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고대훈이 차에 다가가며 말했 다.
“아반뜨가 사회 초년생이 타기 딱 좋죠. 2016년 7월에 나온 건 데 주행 거리는 2만밖에 되지 않 습니다.”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다. 이 차를 선택할 거냐는 의미였다.
그에 강진이 차에 다가가 보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자, 이상섭 이 말했다.
“가격은?”
“700만 원입니다.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차를 보다가 말했다.
“칠백이면 세지 않아?”
“에이, 형님.”
고대훈이 섭섭하다는 듯 이상섭 을 보았다.
“형님도 중고차 시세 아시잖아
요. 이 년 되고 이만이면 얼마인 지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저 섭섭해요.”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입맛을 다셨다. 이상섭이 중고차 매매를 전문으로 하지는 않지만, 중고차 해외 판매를 몇 번 하다 보니 시 세 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다.
“이 정도 모델이면……
고대훈이 슬쩍 주위를 보고는 말했다.
“구백이 넘죠.”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구백은 넘을 것이다.
“제가 작업 좀 치고 하면 사실 천만 원까지도 받아 낼 자신이 있는데…… 형님이고 하니까. 들 여온 값에 드리는 겁니다.”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차를 보았다.
“확실히 2만이면 얼마 안 타기 는 했네.”
“그럼요. 그리고 속이랑 밖이
다 깔끔해요.”
고대훈이 자동차 문을 다 열어 서는 안을 가리켰다.
“보시죠.”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자신 있게 문을 열 만큼, 확실히 차 내부는 깨끗 했다.
물론 귀신만 없다면 더 깨끗하 겠지만 말이다. 강진이 차를 구 경할 때, 고대훈이 말했다.
“아! 그리고 사고 이력이 하나
있어요.”
“사고 이력?”
이상섭이 눈을 찡그리자, 고대 훈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양심적입니다. 손 님이 물어보지도 않은 사고 이력 까지 먼저 이야기하는 브로커, 어디서 보셨어요?”
“그래서 뭔데?”
“큰 건 아니고 조수석 창문만 보험 처리가 되어 있어요.”
“ 창문만?”
“조수석 창문만 새로 갈았어요. 그것 외에는 깔끔해요.”
“ 진짜?”
“에이, 그럼요. 속일 거면 제가 왜 먼저 사고 이력 말했겠어요.”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힐끗 그 를 보았다.
‘장사 잘하네.’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은 물건의 흠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홈이 있을 때 말을 하지 않다 가, 나중에라도 고객이 알게 되 면 배신감과 속았다는 감정을 느 낄 수 있다. 하지만 먼저 흠을 말하면 신뢰가 간다.
게다가…….
“못 믿겠으면 이따 자동차 사고 이력 떼서 보여드릴게요.”
고대훈의 말대로 사고 이력은 조회하면 바로 나올 것이기도 하 고 말이다.
그러고는 고대훈이 웃으며 말했 다.
“요즘 세상에 사고차 속여서 팔 면 장사 못 해요.”
“그래도 하는 사람들 있잖아.”
“양심에 털 난 놈들이죠. 그리 고 저는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 객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 람입니다.”
고대훈과 이상섭이 대화를 나누 는 사이 강진은 뒷좌석의 귀신을 힐끗 보았다.
두 귀신은 그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나한테 시선을 안 주는 것을 보면…… 저승식당에 가 본 적이 없는 지박령인가 보네.’
저승식당 주인들은 그 특유의 기운이 있다. 그래서 식당이 아 니더라도 저승식당 주인이라는 것을 귀신들이 알아본다.
하지만 저승식당을 안 가 본 귀 신들은 그 기운을 못 알아보았 다. 전에 고등학생 귀신들이 강 진을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말이
다.
귀신들도 사람처럼 배워야, 귀 신으로서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귀신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 고 싶지는 않은 강진이 그들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며 차를 살폈 다.
“이 사람이 사는 건가?”
“불쌍하네. 귀신 들린 차를 사 고.”
“저 사람 운전할 때는 그냥 가 만히 있자. 저번처럼 괜히 가까 이 가서 운전하다가 가위눌려서 사고 나게 하지 말고.”
“내가 괜히 그랬어? 운전을 이 상하게 하니까 그런 거지.”
“그래도. 여기 처박혀 있는 것 보다는 차 타고 어디 돌아다니면 서 구경하는 것이 낫잖아.”
두 귀신이 하는 이야기에 강진 이 귀신을 보았다.
“사고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헉!”
귀신이 헛바람을 삼키며 놀란 눈을 하자, 강진이 차에 타며 고 대훈을 보았다.
“저 차 시동 한 번 걸어 봐도 될까요?”
“그럼요. 차 키 좀 가져오겠습 니다.”
고대훈이 사무실로 가자, 이상 섭이 말했다.
“커피 마실래?”
“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고대훈의 뒤를 따라갔다. 그것을 보던 강 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이 차, 사고 차량이에요?”
“지금…… 우리가 보이십니까?”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
“그건 제가 나중에 이야기해 드 릴게요. 그래서 차 사고는, 크게 났어요?”
강진의 말에 남자 귀신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
남자 귀신이 뭐라 말을 하려 할 때 여자 귀신이 급히 말했다.
“차 멀쩡해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 를 보았다. 여자는 머리에서 피 가 철철 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에서 난 피 가 얼굴을 타고 뚝뚝 흐르고 있 었다. 강진이 보자 여자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차 멀쩡해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 를 보다가 말했다.
“저, 잘 모르시나 본데…… 거 짓말을 하면 저승 가서 죄받습니 다.”
“죄요?”
“저승 가면 생전에 한 일들을
모두 판결을 하는데, 거짓말도 죄로 치고 지옥에 보냅니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우물 쭈물하더니 말했다.
“지옥…… 요?”
“귀신이 있으니 지옥도 있어 요.”
강진이 으름장을 놓듯이 하는 말에 여자 귀신이 잠시 머뭇거리 다가 말했다.
“차는 멀쩡해요.”
“차는 멀쩡하면…… 사고는 있 었나 보네요.”
“그…… 깨끗하게 고쳐졌어요.”
“사고는 났는데 차는 멀쩡하다 는 건가요?”
“네.”
이미 짐작한 내용이기는 했다. 사고 차량이 아니면 이렇게 귀신 이 달라붙어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강진이 슬쩍 귀신들을 보았다.
‘무슨 사고가 어떻게 났기에 둘 이 죽어?’
눈앞의 여자 귀신은 얼굴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반면 남자 귀 신은 얼굴이 조금 파리한 것을 빼고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귀신이 둘이나 있다는 건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는 것이 니, 사고가 나도 크게 났을 것 같았다.
“조수석 유리만 갈았다고 하던
데, 다른 곳 갈은 데도 있죠?” 강진의 물음에 남자 귀신이 고
개를 끄덕였다.
“몇 곳 있기는 한데 그건 사고
까지는 아닙니다.”
“어디 어디 했는데요?”
“범퍼 조금 수리했고, 운전석
도색 좀 한 것이 끝입니다.”
“그게 다예요? 거짓말하면 나중
에 지옥 가요.”
강진의 말에 남자 귀신이 쓰게
웃었다.
“이미 지옥 특석에 예약이 되어 있는 몸이라…… 그건 무섭지 않 네요.”
“ 네?”
강진이 무슨 말인가 싶어 남자 귀신을 보자 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일단 고친 부분은 그것이 다입 니다. 그것 빼고는 차는 잘 나가 고 문제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남자가 웃으며 말했
다.
“아…… 귀신 둘도 서비스로 딸 려가기는 하네요.”
남자의 말에 여자 귀신이 그를 툭 쳤다. 쓸데없는 소릴 한다는 의미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차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 요?”
“제가 차를 좋아해서 아는데, 귀신 있는 것만 빼면 싸게 사는 겁니다.”
“칠백이요?”
“네.”
남자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혹시 차 가격이 칠백까지 떨어진 것이 두 분하고 관련이 있나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차 안이라는 공간이 좁아서 그 런지, 운전하시는 분들이 처음에 는 괜찮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희 존재를 조금씩 느끼시더군요.”
“하긴 귀신과 가까이 있으면 좋 은 것이 없죠.”
강진의 말에 남자가 그를 보았 다.
“그런데 어떻게 저희를 보시는 겁니까?”
“저승식당이라고, 귀신들을 상 대로 하는 식당을 제가 운영합니 다.”
“귀신을 상대로 식당을요?”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 로 하고…… 그럼 두 분은 이 차
에 묶여 있는 지박령입니까?”
“네.”
“지박령이 뭔지는 아세요?”
“어딘가에 묶여 있는 귀신 아닙 니까?”
“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소설이나 TV 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하긴 귀신이 드라마나 영화에
서 나오기도 하니까. 소설도 있 고.’
귀신과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인도 귀신에 대해 아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저승의 생활은 이승의 것을 따라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내가 무식한 걸 수도 있겠네. 소설이라도 사다가 읽어 봐야 하나?’
귀신들에 대해 공부할 자료가 의외로 여럿 있다는 것을 떠올리
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이 차, 여기에 얼마 주고 넘겼어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거래는 밖에서 해서……
“그럼 이 차 몇 번 거래됐어 요?”
“네 번입니다.”
이 년 된 차가 네 번이나 중고 로 거래가 됐다면…… 거래가 많 이 된 것이다.
“그럼 두 분은 원래 차주?”
“제 차였어요. 선주는 제 여자 친구고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선주라 불 린 여자 귀신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만나 서 반갑네요.”
“저도요. 사람하고 이야기 나눈 거 정말 오랜만이에요.”
선주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밖을 보았
다.
저만치서 이상섭과 고대훈이 오 고 있었다.
그 둘을 본 강진이 남자를 향해 빠르게 말했다.
“그 거래, 네 번 다 여기서 했 나요?”
“네.”
“다 저 브로커가 했고요?”
“네.”
“그럼 사 간 사람이 저 브로커
하고 싸웠어요?”
“첫 번째 사 간 사람은 싸우지 는 않았는데, 두 번째 사람은 죽 이네 살리네 하고 크게 싸웠습니 다.”
“세 번째하고 네 번째는요?”
“그 사람들도 전화로 대판 욕하 고 하기는 했어요.”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커피 마셔.”
이상섭이 믹스 커피를 내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여기 차 키하고 사고 이력 떼 어 왔습니다. 보세요.”
고대훈이 서류철과 차 키를 주 자 강진이 사고 이력을 보았다. 고대훈의 말대로 사고 이력에는 조수석 창문 수리에 관한 것만 있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차를 보다 가 말했다.
“그런데 범퍼도 좀 한 것 같은
데요.”
“범퍼요?”
“네.”
말을 하며 강진이 힐끗 뒷좌석 의 귀신들을 보자 남자 귀신이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에 강진이 남자 귀신이 가리 키는 방향을 대충 손으로 가리켰 다.
“여기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눈가가
살짝 떨렸지만. 곧 웃으며 말했 다.
“그건 사고까지는 아니고, 조금 찌그러져서 전 차주분이 조금 손 을 보신 겁니다. 차 끌고 다니면 그 정도는 다……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눈을 찡그렸다.
“형 속인 거냐?”
“에이 형님, 저를 어떻게 보시 고. 그냥 그 정도는 사고 급도 아니고 조금 손을 본 거죠. 보험
처리할 건더기도 되지 않는 소액 수리라 자기 돈으로 고친 것 아 니겠어요?”
그러고는 고대훈이 웃으며 이상 섭을 보았다.
“그것 외에는……
“여기 운전석 도색도 새로 한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눈가가 다시 굳어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도색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 손을 봤는데, 강진이 그걸 알아챘으니 말이다.
“대훈이 너, 형한테 이럴 거 야?”
“형님, 와서 보세요.”
이상섭이 섭섭하다는 듯 하는 말에 고대훈이 급히 운전석에 그 를 데리고 가서 보여 주었다.
“형, 여기가 어딜 봐서 도색을 한 것 같아요?”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운전석
을 보았다. 확실히 티는 나지 않 았다.
“그래서 했다는 거야? 안 했다 는 거야?”
“그…… 사실 하기는 했는데, 사고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문 콕 자국이 있어서 조금 도색한 겁니다.”
그러고는 고대훈이 웃으며 말했 다.
“형님도 차 운전하시니 알잖아 요. 이 정도는 다 비일비재하죠.
어떤 중고차가 기스 하나 없겠어 요?”
고대훈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에서 막 출고한 차에도 상처는 있다.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잘 아시네요. 그럼 어떻게?”
고대훈이 차를 가리키자 강진이 말했다.
“오백만 원에 하시죠.”
강진의 당당한 말에 고대훈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흥정이라는 것도 하기는 하지 만…… 이건 칠백도 싼 겁니다.”
“대신 이 차를 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고대훈 씨에게 전화 를 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기다리다가 들었는데…… 이 차 귀신 들렸다면서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얼굴이 굳어 졌다.
“아니, 그게 무슨?”
“차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 이 그러더라고요. 이 차 귀신 들 려서 여기 들어온 것만 네 번이 나 된다고. 전에는 차 사간 사람 하고 대판 싸우기도 하셨다던 데?”
물론 지나가던 사람이 아니라
차에 탄 귀신한테 들었다. 하지 만 그걸 모르는 고대훈으로서는 누군가에게 들었다 생각할 수밖 에 없었다.
‘어떤 자식이 남의 영업을 방해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