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47화 (145/1,050)

146화

강진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황민 성을 볼 때, 그가 의아한 듯 말 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드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 다.

황민성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강진은 말 을 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많기는 하지만, 손 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은 주인이 할 일이 아니었다.

식당 주인은 손님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지, 손님을 귀찮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아 닌 것이다.

말없이 음식을 다 먹은 황민성 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답에 황민성이 가게를 둘러보았다.

“이상하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요.”

“손님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

으며 주위를 보았다.

“그런 점도 없지 않겠네요.”

가게에 다른 손님이 없어 편히 먹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전에 왔을 때도 저 오고 손님 들이 다 나가던데…… 혹시 한 시가 마감입니까?”

“손님이 있으면 계속합니다.”

“그럼 제가 마지막 손님이군 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언제 오시더라도 저에게는 소 중한 손님이니,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으면 오세요. 새벽 두 시 라도 손님들은 환영입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하네 요.”

“손님이 와 주시는 것이 감사하 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 민성이 말했다.

“이번 주까지가 인턴 마지므]•이

라고 하셨던가요?”

“네.”

“태광무역이라고 하셨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 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정직원 하고 싶으세요?”

“정직원요?”

“제가 태광무역 지분이 좀 있습 니다. 원하시면 사장님께 정직원 추천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

으로 그를 보았다.

‘확실히 돈이 많기는 한가 보구 나.’

전에 조원식에게도 150억 투자 를 했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돈을 회수도 안 하고 지분만 받 았었는데, 이제는 태광무역에 지 분까지 있다고 하니…….

‘무슨 죄인이 이렇게 성공을 했 어?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냐?’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학비 낼

돈이 없어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 는 학생들도 있는데, 150억을 굴 리는 큰손이 죄인이라니…….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 성이 말했다.

“어떻습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태광무역이 좋은 회사인 건 맞 지만…… 식당에 열중하려고 합 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두 번 말 하지 않았다. 대신…….

“단체 예약도 가능합니까?”

“물론 됩니다. 언제로 잡아 드 릴까요?”

환하게 웃는 강진의 모습에 황 민성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아직 날짜는 잡지 않았지 만…… 연락하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약은 선 입금인 것은 아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갑을 꺼냈다. 그리 고 돈을 꺼내려 하자 강진이 고 개를 저었다.

“조 사장님이 주시고 간 돈이 있습니다. 이 돈이면 앞으로 세 번 정도는 무료로 식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 사장님한테 잘 먹었다고 전 화라도 한 번 드려야겠군요.”

“그리고…… 조 사장님도 치매 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습니 다.”

“그럴 테지요.”

“알고 계셨습니까?”

“조 사장님 할아버지가 치매를 겪으셨......"”

말을 하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 았다.

“혹시 조 사장님 사정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혹시 조원식이 하지 않은 이야 기를,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어머니를 치매로 잃었습 니다.”

“그러시군요.”

“그런 슬픔은…… 가슴에서 잊 히지 않더군요.”

말을 하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 고는 말했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가게를 나서는 황민성을 배웅해 준 강진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정리하고…… 돼랑이 밥 주러 가자.”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진은 서 둘러 그릇들을 정리하고는 빠르 게 설거지를 마쳤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 쌓여 있는 20킬로그램짜리 돼지 사료 두 포 대를 양쪽 어깨에 짊어졌다.

JS 편의점에서 쌀을 사다 주기 는 했지만, 멧돼지 가족에게는 부족할 것이니 사 놓은 것이다.

사료 40킬로그램을 들었지만 강 진은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공 사 현장에서 40킬로그램짜리 시 멘트를 메고 계단도 오르던 그이 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 다.

*  * *

철컹!

강원도 김치 저장소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 다가 크게 외쳤다.

“돼랑아!”

돼랑아…… 돼랑아…… 돼 랑…….

얼마나 크게 외쳤는지 메아리가 울리는 것과 함께 강진이 잠시

주위를 살폈다.

“만복 형이 알아서 왔으면 좋겠 는데.”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 여기 서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만복이 있는 곳까지는 산길을 걸어 한 시간은 가야 하는데, 내일 출근 하는 강진으로서는 갔다 오기 무 리였다.

얼굴이라도 보려면 만복이 저번 처럼 자신의 기운을 느끼고 찾아 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잠시 있던 강진이 숨을 들이마 시고는 고함을 질렀다.

“돼……

“야, 시끄러.”

고함을 지르려던 강진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 어느새 만복이 서 있었 다.

그리고 만복은 혼자가 아니었 다. 소녀 귀신도 함께였다.

“오셨어요?”

“왔으면 알아서 오지, 왜 시끄 럽게 해?”

“저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마을 까지 갔다 가기는 힘들 것 같아 서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혀를 차고 는 바닥에 놓인 사료를 보았다.

“사료 가져왔네.”

“10킬로그램짜리 쌀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

그러고는 만복이 주위를 둘러보 다가 말했다.

“우리 것은 없어?”

“이거 놓고 다시 들어가서, 형 하고 누나 먹을 것도 사 올게 요.”

문 열고 바로 JS 금융에 들어가 편의점으로 가면 되니 시간도 얼 마 안 걸리고 어렵지 않았다.

“오는 길에 같이 사 오지.”

“이거 두 포대 들고 오는 거라 들 손이 없었어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포대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으로 사 와.”

만복의 말에 강진이 소녀를 보 자 그녀가 말했다.

“나는 콜라.”

“알았어요.”

강진의 답에 만복이 한쪽을 가 리켰다.

“돼랑이 온다.”

만복이 가리키는 곳을 본 강진

은 돼랑이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돼랑이가 다가오는 것에 강진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무서워?”

만복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 각과는 다르네요.”

돼랑이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전에 소시지를 줬었고 JS 편의 점에서 산 쌀도 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덩치를 다시 보니 어 쩔 수 없이 살짝 두려움과 경계 심이 들었다.

‘최소한…… 먹을 걸 주는 사람 은 안 물겠지.’

개도 밥을 주는 사람은 안 문다 는 말을 믿으려고 하며 강진이 애써 손을 들었다.

“안녕.”

멧돼지한테 인사를 한다는 것이

조금 황당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라도 자기를 알아봐 줬으면 했 다.

그래야 안 물릴 테니 말이다.

강진의 인사에 다가오던 멧돼지 가 침을 질질 홀렸다.

‘나 먹는 거 아니다.’

꿀꺽!

자신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이 꼭 자기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강진이 그러든 말든 만복은 돼 랑이를 손으로 불렀다.

“이리 와.”

만복의 손짓에 돼랑이가 다가왔 다. 그러고는 그에게 머리를 숙 이자, 만복이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쌀 다 먹었어?”

푸르르! 푸르!

거친 숨을 토하는 돼랑이를 보 며 만복이 그 배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배부른 것 보니 다 먹었나 보 네.”

끄덕! 끄덕!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진을 보고는 냄새를 맡았다.

킁! 킁!

그러고는 강진의 발에 머리를 문댔다.

후두둑! 후두둑!

털이 문질러지는데 마치 사포로 발을 문대는 것 같은 감각에 강

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자신에게 친근함을 표시 하는 돼랑이를 밀어낼 수도 없었 다.

친해지자고 다가오는 사람을 밀 어내면 사이가 멀어지는 법이다.

사람과 짐승이 심리학적으로 같 지는 않겠지만…… 감정은 같을 것이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고 말 이다.

그에 강진이 손을 들어 살며시

돼랑이의 목에 올렸다.

움찔!

강진의 손길에 돼랑이가 그를 보자, 강진이 슬며시 손을 움직 였다.

“먹을 것 가져왔어. 먹을 거. 알 았지? 먹을 거.”

먹을 거라는 말로 ‘나 나쁜 사 람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강진이 가지고 온 사료를 가리켰 다.

“자, 먹을 거. 냠냠.”

강진이 먹는 소리를 내자 돼랑 이가 사료에 코를 대고는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침을 더 질질 흘리자 강 진이 사료 봉지의 한쪽을 뜯었 다.

우두둑!

봉지가 뜯어지자 돼랑이가 거기 에 입을 대고는 사료를 씹어 먹 기 시작했다.

그런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만 복을 보았다.

“얘네 집 멀어요?”

“배달까지 해 주게?”

“얘가 들고 갈 수는 없잖아요.”

손도 없는 멧돼지가 사료 포대 를 들고 가기는 어렵다. 입으로 끌고 가려고 하면 나뭇가지와 돌 에 찢겨 다 흘려버릴 것이다.

강진의 말에 만복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다 둬.”

“그럼 새끼들은요?”

“자기들이 여기 와서 먹어야지. 이제 슬슬 움직일 만할 거야.”

“그냥 제가……

“산속 깊은 곳이라 사람 몸으로 는 오르기 힘들어.”

“아......"

“그럼 가서 초콜릿 사 와.”

만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이 돼랑이를 보았다.

“여기다 두면 비 맞으니까. 저 기 지붕 밑에 둘게.”

김치 저장소 문 위에는 지붕이 있어 비와 눈을 막을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사료를 들어 지붕 밑에 내려놓았다.

“여기다 둘 테니까 배고프면 여 기 와서 사료 먹어.”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문득 그 머리를 보았다.

돼랑이의 눈썹에 난 털이 특이

했다. 다른 곳은 갈색과 흙색, 즉 보통 멧돼지라고 생각하면 떠오 르는 색들이었는데, 눈썹은 은색 으로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마치 여자들이 눈 화장을 할 때 바르는 은색 펄을 툭툭 떨어뜨린 느낌이랄까?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사료를 먹고 있는 돼랑이를 보다가 만복 에게 물었다.

“형.”

“왜?”

“돼랑이 눈썹 색이 변한 것 같 은데요?”

강진의 말에 만복이 돼랑이의 눈썹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전에 네가 가져온 쌀 먹고 나서부터 이렇게 변하더 라.”

“오에서 가져온 쌀 먹고요?”

“얘만 그런 것이 아니라, 人H끼 들하고 마누라도 다 눈썹이 이렇 게 변했어.”

만복의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무슨 부작용이 생긴 건……?”

강진의 말에 만복이 피식 웃으 며 돼랑이를 가리켰다.

“잘 처먹는 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다.”

만복의 말에 강진이 돼랑이를 보았다. 돼랑이는 사료 포대에 얼굴을 처박고 허겁지겁 먹고 있 었다.

잘 먹는 것에 어디 아프지는 않

겠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 다.

“그럼 어디 문제 있는 건 아니 죠?”

“ 괜찮아.”

그러고는 만복이 돼랑이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강진을 보았 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면서……?”

“아! 가야죠. 그럼 초콜릿하고 콜라 사 오면 되죠?”

만복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창고 문을 열고는 JS 금융에 들 어갔다.

편의점에 가서 콜라와 초콜릿을 산 강진이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쌀을 이승 동물이 먹었는데 괜찮을까요?”

“동물요?”

“멧돼지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갸 웃거리다가 말했다.

“저승에서 사료 안 먹이고, 영 물들에게 쌀을 주는 분들을 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

“ 영물요?”

“저승에서 키우는 애완 영물들 요.”

“그럼 먹고 해가 되는 건 아니 겠죠?”

“독이 들어 있는 건 아니니 괜 찮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계산을 하고는 가게를 나서자 그 뒷모습을 보던 직원이 중얼거렸다.

“영물이나 멧돼지나 다 동물인 데…… 먹는다고 별탈이야 있겠 어?”

직원이 중얼거린 이야기를 듣지 못한 강진은 김치 저장소에 돌아 가 만복과 소녀에게 초콜릿과 콜 라를 건네주었다.

JS 편의점에서 산 것들은 저승

에서 가져온 물건이라 수 있었다. 봉투를 든 기뻐하는 것을 보며, 랑이에게 손을 흔들어 신의 가게로 돌아왔다.

귀신도 들 두 귀신이 강진은 돼 주고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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