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어디에요!”
“그래, 어디에요!”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처녀귀신들의 아우성에 신수조 가 슬쩍 손을 들었다.
“ 조용.”
신수조의 말에 처녀귀신들이 급 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 처녀귀 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슬쩍 신수
조를 보았다.
‘처녀귀신들이 껌뻑 죽네.’
카리스마 있게 처녀귀신들의 입 을 막은 신수조가 강진을 보았 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강진이 신수조를 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보통 이쪽 바닥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여 요. 귀신들의 미련을 풀어주고자 하거나, 아니면 신경을 끊죠.”
“신경을 끊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도 그렇지만, 여기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귀신 에 대해 알고 저승에 대해서도 알아요.”
“그렇죠.”
“그럼…… 그 나쁜 놈이 죽어서 어떻게 될지도 감이 오죠?”
“지옥 가겠죠.”
강진의 답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여기서 죗값 못 받 아도 어차피 사람은 죽게 돼 있 고…… 죽으면 지옥이에요.”
“그래도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보고 희생이 된 사람들이 있잖습 니까?”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죠.”
“그리고 그놈이 지금 살아서 사 회에 있으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올 겁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피식 웃 었다.
‘웃어?’
강진이 의아해할 때 신수조가 손을 저었다.
“미안해요.”
“왜 웃으신 겁니까?”
“제가 이 바닥에 너무 오래 있
었나 보네요. 이런 이야기…… 그리 와닿지가 않아요.”
“왜요?”
“귀신들하고 있다 보면 죽음이 그리 크게 안 느껴져요. 죽어도 이렇게 되거나 다시 저승에 가는 것일 뿐이니까요.”
신수조가 처녀귀신들을 가리키 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하긴 신수조 씨는 몇십 년을 귀신과 부대끼며 살았으니……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라는 것에 익숙한 거구나.’
죽는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한 것이다. 그러고는 신수조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놈 때문에 자신의 삶 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여자들이 안쓰럽기는 하네요.”
“방법이 없을까요?”
“귀신들 문제면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있지만, 이승 쪽 일이면 저라고 딱히 방법은 없죠.”
“그런가요?”
“하지만…… 저 말고 다른 쪽에 서 어떻게 할 방법은 있죠.”
“방법이 뭡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입을 열었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는 애들 있잖아요.”
“알 권리라면? 기자?”
“맞아요.”
“기자들한테
이야기를 전하
라는 겁니까?”
“기자들한테 이야기만 흘리면 될 거예요. 그럼 그들이 알아서 취재할 테고…… 그럼 경찰들도 다시 조사를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증거도 없이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화를 시킬까 요?”
“기자들에 대해 잘 모르네요.”
“그런가요?”
“기자들은 물만 틀어도 밥을 태 우고 있다는 기사를 쓸 사람들이
에요.”
“방귀 소리를 듣고 설사라고 뉴 스를 쓴다는 거군요.”
“맞아요.”
“그럼 어떻게 연기를 피웁니 까?”
“요즘 인터넷 뉴스도 많고, 잡 스러운 기자들도 많잖아요. 그중 아무 곳이나 강진 씨가 아는 사 항을 알려주면 알아서 기사 쓰고 조사할 거예요. 요즘 기레기라고 해서 문제도 많지만, 이럴 경우
에는 또 쓸 만하죠. 툭 찔러주면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 주니까.”
신수조의 말에 강진의 머릿속이 회전을 했다.
‘괜찮은데. 게다가 기사가 나가 면 신수조 말대로 경찰들이 조사 를 할 것이고, 네티즌이 그놈 신 상도 털기 시작할 테고.’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계획을 짤 때, 신수조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됐죠?”
“가시게요?”
“가야죠. 얘들아.”
신수조의 말에 처녀귀신들이 몸 을 일으켰다.
“오빠, 다음에 또 올게요.”
“그래, 잘 가.”
신수조와 함께 처녀귀신들이 밖 으로 나가자 강진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됐어?”
“병원으로 옮겨졌어.”
“병원?”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귀신, 귀신 하니 혹시 머리라도 다친 것 아닌가 해서 병원으로 옮겼 어.”
“어디야?”
“경화병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를 나왔다.
“가 보게?”
“알아볼 것이 있어.”
그러고는 택시를 타고는 경화병 원으로 향했다.
경화병원에 도착한 강진은 배용 수를 따라 놈이 있다는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강진은 놈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았다. 한 쪽에 귀신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최호철을 향해 손 짓을 하자 그가 다가왔다.
“혹시 여자 귀신들이, 증거가 될 만한 건 모른대요?”
“증거?”
“아니면 자신이 죽은 장소나 시 체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여자 귀 신들에게 가서는 이야기를 나누
었다.
그리고 잠시 최호철이 서둘러 다가왔다.
“놈이 자신의 집 싱크대 뒤에 죽은 여자들 머리카락을 모아놨 대.”
“머리카락을요?”
“사이코패스들 중에는 희생자들 유품을 모으는 놈들이 있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미친놈이네요.”
“그렇지. 그리고 시체는 한곳에 모아 놓은 모양이야.”
“모아 놔요?”
“시체들을 한곳에 묻어 놨대.”
“ 다요?”
“수원 사건 피해자 시신은 빼 고. 다른 애들은 한곳에 모아 놓 은 모양이야.”
수원 살인 사건 피해자 시신은 발견이 돼서 사건화가 됐지만,
다른 피해자들 시신은 발견이 되 지 않아 사건화가 되지 못했다.
한국의 살인 사건은 97퍼센트 확률로 해결된다지만, 실종 사건 의 해결 확률은 그에 훨씬 미치 지 못했다.
시체가 안 나타나면 살해 사건 이 아니라 실종 사건인 것이다.
“위치가 어디래요?”
“경기도 덕구산.”
최호철이 위치를 설명해 주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설명으로
들어서는 어디인지 짐작이 잘 가 지 않았다.
“그런데 시신을 어떻게 옮겼대 요?”
“차로.”
“지하철 타고 다녔잖아요.”
“모텔에 차 있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사전 조사를 할 때는 차를 안 타고 다니는 거군요.”
CCTV에 찍힐 수도 있으니 차 를 놓고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것 이다.
“용의주도한 놈이지.”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힐끗 여자 귀신들이 있는 곳을 보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 정도면 캠프파이어를 할 장 작은 모아진 것 같고…… 이제 불을 질러야 하는데.’
스윽!
강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급실 여기저기에 CCTV가 설치 되어 있었다.
그런 CCTV를 보던 강진이 잠 시 있다가 병원을 나왔다.
‘최대한 내가 노출이 안 되게 연락을 해야 해.’
전에 최호철이 말을 했던 것처 럼, 잘못 연락을 하면 강진이 의 심을 받고 범인으로 몰릴 수 있 었다.
그에 강진이 시간을 한 번 보고 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KBC 뉴스 보도국은 새벽 시간 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끄응!”
작게 목을 비튼 기자, 김동성은 피곤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대학병원과 경찰서에서 죽치고 있을 후배들에게 단체 톡 을 보냈다.
〈보고.〉
〈건북대학병원 음주 운전, 나이
23 살.〉
〈논현경찰서 십 대 가출 남자
세 명. 퍽치기.〉
후배들이 보내오는 사건사고들 을 보며 김동성은 뉴스로 쓸 만 한 것은 따로 지시를 내렸다.
〈논현, 가출 이유. 십 대 탈선 쪽으로.〉
〈네.〉
간단하게 뉴스거리로 취재해 보 라는 지시를 내린 김동성이 눈을 비비며 주위를 보았다.
주변에는 각 팀별로 당직자들이 한 명씩 남아 졸거나 자신처럼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다시 눈을 비비던 김동성이 인터넷 뉴스에 들어갔다.
가끔 인터넷 뉴스로 사건이 들 어올 때도 있으니 말이다.
띠리링! 띠리링!
어디선가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김동성이 몸을 돌려 주위를 보다 가 의자를 밀었다.
촤아악!
의자를 주욱 밀며 벨이 울리는 전화 앞에 도착한 김동성이 전화
를 받았다.
“KBC 뉴스 보도국입니다.”
[제보하려고요.]
제보라는 말에 김동성이 자리에 있는 메모지를 꺼냈다.
“말씀하세요.”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기억하 십니까?]
“수원 사건……
잠시 기억을 더듬던 김동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네요. 제보하실 내용 이…… 수원 살인 사건입니까?”
말을 하는 김동성의 얼굴에는 시큰둥함이 어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국에 오는 제보 전화 대부분이 장난 전화거나 허 위였다.
그것이 비록 살인 사건이라는 심각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걸 가지고도 장난치는 미친놈들도 꽤 많다.
게다가 요즘 화제가 되는 일도 아니고 몇 년 전 사건에 대한 제
보 전화라면…… 허위일 확률이 컸다.
[네.]
“어떤 제보십니까?”
[수원 사건 범인이 경화병원 응 급실에 있습니다.]
삐걱!
의자를 앞으로 당긴 김동성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경화병원 응급실요?”
[네.]
“경찰은 알고 있습니까?”
[경찰은…… 일단 제가 하고 싶 은 이야기부터 해도 되겠습니 까?]
“아! 하세요.”
[경화병원 응급실에 경화대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기물 파손과 영 업 방해로 경찰과 함께 온 사람 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수원 여 대생 살인 사건 범인입니다. 하 지만 지금 증거는 없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말에 김동성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어렸다.
‘증거가 없다?’
증거가 없다고 하는 말이 어쩐 지 제보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 었다.
“중거가……
[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그는 열흘 전부터 노원에 있는 XX 모텔에서 투숙하며 지하철로 경화대 00 빌라촌으로 이동. 범
행 대상을 찾았습니다. XX 모텔 로 가면 그의 차가 있을 겁니 다.]
“증거가 있습니까?”
[XX 모텔에 가면 그자의 차가 있을 겁니다. 모텔에 차가 움직 였는지 확인하고, 경화대 편의점 CCTV를 확인하면 그자가 점심 과 저녁때에 늘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제보자의 말에 빠르게 메모지에 글을 적던 김동성의 얼굴에 놀람 이 어렸다.
[시체가 있는 곳을 알려드리죠.]
“시체?”
[경기도 덕구산…….]
상대가 말하는 것을 빠르게 메 모를 하던 김동성이 말했다.
“이것만으로는 위치를……
[찾으시면 그놈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보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전화는 다른 방송국과 신문사에도 할 겁니다. 빠르게 움직이세요.]
달칵!
그걸로 통화가 끊기는 것에 김 동성이 수화기를 보았다.
“달칵…… 공중전화다.”
마지막에 살짝 들린 소리는 요 즘은 듣기 힘든, 공중전화기의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나는 소리 였다.
잠시 있던 김동성이 메모지를 보았다. 메모지에는 방금 받은 전화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화대학교 00 빌라 편의점,
기물 파손과 영업 방해……
내용을 확인한 김동성이 핸드폰 을 열어서는 톡에 빠르게 글을 적었다.
〈경화대학교 편의점에서 기물 파손과 영업 방해로 들어온 사 건. 지급 확인.〉
톡을 보내자 읽었는지를 나타내 는 표시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오후 8시 45분, 29세 남 자. 휘룡 파출소.〉
〈특이상황은?〉
〈귀신이 보인다고 난리를 피워 현재 경화병원으로 이송.〉
‘귀신이 보여?’
톡의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린 김동성이 다시 글을 적었다.
〈다른 건‘?〉
〈자기가 죽인 여자가 보인다는 데 정신병자로 보임.〉
톡 내용에 김동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톡을 보낸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자기가 죽인 여자가 보인다고 했어?”
[네. 그런데 미친놈 같았습니
다.]
“미친......"
미친놈은 너지! 라고 소리를 지 를 뻔한 김동성이 살며시 목소리 를 죽였다.
주위에는 다른 기자들도 있는 상황이고, 최대한 자신이 먹어야 했다.
“당장 경화병원으로 가서 그놈 취재해.”
[취재요?]
“제보 들어왔어. 그놈이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범인이라고.”
[하지만 제보 가지고…….]
“일단 움직여!”
그러고는 김동성이 전화를 끊고 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뭐야?]
잠에 잔뜩 취한 상대의 목소리 에 김동성이 작게 속삭였다.
“지금 나오실 수 있습니까?”
김동성의 말에 상대의 목소리에
바로 힘이 들어갔다.
[뭐야? 일 터졌어?]
“제보가 들어왔는데 진짜면 대 박 특종입니다.
[제보? 팩트는?]
“지금부터 확인할 건데…… 제 보 내용이 신빙성이 있습니다. 팩트 확인하고 전화드리겠습니 다.”
[오케이! 숙직실에 명현이 들어 가라고 할 테니까. 넌 바로 튀 어.]
그걸로 통화를 끝낸 김동성이 몸을 비틀며 슬며시 일어났다.
“끄응!”
그리고 짐짓 피곤하다는 듯 천 천히 보도국을 나갔다.
스윽!
보도국을 나오는 것과 함께 김 동성이 빠르게 달리며 전화를 했 다.
“민성이 너 노원 경찰서지? 지 금 XX 모텔 가서……
말을 하던 김동성이 눈을 찡그 렸다.
‘이름을 확인 안 했네.’
속으로 중얼거린 김동성이 말했 다.
“탁성이한테 전화해서 병원에 있는 놈 이름 확인하고 모텔로 가. 가서 거기 그놈 숙박 확인하 고 차 뭔지도 확인해. 어떻게는 뭘 어떻게 해! 거기 주인 알아서 조져서 알아내. 이 자식이 내가 밥도 떠…… 됐고! 안 보여 준다 고 하면 ‘여기 모텔 소화기는 제
대로 있나? 요즘 불 나는 사건이 많아서 기획 취재 한 번 하기는 해야 하는데……라는 식으로 말해. 그래도 안 보여 준다고 하 면 전화하고.”
그걸로 김동성이 전화를 끊었 다.
보통 모텔에서 가장 취약한 것 이 화재 설비다. 걸면 대부분 걸 리는 것이 바로 화재 설비니…… 그걸 걸고 들어가면 알려 줄 것 이다.
그와 함께 김동성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경기도 덕구산…… 근데 어딨 는 거야?”
생각과 함께 김동성이 핸드폰으 로 덕구산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 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