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귀신에게는 보이지 않고 신수호 도 모르는 문…….
그리고 아마도 신수호도 문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려져 있거나 숨겨져 있던 것 도 아닌데, 신수호는 문의 존재 를 몰랐으니 말이다.
“그럼 저승식당 주인만 볼 수 있는 문인가?”
집은 주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 고 했다. 신수호가 이 집에 오래 살아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하지 만, 주인하고는 또 다를 것이다.
즉 저숭식당 주인에게만 보이는 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저승식당 주인만 보이는 거면, 물어볼 사람도 다른 저숭 식당 주인밖에 없다는 거네?”
강진은 문에 대해 호기심이 생 겼다. 아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 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안 보이 는 문이 자신에게만 보이니 말이 다.
‘다른 저승식당 주인에게 물어 보면 되려나?’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일단 가게로 내려왔다. 무슨 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영업시간이 다가 오니 말이다.
가게로 내려온 강진은 주방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최훈 과 선주를 볼 수 있었다.
“기다리셨죠?”
“할 것도 없는데…… 괜찮습니 다.”
최훈의 말에 강진이 TV를 보았 다.
“TV라도 켜고 갈 것을 그랬네 요.”
말을 하며 강진이 TV를 켜고는 최훈을 보았다.
“거리는 확인해 보셨어요?”
강진의 말에 최훈이 선주 뒤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저기까지 갈 수 있더군요.”
그 정도 거리라면 최훈과 선주 가 있기에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 다.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 문 앞에 판을 가져다 놓으며 영업 시작을 알리고는 두 귀신을 향해 말했 다.
“그리고…… 저기 죄송한데, 잠 시 차에 가 계시겠어요?”
“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 선주가 강진을 보았다.
“저희 나가요?”
“귀신이 있으면 사람 손님들이 어려워하세요.”
“우리가 보이지도 않는데요?”
“보이지는 않지만 귀신 특유의 기운이 있으니…… 귀신이 있으 면 손님들이 오지 않더군요. 그 래서 이따 저녁 11시 되시면 그 때 다시 들어오세요. 그때는 맛
있는 미역국 끓여 드리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선주가 입맛을 다 시자 최훈이 웃으며 말했다.
“영업하는 곳에 귀신이 있으면 당연히 안 좋죠. 가자.”
“텔레비전 보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대신 자동차에서
TV 틀어 드릴게요.”
내비게이션으로도 TV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최훈이 괜찮다는 듯 웃고는 선주를 데리고 뒷문으 로 가게를 나왔다.
“괜히 미안하네.”
자동차 지박령들로서는 황당하 고 서운할 것이다.
귀신이 된 후 유일하게 자신을 봐 주는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 이 귀신들을 위한 식당을 한다고 하니 반갑고도 좋았을 것이다.
죽고 나서 차에 매인 지번]■령이 되어 좁은 차 안이나 그 근처만
있을 수 있었는데, 이제 자신들 도 좀 편히 쉴 수 있는 집에 들 어갈 수 있다 생각을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귀신들을 받는 영업시간 전에는 나가라고 하니…… 서운 하기도 하고 실망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업을 방해받 을 수는 없으니…….
‘영업시간에만 내보내고, 남은 시간은 편히 지내게 해 주자.’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내비
게이션을 켜고는 TV를 틀어 주 려 하자, 최훈이 고개를 저었다.
“시동 안 켜고 내비게이션 오래 틀어 놓으면 배터리 나갑니다.”
“그래요?”
“그러니 우리 신경 쓰지 마시고 일하세요.”
최훈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 시고는 선주를 보았다.
“오늘 밤새워서 TV 보게 해 드 릴게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아쉬운 듯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고개를 끄 덕였다.
“……고마워요.”
뜬금없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문을 닫았 다.
저녁 장사를 마치고 10시 30분 쯤, 강진은 귀신들이 먹을 음식 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주 씨!”
강진의 부름에 TV를 보며 웃던 선주가 고개를 돌렸다.
“미역국에 고기 뭐 넣을까요?”
“고기요?”
“소, 닭, 참치, 계란 중에 뭐 넣 을까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고개를 갸 웃거렸다.
“미역국에 참치하고, 계란도 넣 어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문득 요리
연습장을 보았다. 요리 연습장에 는 참치, 계란, 거기에 도다리나 광어와 같은 재료를 넣은 미역국 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강 진도 레시피로만 봤지 소고기 말 고 다른 것을 넣은 미역국을 먹 어 본 적은 없었다.
‘맛있나?’
참치와 계란 같은 것을 넣으면 맛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던 강 진이 선주를 보았다.
“어떻게 하실래요?”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뭐가 맛있 다고 말을 하기도 그랬다. 강진 의 말에 선주가 말했다.
“미역국은 소고기죠.”
“알겠습니다.”
강진이 웃으면서 소고기를 꺼내 며 말했다.
“최훈 씨 생일날 뭐 해 주려고 했어요?”
“미역국요.”
“생일인데 미역국만 하려고 하 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준비한 음식 뭐 더 없어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슬며시 최 훈을 보고는 말했다.
“요리 몇 가지 더 준비하기는 했는데……
“어떤 거요?”
강진의 물음에 선주가 잠시 있 다가 말했다.
거짓말하면 정말 지옥 가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 침에 거짓말하면 지옥엘 간다고 했더니 그것이 걸리는 모양이었 다.
그에 강진이 말했다.
“저승 가면 재판을 받을 때, 거 짓말도 재판한다고 하더군요.”
“오돌뼈 볶음하고…… 훈제 삼 겹살하고…… 일본식 계란말이 준비했는데……
“요리 잘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어색하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편의점에 잘 나오더라 고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 다가 웃었다.
“편의점이 잘 나오기는 하죠.”
“그럼요. 편의점이 정말 잘 나 와요.”
“맞아요. 그리고 꼭 직접 차려 야 정성인가요? 잊지 않고 준비 를 한 것이 정성이죠.”
“그…… 그렇죠.”
선주의 답에 강진이 주방에 있 는 재료를 떠올리고는 말했다.
“훈제 삼겹살이 베이컨하고 비 슷하니 베이컨하고 오돌뼈 볶음, 일본식 계란말이 준비해 드리겠 습니다.”
“그렇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최훈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요! 맛있게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선주가 잠시 있다
가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선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러고는 고기를 썰어 물에 담가 놓고 계란과 오돌뼈를 꺼냈다.
재료를 준비한 강진이 요리 연 습장을 펼쳐 빠르게 넘겼다.
〈일본식 계란말이
1인당 계란 세 개 정도를 준비
한다. 계란을 볼에 풀고 설탕 과……〉
일본식 계란말이 레시피를 본 강진이 그것을 읽어 내려가며 고 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
소금과 채소 정도가 들어가는 보통 계란말이와 다르게 일본식 계란말이는 여러 가지가 들어갔 다.
설탕과 소금, 거기에 미림, 간
장, 우유까지…….
어쨌든 계란말이 레시피를 읽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 들을 꺼내 섞기 시작했다.
촤촤촤촥!
계란을 볼에 넣고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은 강진이 레시피대로 양념과 우유를 넣다가 고개를 갸 웃거렸다.
‘근데 이게 무슨 맛일까?’
계란말이에 설탕을 넣으니 단맛 이 날 것은 짐작이 되는데 미림
과 간장, 거기에 우유가 들어가 니 대체 무슨 맛이 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고 나서 나도 먹어 봐야겠 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섞어 놓은 계란을 내려놓고는 오돌뼈 에 양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이든 바로 만들어서 먹어야 맛있는 법이니, 준비만 해 놓고 11시가 되기 직전에 요 리를 할 생각이었다.
보글보글!
미역국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맛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 다.
‘맛있다.’
고소한 소고기의 풍미는 물론이 고, 따뜻하고 기름진 국물에 속 이 편해지는 맛이었다.
미소를 지은 강진이 오돌뼈를 프라이팬에 올리고는 볶기 시작 했다.
촤아악! 촤아악!
그렇게 오돌뼈가 익어갈 때 이 번에는 일본식 계란말이도 만들 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에 계란 푼 것을 붓고 젓가락으로 휘저은 강진이 그것 을 한쪽으로 몰고는, 다시 계란 물을 부었다.
‘만드는 건 그냥 계란말이하고 비슷하네. 하긴 이것도 계란말이 니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계란
말이를 말며 다른 한 손으로는 오돌뼈가 있는 프라이팬을 흔들 었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이 음식을 만들 때 그 옆에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으윽!
“밥 풀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옆을 보 니 그가 현신을 한 채 자신을 보 고 있었다.
“벌써 열한 시야?”
“지금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홀 을 보았다. 홀에는 어느새 귀신 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었다.
“밥은 내가 풀 테니까, 손님들 뭐 먹을지 물어봐.”
“오케이!”
배용수가 홀로 나와 들어온 귀 신들에게 말했다.
“뭐 먹을 거예요?”
배용수의 말에 귀신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기 시작하자, 배 용수가 그것을 기억하며 말했다.
“알았어요.”
배용수가 메뉴를 받아 오는 것 을 보며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 다.
선주와 최훈은 놀란 눈으로 서 로를 보며 얼굴을 만지고 있었 다.
“오빠, 얼굴이……
“선주야……
“오빠!”
서로를 보며 서로의 얼굴을 쓰 다듬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만들었다.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오며 냉장 고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내가 할 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너는 일단 그 음식이나 내.”
“오케이!”
말을 하며 강진이 도마에 계란
말이를 내려놓았다. 계란말이는 무척 두툼했다.
두툼한 계란말이를 놓은 강진이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사으I! 사"으'!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계란말이 를 그릇에 담은 강진이 끝부분을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후우! 후우!”
바로 만들어 먹는 거라 뜨거웠 지만 씹자 맛이 괜찮았다.
‘계란말이가 달달할 줄 몰랐네. 우유를 넣어서 그런지 좀 푹신한 것도 같고. 어쨌든…… 맛 괜찮 네.’
계란말이의 맛에 미소를 지은 강진이 오돌뼈 볶음과 미역국, 그리고 밥을 담아서는 홀로 가지 고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쓰 다듬던 선주와 최훈이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귀신이 사람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저승식당, 한끼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진의 말에 최훈이 음식을 보 다가 그를 보았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편하게, 맛있게 드세요.”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 켜주기 위해 강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술이 있는 냉장고로 가서는 소주 를 그들의 자리로 가져다주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최훈이 소주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 아니다. 하 지만 그들이 죽은 날이 최훈의 생일이었고, 그때 못 받은 생일 상을 지금 차린 것이기에 강진이 축하를 해 준 것이다.
“술과 음료수는 저 냉장고에 있
으니 부족하시면 더 가져다 드시 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그들이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몸을 돌려 주방 으로 들어갔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던 배용 수가 힐끗 홀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부럽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부러워?”
“여기 귀신들은 다 혼자인 데…… 저기는 커플이잖아. 외롭 지는 않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왜?”
강진이 고개를 젓는 것에 배용 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자,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마 냥 좋지는 않겠지.”
“그건…… 그렇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 보니....
‘나라도 상대가 살았기를 바랐 겠네.’
동반 자살을 한 것이 아닌 이 상,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를 바 라는 사람은 없다.
내가 죽더라도 상대가 살기를
바라는 것이 사랑이니 말이다.
그에 삼겹살을 뒤집으며 배용수 가 냉장고에서 우유와 밀가루를 꺼내기 시작했다.
“뭐 만들게?”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특제 음 식.”
말을 하며 배용수가 강진을 향 해 말했다.
“오늘은 요리 네가 해라.”
말을 하며 배용수가 집게를 주
자 강진이 삼겹살을 뒤집으며 그 를 보았다.
배용수는 밀가루를 볼에 넣더니 우유를 붓고는 계란을 풀기 시작 했다.
‘뭘 하려는 거지?’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배용수가 우유와 밀가루를 섞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