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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57화 (155/1,050)

156화

“크악!”

다시 시원하게 폭탄주를 마신 황민성이 생 소시지를 집어 조금 베어 물고는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런 황민성의 주위 테 이블에는 귀신들이 이야기를 나 누며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황민성이 늦게 온 것도 있지만, 먹다 보니 11시가 돼서 귀신들이

들어온 것이다.

그나마 황민성을 처음 보는 것 이 아니라서, 귀신들은 그에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 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놀고 있었 다.

촤아악! 촤아악!

고기볶음을 빠르게 저은 강진이 접시에 담고는 토치를 꺼냈다. 그러고는 토치 불을 켜서 고기를 지졌다.

치이으]! 시이으:!

기름이 불과 만나 튀는 것을 보 며 강진이 불을 껐다. 다 익은 고기에 불맛만 살짝 입히는 것이 니 태울 필요는 없었다.

“소금 돼지고기볶음요!”

돼지 앞다리 살에 소금과 마늘 다진 것만 넣고 타지 않게 볶아 낸 소금 돼지고기볶음은 짭짤하 면서 단맛이 도는 메뉴였다.

그리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말이다.

강진의 외침에 귀신 하나가 일

어나서는 접시를 들고 갔다.

“메뉴 더 없지?”

강진의 말에 재료들을 비닐에 넣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없어.”

그러고는 재료가 든 비닐을 냉 장고에 넣으며 홀을 보았다.

“야, 근데 나는 어디서 먹냐?”

평소에도 귀신들이 많이 오기는 하지만 오늘은 정말 귀신들이 많 이 모였다.

빈 테이블이 없었고, 자리도 가 득 찼다.

자동차 지박령들이 있는 테이블 에도 다른 귀신 둘이 합석을 한 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의자가 남은 곳은 황민성의 자 리가 유일했다.

“저기 가서 먹어.”

“사람하고?”

배용수가 놀라 하는 말에 강진 이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사람 아니냐?”

자신하고는 잘 먹지 않느냐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 렸다.

“너하고 저 사람하고 같냐? 그 리고 저 사람은 우리가……

배용수가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귀신인 것도 모르잖아.”

“말 안 하면 모를 것 같은데.”

그러고는 강진이 뜨거운 물에

담가져 있던 소시지를 프라이팬 에 넣고는 야채도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에서 소시지와 야채가 살짝 익어가자 강진이 재료들을 한쪽으로 몰고는 간장을 한 숟가 락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에 닿은 간장이 까맣게 타들어가자 강진이 거기에 재료 를 섞었다.

촤아악!

그렇게 간장을 태워 향을 올린 강진이 고추장 반 숟가락, 케첩, 그리고 강원도에서 가져온 석청 도 한 숟가락 듬뿍 넣었다.

꿀 때문인지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소시지를 보던 강진이 맛술 을 넣으며 프라이팬을 흔들었다.

화르륵! 화르륵!

맛술을 넣고 혼들자 프라이팬에 불길이 솟구쳤다.

마치 불 쇼를 하는 것처럼 솟구 치는 불길을 보며 강진이 재료들

을 보았다.

맛술이 들어가며 소스가 조금 묽어졌고, 그 덕에 점도가 있는 고추장과 꿀이 서로 잘 어우러졌 다.

양념이 고루 스며들고 불 맛까 지 살짝 입힌 소시지 볶음을 강 진이 접시에 담아 홀로 나왔다.

“안 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황민성을 힐끗 보고는 홀 로 나왔다.

배용수를 데리고 황민성의 자리 로 간 강진이 말했다.

“저기, 자리가 없어서 그런데 합석 가능할까요?”

“그러세요. 저도 마침 혼자 먹 는 거라 심심했습니다.”

황민성이 반갑게 자리를 가리키 자 강진이 배용수와 자리에 앉으 며 말했다.

“이쪽은 제 친구인데, 저녁에만 잠깐씩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습 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전에 일하시는 것 보기는 했는 데 인사는 처음 드립니다. 황민 성입니다.”

“배용수입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자 강진 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도 섞을래?”

“웅.’’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폭탄주를

말아서는 따라 주었다.

촤아악! 촤아악!

황금색 폭탄주를 따른 강진이 잔을 들고는 그대로 마셨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 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이 웃었 다.

“참 시원하게 드십니다.”

“불 앞에서 계속 요리를 했더니 목이 타네요. 그리고…… 메뉴가

또 나오지 않으면 이분들이 마지 막 손님이니 이제부터는 마셔도 부담도 없고요.”

강진이 홀가분하다는 듯 가게를 둘러보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고 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이 끝나고 난 후에 마 시는 맥주가 시원하기는 하죠. 퇴근하고 샤워한 후에 마시는 맥 주가 꿀입니다.”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맥주 병을 들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했던 것처럼 엄지로 입구를 막고

한 번 강하게 튕겼다.

그러고는 강진의 잔에 폭탄주를 따라주었다.

촤아악!

“잘하시네요.”

“제가 좀 잡기에 능합니다.”

웃으며 황민성이 맥주병의 뒤를 손바닥으로 탁탁 쳐서 마지막으 로 흘러나오는 거품도 마저 따랐 다.

그러고는 잔을 들자, 강진도 잔

을 들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안 마셔?”

“웅? 응.”

아무래도 강진이 아닌 산 사람 과 같이 자리를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한 듯, 배용수가 머뭇거리다 가 잔을 들고는 서로 부딪쳤다.

짠!

꿀꺽! 꿀꺽!

단숨에 맥주를 마시는 배용수를 보며 다시 잔을 따를 때 귀신 하

나가 말했다.

“저기, 나 계란찜 좀.”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일어나려 하자, 강진이 그의 어깨를 눌렀 다.

“시간도 없는데 마셔, 내가 할 게.”

지금부터 배용수가 먹어도 한 시간 반 정도밖에는 못 먹으니 강진이 하려는 것이다.

“그……

불편하다는 듯 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황민성 씨하고 한잔하고 있 어.”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 다.

“괜찮으시죠?”

“합석을 한 시점에서 같이 앉는 것 아니었습니까?”

웃으며 황민성이 배용수를 보았 다.

“남자끼리 술 한잔하다 보면 친 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 한 잔 드세요.”

황민성이 맥주를 들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잔에 따라진 맥주를 마시고는 잔을 들 었다.

그런 배용수의 잔에 황민성이 술을 따라주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다른 것 더 필요하신 분 있어 요?”

“나도 돼지고기! 소금 좀 넣고 구워 줘.”

“알겠습니다.”

주문을 몇 개 더 받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뚝배기에 물을 올 리고는 계란을 꺼내 풀기 시작했 다.

“와! 나 거기 동에 있는 거죠?”

가 봤는데. 청담

“거기 가 봤어?”

“그럼요. 음식 하는 사람들은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어 보는 것도 다 공부거든요. 한정식 치 고는 거기가 홍어 삼합을 정말 잘하더라고요.”

“맞아. 먹으면…… 생각만 해도 술 당긴다.”

황민성이 맥주를 입에 대는 것 을 보며 배용수가 신이 난 얼굴 로 말했다.

“그럼 부산 ‘일원’ 가 보셨어 요?”

“일원이면 일식집이지?”

“이야! 아시는구나.”

“사업하다 보면 사람들이 맛집 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거기 회 진짜 쫄깃하던 데.”

“거기 수조 없는 것 아세요?”

“수조?”

수조라는 말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수조는 못 본 것 같은데?”

“못 본 게 아니라 아예 없어 요.”

“없어? 횟집인데?”

“거기 사장님이 새벽에 직접 시 장에 가서 물고기 들여오거든요. 그리고 그날 사 온 물고기를 바 로 다 배 따서 숙성을 시켜요.”

“숙성?”

“그렇죠. 저온으로 숙성을 바로 시켜 버려서 가게에 수조가 없는 거죠.”

“잘 아네.”

“그럼요. 저도 요리사인데…… 그리고 거기 사장님이 말을 안 해 주기는 하는데, 제가 먹어 본 바에 의하면 다시마로 횟감을 감 싸서 숙성을 시킬 겁니다.”

“먹어 본 것만으로 그걸 알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 죠.”

웃으며 황민성의 잔에 맥주를 따르면서 배용수가 말했다.

“다음에 형 언제 올지 이야기해 주면 제가 한 번 해 드릴게요.”

들어온 메뉴를 모두 빼 주고 나 온 강진은 어느새 형 동생을 하 고 있는 배용수와 황민성을 볼 수 있었다.

산 사람이든 귀신이든, 남자들 은 술을 한 잔 먹으면 처음 본 사이라도 의형제가 되는 것은 마 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의 배용수 가 나만 믿으라고 가슴을 치는

것을 본 강진이 웃으며 다가왔 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어 요?”

“이야기하다 보니 맛집 이야기 가 나와서 서로 가 본 맛집 이야 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 다.

“형, 무슨 존대예요. 강진이가 형보다 열 살이나 어려요. 그냥 편하게 말하세요.”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 러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사실 황민성으로서는 이렇게 편 한 술자리가 드물었다. 그도 그 럴 것이, 그는 대부분 사업 파트 너들이나 다른 투자자들과 술을 먹었다.

옛 친구들도 있기는 하지만 자 신이 부자가 된 후에는 그 관계 가 편하지 않아…… 결국은 모두 연락을 안 하고 지내고 있었다.

황민성에게 편한 술자리는 집에

서 홀로 마시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황민성은 지금의 이런 편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강진과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들 고 말이다.

황민성의 얼굴에 떠 있는 호감 을 본 강진이 웃었다.

“저야 형 같은 분이 있으면 좋 죠.”

“나 같은 사람?”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눈빛에 순간 짧게 경계심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매상 잘 올려주는 형요.”

“아! 그래. 많이 먹어, 동생들 술 한 잔 내가 못 사 줄까?”

“에이, 그러시면 안 되죠.”

“왜? 네가 사게?”

“그럴 리가요. 그냥…… 저렴하 게 팔겠습니다.”

“하하하! 그래라.”

어느새 말을 편하게 하며 황민 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앞으로 강진…… 이라고 부른다.”

“저는 민성 형이라고 부를게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술을 따라 주었다.

‘내일 기억이나 하실지 모르겠 네.’

지금 이 자리에서야 복숭아나무 아래서 의형제를 맺은 유비와 동 생들의 우정보다 더 진하고 피를 나눈 형제 같지만…… 그 다음날

이면 곧바로 어색해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술자리에서의 우정이 었다.

하지만 어떠한가. 이 자리에서 만큼은 황민성이 유비고, 강진이 관우, 배용수가 장비인데 말이다.

‘……내가 장비를 할 수는 없 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이 잔을 들자 다른 두 사람도 잔을 따라 들고는 마셨다.

꿀꺽! 꿀꺽!

기분 좋게 폭탄주를 마시며 강 진이 생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 에 넣었다.

“맛있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런데 형은 왜 소시지를 조금 씩만 드세요? 모자라는 거면 제 가 서비스로 소시지 팍팍 드릴게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포크에 꽂혀 있는 소시지를 보았다. 반

쯤 베어 물고 내려놓은 소시지를 보던 황민성이 소시지를 들었다.

“형 어렸을 때는 이게 비쌌어.”

“형하고 저하고 세대 차이 많이 안 나잖아요.”

“우리 나이 때는 일이 년 차이 도 큰데, 너하고는…… 근데 몇 살이지?”

“28살요.”

“형은 39살이야. 그럼 11년 차 이인데, 이 정도면 엄청 큰 차이 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소시지를 입 에 넣으며 말했다.

“이건 정말 좀 사는 애들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싸 왔고, 우리 는 그냥 어묵볶음이나 옛날 소시 지가 최고였지.”

“그때도 이거 그리 안 비싸지 않았어요?”

줄줄이 비엔나가 햄치고는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못 사 먹을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니다.

강진의 기억에도 그가 고등학교

에 다닐 때 싼 건 천 원짜리도 있었고, 비싼 건 삼천 원 정도였 다.

물론 천 원짜리는 맛도 질도 많 이 떨어지지만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엄청 비싼 건 아니라도, 양이 적잖아. 근데 옛날 소시지는 한 번 사면 몇 번은 도시락을 싸니 까.”

그러다가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

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분식집 을 했거든. 분식집 아들은 분식 집 반찬이 도시락 반찬이 되지. 그래서 비엔나는 먹기 힘들었 어.”

“그래서 형이 분식을 좋아하는 군요.”

분식을 좋아한다는 말에 황민성 이 쓰게 웃었다.

“나 분식 싫어해.”

“싫어하세요?”

“응.”

황민성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말을 들으니 정말 분식을 싫어하는 것 같은 데…….

‘그런데 왜 오면 분식만 시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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