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결정적인 제보를 더 하겠다고 했다는데, 그건 뭐야?”
“피해자들의 머리카락이 범인 집 싱크대 뒤에 숨겨져 있습니 다.”
구체적인 증거 위치를 대는 것
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다가 물었 다.
“정말이야?”
“네.”
강진의 답에 임상옥이 잠시 있 다가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귀신이 말해줬습니다.”
직구로 나가기로 한 이상 강진 은 말을 돌리지 않았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심각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그 눈에는 의심이 어려 있었다.
“귀신이 알려줬다?”
임상옥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 를 보며 말했다.
“황당하실 것 압니다. 그리고 제 말이 의심스럽고, 이런 상황 에서는 제가 가장 범인으로 의심 이 될 겁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때 저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있
었습니다.”
“알리바이가 있다는 거군. 하지 만 덕구산 시체들이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오직……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네 제보 내용일 뿐이지.”
“덕구산 시체들이 언제 살해되 고 묻힌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시간이라고 해도 저는 알리 바이가 있습니다.”
알리바이가 없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강진에 게 남는 시간이란 없었다. 하루 에 다섯 시간을 자는 것 외에는 모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말했다.
“설명보다는 그거 한 번 보여드 리는 것이 더 빠르겠다.”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핸드폰 메모장에 숫자를 아무 거나 적어 보시겠어요?”
“숫자?”
“만 단위나 억 단위로 적어 보 세요. 형, 나가죠.”
강진이 최광현을 데리고 편의점 을 나왔다.
그러고는 편의점이 들여다보이 는 창가에서 임상옥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그를 보던 임상옥 이 슬쩍 몸을 돌려서는 메모지와 볼펜을 샀다. 그러고는 주위를 보고서는 과자 코너를 뒤로하고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스스슥!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 시 선에 강진이 임상옥 옆에 붙어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스윽!
배용수가 문을 뚫고 나와서는 강진에게 말했다.
“되게 길어.”
“몇인데?”
강진이 허공을 보며 말하는 모 습을 본 최광현은 급히 옆으로
비켜났다.
“귀신 여기 있어?”
“그렇죠.”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말했다.
“35623452…… 뒤에 더 있는데 거기까지밖에 못 외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단 핸 드폰에 숫자를 적어서는 창문에 가져다 댔다.
<35623452…… 숫자가 너무 많 아서 이것까지밖에 못 외웠답니 다.〉
강진의 핸드폰에 적힌 글을 본 임상옥은 메모지를 들어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 살 짝 놀람이 어렸다.
그러고는 다시 뒤로 가서 메모 지에 뭔가를 적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배용수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스스슥!
뭔가를 계속 적던 임상옥이 강 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 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뭐야?”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이 귀신 이고, 귀신이 너한테 내가 적는 것을 말해 주는 건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임상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진의 답에 그를 보던 임상옥 이 고개를 젓고는 손을 까닥였 다.
그에 강진과 최광현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 어오자 임상옥이 말했다.
“내가 한 질문은?”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이 귀신 이고, 귀신이 너한테 내가 적는 것을 말해 주는 건가?’ 그리고 제 답은 네입니다.”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메모지를
보았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강 진이 한 말과 메모지 위의 글은 같았다.
“귀신은 어디에 있지?”
“여기요.”
강진이 옆을 가리키자 임상옥이 그쪽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귀신이라……
입맛을 다신 임상옥이 메모지를 보았다. 사실 임상옥은 귀신을 본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도 있었고, 심신미약을 주장하려고 귀신이 보인다, 귀신이 시켰다 등등의 헛소리를 하는 놈들도 있 었다.
그래서 귀신에 대한 것을 믿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아. 귀신이 있다면 이런 나쁜 놈들이 어떻게 살겠어?”
임상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귀신을 볼 수 없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
임상옥이 메모지를 보았다. 이 걸 보면 안 믿기도 어려웠다. 귀 신이 아니면 초능력자라고라도 생각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스윽!
임상옥이 노원 경찰서를 보았 다.
“저기서 귀신을 본다는 놈이 범 인이고…… 우리 쪽 증인은 귀신 이라는 거네.”
작게 중얼거린 임상옥이 턱을 쓰다듬다가 웃었다.
“귀신이 증인이라…… 재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