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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65화 (163/1,050)

164화

오자명의 말도 옳았다. 쓸데없 는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면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돌렸을 때 들어가는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쓸데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어떻게 찾고 정하냐가 문제였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업이, 누구에게는 쓸데없어 보이는 것 이 바로 국가사업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이유비가 문 득 턱을 쓰다듬었다.

‘어떤 것을 엎느냐에 따라 잘하 면 여당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어.’

속으로 중얼거리는 이유비를 보 던 오자명이 슬며시 말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습니까?”

이유비가 겁이 난다는 듯한 표 정을 지으며 소주잔을 들자 오자 명이 그와 잔을 부딪치고는 소주

를 마셨다.

“산림청 특수진화대라는 분들이 있어.”

“특수진화대? 이름 멋지네요.”

특수진화대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말 했다.

“산림청 소속으로 산에서 불이 나면 조기 진화하고 잔불 정리를 하시는 분들인데…… 3개월 계약 직이야.”

“계약직?”

“4월부터 6월까지 근무하고 끝 나는 거지.”

“아니, 그게 무슨…… 3개월 단 기 알바도 아니고....?”

“건조기에 잠깐 생기는 일자리 같은 거지. 하지만 3개월 단기 계약직이니 무슨 장비가 있고, 교육이 있겠어.”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하군요. 산에서 불이 나면 초기 대웅이 무척 중요한데.”

황당하다는 듯 보는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말했다.

“나도 이번에 산불 나서 알았 어. 산불 끄느라 고생을 하면서 도 그에 맞는 대우도 못 받는 분 들이야.”

“흠…… 그럼 그분들이 정규직 이 되시게 힘을 실어 달라는 거 군요.”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야. 산불이 날 때를 대비해 서 일선에서 먼저 움직일 조직을 만들자는 거지.”

“흠……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이유비를 보며 오자명이 말했다.

“최소한 불 안 나면 공기 좋은 곳에서 휴양하는 것 아니냐는 말 이라도 안 나오게, 당론 좀 만들 어 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었다. 칠 년 전에 소방관을 늘 리자는 법안을 반대할 때 ‘불 안 나면 쉬는 것이 소방관 아니냐’ 는 말이 나왔던 것이 이유비의 당이었으니 말이다.

“오늘 계속 속이 쓰립니다.”

“십 년에 한 번 불이 나도 소방 관은 필요하고, 백 년에 한 번 전쟁이 나도 군대는 필요한 법이 야. 그게 유비무환 아니겠나.”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둑이 없어도 경찰은 필요하 고, 아프지 않아도 의사는 필요 한 법이죠.”

작게 중얼거린 이유비가 오자명 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고맙군.”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었 다.

“맛집 알려 준 값이라고 합시 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김치찌 개를 보았다.

“맛있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김치찌개 를 먹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솥에 끓여 먹던 맛이 나지 않나?”

“저야 형님하고 나이 차이가 있 으니 형님 어렸을 때하고 비교하 시면 곤란하죠.”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무슨 그런 말을 해?”

웃으며 말을 한 오자명이 김치 찌개를 한 번 떠먹고는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오자명의 부름에 강진이 홀에 나왔다.

“네.”

“매운탕으로 안주 한 번 교체하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오자명이 말했다.

“요리가 참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로 맛있습니다.”

“서비스라도 하나 해 드려야겠 네요.”

“하하하! 이거 제 속이 너무 많 이 보였나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매운탕에 육수를 붓고는 불을 올 렸다.

그러고는 홀을 보던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국물 음식은 있고, 김치찌개로 고기도 먹었으니……

강진이 냉장고에서 봉지에 싸여 있는 도라지를 꺼냈다.

물론 삼십 년 묵은 도라지는 아 니고 작은 것들이었다. 물론 작 다고 해도 오륙 년은 충분한 것 들이지만 말이다.

도라지를 꺼낸 강진이 빠르게 껍질을 벗겨내고 물에 씻고는 도

마에 올려 칼등으로 두들겨 팼 다.

타타탁! 타타탁!

칼등으로 도라지를 두들겨서 결 을 터지게 만든 강진이 불 위에 석쇠를 올리고는 도라지를 굽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탓!

약한 불로 타지 않게 도라지를 움직이며 굽던 강진은 배용수의 문득 빈자리를 느꼈다.

배용수가 있으면 도라지는 그가

굽고, 자신은 양념을 만들면 좋 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 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 다.

‘잠깐…… 귀신이 있으면 손님 이 못 들어오잖아.’

귀신이 한 명만 있어도 처음 오 는 손님들은 가게를 지나쳐간다.

‘몇 번 오신 분들은 용수 있어 도 오기는 하던데…… 그럼 처음 오는 손님들은 받지 못하잖아.’

그런 생각이 든 강진이 힐끗 홀 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다.

‘시험을 한 번 해 볼까?’

지금 시간이면 저녁 장사는 끝 났다 봐야 하고, 지금 있는 손님 이 마지막 손님이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불렀다.

스윽!

그러자 다음 순간 옆에 모습을 드러낸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뭐 도와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힐끗 홀을 보았다. 배용수가 왔지만 손님들은 그저 술을 마시며 이야 기를 나눌 뿐이었다.

‘이미 들어온 손님은 별다른 영 향을 안 받나?’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 었다. 아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전에 팀원들이 가게에서 회식을 했을 때, 11시가 다가와 가게 앞 에 귀신들이 몰려 있자 다들 추 위를 느끼며 나가고 싶어 했었 다.

‘귀신 하나 정도는 괜찮나? 아 니면 술을 많이 먹어서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일단 배용수를 보았다.

“도라지구이 할 거야. 양념 좀 만들어 줘. 밖에서 안 보이게.”

“알았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싱크대 위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서는 손에 끼고는 양념을 꺼내 섞기 시작했다.

“ 됐다.”

순식간에 양념을 다 만들어낸 배용수에게 양념을 받은 강진이 붓으로 도라지에 양념을 바르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양념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맛있겠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도 고 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우리 이따가 이거 해 먹자.”

“그러자.”

그러고는 강진이 도라지를 구우 며 매운탕을 살폈다.

촤아악! 촤아악!

강진이 도라지를 구울 때, 배용 수가 홀을 한 번 보고는 중얼거 렸다.

“국회의원이네.”

“국회의원?”

“오자명 의원하고 이유비 의원

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홀 을 보고는 말했다.

“아는 사람이야?”

“운암정이 한국 최고의 한식집 아니겠어. 어지간한 정치인과 기 업인들은 우리 집에서 밥을 먹어 줘야 셀럽 소리도 듣는 거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홀을 보며 말했다.

“숙수님께서 저기 오자명 의원 하고 친하셔.”

배용수가 오자명을 가리키는 것 에 강진이 그를 보다 말했다.

“숙수님하고 친하셔?”

“지인이시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 다가 고개를 돌려 도라지 굽는 데에 집중했다.

숙수님과 친한 사이라는 것에 마음이 가지만, 어쨌든 지금은 손님일 뿐이었다.

도라지를 구운 강진이 그것을 접시에 담아서는 가위를 들고 홀

로 나왔다.

“서비스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냄새가 나서 뭔가 했는데…… 도라지구 이입니까?”

“조금 쓴맛이 있을 겁니다.”

“도라지구이나 더덕구이나 그 특유의 씁쓰레한 맛이 있어야지 요.”

그러고는 오자명이 도라지구이

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아삭! 아삭!

입에서 나는 식감과 맛에 오자 명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산도라지군요.”

“아시는군요.”

“맛을 보면 알지요. 저도 어렸 을 때 산도라지 캐서 많이 먹었 습니다. 그나저나 서비스로 산도 라지구이를 다 먹는군요.”

웃으며 오자명이 도라지를 집자

강진이 말했다.

“잘라 드릴까요?”

“아닙니다. 이런 건 통째로 으 적으적 씹어야죠.”

그러고는 오자명이 도라지를 그 대로 입에 넣고는 크게 씹기 시 작했다.

도라지를 씹으며 오자명의 얼굴 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렸다.

“이거…… 맛만 봐도 건강해지 는 느낌입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이유비를 보 았다.

“자네도 먹어 봐.”

“쓰다면서요?”

“이건 쓴맛으로 먹는 거지.”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입맛을 다시며 도라지구이를 보기만 했 다.

“몸에 좋은 거야.”

몸에 좋다는 말에 그제야 이유 비가 도라지구이를 집어서는 입

에 넣고 씹었다.

아삭! 아삭!

굽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삭함이 남아 있는 도라지를 씹는 이유비 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보는 오 자명을 보며 강진이 몸을 돌렸 다.

주방에 들어가 매운탕을 살필 때, 가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디링, 디링!

한 명은 오자명의 보좌관 한명 현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이유비 의 보좌관인 도영민이었다.

풍경 소리에 고개를 내밀었던 강진이 힐끗 도영민 뒤를 보았 다.

도영민의 뒤에는 귀신 하나가 따라 들어왔다. 한복을 입은 할 머니 귀신이었다.

할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은 조금 마음이 좋아졌다.

“수호령인가?”

그 말에 배용수가 힐끗 귀신 쪽 을 보고는 대답했다.

“원귀인데?”

배용수의 말에 놀란 강진이 그 를 보았다.

“뭐? 원귀?”

“그냥 나쁜 귀신이야.”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뭔가 설명을 하려다가 말을 멈추며 입 맛을 다셨다.

“일단 매운탕!”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매운탕을 보았다.

보글보글!

매운탕은 아주 맛있게 잘 끓어 오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매 운탕을 냄비 집게로 집어 홀로 나왔다.

“매운탕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미안하다 는 듯 그를 보았다.

“이거 음식 시켜놨는데, 일이 생겨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

다.”

“좀 드시고 가시지.”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입맛을 다시며 매운탕을 보았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려다가 단호하게 도 로 내려놓았다.

“이걸 먹으면 다시 소주를 먹어 야 할 것 같아서 안 되겠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물었다.

“이거 음식을 주문하고 가려니 죄송하군요. 얼마입니까?”

오자명의 물음에 강진이 테이블 을 보았다. 소주 다섯 병에 김치 찌개, 매운탕이니…….

“사만 원입니다.”

“자네는 만 원만 내.”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주셔서 아주 고맙습니 다.”

“그럼, 나는 자네의 세 배나 내 지 않나.”

웃으며 오자명이 삼만 원을 꺼 내자 이유비가 만 원을 꺼내 보 탰다.

그에 사만 원을 오자명이 강진 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또 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가게는 손님 이 원하는 음식을 해 드리는 곳 입니다. 혹시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예약을 해 주십시 오.”

강진이 명함을 주자 오자명이 그것을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요.”

인사를 나눈 강진이 힐끗 할머 니 귀신을 보았다. 할머니 귀신 은 강진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같이 들어온 남자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너만…… 아니었으면…… 네가 내 자식을 망쳤어. 너만……

작게 끊어지는 목소리로 뭔가 소름 끼치는 말을 하는 할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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