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41화 (139/1,050)

140화

굳은 얼굴로 강진을 보던 고대 훈이 말했다.

“혹시 얼굴 좀 크고 덩치 있는 놈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 나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고대훈에게는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런 것도 같고……

‘강태석, 이 개자식이……

속으로 욕을 하던 고대훈이 한 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말씀대로 차를 사 가신 분들이 이상하다고 다시 가져오 시기는 했지만…… 차에는 문제 가 없습니다.”

자신을 사장님이라 칭하는 고대 훈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차에는 이상이 없지만, 귀신이 들렸다면서요?”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 어요?”

“그래도 주인이 네 번이나 바뀌 었으면……

말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차를 보다가, 운전석에 타며 조수석을 가리켰다.

“타세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의 얼굴에 살짝 불편함이 어렸다.

‘어?’

고대훈의 얼굴에 어린 불편한 시그널을 읽은 강진이 속으로 웃 었다.

‘귀신이 어디에 있냐고 하면 서…… 무서워하네? 혹시 전에 타 본 적이 있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조수석 을 다시 가리켰다.

“타세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조수석에 탔다.

“이 차 타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고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들어오면 문제가 없나 확인 할 겸 시운전을 해 봅니다.”

“아…… 그럼 자주 타셨겠어 요.”

“자주는 아니고……

말꼬리를 흐리며 입맛을 다시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차 키를 꽂았다.

“시운전해 봐도 되나요?”

“보험 문제 때문에 그건 좀 그 렇고요. 시동만 걸어 보시죠. 아 까 차 보시는 것 보니 엔진 소리 만 들어도 아실 것 같은데.”

전문가도 쉽게 알지 못할 흔적 들을 강진이 찾아낸 것을 보고, 차에 대해 잘 안다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차 키를 돌렸다.

부릉!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는

것에 강진이 힐끗 백미러로 뒤를 보았다.

그리고 남자 귀신과 눈을 마주 치고는 슬쩍 고대훈을 가리켰다.

‘건드려요, 건드려.’

강진의 시선에 남자 귀신이 망 설이자, 여자 귀신이 그대로 몸 을 일으켜서는 고대훈의 귀에 숨 을 불어 넣었다.

“후우우!”

“으아厂

여자 귀신이 숨을 불어 넣자 고 대훈이 깜짝 놀란 얼굴로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니…… 갑자기 오한이 들어 서.”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귀 를 비비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시동을 껐다. 그러고는 다시 차 키를 쥐었다.

“다시 해 볼까요.”

강진의 중얼거림은 고대훈을 향

한 것이 아니라 여자 귀신을 향 한 것이었다.

부릉!

다시 시동이 켜지는 것과 함께 여자 귀신이 얼굴을 앞으로 빼서 는 이번에는 고대훈의 목덜미에 숨을 불어 넣었다.

“후우우우!”

“으악!”

순간 고대훈이 급히 차 문을 열 고는 뛰쳐나갔다.

우당탕탕!

“왜 그래?”

상황을 모르는 이상섭이 놀라 고대훈을 부축하자, 고대훈이 급 히 벌떡 일어나서는 목을 손으로 문질렀다.

“이거 뭐야?”

놀람과 두려움이 어린 눈으로 목을 긁는 고대훈의 모습에 이상 섭이 그를 진정시킬 때, 강진이 차 문을 열고 나오며 눈을 찡그 렸다.

‘자극이 너무 심했나? 이거 벌 받는 것 아냐?’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도 죄는 죄일 테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귀신 붙은 차인데 다른 사람한 테 팔리게 되면 오히려 위험해. 혹시라도 운전 중에 귀신이라도 보게 되면 큰 사고가 될 수도 있 잖아.’

귀신 들린 차를 타면서 겁내지 않고 그냥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은 자신뿐이었다.

밤에 혼자 차를 타고 가는데 백 미러로 귀신이 보이면? 말 그대 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름 자기 합리화를 하는 강진 이었지만, 영 틀린 생각도 아니 었다.

‘……그래, 어쩌면 이건 고대훈 씨가 죄를 짓지 않게 해 주는 선 행이야.’

나쁜 물건을 좋게 팔려고 하면 그것 역시 죄가 생기는 일일 테

니 말이다.

어쨌든 운전석에서 내린 강진이 고대훈을 보았다.

“귀신이라도 보셨나 봐요?”

“아…… 아닙니다.’’

목을 거칠게 문지르는 고대훈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오백…… 오십에 어떠세요?”

원래 생각했던 금액에서 오십을 더 붙였다. 귀신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귀신의 말을 들어 보면

구백 이상은 가는 물건이다.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강진을 보다가 힐끗 차로 시선을 돌렸 다.

“이 차 다른 중고 매매상한테 넘겨도 칠백은 받습니다.”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안 파신 데에는 이유가 있겠 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고대 훈이 눈을 찡그렸다. 사실 맞다.

일반인도 차를 사 갔다가 이상 한 현상을 겪었다느니, 귀신이 나왔다느니 소릴 지르며 환불을 요청하고 소란을 피우는데…… 같은 동종업자들은 더 개난리를 피울 것이다.

사실 한 번 다른 중고 매매상을 통해 팔았다가 다시 끌고 온 적 도 있다.

원래 중고차 매매는 한 번 팔면 환불이나 그런 것을 절대 안 해 주지만…… 차가 깔끔하고 잘 나 와서 처음에 친한 형에게 판 것

이 문제였다.

‘그때 그 형한테 파는 것이 아 니었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팔았다면 그냥 모른 척하고, 원래대로 환불이나 그런 것을 안 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친한 형이고 그 형 이 차를 타고 난 후 ‘몸이 안 좋 다. 헛소리가 들린다.’는 등의 말 을 하니 환불을 해 준 것이다.

물론 백 정도 남기고 환불을 해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구매자는 성격 이 개진상인 남자였는데, 죽인다 고 칼까지 들고 난리를 쳐서 환 불을 해 줬다.

세 번째로 차를 산 사람은 다른 중고 매매상이었다. 더는 신경 쓰기 싫어서 원가에 넘겼다. 그 런데 그 중고 매매상이 그 차가 깨끗하고 잘 나간다고 마누라를 주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리고 네 번째로 샀던 사람은, 두 달 전에 주차장에 차를 끌고 와서는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

여 버리겠다고 난리를 쳤었다.

그래서 고대훈으로서도 이 차가 지긋지긋하기는 했다. 하지만 장 사꾼이라는 것이 지긋지긋해도 손해는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650으로 하시죠.”

고대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600으로 하시죠. 사회 초 년생 사정 좀 봐 주세요.”

강진은 마지막에는 웃으며 사정 좀 봐 달라는 식으로 숙이고 들

어갔다.

일종의 밀당이었다. 강하게 나 가다가 약하게 나가면 상대는 자 신이 배려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매일 못되게 구는 상사가 한 번 잘해 주면 그것에 더 감동을 받 지만, 매일 잘해 주는 상사가 한 번 구박하면 그것이 더 서러운 것처럼 말이다.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잠시 있 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렇게 하죠. 대신 지금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입금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요. 그럼 어디다가 사인하 고 입금할까요?”

강진의 말에 고대훈이 고개를 젓고는 사무실을 가리켰다.

“사무실로 오세요.”

순식간에 거래가 완료되고 사무 실로 가는 고대훈의 모습에 이상 섭이 강진을 보았다.

“차 이것만 보려고?”

“네.”

“그래도 온 김에 몇 대 더 보지 그래?”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한 번 스윽 보고 바로 결정하는 것 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좋은 차 잘 잡았어요.”

“차에 대해 잘 알아?”

“좀 알아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차를 힐 끗 보고는 말했다.

“근데 귀신 들렸다는 소리는 뭐 야?”

“아까 형이 사무실 들어갔을 때 누가 그런 말을 해 주더라고요.”

“그럼 다른 차 사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형, 귀신 믿어요?”

“믿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왕 살 거면 소리 없는 차를 타는 것이 좋지. 굳이 귀신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는 차를 살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백만 원 깎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이 뒷좌석을 보 았다. 자신을 멀뚱거리며 보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웃었 다.

‘여기 있기는 하지.’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이

상섭이 말했다.

“그래도 찝찝하잖아.”

“저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러다가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 다.

“사무실 먼저 가세요.”

“너는?”

“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

고 갈게요.”

“사무실 저 건물이야.”

“네.”

그러고는 강진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는 차 문을 열었 다.

그런 강진을 두 귀신이 바라보 았다.

“사기로 했어요?”

“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배용수가 여기가 어딘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강진이 말했다.

“여기 두 분하고 같이 있어.”

“응?”

무슨 말이냐는 듯 보는 배용수 의 모습에, 강진이 남자 귀신을 보았다.

남자 귀신은 놀란 눈으로 배용 수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니 놀란 것 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귀신 못 봤어요?”

“보기는 봤지만 차 안에서만 봐 서……

“생긴 건 이래도 나쁜 놈 아니 에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렸다.

“내가 생긴 게 어때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눈과 귀, 거

기에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 리며 할 말은 아닌 듯싶었다.

“많이 어때.”

많이 이상하다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뭐?”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 했다.

“형 차 샀다.”

“이거 산 거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

았다.

“귀신도 있는데? 야, 너 설마 귀신 들린 차를 샀어?”

황당하다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 이 웃었다.

“어차피 너 데리고 다니면 뭘 타도 귀신 들린 차지.”

“그건…… 그렇지.”

“그리고 장거리 갈 때 심심하지 않고 좋지.”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남자 귀

신에게 말했다.

“궁금한 건 얘한테 물으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 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리다가 차에 올라탔다. 그에 강진이 조수석을 닫고는 몸을 돌 려 사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 * *

강진은 자신이 산 차를 타고 회 사로 향하고 있었다. 차를 사는 것은 생각보다 간편했다.

돈 내고 보험에 가입하고, 관공 서 가서 서류 몇 장 작성하니 끝 이었다.

모든 절차를 마친 강진은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운 전을 하던 강진이 힐끗 조수석에 탄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뒤에 있는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승식당? 그런 곳이 있었군 요.”

“있기는 한데…… 그쪽은 차에 묶여 있어서 식당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저희는 못 들어가나요?”

“일단 차 밖으로 못 나오잖아. 차가 식당에 들어갈수도 없 고……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이 급

히 말했다.

“저희도 차에서 조금은 떨어질 수 있어요.”

“얼 아 나?”

“그게......"

여자 귀신이 남자 귀신을 보자, 남자 귀신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 했다.

“한 십 미터 정도는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꽤 멀리 가네?”

“그런가요?”

“땅에 묶여 있는 지박령들은 꽤 활동 범위가 넓은데, 이렇게 물 건에 묶여 있는 지박령들은 물건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거든. 차가 이동하는 물건이라서 그런가?”

움직이는 물건에 묶여서 활동 범위가 넓은 건가 하는 배용수를 보며 남자 귀신이 말했다.

“십 미터면 어떻게, 식당에 들 어갈 수 있을까요?”

“길가에 차 세우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보도라고 해도 그리 넓지 않으 니 십 미터면 식당 안에서 활동 할 거리가 될 것이다.

그에 귀신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러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니……

두 귀신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 며 강진이 말했다.

“뭐 먹고 싶어요?”

“네?”

“오늘 차 오너 된 기념으로 맛 있는 것 해 드릴게요. 뭐 드시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이 서로를 보다가 남자 귀신이 말했다.

“선주, 뭐 먹고 싶어?”

남자 귀신의 말에 여자 귀신, 선주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역국.”

“미역국?”

선주의 말에 남자 귀신의 얼굴 에 의아함이 어렸다.

“너 미역국 안 좋아하잖아.”

남자 귀신의 말에 선주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오빠 생일날…… 내가 죽었잖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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