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78화 (176/1,050)

177화

“그런데 애들 어디 살아요?”

“이수역 쪽에 삽니다.”

“거기 꽤 먼데? 걸어서 여기까 지 와요?”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까운 데서 줍지, 왜 여기까 지?”

“학교 애들이 볼까 봐 멀리 와 서 줍습니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작 게 한숨을 쉬었다.

‘돈이 없다고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플라스 틱 통을 하나 꺼내서는 그 안에 손질한 고등어를 넣었다.

“뭐 하게?”

“주려고.”

“줄 거면 여기서 구워서 주지 그래? 고등어 굽는 것도 실력이 필요해.”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고등어 굽는 것도 실 력이 필요하다.

적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 촉하게 구우려면 불 조절과 뒤집 는 타이밍, 그리고 익히는 시간 까지 섬세한 조절이 필요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바로 먹을 거면 그 실 력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저 애 들은 두 시간은 또 걸어서 집에 가야잖아. 잘 구웠지만 가는 길

에 식어 차가워진 고등어보다 집 에서 대충 구운 따뜻한 고등어가 더 맛있을 거야.”

“아…… 그것도 그러네.”

어떤 음식이든 식으면 맛이 떨 어지고, 바로 만든 음식은 맛있 는 법이니 말이다.

“집에 조리 도구는 있나요?”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보자 그 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더 는 말을 하지 않고 플라스틱 뚜 껑을 닫고는 작은 통에 양념장도 담았다.

그리고 메모지에 글을 적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 르고 불을 강하게 해요. 그리고 껍질부터 올리세요. 기름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하고요.

그리고…….>

고등어를 굽는 순서와 방법, 그 리고 뒤집는 타이밍까지 세심하 게 적어 놓은 강진이 메모지를 통에 붙였다.

그러고는 봉지에 통들을 담아 홀로 나왔다.

“자, 여기 있습니다.”

강진이 봉지를 동생에게 내밀었 다. 그에 동생이 봉지를 받다가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무게가 고등어 반 토막 무게가 아닌 것이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작게 눈짓을 했다.

형에게 주면 안 받을 것 같아 서, 동생에게 건넨 것이다.

형보다는 동생이 조금 더 넉살 이 있어 보이니 말이다. 동생을 보던 강진이 시선을 돌려 형을 보았다.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게 뒤에 나오거든요. 학생은 먼저 나가서 그쪽으로 수레 옮길래요? 아무래도 박스는 먼지가 나서 손 님 있는 이쪽으로 내기 그러네.”

“알겠습니다.”

강진의 시선에 형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가게를 나갔다.

형이 나가자 강진이 동생을 화 장실 쪽으로 데리고 갔다. 화장 실 한 쪽에는 빈 박스가 몇 장 포개져 있었다.

“박스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몇 장 없네요.”

“이것도 감사합니다. 그런

데…… 이거……

동생이 봉지를 살짝 들어 보이

자 강진이 말했다.

“집에 가는 길에 고등어 식을 것 같아서 안 구운 걸로 몇 마리 넣었어요. 굽는 방법은 안에 적 었으니까 그대로 굽고 마지막에 양념장만 살짝 발라주면 돼요.”

강진의 말에 동생이 놀라 봉지 를 열어보고 안을 확인했다. 강 진의 말대로 통 안에 고등어 몇 마리가 포개져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받으면 저 형한테 혼나 요.”

“어머니가 좋아하신다면서요.”

동생의 얼굴에 살짝 망설임이 어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감사합니다.”

형한테 혼나는 것이 무섭지만 엄마한테 맛있는 것을 줄 수 있 다면…….

‘그리고 이거 맛있어.’

속으로 중얼거리는 동생을 보며 강진이 폐지를 줍고는 말했다.

“내일도 와요.”

“내일도요?”

“괜찮으면 11시에 와요. 아무래 도 손님들 있는데 병 같은 것 챙 겨서 내기가 좀 그러네요.”

“그냥 밖에 놓으시면 저희가 가 져갈게요.”

“밥집에 왔다 가면 밥은 먹고 가야죠. 나도 혼자 밥 먹는 것 지루하고 그러니까 11시에 와서 같이 밥 먹어요.”

“괜찮은데……

“그렇게 해요.”

웃으며 강진이 뒷문으로 나와 골목 쪽을 보자 형이 수레를 끌 고 왔다.

강진이 수레에 박스를 올려 실 으며 동생에게 눈짓을 하자, 그 가 슬며시 수레 구석에 봉지를 내려놓았다.

그에 강진이 동생에게 살짝 웃 어주고는 형을 보았다.

“그럼 내일 또 와요.”

강진의 말에 형이 고개를 숙였

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것 치워주니 내가 더 고맙죠. 앞으로도 자주 와요.”

“네.”

형이 수레를 잡고 끌려 할 때,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학생인 것 같은데 학교 안 가요?”

강진의 말에 형이 웃었다.

“방학했어요.”

“아! 방학했구나.”

“안녕히 계세요.”

형이 고개를 숙이고 수레를 끌 자, 동생이 그 옆에서 수레를 잡 다가 강진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 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강진도 마주 손을 흔들고 는 힐끗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애들이 착하네요.”

“착하죠. 내가…… 있었으면 애

들이 저렇게 고생 안 할 텐데.”

한숨을 쉰 아저씨 귀신이 강진 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 러 수레를 끌고 가는 형제의 뒤 를 쫓아갔다.

“아들, 같이 가자.”

물론 자신의 말을 못 듣겠지만 말이다.

그런 부자들을 보던 강진이 입 맛을 다셨다.

‘아빠 보고 싶네.’

아빠를 떠올린 강진이 또 입맛 을 다셨다. 귀신에 대해 알게 되 고 저렇게 자식들에게 붙어 있는 아버지 수호령을 보니…… 괜히 아버지에게 서운했다.

자신도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좀 옆에 남아서 좀 챙겨주지, 하 고 말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아빠도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 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남아 계셨으면 좋은 꼴 못 보 셨을 텐데... 편히 승천하셨으

니 그걸로 감사해야지.’

수호령으로 자신의 옆에 있었다 면 아버지 형제들이 자신을 보육 원으로 보내는 것을 봤을 테 니…… 아버지의 속이 더 아팠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저 멀리 가는 형제 들을 보았다.

‘자주 와라. 형이 밥은 맛있게 해 줄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주방으 로 들어가다가 문득 형제들을 돌 아보았다.

‘반찬 좀 챙겨 줄 걸 그랬나?’

고등어만 챙겨 보낸 것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그 형 성격 을 보니 반찬까지 바리바리 싸 주면 안 받으려 할 것 같았다.

그에 고개를 저은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손님들 이 있는데 오래 비워 두면 안 되 니 말이다.

다음 날 아침 강진은 플라스틱 통 두 개를 가지고 공원으로 향 하고 있었다.

하나에는 흰둥이가 먹을, 소에 서 산 간식으로 만든 음식이 있 었고 다른 하나에는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가 들어 있었다.

통을 들고 정자로 가며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흰둥아.”

강진의 부름에 정자 밑에서 흰 둥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멍! 멍!

기분 좋게 짖으며 정자 바닥에 서 이리저리 원을 그리며 팔짝거 리는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그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흰둥이를 쓰다듬은 강진이 흰둥 이 밥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플라스틱 통 안에는 JS 편의점 에서 산 핫바와 밥, 그리고 참치

가 들어 있었다.

물론 참치는 회가 아니고 참치 캔의 내용물을 덜은 것이었다.

“형이 맛있는 걸로만 사 왔어. 맛있게 먹어.”

기분 좋은 울음과 함께 흰둥이 의 꼬리가 좌우로 미친 듯이 흔 들렸다.

그런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통 을 내려놓았다.

흰둥이가 한 차례 짖고는 밥에 코를 박고는 빠르게 먹기 시작했 다.

우걱우걱!

그런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그 등을 쓰다듬다가 그 옆에 유기견 들 먹으라고 가져온 사료 통을 내려놓았다.

흰둥이야 귀신이니 사람 음식을 먹여도, 유기견들은 그것이 아니 니 따로 이승의 사료도 사서 챙

겨 온 것이다.

유기견용 사료를 챙기는 사■이, 흰둥이가 밥을 다 먹자 강진이 다시 등을 쓰다듬다가 문득 손을 내밀었다.

“손!”

착!

손에 자신의 발을 그대로 올리 는 흰둥이 모습에 강진이 웃었 다.

“ 앉아.”

착!

“엎드려!”

착!

“일어나.”

착!

“말해.”

강진의 말에 흰둥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재차 웃으며 다시 손을 내밀었 다.

“손 ”

착!

흰둥이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 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보네요.”

목소리에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 다. 뒤에는 어제 본 아주머니가 예의 카트를 끌고 다가와 있었 다.

“오셨어요.”

“나야 산책 삼아서 매일 오니까 요.”

그러고는 아주머니가 흰둥이가 있는 곳을 보았다. 물론 흰둥이 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뭐 하세요?”

“아, 애들하고 만나면 해 보려 고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 다.

“그러다 물려요.”

“그런가요?”

“모르는 애들한테는 손 내미는

것 아니에요. 저도 자주 물려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강진이 놓은 밥그릇을 보고는 말했다.

“벌써 애들이 와서 한 그릇 하 고 갔네요.”

“아까 와서 먹고 갔습니다.”

“나는 여기 자주 와도 애들이 나 가고 난 후에 먹는데…… 애 들이 그쪽을 좋아하나 봐요.”

“애들이 안 다가오나요?”

“다가와서 애교 피우는 애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잘 안 와 요.”

웃으며 말을 한 아주머니가 카 트에서 밥그릇을 세 개 꺼내 사 료를 담고 한쪽에는 물을 담아서 는 정자 밑에 놓았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벌써 가세요?”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요.”

웃으며 말을 한 아주머니가 문 득 강진을 보았다.

“가게가 맛집이라고 하던데요.”

“맛집입니다.”

강진이 바로 답을 하는 것에 아 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보통은 겸손하게 ‘아닙니다.’ 정도는 하던데.”

“맛있는 음식 좋아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음식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그럼 오세요. 드셔 보시고 맛 없으면 돈을 안 받겠습니다.”

“자신감 있네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감 이 있어야죠. 내가 맛없다 생각 하는 음식을 팔 수는 없잖아요. 그런 의미로 저는 제가 만든 음 식이 참 맛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맞는 말이네요.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자신이 없는데 팔면 안

되죠.”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고 개를 끄덕이던 무슨 생각이 들었 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만든 물건에 자신이 없 으면 팔면 안 된다.”

작게 강진이 한 말을 중얼거리 던 아줌마가 몸을 일으켰다.

“다음에 또 봐요.”

“또 뵙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따 그릇 찾으러

올 건가요?”

아주머니가 자신이 놓은 그릇을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사람들이 나쁜 짓 하지 않게 잘 챙기겠습니다.”

그릇 챙기러 오라는 말로 알아 듣는 강진에게 아주머니가 말했 다.

“그것도 그런데…… 미안한데 혹시 괜찮으면 그때 내 그릇들도 좀 챙겨 주겠어요?”

“그럼요.”

“근데…… 여기 하나가 아니근} 서.”

“더 있어요?”

“저길 따라가다 보면 가로등 있 거든요. 그 밑에 하나 있고. 더 가면 화장실 있는데 그 뒤에 하 나 있어요.”

“그럼 세 곳만 치우면 되나요?”

“부탁 좀 해도 될까요?”

“같이 아이들 살피는데 그 정도

는 해 드려야죠.”

“고마워요.”

싱긋 웃으며 아주머니가 카트를 끌고는 공원을 벗어나기 시작했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손을 앞 으로 내밀었다.

“손!”

착!

어느새 흰둥이가 정자에서 나와 서는 강진의 손에 발을 올렸다.

“하이파이브!”

강진이 양손을 들자 흰둥이가 몸을 일으켜서는 양손에 자신의 발을 가져다 댔다.

그 모습에 흐뭇함이 든 강진이 웃었다.

“나중에 황구 형 오면 소개해 줄게. 그 녀석도 착해서 너하고 잘 지내겠다.”

강진의 말에 흰둥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구가 누구냐는 듯 말이다.

그런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다 시 손을 내밀었다.

“손!”

착!

번개처럼 손을 올리는 흰둥이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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