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73화 (171/1,050)

172화

“서비스입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접시를 보았다.

“같은 거네요?”

“좀 식었을 것 같아서요. 이건 다시 따뜻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이거 드시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아줌마가 식탁에 있는 접시를 빼자 강진이 그 자

리에 따뜻한 콩나물 삼겹살 찜을 내려놓았다.

아줌마의 그릇을 받아서는 주방 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강진이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보세요.”

“놔!”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신에게 강진이 콩나물 삼겹살 찜을 들이 밀었다.

코앞까지 온 콩나물 삼겹살 찜 에 할머니 귀신이 눈을 찡그렸 다.

“놔!”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홀을 보았다.

“할머니가 생각하는 아드님의 삶이 어떤 건지 몰라도…… 소주 한 잔 따라주는 아들과 그 옆에 서 같이 자리하고 있는 아내가 있는 삶이면 충분히 행복한 것 아닙니까?”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그 를 노려보았다.

“아니야! 내 아들은 더 크게 될 수 있었어!”

정신이 없다던 것과 달리 말이 통하는 것 같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더 크게 된다는 것이 뭐가 중 요하죠?”

“저 아이는 이렇게 평범하게 살 애가 아니었어. 저 애는……

“할머니는 행복하셨어요?”

멈칫!

강진의 말에 할머니의 원독이 가득 찬 눈이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은 흔들렸다.

“살아 계실 때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 할머니의 모습은 그리 행복 해 보이지 않네요.”

스윽!

그러고는 강진이 홀을 보았다.

“보세요. 웃고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아들 가 족을 보았다. 그 눈에 콩나물 삼 겹살을 먹고 있는 아들이 보였 다.

“한 잔 드세요.”

“오늘 좀 많이 들어가는구나.”

“음식 맛있죠.”

“그래. 아주 맛있다.”

웃으며 소주를 받아 마시는 아 들을 보던 할머니가 눈을 감았 다.

그리고는 작게 말했다.

“ 놔라.”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어디 가시게요?”

“내가 어디를 가든!”

할머니의 고함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힐끗 시간을 보았다.

벌써 열 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찜통에 있는 콩나물 삼겹

살을 보았다.

“이거 아드님 술 많이 먹고 오 면 해장으로 주셨다면서요?”

“그걸 어떻게?”

“아드님이 그러더군요. 술 마시 면 해장으로 이거 해 주셨다고.”

가족들이 나눈 대화였지만 조용 한 가게 안이었기에 강진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아들을 보았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강 진이 말했다.

“드세요.”

강진이 찜통을 가리키자 할머니 가 굳은 얼굴로 그것을 보다가 뒤에 있는 최호철을 보았다.

“ 놔.”

할머니의 말에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말했 다.

“손자 분과 며느리, 괴롭히지 않을 겁니까?”

강진의 말에 할머니의 눈빛에 다시 원독이 어렸다. 조금 정신

을 차렸다고 해도 평생을 원망했 던 대상에 대한 원한이 바로 사 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를 본 강진이 최호 철을 보았다.

“놔 주세요. 대신 할머니가 나 가려고 하면 못 나가게 해 주세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과 주방 사이를 가 로막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시간을

한 번 확인했다. 그러고는 강진 이 할머니를 보았다.

“아들 분이 뭐 좋아해요?”

“뭐?”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 있을 것 아니에요. 손주하고 며느리는 미 워도 자식은 좋아하실 것 아닙니 까?”

말을 하지 않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자식한테 맛있는 것 해 주고 싶지 않으세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 다가 아들을 보았다. 아들이 저 여자와 살림을 차린 후 만난 적 이 없다.

하지만 아들을 사랑하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민주화한다고 감옥을 들락거리고 아파서 오는 남편의 자리를 아들 이 대신 채워주었다.

남편보다 더 위안이 되고 기대 게 되는 아들이었다.

그래서 보고 싶으면 몰래 아들 집 근처에 숨어서 퇴근하는 아들 을 보거나, 아들 회사 근처에서 보고 왔었다.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도 명절 날 집에 찾아오면 가라고 소리를 지르던 것이 유일했다.

-엄마, 이제 그만해요. 영민이 학교도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이 러실 거예요.

-그만하기는 뭘 그만해! 누가

내 집에 들어오라고 했어! 나가!

-영민이 이유비 의원 사무실 들어갔어요.

-뭐 어쩌라고. 나가!

-이제 그냥 같이 살아요. 아빠 돌아가시고 혼자 몇 년이에요.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나가!

오지 말라고 해도 명절과 생일

날에 찾아와서 문전박대를 당하 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 자.

그들에게 할머니가 했던 마지므I 말은 늘 ‘나가’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오징어 있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 서 오징어를 꺼내놓았다.

“그리고요?”

“설탕하고 고추장, 간장. 숙 주.. 하

재료들을 다 꺼낸 강진이 일회 용 비닐장갑을 꺼냈다.

“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가림막을 치고는 할머니 의 손에 비닐장갑을 끼워주었다.

“몇 십 년 만에 해 주는 음식일 텐데…… 직접 하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머

뭇거리다가 장갑이 끼워진 손을 보았다.

그리고 몇 번 손을 움직여 본 할머니가 슬쩍 오징어에 손을 가 져갔다.

오징어가 손에 만져지자 할머니 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 다가 손을 움직였다.

칼을 쥐고 오징어의 하단을 자 르고는 손으로 껍질을 잡고 당겼

다. 하지만 비닐장갑이라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굵은소금.”

강진이 굵은소금 단지를 주자, 할머니가 소금을 집어서는 껍질 끝에 대고는 당겼다.

촤아악!

껍질이 그대로 벗겨지며 하얀 속살을 드러내자 할머니가 빠르 게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징어 두 마리를 손질 을 한 할머니가 설탕을 집어서는

오징어에 뿌리고는 손으로 문댔 다.

“오징어에 설탕을 직접 뿌리시 네요?”

“오징어는 양념을 잘 안 먹어.”

그래도 설명을 해 주는 할머니 를 힐끗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설탕과 소금 중 먼저 넣는 것은 설탕이다. 설탕을 먼저 넣어야 단맛이 잘 씌워진다.

하지만 오징어에 직접 설탕을

뿌리고 문댈 줄은 몰랐다.

‘저렇게 하면 좀 달 것 같은데. 아니면 괜찮은 건가?’

할머니 말대로 오징어는 양념을 잘 먹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생 각을 할 때 할머니가 야채들을 다듬고는 프라이팬을 불에 올렸 다.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사이 양념 까지 뚝딱 만든 할머니가 온도를 가늠하다가 오징어를 넣었다.

촤아으I! 초}아으}!

프라이팬을 흔든 할머니가 오징 어를 한쪽에 몰고는 빈 곳에 간 장을 살짝 부었다.

촤아악!

간장이 타들어가는 것과 함께 프라이팬을 흔들어 오징어에 탄 간장을 묻힌 할머니가 야채들을 넣었다.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소주잔을 입에 대던 아저씨가 주방 쪽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매콤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냄새를 맡은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맛있겠다.’

냄새가 무척 좋았다. 매울 것 같으면서 달콤할 것 같은…….

“오징어 볶음 맛있겠네.”

아저씨의 중얼거림에 아줌마가 그를 보았다.

“냄새만 맡고 알아요?”

“냄새가 딱 어머니가……”

말을 하던 아저씨가 문득 주방 을 보았다.

“……해 주던 오징어 볶음인 데?”

“어머니요?”

“냄새가…… 어머니가 해 주던 오징어 볶음 냄새야.”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주방을 힐끗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당신 어머니 기억 많이

나나 보네?”

“그러게......"

말을 하던 아저씨가 피식 웃으 며 손으로 얼굴을 가볍게 쓸어내 렸다.

그 모습에 아줌마가 도영민에게 살짝 눈짓을 주었다. 그에 도영 민이 일어나 주방으로 다가갔다.

“사장님.”

도영민의 목소리에 강진이 가림

막을 살짝 열고는 그를 보았다.

“뭐 드릴까요?”

“혹시 지금 하시는 음식 저희도 좀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리고 혹시 오징어 볶음인가 요?”

“맞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도영민이 자리에 가서 앉자 강 진이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손을 멈춘 채 가림막을 보고 있 었다.

아저씨가 할머니의 오징어 볶음 냄새만 맡고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 냄人라고 하는 순간 할머니 는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불 을 껐다. 그러고는 접시를 옆에 내려놓았다.

“완성하셔야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접시에 오징어 볶음을 담았다. 그러고

접시를 들려 하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의 눈이 흔 들렸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다 시 고개를 저은 강진이 비닐장갑 을 벗겨냈다.

그리고는 작게 말했다.

“따라오세요.”

말을 한 강진이 최호철에게 눈 짓을 하자 그가 막고 있던 자리 에서 나왔다.

“수고하셨어요.”

“이상한 짓 하면 바로 나갈게.”

“안 할 겁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할머니를 보 았다.

“안 할 거죠?”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그 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 시선에 강진이 최호철올 지 나쳐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오징어 볶음을 내려놓았 다.

스륵!

부드럽게 음식이 놓이자 아저씨 가 멍하니 오징어 볶음을 보았 다.

그 시선에 아줌마가 웃으며 말 했다.

“오징어 볶음이 무척 맛있어 보 이네요.”

“드셔 보시면 더 맛이 좋을 겁 니다.”

강진이 몸을 돌리고는 옆에 있 는 테이블의 의자를 살짝 뺐다.

그러고는 할머니에게 눈짓을 주 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의 눈에 할 머니가 가족을 멍하니 보다가 그 가 빼 놓은 의자에 앉는 것이 보 였다.

아저씨가 멍하니 오징어 볶음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숙주나물이 들어 있네?”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가 오징어 볶음을 보았다. 오징어 볶음에는 숨이 조금은 죽은 숙주가 들어 있었다.

“그러게요. 보통은 잘 안 넣는 데.”

아줌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저씨가 젓가락으로 오징어와 숙주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숨만 살짝 죽은 숙주라 입에 넣

자 아삭함이 남아 있었다. 한 입 먹어본 아저씨가 멍하니 오징어 볶음을 보다가 다시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뭘 그렇게 많이 먹어요.”

아줌마의 말에 아저씨가 말없이 오징어 볶음을 씹었다. 그것을 보며 아줌마가 도영민에게 말했 다.

“맛있나 보다. 아들도 먹어 봐.”

아줌마의 말에 도영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징어 볶음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을 본 그가 살짝 고개를 갸웃 거렸다.

“좀 달지 않아요?”

도영민의 말에 아줌마도 오징어 볶음을 집어 입에 넣고 씹다가 눈을 찡그렸다.

“많이 단데?”

두 사람의 말에 아저씨가 소주 를 한 잔 마셨다.

“숙주하고 같이 먹으면 좋아.”

아저씨의 말에 도영민이 숙주와 오징어를 집어 같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먹으니까 달달한 게 좋 네요. 식감도 좋고.”

도영민의 말에 아저씨가 멍하니 오징어 볶음을 보다가 말했다.

“할머니가 해 주시던 맛이야.”

“할머니요?”

“할머니가 음식을 달게 드셨거

그러고는 말없이 오징어 볶음을 먹은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아 줌마의 손을 잡았다.

“당신한테 이런 말 미안하지 만……

아저씨가 웃으며 콩나물 삼겹살 찜과 숙주 오징어 볶음을 보았 다.

“우리 엄마 음식 진짜 맛있다.”

환하게 웃는 아저씨의 모습에 할머니 귀신의 얼굴에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미소가 어렸다.

“그래, 아들. 많이 먹어.”

원귀의 원독 어린 표정이, 자기 자식의 입에 맛있는 것이 들어가 는 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 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화아악!

할머니의 몸에서 풍기는 서늘하 고 차가운 기분이 조금씩 풀어지 기 시작했다.

“어?”

그 모습에 최호철의 얼굴에 의 아함이 어렸다.

“왜요? 승천하는 거예요?”

어쩐지 분위기가 승천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한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수호령이 됐다.”

“수호령요?”

원귀가 수호령으로 변했다는 것 에 강진이 의아해할 때 최호철이

말했다.

“저런 건 처음 보네. 원귀가 수

호령으로 변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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