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54화 (152/1,050)

153 화

1차를 인근 고깃집에서 먹은 임 호진은 팀원들을 보내고 이상섭 과 강진, 그리고 최동해를 데리 고 2차를 하러 가고 있었다.

논현동 중심의 번화가로 들어가 는 임호진에게 강진이 말했다.

“저희 가게에서 드시죠.”

“편하고 가볍게 한 잔만 하자 고. 나도 집에 가야 하니까.”

그러고는 임호진이 최동해를 보 았다.

“너도 괜찮지?”

“내일부터 백수인데, 괜찮습니 다.”

“백수가 아니지!”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 며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군인이 잖아.”

“군인요?”

최동해의 물음에 이상섭이 웃었 다.

“살과의 전쟁에 나서는 군인이 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역시 내 마음 알아주 는 사람은 상섭이뿐이구나.”

“그럼요! 앞으로도 충성을 바치 겠습니다.”

이상섭의 아부에 임호진이 웃으 며 한쪽에 있는 건물로 들어섰 다.

건물 6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

고 올라간 임호진은 입구부터 고 급스러워 보이는 바로 그들을 데 리고 들어갔다.

“여기 좀 비싼 데 아닙니까?”

강진이 조금 주저하며 바를 보 았다. 딱 봐도 너무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이라 걱정이 되는 것이 다.

“괜찮아. 괜찮아.”

웃으며 임호진이 익숙하게 바 앞에 앉으며 바텐더를 보았다.

“장문남 이사님이 키핑해 놓은

양주 있죠?”

“하나 드릴까요?”

익숙한 듯 웃으며 말을 하는 바 텐더에게 임호진이 이상섭을 보 았다.

“네가 골라.”

“그럼 저는 양 제일 많은 걸로 주세요.”

이상섭의 말에 바텐더가 한쪽에 진열이 되어 있는 양주병들 중에 하나를 꺼냈다.

“조니 워커 블루 라벨입니다.”

양주의 상표가 보이도록 들어 올리는 바텐더를 보며 임호진이 입맛을 다셨다.

“좋네.”

“그러게요. 이사님은 이런 술을 왜 안 드시는지 모르겠네요.”

이상섭의 말에 바텐더가 웃으며 양주병을 내려놓았다.

“안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바 밑에서 육포와 초

콜릿, 그리고 견과류 안주를 꺼 내 내려놓았다.

처음 와 보는 곳의 낯선 분위기 에 강진이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 다. 바에는 세 명의 남자 바텐더 들이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 었다.

그리고 홀에 있는 테이블들에서 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술 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 다.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게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

분한 스타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아르바이트해 본 적 없어?”

“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의자를 돌려 가게를 보며 말했다.

“가게가 조용하고 분위기가 있 어서, 거래처 사람들하고 가끔씩 여기서 이야기도 하고 술도 한잔 하는 곳이야.”

뭔가 뿌듯해하는 듯한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대단하십니다.”

“술을 한잔해도 이런 곳에서 하 면 좀 뭐가 된 것 같고 으쓱하 지.”

“그런데 여기 형 월급으로는 좀 비싸지 않아요?”

“내 돈 내고는 못 마시지.”

“그럼요?”

“이런 데서 마시라고 회사에서 법인 카드 주잖아.”

“형도 법인 카드가 있어요?”

“과장님께 받아 오는 거지. 여 기서 마시는 술도 어디까지나 업 무의 연장이니까.”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바를 둘 러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술집치고는 엄청 조용 하네요.”

술집치고 조용한 집은 없다. 술 을 마시면 언성이 커지고, 다른 사람들의 언성이 커지니 자신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사람들의 목소리 만 작게 들릴 뿐,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오 는 곳이니까. 시끄럽게 하면 여 기 있는 무서운 바텐더들이 가서 밖으로 내보내서 물 관리도 해.”

임호진의 말에 바텐더가 작게 웃었다.

“물 관리가 아니라 저희는 단골 손님들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 생 각했는데요.”

바텐더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요?”

임호진의 말에 바텐더가 말했 다.

“필요하신 것 더 있으십니까?”

바텐더의 말에 임호진이 강진과 최동해를 보았다.

“우유나 탄산수 필요해?”

“저는 우유……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바텐더

를 보자, 그가 바 밑에서 우유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 놓았다.

그러고는 바텐더가 더 필요한 것이 있냐는 듯 임호진을 보자 그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에 바텐더가 컵을 들고는 잔 을 닦기 시작했다.

그런 바텐더의 모습에 이상섭이 말했다.

“저기, 제가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제가 자주 오지는 않지만, 오 면 바텐더 분들이 늘 컵을 닦으 시던데…… 그거 왜 계속 닦으시 는 거죠?”

이상섭의 물음에 바텐더가 자신 이 닦고 있던 컵을 보고는, 다른 컵을 하나 집어 닦으며 말했다.

“청결이 첫째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깨끗해 보 이는데, 그냥 쉬시지 그러세요?”

이상섭의 말에 바텐더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사실 여기 있는 컵들은 다 이 미 다 깨끗이 닦아 놓은 겁니 다.”

“그럼 왜 닦으시는 거죠?”

“제가 여기 가만히 서서 손님을 보고 있으면 민망할 수 있으니까 요.”

“아!”

바텐더의 말에 이상섭이 이해가 된다는 듯 그를 보았다. 그런 이 상섭을 보며 바텐더가 웃으며 말 했다.

“저희 사장님께서 늘 하시는 말 씀이 바텐더는 술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이 편하게 술을 마 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사람 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이거라도 하고 있어야 월급 루팡 소리를 안 듣지요.”

웃으며 바텐더가 고개를 숙여 다시 컵을 닦기 시작했다.

혼자 온 손님이라면 바텐더가 이야기 상대라도 해 주지만, 일

행과 같이 왔으니 굳이 그들의 대화를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 사이 임호진은 양주병을 보 다가 뚜껑을 열었다.

“뭐 섞어 마실래?”

“맥주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웃었다.

“이렇게 좋은 술을 맥주에 섞어 먹는 건 아니지.”

“그럼요?”

“물에 일 대 일로 섞어 먹거나

얼음 넣어서 먹거나, 아니면 탄 산수나 우롱차 같은 것에 섞어 먹지.”

“과장님은 어떻게 드세요?”

“이런 건 그냥 스트레이트로 먹 어야지.”

“그럼 저도 그렇게 먹겠습니 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도 손을 들 었다.

“저도 스트레이트로 마시겠습니 다.”

두 사람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스트레이트 잔에 술을 따라 주고는, 최동해에게는 위스키 잔에 동그란 얼음을 넣고 는 술을 따라 주었다.

이동해는 술 잘 못하니까, 이렇 게 해서 조금씩 녹여서 먹어.”

“감사합니다.”

최동해가 잔을 받자 임호진도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런 임호진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이사님, 술을 이렇게

먹어도 되는 겁니까?”

말을 들으니 장문남 이사의 것 인 듯한데…… 이렇게 먹어도 되 나 싶은 것이다.

“어차피 이사님도 법인 카드로 먹다 남은 거라 괜찮아.”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조금 걱 정스러운 눈으로 양주를 보았다.

강진이 양주에 대해서 잘 모르 지만,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데…… 이런 바에서 먹으면 가격 도 더 비쌀 테니 말이다.

강진의 모습에 이상섭이 웃었 다.

“우리도 사람들 많이 만나지만, 이사님들도 거래처 높은 사람들 자주 만나는 것 알지?”

“그러시겠죠.”

강진의 답에 임호진이 말했다.

“이사님이 직접 접대하시는 사 람이면 중요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 만나서 키핑해 놓은 것 먹겠어? 아니면 새로 하나 따겠 어?”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무슨 말 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술이 많이 있으시겠군요.”

이사나 되는 사람이 비즈니스를 위해 사람들과 만나는데 먹던 것 을 꺼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올 때마다 새로운 술을 까 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키핑 해 놓은 술이 꽤 있는 것이다.

“그렇지. 그리고 그 양반이 소 주파라 양주는 별로 안 좋아해.

비즈니스 아니면 양주 말고 포장 마차에서 우동에 소주 한잔하는 것을 더 좋아하지.”

“친하신가 봐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핑해 놓은 양주 몰래 홈쳐 마실 정도는 되지.”

그러고는 임호진이 양주를 한 잔 마시고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나는 위스키하고 초콜릿을 같

이 먹으면 그렇게 좋더라고.”

임호진의 말에 강진도 양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 가는 것에 강진이 초콜릿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크윽! 쓰면서도 달달하네요.”

“그래서 내가 초콜릿을 좋아한 다니까.”

웃으며 말을 한 임호진이 최동 해를 보았다. 최동해는 홀짝거리 며 양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우

유를 마시고 있었다.

“동해 너, 영어하고 중국어 하 지?”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어는 일상 회화 정도만입 니다.”

“다이어트 하는 동안 중국어는 좀 더 하고, 스페인어도 공부를 좀 해.”

“스페인어요?”

“스페인어는 중국어랑 영어 다 음으로 중요한 언어야. 세계적으 로 약 4억 명가량이 쓰고 20개 국 정도가 또 사용을 해. 배워 두면 쓸모가 많을 거야.”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뉴스 같은 것 보면서 쓸 만한 아이템이 있다 싶으면, 사업 계획서 같은 것도 혼자서 만들어 봐.”

“계획서요?”

“인턴 기간 동안 배운 것들, 안 써먹으면 바로 까먹어. 까먹지 않게 혼자서 사업 계획서도 만들 어 보고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 는지도 가상으로라도 해 보라는 거야.”

“알겠습니다.”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리고 쓸 만하다 싶은 것 있 으면 형한테 메일 보내. 형이 보

고 쓸 만하면 써 줄 테니까.”

“맨입으로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었다.

“그게 다 동해한테 도움이 되는 거지. 현장 경험……

“형, 그게 요즘 말하는 열정 페 이라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눈을 찡 그렸다. 자신은 순수하게 트레이 닝을 시켜 주려는 것이었는데 강 진의 말을 들으니…… 이게 열정 페이기는 했다.

그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아이템 생각나면 보내. 나중에 동해가 우리 회사에 지원 하면, 네가 낸 아이템들을 이력 서에 올릴 수 있잖아. 그리고 우 리 회사가 아니라 다른 무역 회 사에 지원하더라도, 그 아이템들 이 입사할 때 플러스가 될 거 야.”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맞다는 듯 말했다.

“그렇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 다.”

두 사람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생각날 때마다 메일 보내 겠습니다.”

“그래.”

최동해의 답에 임호진과 이상섭 이 몇 가지 조언을 더 해 주었 다.

강진이야 식당을 운영하고, 또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지만 최 동해는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 보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런 임호진과 이상섭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내가 인복은 있는 것 같아.’

임호진과 이상섭 둘 다 좋은 직 장 상사였고, 좋은 인생 선배들 이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양주 를 한 모금 마시고는 바로 눈을 찡그렸다.

‘나하고 양주는 안 맞는 것 같 네.’

쓰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에 강 진이 양주를 조금 맛을 보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임호진이 최동해에게 이야 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이상 섭이,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강진이는 앞으로 가게 꾸준히 할 거지?”

앞으로 더 꾸준히 이용해 주시 기 바랍니다.”

“맛있고 싼데 안 갈 이유가 없

지. 그런데 혼자 할 거야?”

“그게, 사정이 있어서 직원 두 기가 좀 그렇습니다.”

“월급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강진이 말꼬리를 흐리자 이상섭 이 고개를 저었다.

“음식 맛도 있고 위치도 좋아 서, 점심 장사만 잘해도 돈 잘 벌걸?”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오는 손님 들이 점심 장사 언제부터 하냐고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네가 인턴이 끝나서 아쉽지만, 나 같아도 다음 주부터 거기서 점심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 데…… 다른 사람들도 기대하겠 지. 근데 너 혼자서는 그 손님들 다 커버하기 어려울 텐데 괜찮겠 어?”

임호진의 말은 당연했다. 혼자 서 장사를 하면 한 번에 테이블

이 다섯 개만 들어와도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라는 것이 다 비슷하니, 한 번 몰리기 시작하면 테이블이 꽉 찰 것이다.

전에 주말에 선지 해장국 장사 를 했을 때도 강진은 피를 토하 는 줄 알았다.

돈을 벌어서 좋기는 하지만, 주 말마다 손님들이 가득 들어와서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서빙하고 음식도 내고 해야 했던 것이다.

다행이라면 그때는 선지 해장국 이라는 메뉴로 통일을 해 놓은 상태라서, 손님들이 오면 그릇에 담아서 내놓기만 하면 되었다.

만약 그 손님들이 시키는 메뉴 가 다 달랐다면 강진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힘들어서 장사를 못했 을 것이다.

‘흠…… 방법을 찾기는 해야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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