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9화 (108/1,050)

새벽 시간대라 차도 막히지 않 아 김동성은 경기도 덕구산에 새 벽 여섯 시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타앗!

차 문을 닫으며 김동성이 말했 다.

“삽 챙겨.”

차에서 내린 김동성의 말에 중

간에 태운 후배 기자 두 명이 트 렁크에서 삽을 챙겼다.

“선배님 정말 오르시게요?”

“그럼 여기 뭐 하러 왔어?”

“그래도……

“따라와!”

말을 하며 김동성이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메모를 열 때 차가 몇 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사람들 부지런하네 요.”

“그러게, 무슨 이 시간에 등 산……

후배들의 말에 김동성이 고개를 돌리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다가 오는 차 한 대의 옆에 달린 로고 를 본 것이다.

“야! MBS다! 뛰어!”

말과 함께 김동성이 달리자 후 배들이 영문도 모른 채 급히 삽 을 들고서는 그 뒤를 따라 뛰었 다.

끼으]! 끼으]!

그리고 김동성과 후배들이 달려 가는 것과 함께 멈춘 차에서 사 람들이 뛰어나왔다.

“어! KBC다! 야, 빨리 뛰어!”

외침과 함께 MBS라고 적힌 차 에서 사람들이 급히 뛰어나오더 니 김동성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부릉! 부릉!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차들이 몇 대 더 들어오고, 그 차에서 내린 이들이 이미 와 있는 방송국 차

를 보고는 놀라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강진은 가게 문을 닫아 놓은 채 한쪽에 박스를 깔고, 그 위에 침 낭을 덮고 자고 있었다.

“강진아! 강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눈을 떴다.

“끄응!”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소리쳤다.

“뉴스 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번 쩍 뜨고는 켜져 있는 TV로 시선 을 돌렸다.

[지금 이곳은 경기도 덕구산입 니다. 저희 KBC 에서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현재 저희는 덕구산 에 연쇄 살인범에 의한 시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급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제 보 내용에 따라…….]

뉴스를 본 강진이 채널을 돌렸 다. 다른 방송에서는 정규 방송 이 나오고 있었고, 자막으로 속 보가 나오고 있었다.

〈경기도 덕구산 암매장 시신 다 수 발견〉

〈경기도 덕구산 시신 다수 발

견〉

아무래도 KBC 에서 가장 먼저 화면을 확보해서 속보를 하고 있 는 것 같았다.

여러 방송을 보던 강진이 다시 KBC를 틀었다.

[여기 보이는 구덩이들은 저희 기자들이 시신을 찾기 위해 땅을 판 흔적입니다.]

기자의 말과 함께 화면 한쪽에 땅을 판 흔적들이 보였다. 그리 고 구덩이 한쪽에 옷이 덮여 있 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충격을 막 기 위해 저희가 일단 옷으로 가 려놓은 상태지만, 이곳에는 저희 가 발견한 시신 세 구가 있습니 다. 마지막으로 제보자의 제보에 의하면…… 이 시신들은 삼 년 전 발생한 수원 여대생 살인 사

건의 다른 피해자들입니다.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얼 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이 사건, 저희 KBC 뉴스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보도해…….]

[야! 같이 좀 찍자고!]

[막지 마!]

[여기가 너네 땅이야?]

[비켜! 야! 김동성! 너 이 자식! 선배고 뭐고 없어! 죽고 싶어!]

김동성의 목소리를 뚫고 사람들 의 고함이 방송을 타고 나왔다. 그에 김동성이 급히 고개를 돌렸 다.

[막아! 막으라고!]

[야!]

급히 이동하는 김동성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잠시 방송이 고르지 못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아무래도 저희 KBC가 가장 빠르게 방송을 하 다 보니 다른 언론사의 취재 열 기가 후끈한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 니다. 전 수원 경찰서……』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수원 경 찰서 출신의 전직 경찰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목을 비틀

었다.

우두둑! 우두둑!

‘잠은 올라가서 잘 걸 그랬나?’

뉴스 나오면 배용수에게 바로 깨우라고 하고 강진은 식당에서 잠을 잤다.

이층 집은 귀신이 못 들어오는 강진 그만의 공간이니 말이다.

목을 비틀던 강진의 귀에 경찰 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저기 에 지금 경찰을 불렀냐는 것입니 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 에 의하면 시체를 발견한 시점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럼 지금 연락을 해서 취재도 좋지만, 일단 뒤로 물러나라고 해 주셨으면 합니다. 방금 말했 다시피 취재도 좋지만 저렇게 땅 을 함부로 파면 남아 있는 증거 가 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지금 연락을 하도록 하겠

습니다. 그리고 증거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보자의 말에 의하면 새로운 증거를 제보하겠 다고 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제보의 신빙성부터 파악 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보자가 누구입니까?]

[그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 다.]

[살인 사건에 관련된 증인입니 다.]

[증인이라 하지만 저희에게는 제보자를 지켜줘야 할 기자로서 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게…….]

[아! 그리고 제보자가 제보한 내용 중에……』

전직 경찰관이 원하지 않는 질 문을 하는 것에 아나운서가 바로 화제를 바꿨다.

바로 경화대에서 어제 잡힌 편 의점 기물 파손범이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범인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영상 보시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모텔에서 취재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강진은 오랜만에 학교에 들어서

고 있었다. 그리고 강진은 바로 임상옥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은 곧 눈 을 찡그렸다. 문을 열자마자 술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것이다.

“으, 냄새.”

눈을 찡그린 강진이 창문을 모 두 열었다. 그리고 연구실 문도 개방을 한 강진이 안을 보았다.

안에는 최광현과 후배들이 스티 로폼을 깔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커다란 소주 페트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1인 1병을 저런 식으로 하다 니, 대체…… 젊은 게 좋긴 좋 네.’

바닥에 뒹구는 소주병들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후배들 을 발로 툭툭 쳤다.

“야! 야!”

“끄옹!”

강진의 행동에 눈을 비비며 일 어나던 후배들이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이게 뭐냐?”

강진의 말에 후배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나서 자리를 치우 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최광현을 손으로 흔들었다.

“형.”

“끄응!”

신음과 함께 최광현이 눈을 비 비며 기지개를 켰다.

O O 으I”

작은 신음과 함께 눈을 뜬 최광 현이 강진을 보았다.

“어쩐 일이야?”

“형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왔 죠.”

그러고는 강진이 가지고 온 쇼 핑백을 들어 보였다.

“밥 먹죠.”

“ 밥?”

일단 씻고 와요. 이빨도 닦고.”

“냄새 나냐?”

“썩은 내 나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목을 비 틀고는 한쪽에서 고추장 통을 들 었다.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 통 안에 는 고추장이 아닌 세면도구가 들 어 있었다.

“씻으러 가자.”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도 한쪽에 서 각자의 고추장 통과 수건들을 챙겼다.

왜 세면도구를 저기에 넣고 다 니나 싶었지만, 구하기 쉬운 데 다 곰팡이도 안 슬고 바가지로도 쓸 수 있는 다용도 물품이었다.

심리학과가 있는 건물 한쪽에는 작은 샤워장이 있어서 학교에서 도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후배들과 최광현이 씻으러 간 사이 강진은 간단하게 청소를 했 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들어오자 강진이 연구실 한쪽에 있는 커다 란 탁자에 쇼핑백을 올려놓았다.

“밥은 있죠?”

“밥은 안 가지고 왔어?”

“반찬만 가져왔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후배에게 말했다.

“즉석밥 좀 돌리고 라면이나 좀 끓여라.”

“네.”

최광현의 말에 후배가 한쪽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즉석밥을 돌 리고 라면도 끓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여기는 연구실인지 자취방인지 모르겠어요.”

연구실에 전자레인지가 있는 것 까지는 이해를 해도 냄비에 버너 까지 있으니 말이다.

“공부할 때는 연구실이고 잘 때 는 자취방이지. 그런 걸 따져서 뭐하냐?”

“교수님은 아무 말 안 해요?”

“교수님도 가끔 여기서 주무시 고 아침에 라면 먹고 가셔.”

최광현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 진이 쇼핑백에서 반찬을 꺼내 놓 았다.

메인으로 먹을 제육볶음과 밑반 찬이 었다.

“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다음에는 우리 식당에서 드세 요.”

제육볶음을 크게 집어 한 입 먹 은 최광현이 웃었다.

“맛있네. 너희도 먹어라. 맛있 다.”

최광현의 말에 후배들이 강진에 게 고개를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밥을 다 먹은 강진과 최광현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학교 안을 걷고 있었다.

“이야! 밥 잘하더라.”

“맛있었어요?”

“그럼. 가끔 반찬 원조 좀 부탁

하자.”

“그거야 어렵지 않죠. 대신 형 이 와서 가져가세요.”

“준다는데 어딘들 못 가겠냐?”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최광현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내밀 었다.

“이것 좀 보세요.”

“뭔데?”

강진이 주는 핸드폰을 받아 든 최광현이 뉴스를 읽다가 눈을 찡

그렸다.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다른 피해자?”

“아세요?”

“삼 년 전에 형이 선배들하고 수원에서 한 달인가 먹고 자고 했었지.”

“교수님도 그때 거기 있으셨어 요?”

“살인 사건에는 안 불러도 찾아 가시는 분이니까.”

말을 하며 뉴스를 읽던 최광현 이 눈을 찡그렸다.

“경찰이 등신 같네.”

“왜요?”

“기자들을 족쳐서라도 제보자부 터 확보해야지.”

뜨끔!

“왜요?”

“제보자가 시체 묻힌 곳을 제보 했다면서? 그럼 시체를 묻는 것 을 봤다거나…… 묻은 놈, 둘 중

하나야. 그러니 제보자 신상부터 확인하고 잡아들여야지. 봤다면 왜 지금에야 신고하는지 족치고, 아니 라면..

최광현이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범인 개자식이겠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확실히 제보자가 가장 의심을 받겠죠?”

“당연하지! 살인 사건은 신고한

사람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으니 까.”

말을 하며 최광현이 뉴스를 더 검색해 보다가 댓글들을 보았다.

〈제보자 먼저 잡아라!〉

〈아무리 제보자 신변 보호를 해 야 한다고 하지만, 이건 아닌 둣.〉

〈사람이 죽었는데 보호? 네 부 모를 죽인 놈도 보호해 봐라.〉

〈내가 보기에는 제보한 놈이 범 인임.〉

“ 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댓글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보자가 범인 같네요.”

“사람들이 다 거기서 거기야. 내가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못할 일이 없지.”

말을 하며 최광현이 댓글들을

살필 때, 강진이 입을 열었다.

“형.”

“왜?’’

“제보…… 제가 했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순간 멈 칫했다. 그러고는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네가?”

“네.”

“네가 제보를 했다고?”

“네.”

강진의 답에 그를 보던 최광현 이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자 세를 바로 했다.

“왜?’’

“나쁜 놈 잡으려고요.”

“그럼 또 여기서 왜?”

“뭐가요?”

“이 여자들 죽을 때 뭐하고 지 금이냐고?”

최광현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사진에는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

을 쳐 놓고 시신을 수습하는 것 이 보였다.

“너……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 데 지금에서야 제보를 한 거 면…… 형 너 가만 안 둔다.”

최광현의 굳은 목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저도 어제 알았으니까요.”

“어제? 자세히 말해 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크게 토했다.

“후우!”

“왜 그래? 말해 보라니까.”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형, 돌아서서 핸드폰 메모장에 글 좀 적어 봐요.”

“무슨 소리야?”

“저를 믿으면…… 한 번 해 보 세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눈을 찡 그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알았어.”

그러고는 최광현이 몸을 돌려서 는 메모장을 열고 글을 적었다. 최광현의 등을 보던 강진이 고개 를 들었다.

지금 최광현의 앞에는 배용수가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배용수가 최광현 이 적는 글을 보고는 말했다.

“최광현은 천재 멋쟁이. 이 세 상에 다시없을 최고의 사나이? 이 자식 똘아이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고는 입을 열었다.

“최광현은 천재 멋쟁이. 이 세 상에 다시없을 최고의 사나이.”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벌떡 일 어나 그를 보았다.

“너……?”

“이번에는 숫자 적어 봐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잠시 놀 란 눈을 하다가 메모장에 숫자를 막 적어 넣기 시작했다.

“7847248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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