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수가 불러주는 숫자를 강진 이 그대로 말을 하자 최광현이 급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일요일의 교내에는 지나 가는 사람이 적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 뭐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형, 저 귀신을 봐요.”
‘직구로 가자.’
강진이 선택한 건 바로 직구였 다. 최광현에게 사실을 말하고 도움을 받는 것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최광현을 통해 임상옥 교수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임상옥은 경찰 내에 많은 인맥 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Ill 화
“형, 저 귀신을 봐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웃었다.
“야, 장난하지 마. 너 어디서 마 술 같은 거 배웠어?”
“마술로 어떻게 형이 쓴 숫자를 봐요?”
“그건…… 내가 모르니까 마술 아니냐? 내가 알면 내가 마술하
지!”
“그럼 여기 계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저 멀리 뛰어 갔다. 오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 간 강진이 최광현에게 전화를 걸 었다.
[왜?]
“손 뒤로 하고, 주먹이나 가위 나 보를 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 다가 손을 뒤로 빼서는 쥐었다. 그러자 배용수가 강진을 향해 주
먹을 크게 들어 보였다.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주먹은 보이기에 강진이 말했다.
“주먹.”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급히 손 을 폈다.
“ 보.”
“가위.”
“ 보.”
“주먹.”
최광현이 빠르게 손을 바꾸는
것에 배용수의 손도 빠르게 변하 자, 연달아 말하던 강진이 툴툴 거렸다.
“형,너무 빠르잖아요.”
[너…… 진짜 귀신이 보이냐?]
“네.”
[아니…… 그래, 그럼 그건 그 렇다 쳐도 내가 하는 건 어떻게 아는 거야?]
“형 옆에 있는 귀신이 알려줘 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의 몸이 그 대로 굳어졌다.
“형? 형?”
[내…… 옆에…… 귀신이…… 있어?]
“그럼 내가 어떻게 형이 내는 걸 알겠어요?”
[히이 익!]
깜짝 놀라 주먹을 주위로 휘두 르는 최광현의 모습에 강진이 고 개를 젓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귀신이 주먹 휘두른다고 맞겠 어요?”
“지…… 지금도 같이 있어?”
“나쁜 애 아니니 무서워하지 마 세요.”
“귀신을…… 어떻게 안 무서워 하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럼 제 말을 믿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주위를
슬며시 보다가 말했다.
“내가 귀신은 안 믿지만…… 너 는 믿는다.”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좀 부끄럽네요.”
“시끄러…… 그리고 귀신 저쪽 으로 좀 가라고 하면 안 되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서 운하다는 듯 말했다.
“나 버리는 거냐?”
“가 있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최광현을 힐끗 보고는 한쪽으로 걸음을 옮 겨갔다.
그리고 최광현은 굳은 얼굴로 강진이 보는 방향을 보고 있었 다. 바로 자신의 옆을 말이다.
“여기…… 있었어?”
“그럼 제가 어떻게 형이 하는 걸 알았겠어요?”
“……내 옆에 못 오게 해.”
“알았어요.”
강진의 말에 한숨을 쉰 최광현 이 그를 보았다.
“그래서, 네가 귀신을 본다고?”
“네.”
“그럼 제보도 귀신이 해 준 거 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범인도 알고?”
“네.”
“증거는?”
“범인 집 싱크대 뒤에 피해자들 머리카락을 숨겨놨대요.”
“확실해?”
“범인한테 살해당한 귀신들이 해 준 말이에요. 그것보다 확실 한 것은 없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교수님, 저 광현입니다. 네, 다 른 것이 아니라 지금 급하게 상 의 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아…… 그럼 제가 그 근처로 가 겠습니다. 아뇨. 안에서 드릴 이 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낸 최광현이 강진을 보았다.
“나한테 이야기한 건, 교수님께 말을 전하게 하고 싶은 거지?”
“네.”
“너 귀신 본다는 이야기…… 남
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거고?”
“네.”
최광현이 평소에는 어설픈 모습 이지만, 그도 심리학과 대학원생 이었다.
게다가 임상옥이 총애하는 제자 이니 나름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강진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그의 생각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께선 아셔야 할
거야. 그래야 그 나쁜 놈 잡아넣 기 쉽다.”
“알고 있어요.”
“그럼 나 말고 바로 교수님께 연락하지 그랬어?”
“귀신 본다는 말을 누가 믿어 요? 형이 옆에서 거들어줘야 교 수님도 좀 더 믿으실 것 아니겠 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자신도 강진을 오래 봤으니 믿 는 것이다. 아니, 지금도 반신반 의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최광현이 봐 온 강진은 허튼소리를 하는 놈이 아 니었다. 그래서 믿는 것이다.
귀신은 믿지 않지만…… 강진은 믿는다.
“오케이! 이해 끝. 나를 먼저 설득하고 교수님한테 넘어가려고 했던 것 맞지?”
“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야, 내 책상에서 차 키하고 지 갑 창밖으로 던져.”
최광현의 말에 건물 한쪽에서 창문이 열리며 후배가 몸을 내밀 었다.
“던져!”
최광현의 외침에 후배가 조심스 럽게 차 키와 지갑을 떨어뜨렸 다.
탓! 탓!
차 키와 지갑을 받은 최광현이 말했다.
“ 가자.”
“교수님 어디에 계신대요?”
“가면서 전화를 드려 봐야지.”
주차장으로 향하며 최광현이 임 상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저 광현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네? 뉴스는 봤 습니다. 그런데 경찰도 급했네요. 마침 잘 됐습니다. 네. 알겠습니 다.”
통화를 끝낸 최광현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
“마침 잘 됐다. 교수님 지금 노 원 경찰서에 계시대.”
“노원 경찰서요?”
“기자들이 어제 잡혀 온 잡범이 범인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몰 려온 모양이야. 그래서 경찰이 그놈 심리 좀 봐 달라고 교수님 께 연락을 했대.”
말을 하며 최광현이 차에 타자 강진도 그 옆에 올라탔다.
노원 경찰서 인근의 편의점에 서, 강진과 최광현은 커피를 마 시고 있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임상옥이 안으로 들어왔다.
“강진이도 왔네.”
임상옥이 손을 들며 다가오자
최광현이 커피를 내밀었다.
“커피숍에서 보지.”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 까?”
“그래, 무슨 일이야?”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 다.
“강진이가 귀신을 봅니다.”
뜬금없는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귀신을 봐?”
“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 언제부터?”
“두 달 정도 됐습니다.”
“얼마 안 됐네?”
무덤덤한 임상옥의 모습에 강진 이 의아한 듯 말했다.
“안 놀라세요?”
“귀신 본다는 사람이 어디 한둘 인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한 임상 옥이 경찰서 쪽을 힐끗 보았다.
“저기 경찰서 안에도 귀신 본다 는 놈 한 명 있더라.”
그러고는 임상옥이 손가락을 하 나 들었다.
“여기 좀 볼래?”
임상옥이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 이며 강진의 눈을 주시했다.
“제가 아픈 건 아닌데요.”
“정신 상태를 보는데 눈을 확인
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 심 리가 불안하면 눈이 떨리고, 긴 장하면 눈동자가 수죽하고, 기분 이 좋으면 눈동자가 개방이 되 고. 이건 감출 수 없는 거니까.”
말을 하며 강진의 눈을 보던 임 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 에는 긴장이나 다른 불안 상태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임상옥이 지갑을 꺼내서는 명함을 하나 찾아 내밀었다.
“내 후배인데 이쪽으로 잘 본 다. 가서 상담 좀 받아. 그래도
귀신이 계속 보이면 다시 말하 고.”
임상옥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 다.
“교수님.”
“이쪽은 내 분야가 아니다.”
심리학과 교수이지만, 이런 정 신 상담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 는 말을 하는 임상옥을 보며 최 광현이 말했다.
“강진이가 제보자입니다.”
“제보자?”
“시체요.”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러고는 슬쩍 주 위를 보고는 간이 식탁에 바짝 붙었다.
“강진이 네가 시체 제보를 했다 고?”
“네.”
“오늘 뉴스에 나온 덕구산 시 체?”
“네.”
“네가 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