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20화 (118/1,050)

119화

“ 팔아요?”

“ 내가……

잠시 생각을 하던 고 부장이 조 심스럽게 말했다.

“이백만 원…… 어떤가?”

고 부장의 말에 오성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도라지 한 뿌리에요?”

“이건 보통 도라지가 아니라 산 도라지고 30년이나 묵은 것이니 이백만 원도……

말을 하던 고 부장이 입맛을 다 셨다. 말을 하다 보니 자기가 싸 게 사려고 한다는 것을 말한 셈 이었다.

그에 강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제가 아는 형님이 선물로 주신 거라 돈 받고 팔기가 그렇 습니다.”

“아…… 그런가.”

고 부장이 아쉬워하자 오성실이 조심히 손수건을 잡았다.

“이제 주시죠.”

가격을 몰랐을 때야 손으로 대 충 들었지만, 가격을 아니 쉽게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오성실의 말에 고 부장이 아쉬 운 눈과 손길로 도라지를 내밀었 다.

도라지를 받은 오성실이 그것을 강진에게 내밀었다.

“이거 너무 귀한 거라 못 받겠 습니다.”

오성실이 거절을 하는 것에 강 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가격을 몰라서 쉽게 드린 것도 있지만, 오 부장님하고 팀 원분들은 제 가게 첫 번째 손님 들이세요. 이 정도는 선물로 드 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 인턴 끝나면 저희 가게 매 상 많이 올려 주세요. 아! 접대

자리도 환영합니다.”

게다가 이미 준 건데 가격을 알 았다고 도로 돌려받는 것도 이상 하고 말이다.

“이거 참…… 그럼…… 잘 먹겠 습니다.”

이백에서 삼백은 충분히 받을 산도라지를 그냥 선물로 받았으 니, 오성실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게다가 강진은 정직원에 대한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 오성

실의 입장에서는 뇌물도 아니고 순수하게 준 것이니 말이다.

그럼 오성실을 보던 고 부장이 말했다.

“이거 어떻게 먹는 줄은 아나?”

“그냥 먹으면 되는 것 아닙니 까?”

“술에 담가서 먹거나, 꿀에 담 갔다가 일주일 후에 먹는 것도 좋은데.”

고 부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꿀요?”

“그렇네.”

강진이 봉지를 보았다.

“제가 꿀이 있기는 한데.”

“꿀?”

“절벽에 석청이 있길래 좀 땄습

니다.”

“석청!”

강진의 말에 고 부장이 그를 보 고는 말했다.

“좀 볼 수 있나?”

고 부장의 말에 강진이 석청이 들어 있는 봉지를 열었다.

봉지를 열어 본 고 부장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우와…… 이거 정말 좋군. 아 주 새까매.”

“이것도 좋은 겁니까?”

오성실의 말에 고 부장이 강진 을 보았다.

“조금 먹어도…… 되겠나?”

“드세요.”

강진의 말에 고 부장이 살짝 벌 집을 뜯었다. 귀한 것이라는 생 각에 조금만 뜯은 고 부장이 급 히 입에 넣었다.

“ O.. ”

"S’ .

작게 신음을 토하는 고 부장을 보며 강진이 오성실에게도 봉지 를 내밀었다.

“그럼 조금만……

오성실도 벌집을 살짝 뜯어 입 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군. 맛있어.”

오성실의 말에 고 부장이 강진 을 보았다.

“혹시 이것도 안 파나?”

“네.”

단호한 강진의 말에 고 부장이 입맛을 다셨다.

“저 옷 갈아입고 와야 하는 데……

“다녀오세요.”

“꿀 좀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오성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 받을 염치는 없습니 다.”

“그럼.”

오성실의 말에 강진이 봉지를 들고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는 밖으로 향했다.

그것을 보던 고 부장이 오성실 을 보았다.

“그런데 인턴한테 이런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되나?”

고 부장의 목소리에는 질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냥 먹으라고 준 것 같기는 한 데…… 워낙 고가의 약재이니 혹 시라도 소문이 나면 좋을 일이 없는 것이다.

“강진 씨는 정직원 될 생각이 없습니다.”

“응? 왜?”

“식당을 운영하거든요.”

“식당?”

고 부장의 의문에 오성실이 엘 리베이터를 잡으며 대충 그에 대 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회사 앞에 그런 가게가 있어?”

“네.’’

말을 하며 오성실이 엘리베이터 에서 내리자 고 부장이 급히 따 라 내렸다.

“그래서…… 그건 언제 먹을 건 가?”

“팀원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받 은 거니, 지금 먹으려고 합니다.”

오성실의 말에 고 부장이 입맛 을 다셨다.

“그럼 흙만 적당히 털어내고 생 으로 뜯어 먹게. 아! 대신 칼이 나 금속에 닿으면 안 좋으니까. 나무칼이나 손으로 적당히 뜯어 서 나…… 아니 그럴 것이 아니 라 같이 가세. 내가 해 주겠네.”

“그렇게 하시죠.”

오성실이 부서를 향해 걸음을 옮기자 고 부장이 그 옆을 따라 갔다.

‘적당히 잘라주고 나도 조금 먹 어도 되겠지. 설마 못 먹게 하겠 어?’

고 부장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오성실은 손에 든 도라지를 조심 히 잡았다.

‘삼십 년 된 도라지라…… 귀한 걸 받았군.’

점심시간, 강진은 팀원들과 함 께 한끼식당에서 라면에 밥을 말 아서 김장 김치와 함께 먹고 있 었다.

“역시 라면에는 김치지.”

“그러게요. 게다가 김치…… 이 거 정말 맛있는데요.”

웃으며 직원들이 라면과 김치를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식탁에 있는 도라지무침을 보았다.

오성실이 도라지에 부담을 가지 는 것을 보고 강진은 팀원들을

식당으로 불렀다.

김장 김치에 간단하게 점심이나 먹자고 말이다. 김장 김치라는 말에 팀원들도 순순히 따라왔다.

김치가 매일 먹는 것이긴 하지 만, 쌀밥에 갓 담근 김치라면 완 전히 밥도둑이다.

그 정도면 강진이 힘들지는 않 겠다 생각을 해서인지 임호진도 순순히 따라왔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반찬인 김 장 김치 옆에는 도라지무침이 놓

여 있었다. 사람들이 부담을 가 지지 않도록 도라지를 양념해서 반찬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라지무침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라면과 김치가 궁합이 너무 좋 아 맛있기도 했지만, 도라지가 오래 묵어서 그런지 씁쓸한 맛이 강했다.

약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모를 까, 반찬으로 먹기에는 조금 썼 다.

그에 강진이 도라지무침을 먹으 면서 입을 열었다.

“도라지무침 안 드세요?”

“좀 쓰네요.”

최미나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도라지무침을 보다가 말했다.

“이거 강원도 산에서 직접 캔 산도라지예요. 그래서 몸에 아주 좋습니다.”

“그래?”

강진의 말에 임호진과 남자 직 원들이 도라지를 한 젓가락씩 크 게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아무래도 몸에 좋다고 하니 한 젓가락씩 한 것이다.

“두 분도 드세요.”

“쓴데......"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게 몸의 독소를 빼서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정말요?”

“그럼요.”

산도라지가 미용에 좋다는 말은 없었지만, 몸이 건강해지면 피부 도 좋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와 김혜인이 망설이다가 도라지를 집어 입에 넣었다.

미용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강 진이 애써서 만들어 준 것인데 남기는 것도 미안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팀원들도 마 찬가지인 듯 도라지에 한 번씩 더 젓가락질을 하며 비우기 시작 했다.

강진은 그렇게 팀원들이 산도라 지를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알든 모르든 몸에 좋으면 된 거지.’

돈으로 신세를 진 것은 아니지 만, 이들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 같은 것을 많이 배웠으니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말했 다.

“며칠 동안은 돼지고기 같은 육 류는 피하세요. 도라지하고는 궁 합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그 이야기는 들었는데.”

“맞습니다.”

강성수의 말에 김혜인이 말했 다.

“그런데…… 잔칫상 같은 걸 보 면 돼지고기 요리하고 도라지무 침이 같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또 그렇네.”

“그리고 고깃집에서도 가끔 도 라지무침 나오는 데도 있고.”

궁합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데도 의외로 돼지고기와 도라지무침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와 도라지무침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가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TV를 틀었다.

사실 강진은 입맛이 없었다. 날 을 새서 김장을 하고 일을 했더 니 밥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이

다.

그리고 어제 좋은 것을 많이도 먹었고 말이다.

TV를 틀은 강진이 문득 볼륨을 키웠다.

[속보입니다.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의 범인 강영강 씨가 서울 강서 병원에 긴급 호송됐습니다. 강영강 씨는 운동 시간에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며

[한편 강영강 씨가 수감이 된 교도소에서는…….]

뉴스 속보가 들리자, 임호진이 시원하다는 듯 말했다.

“잘됐다, 개놈의 자식!”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몸을 돌려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나쁜 놈들이 나쁜 놈을 처리하 네요.”

“감옥에서도 강간범하고 소아성

애자 놈들은, 죄수들끼리도 서로 가만 안 둔다고 하더니 진짜네 요.”

“전치 13주라는데요.”

“두들겨 맞아서 13주면 엄청나 게 맞았나 보네.”

“더 맞아야지. 그런 놈은 사지 가 오도독! 오도독! 부러져도 싸 요.”

오도독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말했다.

“잘 두들겨 맞기는 했는데, 교

도소 직원들이 문제겠는데요.”

“그러게, 말 들어보니 폭행이 이십 분간 진행이 됐다는데

CCTV 사각지대로 놈이 사라지 고 이십 분 후쯤에, 교도관들이 나쁜 놈을 찾아 데리고 갔던 것 이다.

“교도관들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오빠고, 남편이니…… 어쩌면 슬 쩍 모른 척을 했겠죠.”

강진의 중얼거림에 사람들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교도소에 대해 잘 알지 는 못하지만, 교도관들이 봐준 것이 아니라면 전치 13주가 나올 정도로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는 말했다.

“만약 그랬어도 적당한 선에서 감봉 받고 끝나겠지.”

“나쁜 놈이 당한 일이니 위에서 도 적당히 하겠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뉴스를 마저 지켜보 았다.

점심을 먹은 팀원들은 기분 좋 은 얼굴로 회사에 들어서고 있었 다.

“꿀차 정말 맛있어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 찌꺼기처럼 보이는 것도 몸 에 좋은 거니까. 빨대로 잘 긁어 서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말했다.

“그런데 이거 색깔이 너무 거무 칙칙한 것 아냐?”

이상섭이 벌꿀차를 들여다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 데, 이건 색깔이 검을수록 좋다 고 하더군요.”

“그래. 아까 석청 못 봤어? 딱 봐도 와, 이건 진짜구나 하는 생 각이 들 정도잖아.”

임호진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도라지는 몰라도 석청이 귀하다 는 것은 임호진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벌집이 통째로 있으니 보기에도 좋아 보였고 말이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김치에 라 면 먹으니 좋네.”

“집에서 안 드세요?”

“마누라 온 다음부터는 그렇지 뭐. 몸에 안 좋다고 라면을 안 주네. 근데 역시 생김치에는 라 면이야.”

기분 좋은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가서 서던 임호진에게 장성태가 다가왔다.

“임 과장.”

장성태의 부름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장성태도 점심을 먹고 온 듯 부 하 직원들과 같이 오고 있었다.

“안색이 좋네.”

임호진의 말에 장성태가 웃으며 강진에게 살짝 눈인사를 했다.

“이 사장님 덕에 몸이 많이 좋 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회사인데……

“인턴 기간도 이제 얼마 안 남 았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강진의 말에 장성태가 문득 말 했다.

“아! 그리고 오늘 주신 도라지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귀 한 것을 주시고, 이거 어떻게 저 희가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 중입니다.”

“잘 드셨어요?”

“그럼요. 그런데 그 도라지…… 정말 흙도 같이 먹어야 하는 겁 니까?”

“흙요?”

“고 부장님이 이런 귀한 것은 흙만 털어내고 먹어야 한다고 해 서 살짝 홁만 털어내고 화장지로 닦아서 먹었는데……

말을 하며 장성태가 입맛을 다 셨다. 물로 안 씻어서 그런지, 먹

을 때 입에 흙 맛이 가득했던 것 이다.

“그래요?”

“혹시 아닙니까?”

“저는 그냥…… 물에 씻어서 먹 었는데요.”

강진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임호진이 의아한 둣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희도 도라지 먹지 않았어?”

장성태가 임호진에게 되물었다.

“도라지? 점심에 강진이가 도라 지무침 해 주기는 했는데…… 강 진이가 도라지 줬나 보지?”

“ O ”

“그런데 무슨 도라지를 흙하고 같이 먹어?”

“산삼도 원래 그렇게 먹는대.”

“그거야 산삼이고, 이건 도라지 잖아?”

“30년 된 도라지잖아.”

“30년 된…… 도라지?”

임호진이 의아한 듯 장성태를 보자, 그가 말했다.

“몰랐어?”

“그냥 산도라지라고……

“헐…… 고 부장님이 그러는데 그거 삼백만 원은 족히 받는 거 라고 하더라.”

장성태의 말에 임호진을 비롯한 팀원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 다.

“도라지가 삼백?”

“30년 넘은 도라지는 산삼하고 도 안 바꾼다고 하더라.”

장성태의 말에 임호진이 강진을 보았다.

“우리가 먹은 게…… 설마?”

“30년 된 도라지 두 뿌리입니 다.”

“두 뿌리?”

“한 뿌리만 하기에는 양이 조금 밖에 안 나와서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과 팀원들이

자신의 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육백만 원어치 도라지가 지금 자 신들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 닌가?

‘아이 씨! 그렇게 좋은 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많이 먹을걸.’

‘내가 많이 먹었나? 몇 젓가락 안 먹은 것 같은데.’

‘도라지 내가 한 접시 다 먹은 것 같은데…… 흐흐흐! 여보, 기 다려.’

팀원들의 얼굴에, 정확히는 많

이 먹은 자와 적게 먹은 자 사•이 에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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