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공원을 나온 아주머니에게 기사 가 다가와 카트를 받아서는 트렁 크에 실었다.
그러고는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회사로 가죠.”
“알겠습니다.”
차가 출발올 하자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생산자가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 까?”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었는데 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생산 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제 품을 소비자가 만족스러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사의 말에 아주머니가 이마를
톡톡 치다가 한숨을 쉬었다.
“인생의 정답이라는 게 참 말은 쉬운 것 같아요.”
“그런가요?”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착한 사람은 도와주고, 부모님께 효도 하고, 거짓말하지 말고……
아주머니가 인생의 정답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들을 하다가 한숨 을 쉬었다.
“답은 쉬운데……
‘답대로 사는 것이 어렵네요.’
한숨을 쉰 아주머니가 핸드폰을 꺼냈다.
“나예요. 이사진 소집하세요. 안 건은…… Y7 디자인 교체예요.”
아주머니의 통화에 기사의 얼굴 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Y7 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 되어 있는, 회사의 주력이라 할 수 있 는 핸드폰이다.
그런 디자인을 지금 바꾼다?
‘사장님의 머리가 복잡하시겠
군.’
11시 무렵, 형제가 슬며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 일찍 오라고 했더니 그 말대로 일찍 온 모양이었다.
“어서 와요.”
강진이 웃으며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시간 잘 맞춰 왔네요. 나도 이 제 밥 먹으려고 했는데.”
“저기…… 어제 감사했습니다.”
형이 봉지를 내밀자 강진이 그 안을 보았다. 어제 고등어를 싸 준 그릇이 깨끗하게 설거지 되어 담겨 있었다.
“어머니 맛있게 드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동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한 마리 다 드셨어 요.”
“맛있게 드셨나 보네요.”
웃으며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 다.
“일단 앉아요. 좀 있으면 손님 들 올 시간이라 나도 밥을 빨리 먹어야 해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형이 급히 말했다.
“저희는……
“같이 먹어요. 혼자 먹으면 맛 이 없어서 그래요. 자, 학생 앉아 요.”
강진이 동생을 보자, 동생이 슬 며시 형을 잡고는 의자에 앉았 다.
그에 잠시 망설이던 형이 입맛 을 다시며 의자에 앉았다. 그런 형제를 보며 강진이 따뜻한 야관 문 차를 가져다주고는 쟁반에 음 식과 밥을 퍼서는 식탁을 가져왔 다.
“오늘은 제육볶음에 콩나물국이 에요.”
강진이 주는 밥그릇을 두 손으 로 공손히 받은 형이 말했다.
“오늘은 밥값 낼게요.”
“어? 그럼 나는 먹지 마요?”
“네?”
“나도 같이 먹으려고 했는 데…… 돈을 내면 손님이잖아요? 내가 어떻게 손님하고 같이 밥을 먹어요.”
강진이 자기 밥그릇을 들썩이자 형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 았다.
“그게 아니고……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 에 앉았다.
“나는 이강진인데 이름이 뭐예 요?”
“저는 최종훈이고 얘는 최종수 요.”
“그럼 식사하시죠.”
그러고는 강진이 수저를 들어 밥을 떠서 먹자 최종훈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최종훈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강 진이 하는 행동이 호의라는 것과
일부러 밥을 먹이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래서 강진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이름을 물었을 때, 뭔가 한 마디 더 할 것이라 생각을 했 었다.
“하실 말씀 있던 거 아니에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말했잖아요. 식사하자고. 먹어 요. 형이 만들었는데도 맛있어 요.”
강진이 제육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주루룩!
소스가 입가를 타고 흐르는 것 에 최종훈이 침을 삼켰다. 무척 맛이 있어 보였다.
그에 최종훈이 수저를 들며 최 종수를 보았다.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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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배고픈 얼굴로 제육을 보던 최종수가 밥을 입에
넣고는 고기를 집어 먹었다.
우물우물!
종수의 입가에 흐르는 소스에 최종훈이 화장지를 뽑아 입을 닦 아주었다.
그런 두 형제를 보던 강진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강진이 최종훈의 수레에 빈병과 종이를 실어주었 다.
“그리고 이거 제육하고 반찬 좀 넣었어요.”
강진이 봉투를 내밀자 최종훈이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내 음식 맛있죠?”
“맛있습니다.”
“그럼 어머니도 참 맛있게 드실 텐데?”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잠시 망 설였다. 그러다 공손히 봉지를
받아서는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가져다주면 맛있게 드실 것을 생각하니 염치를 생각할 수 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 내일 또 봐요.”
강진의 말에 잠시 있던 최종훈 이 말했다.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형.”
최종훈의 형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진작 좀 말해 주지. 그럼 형이 앞으로 말 편하게 한다.”
바로 말을 놓을 줄은 몰랐던지, 최종훈이 강진을 잠시 얼떨떨하 게 보다가 웃었다.
“네.”
고개를 숙인 최종훈이 수레를 끌고 가자 최종수가 강진에게 고 개를 숙였다.
꾸벅!
“형, 잘 먹고 가요.”
“그래. 가.”
강진이 손을 들자 최종수가 서 둘러 수레를 뒤에서 밀며 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어머님 어디가 아프신 겁니 까?”
“여기저기 다 아픕니다.”
말을 하는 아저씨 귀신의 얼굴 에는 민망함이 어렸다.
“잘 모르시나 보네요.”
“그게…… 애 엄마가 애들한테 어디가 딱히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아서……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에게 붙은 지박령이니 아줌마의 사정에 대 해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럼 오늘도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인 아저씨 귀신이 애 들을 쫓아가자 강진이 가게 안으 로 들어갔다.
홀에 나와 있던 배용수가 말했
다.
“아까 뭔가 말할 것 같더만?”
“ 말?”
“이런저런 조언 같은 것 말이 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밥 한 끼 주면서 무슨 조언씩 이나 해.”
“하긴 그것도 그러네.”
“장사나 준비하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 방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자신이 먹은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점심 역시 회사 사람들이 자리 를 채우고 있었다. 해외 사업 2 팀과, 수출 대행 2팀 외에도 회 사 다른 팀 직원들도 몇 왔다.
두 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 다른 부서 팀장들과 팀원들이 같
이 온 것이다.
그 덕에 가게 안은 태광무역 직 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만석입니다. 지금부터 삼십 분 정도 대기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가게 앞 화이트보드에는 더는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미리 시간을 공지해 서 다른 곳에 가시라고 말이다.
어쨌든 한 번에 우르르 손님들 이 몰려왔기에 한 번에 음식을 내자 강진은 할 것이 없었다.
손님들이 달라는 반찬이나 리필 해 주면 되었다.
“임 과장, 여기 맛있네.”
처음 보는 부서의 남자가 웃으 며 하는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만 와서 편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차 과장이 알아서 앞으로 가 걱정이네.”
“내가 왜?”
“차 과장 맛집 블로그 하잖아.”
“맛있는 집은 여럿과 나눠야 지.”
차 과장의 말에 오성실 부장이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그날그날 메뉴 가 바뀌는 겁니까?”
오성실 부장의 말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날 들어온 재료 중에 좋은 걸로 음식을 만들 생각입니다.”
“오마카세처럼 말입니까?”
“오마카세라고 하기에는 거창하 고 그냥 그날 들어온 재료로 가 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들 생각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성실 부장이 웃 었다.
“그게 오마카세입니다. 오마카
세가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가게 에서 내는 주방장 특선처럼 인식 이 되지만, 알고 보면 일본 가게 요리사들이 편하게 내어주는 것 이 오마카세입니다.”
그러고는 오성실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좋군요.”
“뭐가요‘?”
“강진 씨도 회사에서 근무를 해 봤으니 점심 때 뭘 먹을까 고민 하는 직장인들 많이 봤을 겁니
다.”
“아…… 그렇죠.”
회사에서 근무할 때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점심 메뉴였 다.
점심시간 되기 삼십 분 전부터 ‘오늘 뭐 먹지? 뭐 먹을까?’ 하 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니 말 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메뉴를 먹는 것도 아니다. 한창 고민하다가 결국은 ‘김치찌개나 먹자’ 혹은
‘선지 해장국이나 먹자’로 결정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강진 씨가 여기서 오마 카세처럼 음식을 하니, 우리는 와서 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 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마음에 안 드시는 음식이 나올까 그것도 조금 걱정이 됩니다.”
손님들이 왔다가 마음에 안 들 어 하면 그것도 걱정이었다. 강 진 자신이 만든 음식이 확실히 맛도 있고 정성도 깃들 테지만,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은 다 제각 각이라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 그날 메뉴를 사진으로 찍 어서 사람들에게 보내세요.”
“사진요?”
“보니 점심에 우리 사람들이 가 장 먼저 와서 먹고 가는 것 같은 데…… 사진 보내 주면 먹고 싶 은 사람들은 오고 싫은 사람들은 다른 데 가지 않겠습니까?”
“그럼 와 달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요.”
“강요?”
오성실의 의문에 강진이 배용수 에게 했던 말을 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오성실이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일리가 있군요.”
오성실의 말에 옆에서 밥을 먹 던 장성태가 말했다.
“그럼 오픈톡을 하나 개설하지 그래요?”
“오픈톡요?”
“깨톡에 보면 오픈톡이라고, 모 르는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는 깨톡 방을 만들 수 있어요. 거기 에 그날그날 메뉴를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보고 먹고 싶으면 오 고, 다른 것 먹고 싶으면 다른 데 가고 하는 겁니다.”
“ 오픈톡요?”
강진의 말에 장성태가 말했다.
“괜찮으면 내가 만들어 줄까 요?”
장성태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주었다.
그에 장성태가 핸드폰을 받아 깨톡에 들어가서 오픈톡을 만들 어서는 주었다.
〈한끼식 당〉
한끼식당이라 적힌 채팅방을 보 며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핸드폰을 보았다.
“어떻게, 괜찮아 보여요?”
“괜찮네요. 음식 사진하고 소개 말 같이 올리면 여러분들이 알기 쉽겠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오픈톡에 내일부터 점심 메뉴 올려드릴 테니 보시고 메뉴 참고 하세요. 오픈톡 이름은 한끼식당 입니다.”
“오! 좋네.”
“알았어요.”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화이트보드 판 밑에 오픈 톡에 대한 것을 적었다.
그 후 손님들이 밥을 맛있게 먹 고 나가기 시작하자 강진이 일단 홀을 치우기 시작했다.
손님 받을 욕심에 손님부터 들 여놓으면 손님들은 홀 치우는 동 안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앉아 있는 시간부터 대기시간이니 손님들은 짜증이 나는 것이다.
밖에서 기다리는 것은 참아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는 것 은 참지 못하는 것이 손님들이었 다.
어쨌든 홀을 치우고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겨 놓은 강진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강진은 가게 앞에서 줄 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혹시…… 저희 가게 오신 건가
요?”
“네. 사람들 나가던데 이제 들 어가도 되나요?”
“아! 들어오세요.”
손님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사람들이 줄까지 서니.... 정
말 맛집이 된 것 같잖아.’
강진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만석 표시를 지웠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손
님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주방장 특식은 제육볶음 과 칼칼한 콩나물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