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2화 (102/1,050)

104화

감홍로와 돼지고기볶음을 먹은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 좋군.”

“마음에 드셔서 다행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예림을 보았 다. 이예림은 허겁지겁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맛있어?”

“몇 년 만에 먹는 건지 모르겠

어요. 정말……

잠시 말을 멈췄던 이예림이 미 소를 지었다.

“다음에 친구들하고 오면 또 해 주세요.”

“오기나 하면. 오므라이스 먹 어.”

“네.”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오므라이 스를 먹으며 연신 미소를 지었 다.

전에 강진이 라면을 끓여 줬을 때도 너무 맛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현신하고 먹는 음식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이예림은 빨리 친구들과 만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이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었다.

그런 이예림을 보며 웃은 강진 이 두 처녀귀신의 식사를 지켜보 았다.

물론 김소희는 식사가 아닌 술 상이었지만 말이다. 김소희는 감 홍로와 돼지고기 안주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홀짝홀짝, 쉬지 않고 마시는 것 을 보면 말이다.

미소를 지은 채 감홍로를 마시 고 돼지고기를 먹는 김소희를 보 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솔을 한 병 더 꺼냈다.

‘감홍로 비싸려나?’

앞으로 몇 병 더 사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김소희의 앞 에 술을 놓았다.

“술이 독합니다.”

“나 때는 술이 독하거나 약하거 나 둘 중 하나였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녀의 술자리는 평소처 럼 빨리 끝났다. 김소희는 자신 이 있으면 다른 귀신들이 오지 못하기에 빨리 먹고 자리에서 일 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20분에서 30분 사 이를 넘어가지 않았다.

스윽!

30분 정도 술을 마신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네.”

“잠시만요.”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서 사과를 가지고 나왔다.

“이번에 좋은 사과를 구했습니 다.”

“사과는 되었네.”

“한 조각만 드셔 보십시오.”

말과 함께 강진이 칼을 가져다

가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그러 고는 깎은 사과를 접시에 담아내 자,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자리 에 앉았다.

“그럼 성의를 생각해서 한 조각 먹겠네.”

스윽!

포크로 사과를 찍어 입에 넣은 김소희가 씹었다.

아삭!

그리고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 다.

“발설지옥의 사과로군.”

“어? 아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씹어 삼키고는 입 을 열었다.

“두치가 가끔 가져다주네.”

“강두치 씨가요?”

“착한 아이야.”

강두치를 착한 아이라 하는 김 소희를 보며 말했다.

“전에 강두치 씨가 아가씨에게

누님이라고 하던데…… 많이 친 하십니까?”

“동생 같은 아이지.”

그러고는 김소희가 티슈로 입을 닦고는, 떡볶이 소스에 오므라이 스를 비벼 먹고 있는 이예림에게 말했다.

“음식은…… 섞어 먹는 것이 아 니다.”

“네? 네.”

김소희의 말에 이예림이 난감한 얼굴로 그릇을 보았다. 이미 소

스에 오므라이스를 섞은 상태 라…… 섞어 먹지 말라고 하지 먹을 수도 없고, 안 먹을 수도 없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음식이야 개인 취향이니, 어떻 게 먹든 개인 취향 아니겠습니 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은 그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것이네. 오므라이스는 오므라이 스의 맛을, 떡볶이는 떡볶이의 맛을…… 음식을 섞는다는 것은 음식을 만든 요리사와 음식에 대 한 예의가 아니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이예림을 보았다.

“넌 왜 예의가 없냐? 왜 섞어 먹어.”

“지금......"

이예림의 말을 눈짓으로 막은 강진이 말했다.

“잘 나눠서 먹어. 섞이지 않게.”

“이미 섞였는데……

“나눠.”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그에게 눈을 찡그려 보이고는 슬며시 숟 가락으로 음식들을 나누기 시작 했다.

이예림이 조심히 음식을 나누고 는 다 먹자 김소희가 말했다.

“귀한 것이니 하나 들거라.”

“감사합니다.”

공손히 말을 한 이예림이 사과 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그리고 이예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헐! 대박.”

이예림의 중얼거림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쯧!”

김소희가 혀를 차자 이예림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좋은 말은 나 자신을 좋게 보이 게 하고, 나쁜 말은 나 자신을 나쁘게 보인다. 너는 좋은 아이 냐? 아니면 나쁜 아이더냐?”

“좋은…… 아이입니다.”

“그럼 어떤 말을 써야 하겠느 냐?”

“좋은…… 말입니다.”

이예림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대박이 그리 나쁜 말은 아닌 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이 김소 희를 보았다.

“사과 더 드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 고향까지 가려면 지금 부터 부지런히 가야 할 것 같군. 사과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김소희가 걸음 을 옮겼다.

“가자꾸나.”

김소희의 말에 이예림이 급히 남은 사과를 입에 넣었다. 그 모 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친구들 만나면 꼭 와.”

“그렇게 할게요. 그럼 오빠, 고 가웠어요.”

그러고는 이예림이 어느새 밖으

로 나가 있는 김소희를 쫓아 문 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영수가 좋아하겠네.”

토요일 오전, 강진은 배용수를 대동하고 노원을 걷고 있었다.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가 있 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걱정되잖아.”

“귀신한테 일이 있으면 무슨 일 이 있다고……

배용수의 투덜거림에 강진이 한 숨을 쉬며 그를 보았다.

“나 혼자 와도 되는데, 왜 따라 와서 그러냐?”

“귀신 찾는 건 그래도 사람인 너보다 내가 낫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최호철을 노원에서 본 귀신이 있다는 강두치의 이야기에 따라 강진은 그를 찾아 이곳에 온 것 이다.

귀신이라 별일 없겠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하도 안 오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최호철은 보육원에 있을 때 자 신을 챙겨 준 형이었으니 최소한 밥이라도 제대로 먹으러 왔으며 하는 것이 강진의 생각이었다.

노원을 걷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귀신들한테 호철 형 소식 좀 물어봐.”

“내가?”

“그거 도와주러 온 것 아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넌?”

“한 시간 후에 여기 있을게.”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라고?”

“더 일찍 찾으면 나 찾아오던

가.”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있는 칼국숫집을 가리켰다.

“저기 있을게.”

“아직 영업 안 하는 것 같은 데?”

“예전에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곳이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칼국숫집 을 보고는 물었다.

“넌 대체 알바를 몇 개나 한 거 야?”

“돈 되는 것은 다 해서... 나

도 잘 모르겠다.”

“참 많이도 했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주위를 두리 번거리다가 어딘가로 걸음을 옮 겼다.

“가게에 있어. 소식 들으면 바 로 갈 테니까.”

“그래.”

배용수에게 손을 흔든 강진이 칼국숫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노원에서 가장 유명한 칼국숫집 이 바로 여기다. 특히 점심때는 전쟁터보다 더 바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일당도 좋고, 이모님들이 좋아 서 일을 할 만한 곳이었다. 특히 반찬도 늘 챙겨주고 말이다.

온 김에 인사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강진이 문을 열었다.

아직 영업시간이 아니지만 가게 문은 열려 있었다. 그리고 홀에 서 아주머니들이 오늘 쓸 식재들 을 다듬고 있었다.

“아직 영업…… 강진아!”

반갑게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도 웃으며 양손을 흔 들었다.

“실장님!”

“잘 지냈어.”

칼국숫집에서 실장으로 통하는 주방의 실세, 이순례 여사가 고 무장갑을 낀 채 다가왔다.

“저야 잘 지냈지요. 실장님은 여전히 고우시네요.”

“얘가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이순례가 웃으며 한쪽에 강진을 앉혔다.

“밥 먹었어?”

“먹고 왔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하나 줄까?”

“주시면 감사히 먹죠.”

이순례가 웃으며 입구에 있는 커피 자판기를 눌렀다.

“아르바이트 구하러 왔어?”

“지금 무역회사에서 인턴하고 있어요.”

“인턴……? 그거 힘들잖아.”

노원 일대 회사 사람들이 점심 먹으러 오는 1순위 가게라 그런 지 이순례 여사도 인턴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힘들어도 돈 주는데 해야죠.”

“그건 그렇지. 어쨌든 강진이는 잘할 거야. 우리 강진이처럼 똑 바로 된 청년 안 뽑으면 그 회사 가 미친 거지.”

웃는 이순례를 보며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은요?”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점심때 나 오셔.”

편찮으세요?”

“나이가 있으시니까.”

이순례 여사의 말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아주머니들을 보았다.

그녀 빼고는 아는 얼굴들이 없 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여기 아르바이트했었나 봐요?”

“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강진이

아주머니들을 보다가 이순례에게 물었다.

“점례 이모님 그만두셨어요?”

“점례 어깨가 아파서 집에서 쉬 고 있어.”

“인사도 못 드리네요.”

“인사야 다음에 와서 하면 되 지.”

이순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온 김에 제가 좀 도와드릴까

요?”

“뭘 도와. 아! 겉절이 좀 가져 갈래?”

“주시면 감사히 가져가죠.”

강진의 말에 이순례가 웃으며 원래 있던 곳으로 갔다.

“앉아 있어. 채소 다듬고 금방 만들어 줄게.”

“저도 좀 도울게요.”

“앉아 있어.”

이순례의 말에도 강진이 자리에

서 일어나서는 아주머니들이 손 질한 채소들을 보았다.

‘이 순서면……

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아주머니 들이 채소 다듬는 것을 옆에서 도왔던 강진이라 다음에 손질할 채소들을 알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채 소들을 가지고 나오고는 손질한 채소들은 주방으로 옮겼다.

“말 안 해도 잘하네?”

필요한 절차를 딱딱 맞춰 하는

것에 아주머니들이 칭찬을 하자, 이순례가 말했다.

“쟤가 여기서 아르바이트 오래 했지.”

“대학생 같은데?”

“서신대 알지?”

“알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 아냐.”

“강진이가 거기 다녀.”

“좋은 대학 다니네.”

“학교 다니면서 방학 때마다 아

르바이트해서 학비 내고 생활비 쓰고. 정말 성실하고 좋은 애야.”

“혼자 알아서 잘하고 좋은 애 네.”

“그럼. 착하기는 얼마나 착한 데.”

“그럼 사위 삼지 그래요? 언니 딸도 있잖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이순례의 얼굴 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 도 잠시, 이순례가 웃었다.

“우리 애는 아직 연애할 때가

아니야.”

“대학교 2학년이라고 하지 않았 어요?”

“아직 어려. 애야 애. 채소 손질 이나 빨리해.”

말을 하며 이순례가 배추를 다 시 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 방에서 재료를 챙기던 강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순례는 강진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성격이 강하기 는 해도 잔정이 깊다 보니 반찬

이나 일하는 시간 같은 것도 이 순례가 잘 챙겨주었다.

그리고 명절날에는 명절 음식도 챙겨 주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 에게는 친이모처럼 느껴지는 좋 은 분이었다.

이순례도 강진을 안쓰러우면서 도 기특하게 생각을 해서 좋게 보고 말이다.

하지만 좋게 보는 것과 사위로 삼는 건 다른 문제다. 특히 강진 처럼 가진 것 없고 기댈 것 없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래서 화제를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딱히 그것이 서운 하거나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풍족하고 따뜻한 가 정에서 자란 사람과 만나기를 바 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었다.

강진 스스로라도, 자신과 같은 사정을 가진 사람을 자식이 배우 자로 데리고 온다면 싫을 것이 다.

그리고…… 사실 이순례 여사의 딸을 본 적이 있는데, 딱히 그 집에 사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은 없었다.

이순례 여사와 정말 똑같이 생 긴 아가씨이니 말이다.

‘장가오라고 하면 거절하는 것 도 난감하니까.’

속으로 웃은 강진이 주방에 있 는 식칼을 하나 들고는 홀로 나 왔다.

“저도 같이 해요.”

그리고 강진이 이순례 옆에 자 리를 잡자, 그녀가 웃었다.

“칼질도 할 줄 알아?”

이순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당근을 쥐었다.

“조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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