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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01화 (101/1,050)

103 화

편의점을 나온 강진은 사과를 잠시 보다가 한입 먹었다.

‘와……

입에 넣고 씹는 순간, 꿀에라도 절여 놓은 것처럼 단맛과 시원함 이 입에 가득 퍼졌다.

그에 강진이 감탄을 하며 연신 사과를 씹었다. 그런 강진을 보 며 강두치가 웃었다.

“사람 혀에서 자란 사과인데 잘 드시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잠시 멈 칫했지만 곧 사과를 씹었다.

“이건 그냥 사과라고만 생각을 하고 싶네요.”

“하긴 사과는 사과일 뿐이죠.”

웃으며 강두치가 남은 사과를 모두 씹어 먹고는, 씨를 편의점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 그리고 사신 물건은 혼자 만 드세요.”

“혼자만요?”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저승에 서 자란 작물입니다. 이승 사람 이 먹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움찔한 얼굴로 먹던 사과를 보았다.

“나도 이승 사람인데요?”

“강진 씨야 귀신을 본다고 문제 될 것은 없잖습니까.”

“저승 음식을 먹으면 귀신을 보 게 됩니까?”

“저승 밥을 많이 먹으면 저승에 한 발 걸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 먹어야겠네요.”

“그렇다고 한 번 먹었다고 바로 귀신 보는 것은 아니니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그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음식 중 일부를 손님 이 먹게 되더라도, 조금만 먹는 거면 괜찮을 테니 말이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네요. 이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 다.”

“제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구경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걸음을 옮겼다.

“가시죠.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거절하기에는 제가 길을 잘 모 르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위에는 바쁘게 걸어가

는 귀신들과 JS 금융 직원들이 보였다.

JS 금융만 아니라면 어디 지하 상가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번화 했다.

“그런데 여기 꽤 크네요.”

“전국 귀신들은 승천하기 전에 일단 여기에 들렀다가 갑니다.”

“그럼 여기 다음은 어디로 갑니 까?”

“JS 입국 관리처로 이동해서 저 승으로 들어갑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강두치는 강진 을 처음 그가 왔던 곳으로 데리 고 갔다.

주르륵!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문들 앞에 선 강두치가 문을 가리켰 다.

“오실 때는 제 명함이 열쇠가 되고, 가실 때에는 강진 씨의 기 억이 열쇠가 됩니다.”

“제 기억요?”

“여기 있는 문을 아무거나 잡

고, 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면서 문을 열면 됩니다.”

“어디든요?”

“강진 씨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 하지 않는 곳이면 어디든 됩니 다.”

“거부하지 않는다? 무슨 의미입 니까?”

“강진 씨가 들어가도 되는 곳이 라는 의미입니다. 강진 씨의 집, 혹은 회사, 영업 중인 가게와 같 은 곳은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의 집은 안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전에 집은 사람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것과 같은 의미입니까?”

“집은 사람을 지킵니다. 잡귀와 같은 것은 남의 집에 못 들어갑 니다.”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보다가 한끼식 당을 떠올렸다.

그리고…….

덜컥!

문을 연 강진이 안으로 들어섰 다.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이 있는 곳 은 한끼식당이었다.

‘신기하네.’

들어갈 때는 회사 지하였는데 나올 때는 한끼식당인 것이다.

“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봉지에서 JS 편의점 에서 사온 물건들을 꺼냈다.

“장 봤어?”

말을 하며 배용수가 뭔가 싶어 식칼을 만지다가 그대로 굳어졌 다.

“어?”

“왜?”

“만져진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배용수의 손에 식칼이 들 려 있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식칼을 보던 배용수가 포장지를 뜯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놀란 눈으로 식칼을 꺼내 보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거 저승에서 만든 식칼이 야.”

“저승에서?”

“그래서 귀신인 너도 만질 수 있나 보다. 귀신이니 저승 물건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아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신기한 눈으로 식칼을 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저승에서 만든 식칼을 어떻게 가져왔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JS 금 융에 갔다가 JS 편의점에서 쇼핑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 그럼 이게 다 저승 거구

나.”

말을 하며 배용수가 봉지를 만 졌다. 그러자 봉지도 배용수의 손에 만져졌다.

“JS 금융에 간 적 있지 않아?”

“한 번 잡혀서 줄 선 적 있지.”

“그런데 이거 몰라?”

강진이 봉지에 있는 JS 편의점 마크를 가리켰다. 그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돈이 어디에 있다고 여기

가서 물건을 사겠어? 있으면 가 서 줄도 안 섰지.”

“그것도 그렇네.”

“줄 서는 것 끝나고 바로 이승 으로 넘어왔지. 거기 오래 있고 싶지 않으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식탁에 놓여 있는 사과를 잡았다. 사과 가 손에 잡히는 것에 배용수가 웃었다.

“현신하지도 않았는데 물건을 잡을 수 있고, 신기하네.”

“너하고 같은 저승의 것이니 물 리력이 통하는 거겠지. 아! 먹어 봐. 엄청 맛있더라.”

산 사람은 먹으면 안 되지만, 귀신인 배용수는 먹어도 상관없 을 것이다.

귀신이 귀신을 본다고 이상할 것도 없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얼굴에 놀람 이 어렸다.

“뭐야? 이거 미쳤다!”

“그렇지?”

“엄청 맛있는데?”

“발설지옥에서 자란 과일이래.”

“발설지옥?”

“몰라?”

“지옥에 안 가 봤으니 모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는 손가락으로 가리 켰다.

“여기서 키웠대.”

“혀에서? 무슨 소리야?”

혓바닥에서 사과를 재배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것이 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그런 것이 있더라.”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를 둘러보 며 말했다.

“허연욱 선생님은?”

“나갔어.”

“사과 다 먹지 마. 선생님도 드 시게.”

“좀 많이 사 오지.”

“네 돈 주고 사 먹든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칼을 보았다.

“그나저나 이 칼 엄청 날카롭 네.”

“검수지옥이라는 곳에서 나는 식물이래.”

“식물?’’

의아해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 이 식칼 포장지 뒷면을 보여주었 다.

화초 키우는 것하고 비슷하 네.”

“생긴 건 이래도 나무의 이파리 같은 거니까.”

“그럼 세제로 닦는 것도 안 되 겠네.”

“세제?”

“식물이라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물을 흡수하는 식물이니 세제로 닦으 면 죽을 것이다.

“물로 적당히 닦으면 되겠지.”

그러고는 강진이 사온 물건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그날 강진은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손 님들이 오면 조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배용수가 문득 몸 을 부르르 떨었다.

“제길! 처녀귀신 온다.”

“누구?”

“ 보스.”

그러고는 배용수가 서둘러 가게 를 빠져나갔다. 그에 강진이 시 계를 보았다.

“아직 11시 되려면 10분 남았 는데.”

김소희는 보통 시간 딱 맞춰 오 는데 오늘은 조금 일찍 오고 있 었다.

그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마늘과 고추, 그리고 닭발을 꺼냈다. 김 소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하 는 것이다.

“육개장을 좋아하는데……

김소희는 육개장을 좋아하는데 지금 끓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 다.

“얼큰하게 소고기 뭇국이라도

끓일까?”

고추기름을 풀어서 하면 육개장 하고 비슷한 맛이 날 것이다. 그 런 생각을 한 강진이 소고기와 무를 꺼내 준비를 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11시가 되자 문이 열렸 다.

띠링!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강진이 미 소를 지으며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어서.. 어?”

말을 하던 강진의 얼굴에 의아 함, 그리고 곧 반가움이 떠올랐 다.

“예림아!”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수련원 에서 사라진 처녀귀신 이예림이 었다.

수련원에서 피를 철철 흘리던 모습이 아닌, 깨끗한 교복을 입 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강진이 놀라 급히 나왔다.

그리고 이예림의 뒤를 따라 김 소희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같이 오세요?”

“내가 데리고 왔네.”

“아가•씨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리며 가게 안쪽을 보았다.

“들어가도 되겠나?”

“아! 들어오세요.”

강진이 앞을 막고 있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그에 강

진이 옆으로 물러나자 김소희가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 다.

그에 이예림이 살며시 그 옆에 있는 탁자로 가서 앉았다.

‘같은 처녀귀신하고도 합석을 하지 않으시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이예 림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강진의 물음에 이예림이 슬며시 김소희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북한이더라고요.”

“북한?”

“눈 떠 보니 북한이었어요.”

북한까지 날아갔다는 말에 강진 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멀리도 날아갔네.”

“북한인 것 알고 얼마나 놀랬는 데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김소희를 힐끗 보고는 물었다.

“아가씨는 어떻게 만났어?”

“남쪽으로 가면 한국에 올 수 있겠다 생각을 해서 걸었어요.”

“걸어?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하 지.”

“거기 버스편이 어디로 가는 줄 도 모르는데 차를 어떻게 타요? 그리고 거기 차도 몇 대 안 다녀 요.”

“그것도 그렇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탈북 자들이 나와서 하는 말을 들어보

면, 평양 시내 밖에는 차가 많이 안 돌아다닌다고들 했다.

게다가 어떤 차를 타야 남쪽으 로 가는 줄도 모르니 차를 타기 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남쪽으로 정처 없이 걷고 있었 는데 어제 아가씨가 저를 찾아오 셨어요.”

“어제?”

강진의 물음에 이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저녁에 갑자기 나타나셨 어요. 그리고 따라오라고 하셔 서…… 따라오니 여기네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혹시 예림이를 찾으러 다니신 것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건 내가 풀어 줬으니 마무리는 해야겠지.”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받기로 하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김소희는 그동안 제주도에서부터 이예림을 찾아 위로 올라갔다.

북한 중간쯤에 위치한 곳에서 이예림을 찾아서 다행이었지, 아 니면 북한 끝까지 올라가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김소희로서도 귀찮 고 피곤한 일이었다. 일일이 처 녀귀신들의 기운을 찾아 돌아다 녀야 했으니 말이다.

“소주 주게나.”

“아! 소주 말고 좋은 술이 있습 니다.”

“좋은 술?”

“저 때문에 고생하셨는데, 소주 로 인사할 수는 없지요.”

그러고는 강진이 냉장고를 열었 다. 냉장고 안에는 청백로와 감 홍로가 한 병씩 있었다.

청백로와 감홍로를 보던 강진이 감홍로를 꺼냈다.

‘좀 달달한 것이 좋겠지.’

여자들은 달달한 것을 좋아하니 말이다. 감홍로를 꺼낸 강진이 술을 자리에 놓았다.

감홍로 병을 본 김소희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고급스럽군.”

“아가씨와 어울릴 듯합니다. 그 럼 안주 내오겠습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가 잔에 감홍로를 따르는 것을 보며 강진이 주방으로 가다가 이예림

을 향해 손짓했다.

이예림이 일어나 주방으로 다가 오자 강진이 말했다.

“친구들은 만났어?”

“오늘 남한으로 넘어왔어요.”

그러고는 이예림이 김소희를 슬 며시 한 번 보고는 강진에게 말 했다.

“언니가 밥이나 먹고 가라고 해 서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요.”

이예림은 먹는 것보다도 친구들 을 빨리 만나고 싶은 모양이었 다.

그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고는 강진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홍로는 숙수님이 만들었던 것처럼 돼지고기에 소금, 그리고 마늘을 참기름에 볶아서 내놓고. 예림이는 떡볶이에 오므라이스를 주면 되겠다.’

속으로 레시피를 떠올린 강진이 빠르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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