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72화 (170/1,050)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좋은 레시피 알려 주셔 서 감사합니다. 이 음식 처음 해 봤거든요.”

요리 연습장에 여러 요리가 있 지만 콩나물 삼겹살 찜은 없었 다.

그래서 강진도 이건 처음 보는 것이다.

“술 먹은 다음 날 어머니가 해 장 음식으로 해 주던 겁니다.”

“삼겹살을요?”

“생각보다 해장에 좋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도영민이 젓가락

을 들었다.

“아버지 드시죠.”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보았다.

“넌 이거 처음 먹어 보지.”

“네.”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삼겹살을 이렇게 깔고 콩나물

을 올려. 그리고 양념장을 위에 살짝 올리고…… 삼겹살로 싸 서……

아저씨가 콩나물을 품은 삼겹살 을 집어 도영민에게 내밀었다.

“제가 먹을게요.”

“먹어 봐.”

아저씨의 말에 도영민이 강진의 눈치를 보았다. 서른은 되어 보 이는 남자가 아빠가 주는 음식을 입으로 받으려니 민망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

였다.

“맛있게 드십시오.”

스윽!

강진이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 하자 도영민이 입을 벌려 아버지 가 주는 삼겹살을 받아먹었다.

도영민이 몇 번 씹고는 웃었다.

“맛있네요.”

“그렇지?”

“삼겹살을 쪄서 그런지 부드럽 고 돼지기름도 고소하고 콩나물

식감도 좋고요.”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도 삼겹살 에 콩나물을 싸서는 먹었다.

그러고는 그 역시 고개를 끄덕 였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나도 맛이 좋구나.”

“그런데 이거 집에서 해 먹는 것 본 적 없는데? 왜……

안 해 드셨냐고 물으려는 도영 민의 발을 아저씨가 가볍게 툭 쳤다.

그에 도영민이 급히 하던 말을 멈추고는 슬쩍 아줌마의 눈치를 살폈다.

그에 아줌마가 웃었다.

“뭘 눈치를 주고 그래요. 그나 저나 당신도 이거 좋아하면 말을 하지. 내가 집에서 해 줬을 텐 데.”

“그냥 생각나는 정도지.”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보고 싶죠.”

“쓸데없는 소리……

“괜찮아요. 휴우! 어머니도 너무 하시지…… 돌아가시면서 장례식 에 오지도 못하게 하시고.”

“그만해.”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고는 콩나물과 삼겹살을 집 어 양념장을 찍은 뒤 입에 넣었 다.

“맛있네요.”

“그럼 맛있지.”

아내가 맛있게 먹는 것에 아저 씨는 기분이 좋았다. 지금 먹는 콩나물 삼겹살은 술을 먹고 난 다음 날에 어머니가 해 주던 음 식이다.

아내와 아들 둘 다 어머니와 할 머니의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아내와 자신의 만남을 어머니가 반대를 했고, 아저씨는 아내와 아기부터 만들었다.

아기가 생기면 어머니도 받아 줄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것에 어 머니는 더 화를 냈고 그 이후로 연을 끊어 버리셨다.

그 연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도, 두 달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 고 장례식에 갔을 때도 이어지지 못했다.

어머니의 유언이 장례식장에 도 영민 가족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 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의 장례 식에도 못 갔고, 어머니가 죽어 서는 그 유언 때문에 도영민 가

족은 그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었 다.

‘어머니……

콩나물 삼겹살을 먹으니 어머니 가 떠올랐고, 아저씨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아내가 좋아 결혼을 했지만, 아 저씨라고 어머니가 싫고 미웠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머니는 계속 자신의 옆 에 있을 줄 알았고, 아내는 헤어 지면 이별일까 싶어 그녀를 잡았

던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이렇게 단호하게 연을 끊어 버리실 줄 알았다 면…….

고개를 저은 아저씨가 삼겹살에 콩나물을 싸서 입에 넣을 때 그 의 앞에 잔이 하나 놓였다.

“아버지, 한 잔 드세요.”

자신이 조금 침울해진 것을 알 았는지 아들이 그의 앞에 소주를 들고 있었다.

“그래 한 잔 먹자. 이게 또 해

장에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좋 아.”

웃으며 아저씨가 잔을 들자 도 영민이 소주를 따라 주었다. 그 러고는 아저씨도 도영민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는 아내를 보았 다.

“당신도 한잔해.”

“ 차는?”

“대리 부르면 되지.”

“그래요.”

웃으며 아줌마도 잔을 들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소주를 따라 마시며 콩나물 삼겹살 찜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곧 김치찌개 와 홍합 미역국이 놓였다.

“할머니는…… 좋은 분이신데 조금 고집이 강한 분이셨어.”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민주화 운동하다가 감옥도 자주 가시고,

경찰들이 우리 집에 수시로 들락 날락했잖아.”

“네.”

“그리고 정치한다고 고생도 많 이 하시고…… 아! 옛날에 군사 정권 때 남산 놈들이 할아버지 발에 돌멩이 매달고 저수지로 끌 고 갔었다는 이야기했었지?”

“네.”

“그때 끌고 간 놈 중 하나가 할 아버지 동네 선배셨지. 그때 그 분이 몰래 줄을 끊어주고 물에

빠뜨려서 겨우 살아나셨지. 사람 들이야 대단하다 하지만 할머니 는 집에서 마음고생이 심하셨지. 그래서 할머니가 나만 보고 나한 테 기대를 하셨던 거다. 그러니 까 너도 할머니 원망하고 그러면 안 돼.”

“원망 안 해요.”

강진은 주방에서 가림막을 사이 로 두고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일부러 엿들으려는 것은 아니었 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의 목소 리가 꽤 커서 주방에서도 소리가 다 들렸다.

그러다 보니 강진은 원귀의 정 체를 알 수 있었다. 황당하게 도…….

‘손주한테 들러붙은 할머니 원 귀라……

할머니에게 손주는 물고 빨 대 상인데 원귀한테는 아닌 것이다.

-너만…… 아니었으면…… 네가

내 자식을 망쳤어. 너만

할머니 귀신이 도영민을 보며 했던 말을 떠올린 강진은 이제야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내 자식을 망쳤다고 해서 저 사람이 친구를 어떻게 한 줄 알 았더니……

아들이 마음에 안 드는 여자와 살게 된 것을 손주 탓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결혼을 반대하더라도 손 주가 태어나면, 최소한 손주는 예뻐할 텐데 말이다.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 친 사랑인 것 같았다.

스륵!

살짝 가림막을 벌린 강진이 홀 을 보았다. 아들이 따라주는 소 주를 마시며 아버지는 지난 이야 기를 하고, 엄마는 옆에서 웃으

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가족 의 모습이었다. 강진은 그 평범 함이 좋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인데……

부자라고 하루에 네 끼 다섯 끼 먹는 것 아니고, 금으로 된 침대 에서 자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금으로 된 침대는 불편할 것이다.

밥 걱정하지 않고 누울 곳 걱정

하지 않고 가족끼리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행복일 것이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버지 술 한 잔 못 따라 드렸 네.’

부모님 돌아가실 때가 고2 때니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주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러고 학교 끝나고 학원 다녀 오면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았

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을 뚫고 원귀가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최호철이 급히 따라 들 어왔다.

“으아악!”

고함을 지르며 할머니 원귀가 식사를 하는 가족에게 달려들 때, 최호철이 한 발 먼저 그 손 을 움켜쥐고는 당겼다.

“무슨 힘이 이리 좋아.”

그러고는 최호철이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용수야 도와줘.”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 할 때, 강진이 말했다.

“너는 뒷문으로 나가.”

그리고는 강진이 최호철을 향해 손을 들어 주방을 가리켰다.

그에 최호철이 할머니 귀신을 붙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놔! 놔! 저년이 내 아들을 망

쳤어! 놔!”

“시끄러 죽겠네! 조용히 좀 해 요!”

“놔! 놔!”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신을 붙들고 들어온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힘들어 죽겠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할머니 귀신은 강진을 죽일 듯

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 이 가림막을 활짝 열었다.

촤아악!

가림막을 활짝 열은 강진이 홀 을 보았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원귀가 달려들다가 잡혀 와서인지 가족은 여전히 화기애 애하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그런 홀을 보던 강진이 찜기를 열었다. 찜기 안에는 콩나물과

삼겹살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것을 작은 그릇에 담은 강진 이 할머니 귀신 앞에 놓았다.

“소리 지르지 말고 이거나 좀 드시죠.”

“놔!”

“아드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던 데 기억 안 나십니까?”

“놔!”

다시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 신을 보며 최호철이 말했다.

“원귀는 정신이 없어서 말해도 못 알아들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다가 힐끗 홀을 보았 다.

“정신은 없어도 아들은 알아보 시네요.”

도영민과 아줌마는 괴롭혀도, 최소한 아들인 아저씨는 괴롭히 지 않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 았다.

“보세요. 할머니 아들이 지금 불행하게 사는지 아니면 행복하 게 사는지.”

그리고는 강진이 접시에 담긴 콩나물 삼겹살 찜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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