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81화 (179/1,050)

180화

촤아악! 촤아악!

홀에 번지기 시작하는 매운 냄 새에 이강혜의 입가에 침이 고였 다.

‘맛있겠다.’

매운 닭발은 그녀가 정말 좋아 하는 음식이다. 대학교 때 처음 먹어 보고 반한 후 지금도 좋아 한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보니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 엄청 매운

닭발이 었다.

꿀꺽!

침을 삼킨 이강혜가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야관문 차를 마셨 다.

‘맛있네.’

한방차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맛 이 괜찮았다. 그에 미소를 지을 때 강진이 쟁반을 들고 나왔다.

“주문하신 매운 닭발 삼 형제

나왔습니다.”

“삼 형제라…… 하긴 매운 닭 발, 계란찜, 주먹밥 이 정도면 삼 형제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앞을 가 리켰다.

“같이 먹어요.”

“저는 점심 먹어서 편하게 드세 요.”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웃으며 이강혜가 강진이 준 일 회용 비닐장갑을 손에 낀 뒤, 닭 발을 손에 쥐고는 엄지를 움직였 다.

엄지의 움직임에 닭발의 관절이 빠지며 분리가 되었다.

‘확실히 여자들은 닭발 먹는 방 법을 아네?’

처녀 귀신들도 닭발을 먹을 때 저렇게 엄지로 발골을 하면서 먹 으니 말이다.

그러고 닭발을 입에 넣은 이강 혜가 바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아! 하아!”

그런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웃 었다.

“매우시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붉어진 얼굴로 웃었다.

“스트레스가 확 풀어지는 맛이 네요. 맛있어요.”

이강혜는 한 손으로는 닭발을

잡고 먹고, 다른 손으로는 주먹 밥을 움켜쥐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손길에 주먹밥이 빠르게 모양이 잡혀 갔다. 그렇게 하던 이강혜가 문득 주먹밥을 보았다.

주먹밥은 그냥 김가루가 뿌려진 밥이었다. 그리고 그걸 먹는 사 람이 손으로 비벼서 주먹밥을 만 드는 것이고 말이다.

“쓰읍! 멸치가 들어갔네요?”

“멸치볶음 넣고 밥 비벼도 맛있 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강혜가 작게 주먹밥을 쥐고는 입에 넣었다.

“음…… 맛있어요. 달달하면서 고소하네요.”

“멸치볶음 할 때 꿀을 좀 넣어 서 달달할 겁니다. 단짠단짠이라 고 하는데 맵단맵단도 좋잖아 요.”

강진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 이며 주먹밥을 하나 더 입에 넣 은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 씨 음식 참 맛있네요.”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먹어도 참 맛있다고.”

“그러게요. 이 정도면 자신감이 이해가 되네요.”

이강혜가 이번에는 계란찜을 보 았다. 계란찜은 화산이라고 불러 도 좋을 만큼 뚝배기 위에 몽글 몽글 솟아 있었다.

거기에 당근과 파로 예쁘게 장 식이 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았 다.

스윽!

수저로 계란찜을 푹 뜬 이강혜 가 한 숟가락 먹고는 얼굴을 살 짝 찡그렸다.

입안이 매운 상태에서 뜨거운 계란찜을 먹으니 통증이 느껴지 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어요.”

부드러운 계란찜의 적당한 간에 미소를 지은 이강혜가 말했다.

“기름장 좀 주시겠어요.”

“기름장에 찍어 드시게요?”

“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들기름에 소금과 후추를 좀 타서는 가지고 나왔다.

“여기요.”

“고마워요.”

이강혜가 들기름에 닭발을 살짝 찍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

다.

그 미소에 강진이 말했다.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어 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기름장에 안 찍어 먹어 봤어 요?”

“닭발에 기름장은 안 먹어 봤네 요.”

“먹어 보세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닭발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제가 만들기는 했는데 너무 매 울 것 같아서요.”

“매운맛으로 먹는 거죠. 그리고 매운 음식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매운맛이 금방 가셔요.”

“그래요?”

“매운맛을 가시게 할 때는 기름 성분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서 그런지 매운 음식에 기름장 찍어 먹으면 살짝 덜 맵고 매운

맛도 금방 씻기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닭발을 보았다.

들기름에 닭발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이강혜가 젓 가락으로 닭발을 하나 집어 내밀 었다.

“먹어 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닭발을

집었다.

“맛이 궁금하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들기름에 닭 발을 담갔다가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맛을 본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매워!’

매웠다. 자신이 만들기는 했지 만 확실히 매웠다. 자신이 만들 었던 원래 레시피도 맵지만, 이 건 이태문의 김소희 전용 특제 레시피다.

그래서 강진의 것이 1단계라면 이건 5단계 정도의 매운맛을 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들기름의 맛과 함께 섞이니 매운맛이 빠르게 사라졌 다. 거기에 들기름에 섞인 소금 맛이 은은하게 단맛이 도는 것도 같았다.

소금에서 단맛이 도는 것이 이 상했지만 확실히 들기름에 섞인 소금에서 단맛이 돌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매웠던 맛이 씹고 있으니 빠르게 사라졌다.

“맛있네요. 맛있게 매운맛이에 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강혜가 웃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닭발을 씹었다.

“들기름만 찍었는데 이런 맛이 날 줄은 몰랐네요.”

“매운 음식 기름장에 찍어 먹으 면 맛이 좋아요.”

“좋은 것 배웠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닭발을 보자 이강혜가 말했다.

“같이 먹어요.”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손님이라고 해도 이강혜 한 명 이고... 그녀도 혼자 먹으면 심

심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닭발을 집으려 할 때 문 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풍금 소리에 고개를 든 강진의 눈에 최종훈이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 보였다.

“들어가도 되나요?”

“그럼 들어와.”

강진의 부름에 최종훈이 고개를 숙이고는 들어왔다.

“저……

“형.”

“네?”

“형이라고 불러야지.”

“아......" 형.”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밖에 춥지.”

“조금요.”

“조금은 많이 춥지. 종수는?”

강진의 말에 최종훈의 뒤에서 최종수가 고개를 바로 내밀었다.

“형.”

“들어와. 밖에 춥다.”

강진이 다가와 두 사람을 당겨 안으로 들였다.

“잠시만.”

그러고는 강진이 따뜻한 차를 따라 가져다주었다.

“일단 이것부터 마셔.”

“감사합니다.”

최종훈이 따뜻한 차를 최종수에 게 건네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일 끝난 거야?”

“폐지하고 병 주운 거 이제 고 물상에 가져다주면 끝이에요.”

“배고파? 밥 먹을래?”

“어머니 집에 저녁은 형이 준 먹으려고요.”

“그래. 가족은 지.”

혼자 있어서요. 반찬으로 집에서

밥 같이 먹어야

최종훈이 손에 쥐고 있던 봉지 를 잠시 만지작거릴 때 최종수가 말했다.

“형, 붕어빵 좋아하세요?”

붕어빵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었 다.

“붕어빵 싫어하는 사람도 있 어?”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봉지를 슬며시 내밀었다.

“이거......"

“붕어빵이야?”

“네.”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봉지를 열었다. 봉지 안에는 조금은 눅

눅해진 붕어빵이 들어 있었다.

“드세요.”

“나 주려고 사온 거야?”

“압구정역에 붕어빵 파시는 아 저씨가 저희 가면 몇 개씩 주세 요. 형 드실까 해서 가져왔어요.”

우물쭈물하는 최종훈의 말에 강 진이 웃었다.

“고맙네.”

그러고는 강진이 붕어빵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눅눅해져서 바삭함은 없었지만 고소하면서 달달한 팥이 입안에 서 퍼져나갔다.

“오! 여기 붕어빵 맛있네.”

“여기 아저씨 붕어빵•이 제일 맛 있어요.”

최종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맛이 있었다.

게다가 팥알이 씹히는 감촉과 맛이 질 좋은 팥을 쓰는 것 같았 다.

그리고는 강진이 붕어빵을 보았

다.

“너희도 먹어.”

“형 드세요. 그럼 저희 갈게요.”

최종수의 말에 강진은 사양하지 않았다.

최종훈 형제는 강진에게 뭐라도 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뭔가 서로 주고받아야 친밀해진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서로를 멀어지게 만 들 수도 있었다.

“그래. 고맙다. 맛있게 먹을게.”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갈게요.”

그리고는 최종훈이 최종수를 데 리고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말했 다.

“내일 11시에 또 와.”

“그..

“형도 혼자 밥 먹기 지루해서 그러니까 시간 맞춰서 와. 같이

밥 먹게.”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더는 사 양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밥이나 같이 먹자는 건데 감사 는 무슨. 내일 보자.”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최종수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그것을 보 던 강진이 붕어빵을 보다가 이강 혜의 앞에 와서 앉았다.

“하나 드실래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붕어빵을 보다가 하나를 받아 들며 말했 다.

“아까 애들 어린 것 같던데? 집 안 사정이 안 좋은가 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애들 사정이라 남이 뭐라고 하 기는 그렇지만 애들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야 하는 데…… 그래도 기특하죠.”

“폐지 줍는 것이 돈이 되나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폐지 줍는 것보다는 아르바이 트가 더 좋죠.”

“그런데 왜 폐지를?”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때가 안 맞으면 못 구해요. 게다가 학 생 방학 시즌에는 아르바이트 할 사람도 넘쳐나는데.”

“아......"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닭 발을 집었다.

“그래서 밥을 챙겨 주는 건가 요?”

“밥 챙겨 준다기보다는 그냥 저 먹을 때 밥이나 좀 더 푸는 겁니 다.”

“좋은 일 하네요.”

“밥집 장사하는데 밥 아낄 이유 가 있나요. 남는 것이 밥인데.”

강진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편하게 드세요.”

“강진 씨는?”

“저녁 장사하게 재료 준비 좀 하려고요. 그럼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닭발을 먹고, 주먹밥 에 소스를 비벼 먹었다.

그렇게 이강혜가 닭발과 주먹밥 을 맛있게 다 먹을 때쯤 강진이 우유를 한 잔 가지고 나왔다.

“맛있게 드셨어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말을 하며 이강혜가 티슈를 꺼 내 땀을 닦았다. 그녀의 얼굴과

머리에는 땀이 가득했다.

거기에 옷도 살짝 축축해질 정 도였고 말이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거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우유를 받아 마시다가 잔을 보았다.

“인삼 갈은 건가요?”

“산도라지하고 꿀 좀 섞어서 우 유하고 갈은 겁니다.”

“매운 속이 편해지네요.”

웃으며 말을 한 이강혜가 우유 를 마저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 다.

“오늘 스트레스가 좀 많았는데 사장님 덕에 기분이 많이 풀렸어 요.”

“그럼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말했다.

“ 얼마예요?”

말을 하며 이강혜가 카드를 내 밀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JS VIP 카드처럼 생겼네.’

이태문이 줬던 카드와 비슷하다 생각한 강진이 카드기에 카드를 긁고는 영수증을 내밀었다.

강진이 내민 영수중을 받은 이 강혜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칠천 원?”

자신이 먹은 메뉴만 세 개인데 칠천 원이면 너무 저렴한 것이 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저도 같이 먹었잖아요. 반은 제가 내는 겁니다.”

“이 사장님은 닭발 하나밖에 안 드셨는데?”

“먹은 건 먹은 거죠. 그리고 사 실 마음 같아서는 돈을 안 받고 대접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공짜로 밥 먹으면 나중에 죽어서 그 돈 다 뱉어내야 합니다.”

“죽어서요?”

“세상에 공짜라는 것이 없더군 요. 나쁜 짓이든 선한 일이든 죽 으면 다 그에 맞게 정산이 되더 라고요.”

“정산이라……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서 열심히 살자는 주 의라 죽은 다음까지는 모르겠지 만…… 그래도 착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겠죠. 그럼 돈을 다 받으시지, 너무 적게 받는 것 아니에요?”

“저도 같이 먹었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으며 카드를 백에 넣었다.

“잘 먹었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또 오세요. 그때도 맛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다음에는 돈 다 받는 건가요?”

“그럼요. 제대로 된 음식은 제 대로 된 가격에 드시는 것도 죄 를 짓지 않는 겁니다. 너무 싸게 만 사려고 하는 것도 죽으면 다

정산 받거든요.”

“물건에는 그에 맞는 가격이 있 다는 건가요?”

“그럼요. 땅 파서 장사하는 것 은 아니잖아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이강혜 가 피식 웃었다.

“사장님은 죽은 다음에 일을 많 이 걱정하시는 것 같네요?”

“사실 좀 그렇습니다.”

그럴 수밖에. 사람이 죽으면 어

떻게 되고 어디를 가게 되는지 강진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이강혜가 고 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럼 내일 봐요.”

이강혜가 기분 좋은 얼굴로 가 게를 나서자 강진이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게를 나선 이강혜는 앞에 주 차되어 있는 차에 다가갔다. 기 사가 서둘러 내리려 하자 이강혜

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기사가 차를 타자 이 강혜가 말했다.

“연구 센터로 가세요.”

“네.”

부웅!

차가 출발하자 이강혜가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실장님 말대로 편한 가게네 요.”

“맛도 있습니다.”

“맞아요. 맛도 있고……

가게에서 먹었던 닭발을 떠올린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잠시 있던 이강혜가 말했다.

“이 근처에 고등학생이 할 만한 아르바이트 하나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운전기사이자 수행비서도 겸하

는 도원규 실장의 답에 이강혜가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죽어서 정산을 받는다라……

잠시 생각을 하던 이강혜가 웃 었다.

‘천국은 못 가겠네.’

사업을 하다가 자기 때문에 망 하거나 피눈물을 홀린 사람이 어 디 한둘인가?

하지만 상관없었다. 경쟁에서 도태한 회사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강혜 자신은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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