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76화 (174/1,050)

175 화

죽어서도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린다는 포메 흰둥이를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슬쩍 손을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흰둥이가 다가와 손을 핥았다.

그런 흰둥이를 강진이 볼 때, 아줌마가 몸을 일으켰다.

“다음에 또 봐요.”

아줌마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저기, 흰둥이는 어떻게 됐어 요?”

강진의 말에 아줌마가 다시 정 자에 앉으며 말했다.

“작년 여름에 왔는데 애가 아픈 지 밥도 안 먹고 누워만 있더라 고요. 아픈 것 같아서 병원에 데 려갔는데……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줌마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다시 이곳으로 데려왔 죠. 이 녀석이 있고 싶어 할 곳 은 그래도 여기인 것 같아서요.”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하니 흰둥이가 주인을 기다리는 이곳 으로 다시 데려온 것이다.

“병원에서는 불안해하더니 여기 에 데려오니 웃으면서 저쪽을 보 다가 눈을 감았어요.”

정자로 오는 방향을 가리키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 을 쉬었다.

‘죽는 순간에도 주인을 기다린 건가?’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아주머니 를 보았다.

“병원에도 데려가셨네요.”

“아프잖아요. 사람이든 짐승이 든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를 받 아야죠.”

싱긋 웃는 아줌마의 말에 강진 이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보답 받으실 거예요.”

“무슨 이런 걸로 보답을 받아 요?”

웃는 아줌마를 보며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고, 착 한 일을 하면 보답 받는다고 하 잖아요.”

“그렇죠.”

“나중에 이 말이 얼마나 옳은 말인지 아시게 될 거예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 다.

“젊은 사람이 할아버지 같은 말 올 하네요.”

“그런가요?”

싱긋 웃으며 강진이 흰둥이가 먹은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주머니 덕에 오늘 기분 좋게 시작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러네요. 아! 그리고 애 들 밥 주고 그릇은 꼭 챙겨 가세 요.”

“그릇요?”

“애들 밥 주는 것 좋아하는 분 들도 있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동네에 개와 고양이 들 돌아다닌다고 싫어하는 분들 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 애들 밥 그릇에 나쁜 짓 하고 가시는 분 들도 있어요.”

“나쁜 짓요?”

“가볍게는 밥그릇 뒤집어 버리 거나 쓰레기 넣어두기도 하고 버 리기도 하는데……

“심하게는요?”

강진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한숨 을 쉬며 말했다.

“약 같은 것을 타기도 해요.”

“약?”

“쥐약 같은 거요.”

“쥐약? 쥐약 먹으면 죽잖아요.”

“죽으라고 하는 거죠.”

고개를 저으며 아주머니가 말했 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있어서 밥 주고 한두 시간 있다

가 와서 꼭 그릇 치워 줘야 돼 요.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밥그릇 보면 싫어하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또 봐요.”

웃으며 손을 혼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는 몸을 돌려 공원을 나섰다.

강진이 가는 것을 보던 아주머 니가 주위를 보다가 일어나 자리

를 비웠다.

아주머니도 자리를 비우자 어디 선가 개와 고양이들이 나타나서 는 정자 밑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멀리서 보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공원을 나왔다.

공원을 나오자 한 중년 남성이 급히 다가와서는 카트를 대신 잡 고는 끌었다.

공원 한쪽에 주차되어 있던 트 렁크에 카트 안의 물건을 꺼내 넣고는 카트를 접어 안에 집어넣

었다.

덜컥!

트렁크를 닫은 남성이 운전석에 타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회사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남성이 서둘러 앞자리에 타자, 곧 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출발하는 차 안에서 아주머니가 문득 말했다.

“저기 역 앞에 핸드폰 가게 있

죠.”

“그쪽으로 모실까요?”

“아니. 그 옆에 식당이 있다고 하던데?”

“아! 한끼식당 말씀하시는군요.”

“아세요?”

“음식 맛이 괜찮아서 주말에 몇 번 가 봤습니다.”

“맛있나요?”

“맛도 있지만…… 가게 분위기 와 음식이 편합니다.”

“음식이 편해요?”

가게 분위기가 편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음식이 편하다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 겠지만…… 본가에서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으로 한 끼 먹는 느 낌이었습니다.”

“어머니 음식요?”

“맛도 있지만 편한 느낌이었습 니다.”

잠시 말을 멈춘 남자가 말을 이

었다.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어머 니가 해 주던 맛과 비슷한 느낌 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이라 면…… 맛있는 곳이군요.”

아주머니의 말에 기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아주머 니를 수행한 사람이라 이 말이 답을 원하는 물음이 아니라는 것 을 아는 것이다.

* *  *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배용수와 점심 장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백반으로 할 거지.”

“반찬 정갈하게 몇 개 더 하고 특색 있는 걸로 포인트 줘 보 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오늘 고등어 좋던데.”

“고등어가 왔어?”

신수용이 가져다주는 식재는 신 선하고 좋았지만 물고기와 같은 것은 없었다.

물고기는 안 팔리면 바로 냉동 을 해야 하니 말이다.

“겨울 고등어가 좋거든. 그래서 가져다준 것 같더근}. 고등어는 겨울이 최고거든.”

“그래?”

그러고는 강진이 고등어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보고는 그것 을 싱크대 위에 올렸다.

아이스박스의 뚜껑을 열자 얼음 에 재워져 있는 고등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은 맑고 껍질은 윤 기가 흐르는 것이 아주 좋았다.

“좋아 보이네.”

“좋지.”

“그럼 이걸로…… 고등어조림 할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고등어구이도 하자.”

“고등어구이라……

“고등어 구우면 맛있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고등어를 보 다가 말을 이었다.

“자반고등어가 아니라서 이대로 굽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양념장 을 만들어서 올리자.”

“그렇게 먹으면 맛있어?”

“안 먹어 봤어?”

“우리 집은 자반고등어만 먹었 던 것 같은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 가 비닐장갑을 끼고는 고등어를 한 마리 꺼내서는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배용수의 손놀림에 고등어의 배 가 갈라지고 내장이 쏟아졌다.

드드득! 드드득!

뼈를 가르며 자른 배용수가 프 라이팬을 꺼내서는 기름을 두르 고는 올렸다.

치이익! 치이익!

고등어가 익을 때 배용수가 양 념장을 만들었다.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청주, 거기에 석청을 넣고 간장과 다진 마늘, 후추도 톡톡 넣고 휘저은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먹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살짝 양

념을 찍어 입에 넣고는 말했다.

“좀 짠 것 아냐?”

“이 정도면 됐어.”

그러고는 배용수가 고등어를 보 았다.

치이익! 치이익!

고등어를 보던 배용수가 그걸 뒤집었다.

촤아악! 촤아악!

고등어 뒷면이 노릇하게 익은 것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이렇게만 먹어도 맛있겠는데?”

“생선구이인데 뭔들 안 맛있겠 어. 근데 이렇게만 먹으면 좀 심 심해.”

말을 하며 고등어가 익기를 기 다리던 배용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집어서는 그릇에 담았 다.

그러고 고등어 안쪽에 양념장을 올리고는 수저로 슥슥 비볐다.

“먹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젓가락을 들어서는 고등어 살을 발랐다.

화아악!

방금 막 구운 고등어 살에서 뜨 거운 김이 뿜어졌다.

스윽!

고등어를 입에 넣고 씹은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그렇지?”

“속은 부드럽고 겉은 맛있게 바

삭하네.”

고등어를 한 점 더 뜯어 입에 넣은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양념만 먹을 때는 짜더니 이렇 게 먹으니 안 짜네.”

“고등어에서 올라오는 김하고 기름에 양념이 희석이 돼서 그 래. 그리고 껍질하고 같이 먹어 봐. 고등어는 껍질 쪽이 맛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껍질과 함께 살을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맛있네. 특이 여기 갈색 맛있 다.”

“나도 그 부위 좋아. 특이 여 기……

배용수가 지느러미 쪽 살을 가 리켰다.

“여기가 완전 맛있지.”

“회도 여기가 맛있잖아.”

“그건 맞지.”

강진이 지느러미 살올 뜯어 입 에 넣었다. 촉촉하면서도 기름진

것이 맛이 좋았다.

“오케이! 이걸로 하자.”

“그럼 점심은 고등어 정식?”

—... ”

% .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말했 다.

“고등어조림 정식, 고등어구이 정식 오천 원. 특 고등어 정식이 라고 해서 두 개 다 주면서 칠천 오백 원 받자.”

각 메뉴는 오천 원, 두 개를 다

주면 칠천오백 원을 받자는 것이 강진의 생각이었다.

“하긴 두 개 다 주면서 정식 가 격 오천 원 받으면 너무 싸기는 하다.”

고등어조림과 고등어 양념구이 로 메뉴를 정한 강진이 화이트보 드에 메뉴를 적고는 가게 밖에 놓았다.

그 사이 고등어를 손질하던 배 용수가 말했다.

“회사 사람들한테 메뉴 문자 보

내야 하지 않겠어?”

“안 보낼 거야.”

“왜?”

“퇴직하고 첫날이라 오시기는 할 텐데, ‘오늘 뭐 합니다.’하고 문자 보내면 꼭 오라는 것 같잖 아.”

“그런가?”

“편하게 오고 싶으면 오는 곳이 면 좋겠어.”

“마인드 좋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저었다.

“장사 수완이 좋은 거지. 편하 게 와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 는 곳, 맛은 있지만 꼭 가서 먹 어야 할 것 같은 곳…… 어느 곳 이 편하겠냐?”

“당연히 편하게가 두 번 들어간 첫 번째 아니냐?”

“맞아. 오라고 하면 괜히 부담 이 생겨서 오히려 안 올 수도 있 어. 가고 싶은 가게라도 주인이 계속 오라고 하면 불편할 수 있

잖아.”

“그것도 그러네.”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이 빠 르게 고등어를 손질하기 시작했 다.

고등어를 손질한 강진이 무를 자르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그에 맞게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 다.

11시가 될 무렵, 강진은 전화를 몇 통 받았다.

[오늘 예약한다.]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몇 분요?”

[우리 팀원들 다 가는 거지. 메 뉴 불러 줄게.]

“형님.”

[왜?]

“오늘 고등어 정식 준비했거든 요.”

[고등어 정식?]

“고등어조림하고 고등어구이인 데 맛이 괜찮아요. 혹시 괜찮으 면 팀원 분들 중에 이거 드시기 싫은 분만 따로 메뉴 정해 주실 래요.”

[맛있어?]

“그럼요.”

[강진이가 고등어조림하고 고등 어구이 준비했다는데 이것 말고 다른 거 드실 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에 강진이 잠시 기다리자 이상섭

이 말했다.

[그거 먹겠대.]

“오케이 입니다.”

[11 시 40분쯤에 갈 거야.]

“알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테 이블을 보았다.

“11시 40분부터 영업하면 되겠 다.”

“예약만 18명이네.”

“시작이 좋네.”

해외 사업 2팀과 수출 대행 2팀 이 예약을 해서 그 인원만 18명 이었다.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백반에 들어갈 밑반찬들을 만들기 시작 했다.

기본 반찬에 바로 만든 오징어 볶음, 계란말이, 어묵볶음이 오늘 의 반찬이었다.

해외 사업 2팀과 수출 대행 2팀

은 약속대로 11시 40분에 가게 에 들어왔다.

거기에 일반 손님들도 두 테이 블 더 들어와서 가게 안은 북적 거렸다.

“강진아, 나 국그릇에 밥 한 그 릇 담아서 좀 줘.”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국그릇에 밥을 담아 주며 물었다.

“비벼 드시게요?”

“아니.”

임호진이 밥에 물을 말고는 무 조림을 크게 하나 잘라서는 밥에 올렸다.

“무조림은 물 말아서 먹어야 진 짜 맛있지.”

말을 하며 임호진이 물에 만 밥 과 무조림을 그대로 입에 넣었 다.

그러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 다.

“진짜 맛있다.”

“과장님, 맛있어요?”

“너도 이렇게 먹어봐.”

임호진의 말에 이상섭이 강진을 보자, 강진이 알았다는 듯 국그 릇에 밥을 퍼서 가져다주었다.

그에 이상섭도 밥에 물을 말아 서는 무조림을 올리고 먹었다.

“아…… 입에서 녹네요.”

“그렇지.”

두 사람의 말에 다른 직원들도 강진에게 국그릇에 밥을 부탁했 다.

직원들이 맛있게 무조림을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무조림이 인기가 많네요.”

“원래 고등어조림에서 가장 맛 있는 건 무조림이지. 고등어는 거들 뿐이지.”

“주객이 전도가 됐네요.”

고등어조림에서 주는 고등어고 무는 조연일 텐데 무조림을 더 맛있게 먹으니 말이다.

“이렇게 맛있는 전도라면 언제 나 환영이지.”

임호진이 웃으며 엄지를 세웠 다.

그런 임호진을 보며 미소 짓던 강진이 홀에 있는 손님들을 둘러 보았다.

‘오늘 점심 장사는 성공적이네. 이렇게만 장사가 되면 금방 부자 되겠다.’

기분 좋은 얼굴로 손님들을 보 던 강진의 눈에 가게 문으로 스 며 들어오는 귀신이 보였다.

처음 보는 아저씨 귀신이 머뭇

거리며 가게를 보다가 강진에게 다가왔다.

“저…… 제가 보이시죠?”

그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 여 긍정을 표했다.

“저기…… 밥 좀 주실 수 있을 까요?”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 를 보다가 슬며시 주방을 가리켰 다.

그에 아저씨 귀신이 민망한 얼 굴로 주방으로 향하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식사는 저녁 11시에 오셔야 하 는데…… 그래도 드시고 싶으면 제삿밥이라도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 귀신이 민 망한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저 말고…… 제 아이들이 배고 파서.”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의 아한 듯 그를 보았다.

“아이들이 배고파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