단숨에 술 을 마셨다.

꿀꺽!

왕강신의 모습에 왕강준 역시 술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왕 강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네가 커서 같이 호탕하게 술을 먹는 것이 꿈이었는데…… 죽어 서 이렇게 이루는구나. 하하하!”

큰 소리로 웃은 왕강준의 모습 에 강진이 슬며시 그의 앞에 놓 인 잔을 들어서는 그대로 입에 털었다.

꿀꺽!

“크윽!”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강진이 아들을 보았다.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들이 술병을 건 네자 강진이 왕강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 르고는 왕강준의 앞에 놓았다.

“제가 어르신의 형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형님께는 아마 꿈 이 있었을 겁니다.”

“꿈‘?”

“중국분들은 호탕하게 술을 마 시는 것을 좋아하시죠.”

“그렇네.”

“아마 형님께서는 어르신이 자 라 자신과 함께 술을 호탕하게 마시는 것을 원했을 겁니다.”

강진은 왕강준이 방금 전에 말 을 한 꿈…… 동생과 호탕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이뤄 주고 싶 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 내가 크면 날이 새도록 술을 먹자고 했었지.”

왕강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수 그릇을 가운데 에 놓았다.

“그럼 호탕하게 드시죠.”

말과 함께 강진이 빈 잔 다섯 개를 왕강준의 앞에 놓고는 잔에 술을 채웠다.

“이건 형님 몫입니다.”

그러고는 왕강신의 앞에도 다섯 개의 잔을 놓고는 술을 따랐다.

“비록 그분은 안 계시지만, 어 르신이 기억하는 형님의 음식이 있습니다. 형님의 몸은 없더라고 이 정도면 형님의 혼이라도 와서 한 잔 드시고 가실 것입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첫 잔을 들었다.

스윽!

왕강신이 잔을 드는 것에 왕강 준 역시 잔을 들었다. 그리고 귀 신과 사람이 서로 잔을 마주하다 가 동시에 술을 마셨다.

딱히 신호를 준 것도 아닌데 약 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술잔 을 비운 것이다.

꿀꺽!

꿀꺽!

한 모금에 술을 목 안으로 넘긴 사람과 귀신은 멈추지 않았다. 서로를 보며 두 번째, 세 번 째…… 잔을 연거푸 비워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잔이 되자 왕강신이 잠시 국수를 보다 가 잔을 들었다.

잔을 든 채 왕강신이 정면의 허 공을 보았다. 그리고 그 허공에 는 보이지 않는 왕강준이 있었 다.

“따거…… 훗날 다시 만나는 날, 이번에는 제가 황제면을 만

들어 드리겠습니다.”

왕강신의 말에 왕강준이 입을 열었다.

“소보야  천천히 조금 더 나 중에 와. 형이 천천히 더 기다릴 테니까.”

말을 하며 왕강준이 잔을 들어 서는 그대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화아악!

빛과 함께 왕강준의 모습이 사

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술 한 잔이 그리 소중하셨던 것입니까? 아니면 동생과 이야기 를 하는 것이 소중하셨던 것입니 까?’

사라진 왕강준의 빈자리를 보던 강진의 눈에 허공에서 떨어지는 종이가 보였다.

‘이걸 바란 것은 아닌데……

하지만 생각과는 반대로 강진의 눈은 이미 웃고 있었다. 그러고

는 슬쩍 종이를 잡아서는 밑으로 숨겼다.

슬며시 시선을 내려 종이를 보 았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는 곧 의아함이 어렸다•

종이는 수표가 아니었다.

〈은공의 은혜로 동생과…… 술 을......" 고맙습니다. 훗날…… 감 사…… 갚겠습니다.〉

떨어진 종이에는 한문으로 글이 적혀 있었다. 즉 강진이 생각을 한 JS 금융의 수표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문으로 글이 적혀 있 어 무슨 내용인지도 읽기도 어려 웠다.

다만 읽을 수 있는 한자로 추리 해 보니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조금 실망을 한 강진이 종 이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돈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 고…… 안쓰러운 사람이 승천한 것으로 만족해.’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다시 종이를 보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그쪽하고 이쪽하고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가?’

방금 왕강준이 사라지고 바로 종이가 떨어졌다. 그런데 종이에 는 꽤 긴 내용이 쓰여 있었다.

저승에 가서 바로 편지를 썼다 고 해도, 이렇게 바로 편지가 올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종이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

고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왕강신을 보았 다. 왕강신은 멍하니 허공을 보 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왕강신이 슬쩍 눈을 깜박이다가 말했다.

“방금…… 혹시 나한테 뭐라고 했나?”

“네?”

의아한 듯 보는 강진을 보며 왕

강신이 말했다.

“방금 나보고 소보라고…… 천 천히 오라고 그랬는데?”

‘소보? 방금 왕강준이 사라지면 서 한 말인데?’

왕강신이 가면서 왕강신에게 소 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아는 척 을 할 수 없기에 강진이 말했다.

“ 소보요?”

“내가 어렸을 때 아명(兒名)이 소보였어.”

말을 하던 왕강신의 눈가에 눈 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분명…… 소보야…… 천 천히 와라. 형의 목소리였는 데……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왕 강신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화 장지를 뽑아 아들에게 주고는 주 방에서 나왔다.

주방에서 나온 강진은 자신에게 손짓하는 윤수홍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글쎄요.”

말을 하며 강진이 왕강신 쪽을 보았다. 왕강신은 아들과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방금…… 형님이 왔다 가셨나 보다.”

“큰아버지께서요?”

“그래…… 방금 분명 나한테 말 을 하고 갔어.”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셨나 보네요.”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형이 한 이야기를 들은 건가?’

어떻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왕강신은 왕강준이 마지막 에 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적이라는 건가?’

귀신이 마지막으로 승천하면서 남긴 이야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도 있는 세상이고, 귀신을 보는 자신도 있다. 그럼 귀신이 된 형이 승천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간절한 마음이 동생에게 전 해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 다.

믿지 못할 ‘귀신’ 같은 일들도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걸 꼭 숨겨야 하 나?’

자신이 귀신들을 상대로 하는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것은 좀 파 격적인 이야기이니 숨긴다 쳐 도…… 귀신을 보고 대화를 한다 는 것을 굳이 숨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처 녀귀신과 대화를 하는 잘생긴 부 잣집 사장님이나 요리사 이야기 도 많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나중에 신수 변호사한테 물어

봐야겠다.’

귀신을 본다는 것을 굳이 숨겨 야 하는지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왕강 신이 화장실로 갔다가 나왔다. 세수를 했는지 물기를 머금은 얼 굴로 왕강신이 웃으며 말했다.

“못난 모습을 보였네.”

“아닙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윤수홍을 보았다.

“오늘 윤 형제가 좋은 가게에 데려와 줬네. 고맙네.”

“마음에 드셨다니 제 마음이 오 히려 좋습니다.”

윤수홍의 말에 왕강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자네 덕에…… 형님에 대한 추 억도 찾고 좋은 음식도 먹었네. 정말 고맙네.”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왕강신을 보며 강 진도 웃으며 일어나 고개를 숙였

다.

“고맙게 생각해 주시니 저야말 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가?”

강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왕 강신이 가게를 둘러보았다.

“좋은 가게야.”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왕 강신이 미소를 짓다가 생각이 났 다는 듯 지갑을 꺼냈다.

“아…… 용돈은 더 안 주셔도 됩니다.”

강진의 말에 왕강신이 웃었다.

“돈을 줄 생각은 없네.”

그러고는 왕강신이 지갑에서 꺼 낸 것은 명함이었다.

“언제 중국에 올 일이 있으면 전화하게.”

“감사합니다.”

강진이 명함을 받아 보았다.

〈보리지 유한공사 (善 提 地方限 公

>d)

대표 왕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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