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21화 (119/1,050)

120화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 최동해 가 강진에게 살며시 말했다.

“형.”

최동해는 강진에게 중국어로 말 을 걸었다. 강진은 중국어 연습 도 할 겸, 최동해와 둘이 말을 할 때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왜?”

“차인호 씨 퇴사했대요.”

차인호면 인턴 동기였다.

“아직 인턴 기간 남았잖아?”

“12월에 다른 회사 인턴 채용이 있거든요. 거기 지원한다고 그만 둔 모양이에요.”

“그래?”

“회사마다 인턴을 채용하는 시 기가 다르니까요. 아마 다른 인 턴 중에서도 퇴사하는 사람들 있 을 거예요.”

“정직원이 안 될 것 같은 사람 들 중에서 말이지?”

“그렇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인턴은 오직 정직원이 되기를 바라고 하는 것이지, 월급을 보 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 직원이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쪽 을 알아보는 것도 나았다.

게다가 여기 회사 분위기를 보 면 다른 곳에 갔다고 나쁜 소리 를 할 곳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최동 해를 보았다.

“집에 말했어?”

살 뺀다는 이야기를 했냐는 것 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허락 맡았어요.”

“그럼 언제 갈 거야?”

“인턴 끝나고 하루 있다가 가려 고요.”

“바로 가게?”

“새해라고 뭐 먹고, 구정이라고 뭐 먹으면 살은 어떻게 빼겠어 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최동해의 말이 맞다. 새해, 구정 다 먹을 것이 많은 때라 다이어 트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시기였다.

차라리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바 로 산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 다.

“자! 슬슬 일 정리하자고.”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모두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시간에 퇴근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모두 일찍 퇴근하 기로 했다.

점심에 산삼이나 다름없는 도라 지를 먹었으니 약발을 잘 받을

수 있게 집에서 푹 쉬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임호진이 직원들에게 모 두 일찍 퇴근하라고 한 것이다.

“그럼 도라지 약발 잘 받게 푹 쉬고. 아! 강진이가 말을 한 대 로 음식 피할 것은 피해.”

“알겠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직원들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도 가방을 들고는 사 무실을 나왔다.

퇴근을 하고 가게에 돌아온 강 진은 배용수와 허연욱이 앉아 있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강진이 낸 소리에 배용수가 눈 을 찡그렸다.

“아?”

“미안. 내가 급해서 깜빡했다.”

“깜빡할 것이 따로 있지, 우리 를 깜빡하냐? 그리고 깜빡했으면

와서 우리를 부르던가 해야 할 것 아냐!”

“정말 미안해.”

그러고는 강진이 허연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시는 데 힘드셨죠?”

“신수용 씨가 태워다 줘서 편히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점심때는

안 계시던데?”

“신수용 씨가 일 몇 가지 처리 하느라고 세 시쯤 도착했습니 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너 진짜……

“내가 산삼을 받았잖아.”

강진의 말에 순간 배용수가 입 을 다물었다.

“백 년 묵은 산삼?”

“ "응."

“왜…… 같이 먹게?”

귀신이라 딱히 몸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삼 이니 귀신이라도 먹고 싶은 것이 다.

배용수의 기대감에 찬 말에 강 진이 고개를 저었다.

“같이 먹기는 할 건데, 너 말 고.”

“나 말고?”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 제가 아니군요.”

허연욱이 머쓱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숙수님하고 먹으려고.”

“우리 숙수님?”

“몸도 안 좋으신데 보신하시면 좋잖아. 왜, 너하고 먹을까?”

“아니야. 우리 숙수님하고 먹어. 근데…… 너 어제도 먹었는데 또 먹어야 하냐?”

“그게 어디 먹은 거냐? 그냥 국 물 마신 거지.”

“그 국물에 산삼 영양이 다 들 어 있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그래도 만복 형이 나 먹으라고 챙겨 준 건데, 나도 맛은 봐야 지.”

말을 하며 강진이 전화를 는 순간 허연욱이 말했다.

“잠시만.”

“네?”

“숙수님은 신장과 간이 안 십니다.”

“그렇죠.”

“산삼이 몸에 다 좋을 것 만, 약성이 강한 만큼 몸에 도 줍니다.”

하려

좋으

같지

무리

“그래요?”

“건강한 사람은 더 건강하게 해 주지만,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오히려 몸을 해할 수도 있습니 다. 특히 신장과 간이 안 좋으니 오히려 약성이 몸에 해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약성이라는 것도 간과 신장이 해독을 해야 하는 성분이니까요.”

그러냐는 듯 보는 강진을 보며 허연욱이 말을 이었다.

“드시더라도 그동안 몸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진맥을 하고 난 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진맥을 해 보고 결정해야겠지 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일단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한 번 오고 안 오기에 나를 잊 었나 생각을 했지.]

“아…… 죄송합니다. 제가 회사 를 다니면서 가게 운영을 하다

보니……

[웃자고 한 말이니 너무 미안해 하지 말고.]

“몸은 좀 어떠세요?”

[피곤함이 좀 덜하기는 한데 난 잘 모르겠군.]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현 스님은 약을 쓰 지 않고 먹는 것과 생활 습관으 로 그의 병을 치료하고 있으니 회복이 더디기는 한 것이다.

“그래도 덜 피곤하시다니 다행

이네요.”

[그렇기는 하지.]

“제가 어제 강원도에서 김장을 하고 왔습니다.”

[김장도 하나?]

“가게에서 쓸 김치를 사서 쓸 수는 없죠.”

[맞아. 김치는 가게의 기본이고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사다 쓰 는 것은 아니지. 잘 생각했네.]

“감사합니다.”

[그래, 몇 포기나 했나?]

“삼천 포기요.”

[삼천 포기? 그렇게 많이 했 나?]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요.”

[안 힘들었나?]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김장 김치라도 주려고 전 화를 한 건가?]

“그건 아니었지만 드실 거면 좀 드리겠습니다.”

[김장 김치는 나눠 먹어야지. 그게 바로 정 아니겠나. 그래, 다 른 용건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뭔가?]

“제가 강원도에서 산삼을 캤습 니다.”

[산삼?]

“귀한 것이라 같이 드셨으면 해 서 전화드렸습니다.”

[산삼을 나눠 먹자고?]

“시간 괜찮으시면 오늘이나 내 일 저녁에 들러 주세요.”

[진짜?]

“그럼요.”

[오늘이나 내일?]

“오늘 캐서 가지고 온 거라 마 르기 전에 바로 먹는 것이 약효 가 좋지 않을까 해서요.”

[술을 담글 것이 아니라면 그것 이 좋기는 하지. 원래 산삼이라 는 건 캐서 바로 오도독! 씹어 먹는 것이 가장 좋거든.]

“제가 가서 먹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아침에는 회사에 가고 저녁 에는 장사를 해야 해서…… 죄송 합니다.”

[산삼 나눠 먹자고 한 전화인데 죄송하기는 뭐가 죄송한가?]

강진이 죄송한 마음에 말을 하 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던 김봉남이 말했다.

[저녁 장사는 나도 해야 하 니…… 여덟 시 후에 가도 되겠 나?]

“오늘 오시게요?”

[산삼이라는데 바로 가야지.]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허연 욱이 말했다.

“오실 때 도수 높은 소주 좀 부 탁하세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일단 말 을 했다.

“그리고 혹시 오시는 길에 도수 높은 소주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 요?”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강진은 허연욱의 말을 바로 말했다. 허 연욱이 먹고 싶어서 도수 높은 소주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소주?]

강진이 허연욱을 보자 그가 말 했다.

“혹시라도 숙수님 몸 상태가 산 삼을 드실 처지가 안 되면, 도수 높은 술에 담금주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래 묵 혀 뒀다가 먹으면 몸에 좋으니까

요.”

허연욱의 말을 강진이 그대로 말을 했다.

[아…… 그런 것도 생각을 해 주는 건가?]

“몸에 좋자고 먹는 건데 몸에 해를 끼치게 할 수는 없죠.”

[그래, 알겠네. 내가 잘 챙겨서 가도록 하지.]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이 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내 려왔다.

그러고는 가게 앞에 영업 시작 을 알리는 아크릴 판을 가져다 놓았다.

가게 안에는 두 테이블이 차 있 었다. 귀신들이 없으면 손님들이 오다가다 들어오고는 하는 것이 다.

게다가 그 손님들이 다음에 또 오기도 했다.

“근데요, 사장님.”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에는 사십 대 중년인들 셋 이 앉아 있었다.

전에 선지 해장국을 만들 때 자 주 오던 손님들이었다.

“앞으로는 저녁에 장사 쉬지 않 고 하시는 겁니까?”

“그동안 제가 장사를 띄엄띄엄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이 먼저 사과를 하자, 손님 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여기 밥 먹으러 왔다가 문 닫혀서 발길 돌린 적이 많기 는 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침에는 회 사를 다녀서 가게에 조금 소홀했 습니다.”

“태광무역 인턴도 곧 끝이죠?”

“네.”

“그럼 앞으로는 점심 장사도 하 는 겁니까?”

“점심, 저녁 모두 앞으로 늘 할 생각이니 많이들 찾아주세요.”

“음식이 싸고 맛있는데, 우리야 자주 올 마음이 가득하죠.”

“감사합니다. 서비스로 계란 프 라이라도 해 드릴까요?”

“서비스면 뭔들 못 먹겠습니 까?”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다 른 테이블을 보았다.

“손님들도 계란 프라이 드시겠 어요?”

“그럼 저희야 감사하죠.”

두 테이블 손님들이 모두 먹겠 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잠시만요.”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가스레인 지를 키고는 계란 프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계란 프라이는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하 지만 계란 프라이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노른자를 익히는 사람도 있고 안 익히는 사람도 있고, 노른자

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고 안 터 뜨리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계란을 뒤집어서 앞 뒤를 익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쪽만 익히는 사람도 있고, 혹 은 한쪽을 완전히 익히고 다른 한쪽은 살짝 뒤집어서 불만 살짝 입히고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진이 가장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는 약한 불로 따뜻하 고 보드랍게 익힌 상태였다.

노른자의 모양도 살리면서 말이 다.

계란 프라이를 부드럽게 익힌 강진이 그것을 곧 테이블로 가져 다주었다.

“이거 계란 프라이만 봐도 이 집 실력을 알겠어. 딱 맛있겠네.’’

“취향이 저와 비슷해서 다행이 시네요.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서빙을 한 강진이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할 때, 풍경 소리 와 함께 김봉남이 안으로 들어왔 다.

“오셨어요.”

강진이 인사를 하자 김봉남이 웃으며 다가왔다.

“마지막 손님 상 봐드리고 바로 왔지.”

그러고는 김봉남이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다.

“오늘은 그래도 손님이 있군.”

“저녁 장사를 좀 해서 요즘은 몇 분씩 오십니다.”

“잘 했어.”

김봉남이 강진과 이야기를 나누

는 것을 보던 손님 한 명이 슬며 시 말했다.

“저기 혹시, 김 숙수님 아니신 지?”

손님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김봉남입니다.”

“아이고! 이거 팬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손님이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내밀자 김봉남이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제가 식사하시는데 방해가 된 것 같습니다. 편하게 식사하세 요.”

“그, 죄송한데 사진 한 장 만……

“그렇게 하시죠.”

그러고는 김봉남이 다른 손님들 에게도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사진 찍으실 거면 지금 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팬 서비스는 한 번에 하는 것 이 좋더군요.”

김봉남이 웃으며 하는 말에 손 님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 에 섰다.

그에 강진이 손님들의 핸드폰을 받아서는 한 명씩 사진을 촬영해 주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와서 촬영을 부탁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한 번 에 찍어주는 것이 김봉남으로서 는 편한 것이다.

김봉남이 짧게 팬 서비스를 마 치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디 좀 볼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홀을 한 번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손님들도 많은데 산삼을 꺼내기 는 좀 그런 것이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이끼로 싸여 있는 산삼을 꺼내 싱크대에 올렸다.

스윽! 스윽!

이끼를 조심스럽게 들자 산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삼의 모습이 보이자 김봉남이 감탄을 하며 말 했다.

“좋군. 좋아!”

김봉남은 산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귀한 한정식 요리 중에는 산삼을 넣고 하는 음식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운암정에도 수십 년 묵 은 산삼주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크고 좋은 물건은 김봉남 도 처음이었다.

“백 년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 다.”

“백 년…… 아! 좋군. 좋아!”

김봉남이 연신 산삼을 보며 중 얼거리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걸 먹자고?”

“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 았다.

“그…… 자네, 이게 얼마인지는

아나?”

“모릅니다.”

“이건......"

김봉남이 산삼을 보며 가격을 말하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아는 분이 가격을 알면 못 먹 는다고, 그냥 먹으라고 하더군 요.”

“하긴…… 가격을 알면…… 못 먹지.”

김봉남이 이해가 된다는 듯 산 삼을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이거 캐 주신 분이 저 먹으라고 캐 주신 거라…… 그냥 먹으려고 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잠시 있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먹으라고 한 건데 내가 먹어도 될지 모르겠군.”

김봉남의 말에 가볍게 웃은 강 진이 슬쩍 몸을 숙이며 작게 중 얼거렸다.

“허연욱, 허연욱, 허연욱, 배용 수...

그렇게 둘을 부르자 곧 옆에 두 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용수 는 김봉남을 보고 얼굴이 밝아졌 고, 허연욱은 김봉남의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강진을 보았 다.

“진맥을 합시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김봉남에 게 몸을 돌렸다.

“저 잠시 손 좀……

“손? 후! 진맥을 하려는 건가?”

전에 강진이 자신의 손을 잡고 맥을 짚었던 것을 떠올린 것이 다.

“제가 한의사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는 알지. 혼자 살다 보니 이런저런 걸 배웠다는 것 아닌가?”

김봉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산삼을 드실 체력이 되시는지, 잠시만 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몸이 좋았으면 좋겠군. 이런 좋은 것을 보기만 하면 몸이 더 아플 것 같아.”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런 강 진의 손 위로 허연욱의 손이 닿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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