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18화 (116/1,050)

117화

마을로 내려온 강진이 환하게 웃으며 신수호 형제들에게 산삼 을 보여주었다.

“산삼이 에요.”

“그러네요.”

시큰둥한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산삼…… 많이 봤어요?”

“많이 봤죠.”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처음 온 자신도 산삼으로 수육 을 먹을 판이니, 자주 오는 신수 조 형제들은 얼마나 산삼을 자주 보고 먹었겠는가.

“처음에 우리 사업 시작할 때 산삼을 가게 밑천 삼았죠.”

“그래요?”

“그럼요. 여기 산삼이 꽤 가격 대가 나오거든요.”

말을 하며 신수조가 강진을 보 았다.

“만복 오빠가 산삼 줬죠.”

“네? 네.”

“산삼 팔 거면 말해요. 산삼은 부르는 것이 값인 물건이라 정가 가 없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말대로 산삼은 부르는 것이 가격인 물건이다.

즉 내가 십만 원을 부르고 상대 가 사면 십만 원이 될 수도 있었 다.

그러니 알고 팔아야 하는 것이

다.

“이건 만복 형이 처음 준 거라 제가 먹으려고요.”

“처음이라…… 그럼 다음에는 요?”

“산삼 같은 건 자주 먹으면 몸 에 오히려 해롭죠.”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피식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좋은 약도 자주 먹으면 약발이

떨어지고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강진의 말이 꼭 틀린 것 은 아니었다.

“그럼 저는 약초 좀 다듬을게 요.”

강진이 봉지를 들고 우물가로 가서는 약초들을 다듬기 시작했 다.

약초와 도라지를 정리하는 강진 을 구경하던 허연욱의 목소리에 감탄이 어렸다.

“이 도라지도 엄청 크군요.”

“삼십 년은 된 거라는데요.”

“그쯤 돼 보입니다. 이건 술 담 그면 좋겠는데.”

“도라지 구이 하려고요.”

“아......"

강진의 말에 허연욱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나왔다. 하지만 곧 허연욱이 고개를 저었다.

“백 년 된 산삼도 수육에 넣어 먹는데 삼십 년이 아니라 백 년

된 도라지라고 다를 바가 없겠 죠.”

허연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이 약재들을 정리하고는 신 수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육은 언제 해 먹어요?”

“저녁 열한 시에 먹을 겁니다.”

“저역 열한 시요?”

“그때는 돼야 여기 분들이 뭘 먹어도 제대로 먹으니까요.”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끼식당은 아니지만 11시에는 강진이 하는 음식을 직 접 섭취할 수 있다.

그러니 귀신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11시에 식사를 하는 것 이다.

“그럼 저희는요?”

“배고프면 두치 형한테 말해서 JS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 됩니 다.”

“아…… 맛있겠네요.”

“그럼 이제 김장하러 돌아가시

죠.”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삼천 포기의 배추는 어 느새 옷을 다 벗은 채 빨간색 고 무 통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귀신들이 김치 에 들어갈 양념들을 손질하고 있 었다.

타타탁!

무를 손질하는 아주머니들을 보 며 강진이 칼을 들고는 그들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많이 캤어?”

이제는 친해진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산삼이 널렸던데요.”

“사람이 안 오니까.”

웃으며 강진을 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김장은 처음이지?”

“네.”

답을 한 강진이 문득 주위를 보 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몸

을 일으켰다.

“왜?”

“제가 할 만한 일이 생각이 나 서요.”

말을 하며 강진이 주위를 둘러 보다가 신수조에게 다가갔다.

“혹시 공구 있으세요.”

“공구요?”

“톱이나 망치 같은 거요.”

“제 차에 가면 있죠.”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신수조다

보니 차에 공구를 가지고 다녔 다.

신수조가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 쇠를 꺼내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열쇠를 받은 강진이 서둘러 차 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왔다. 그 러고는 신수조의 차에 다가갔다.

신수조는 일 톤 트럭을 몰고 있 었는데 짐칸에는 네모난 공구상 자가 있었다.

철판으로 잠겨 있는 공구상자를

연 강진이 그 안을 보았다.

‘확실히 인테리어 사장님 공구 상자라 잘 챙겨져 있네.’

공구상자를 이리저리 보던 강진 이 작업 벨트를 꺼내 허리에 찼 다.

그러고는 벨트 고리에 망치와 같은 공구들을 하나씩 챙겨 꽂았 다.

못까지 골고루 잘 챙긴 강진이 삽과 톱을 챙겨서는 마을로 돌아 왔다.

“뭐 하려고요?”

공구를 챙겨 오는 강진의 모습 에 신수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저 집에서 어른들 모여 사시는 것 같은데, 좀 수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집을 보 았다. 옛날 초가집 형태의 집은 상당히 낡았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굳이 고칠 필요가 있어요?”

‘귀신이 사는 곳인데?’라는 말을

하지 않는 신수조에게 강진이 말 했다.

“귀신이라고 해도 깨끗하고 좋 은 곳에서 살면 좋잖아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그를 보 다가 힐끗 집을 보았다. 그러고 는 입맛을 다셨다.

‘맞네.’

어렸을 때부터 온 곳이라 늘 이 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집에 신 경을 쓰지 않았다.

스윽!

신수조가 집을 보다가 말했다.

“삽 줘요.”

“제가 하겠습니다.”

“어떻게요?”

“주위 집에서 멀쩡한 나무들 좀 잘라서.”

“안 돼요.”

“안 됩니까?”

“보기에는 황폐하고 버려진 마 을이지만 이모님들에게는 가족들 이 살던 집들이에요. 그 집을 부

수면 당연히 싫겠죠?”

“그건…… 그러네요.”

신수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야죠.”

신수조가 삽을 받아 들곤 강진 에게 말했다.

“마을 돌아다니면 마른 짚이나 풀들 있을 거예요. 그것 좀 모아 오세요.”

신수조의 말에 의아한 듯 그녀 를 보던 강진은 그녀가 든 삽을 보고는 물었다.

“흙에 마른 풀을 섞어서 구멍을 메우시려고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현장 아르바이트 많이 했어 요?”

“그럼요. 한옥부터 다리, 도로 공사까지 많이 해 봤습니다. 한

옥 외부 공사할 때 황토에 짚 섞 어서 하는 것도 해 봤습니다.”

황토에 물을 섞어서 진흙처럼 만들어 벽에 바르면 황토벽이 된 다.

그리고 황토벽을 튼튼하게 하려 면 마른 짚을 섞어 주면 좋다. 마른 짚이 황토와 황토 사이를 연결해 철근처럼 강도를 올려주 기 때문이었다.

“그럼 황토는 제가……

힘든 삽질을 여자에게 맡기기

어렵다는 생각에 강진이 말을 하 자, 신수조가 피식 웃었다.

“땅 아무 데나 판다고 황토가 나오는 줄 아세요?”

“그럼?”

“잘 파야죠.”

말을 하며 신수조가 삽을 어깨 에 턱하니 걸치고는 강두치를 향 해 고개를 돌렸다.

“오빠! 할 일 없으면 나 좀 도 와줘.”

“ 나‘?”

“수레 끌고 와.”

신수조가 산 쪽으로 걸음을 옮 기자 강두치가 한숨을 쉬고는 수 레를 끌고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한쪽에 있는 수레를 잡고는 마을을 돌며 마른 짚이나 풀들을 모으기 시작 했다.

강진은 흙과 마른 풀에 물을 붓 고는 삽으로 비비고 있었다.

스윽! 스윽!

강진이 삽질을 하는 것을 보며 신수조가 말했다.

“삽질 잘하네요.”

“제가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현장 아르바이트 많이 했어 요?”

“그럼요. 한옥부터, 다리, 도로 공사까지 많이 해 봤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비비던 홁을

삽으로 살짝 들어 흘려 보고는 마른 흙을 삽으로 떠서는 살살 뿌렸다.

그렇게 적당한 점성을 만든 강 진이 흙 반죽을 손으로 쥐고는 돌과 함께 집에 난 구멍을 채우 기 시작했다.

돌로 대충 구멍을 막고 그 중간 중간에 흙으로 채우는 식이었다.

그렇게 구멍을 메우는 사이 신 수조도 한쪽에서 흙 반죽으로 구 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멍을 메우던 신수조가 말했다.

“외부는 다 된 것 같은데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집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됐네요.”

여전히 다 허물어가는 초가집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구멍이 나 지는 않았으니 찬바람은 들어가 지 않을 것이다.

강진이 이번에는 지붕을 올려다

보았다.

“지붕은 안 건드려도 될까요?”

“아까 올라갔을 때 봤는데 괜찮 았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집을 이 리저리 보다가 말했다.

“집을 새로 하나 짓는 것은 어 때요?”

“이모들이 싫어할 거예요.”

“이런 곳에 사는 것보다는

“허물어져 가는 집이라도 이모 들에게는 가족과 마을 친구들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에요. 그 리고 사실 귀신한테 새집은 어울 리지 않잖아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집을 보 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 람이라면 추억보다 앞으로의 전 진을 위해 좋은 집을 원할 수 있 지만 그들은 귀신이다.

‘그래서 최소한만 수리를 한 거 였군.’

신수조는 외형을 최대한 건드리

지 않는 선에서 집을 수리했다.

나무라도 하나 잘라다가 지붕을 받치면 기울어진 것이 좀 설 텐 데도 말이다.

“전 안에 메울게요.”

“저도 같이 할까요?”

“좁아요.”

신수조가 황토를 봉지에 담아 집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신수 용이 다가왔다.

편의점 가서 도시락 사 올 건

데 뭐 먹을래.”

“나는 서천 샐러드.”

“다이어트 해?”

“새벽에 고기에 김치 먹을 건데 이거라도 가볍게 먹어야지.”

“그러든가.”

그러고는 신수용이 강진을 보았 다.

“강진 씨는요?”

신수용의 물음에 강진이 물었 다.

“JS 편의점 가시는 겁니까?”

강두치에게 말해서 JS 편의점 도시락 사 온다고 했을 때, 강두 치가 가서 사 올 거라 생각을 했 지, 신수용이 직접 가서 사 올 줄은 생각을 못한 것이다.

“네.”

“신수용 씨도 JS 편의점에 가실 수 있습니까?”

“볼 일 있으면 가죠.”

“사람인데요?”

“강진 씨도 가는데 저희라고 못 가겠어요.”

“저야 한끼식당 하니……

“저희도 한끼식당에서 살았잖아 요. 어머니 심부름으로 자주 갔 어요. 그리고 우리 형은 하루에 한 번은 저승 갔다 오세요.”

“저승?”

저승이라는 말에 강진이 물었 다.

“저승은 JS 금융과 다른 겁니 까?”

“JS 금융은 저승과 이승 중간에 걸쳐 있다면 저승은 말 그대로 저승입니다.”

“사람이…… 거길 가요?”

“JS 변호사이기도 하니 일하려 면 가야죠.”

“JS 변호사요?”

“저승에서 재판 받을 때 돈 있 으면 능력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 거든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저승에서 돈이 있으면 착한 사 람인데 왜 변호사가 필요하죠?”

저승에서 돈이 있다는 것은 살 았을 때 착하게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사람에게 왜 변호사가 필 요한가 싶은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신수용이 웃으며 말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죠.”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고 지은 죄도 죄가 된다는 말이군요.”

“살다 보면 알든 모르든 여러 죄를 짓고 살아요.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모르고 지은 죄의 무 게는 상당하죠.”

“빡빡하네요.”

알고 지은 죄는 그렇다 해도 모 르고 지은 죄까지 처벌한다는 것 은 빡빡해 보였다.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에 죄 없

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야 하는 겁니다.”

“그럼 좋은 변호사는 모르고 한 죄도 변호를 해 주는 겁니까?”

“능력 있는 변호사는 알고 지은 죄도 변호를 해 주고 무죄로도 만들어 주죠.”

“물론 돈만 있으면요?”

“그렇죠.”

“저승은 확실히 돈이 최고네

요.”

“저승뿐만 아니라 어느 세상이 든 돈 밝히는 것은 똑같을걸요.”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두치가 다가왔다.

“메뉴 정했어?”

“강진 씨만 정하면 됩니다. 그 래서 뭐 드실래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발설지옥 도시락하고 열화탕면 요.”

“라면은 봉지로 사다가 여기서 끓일 건데?”

“그럼 도시락만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신수용과 함께 다 무너져 가는 초가로 가 서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내가 이상한 세상 에 발을 디디기는 했어.’

문 하나 차이지만 그 안과 밖의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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