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화
“더 넣어야지!”
“사 인분인데 얼마나 넣어요.”
“저분들이 어떤 분들인데…… 콩나물 더 좋은 것 없어?”
“이 정도면 최상급이죠.”
“콩나물은 전주가 좋은데.”
“전주 콩나물 좋은 건 아는 데…… 이것도 좋아요.”
홀을 치우던 강진은 주방에서 귀신들의 다투는 소리에 그릇들 을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그래?”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배용수 가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이 할머니가 옆에서 귀찮게 해.”
“잘해 주라고, 이놈아!”
할머니 귀신의 잔소리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저희가 잘할 테니까. 손주한테 가 계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그 를 보았다.
“내가 하면 안 될까?”
전에 자신이 요리를 했던 것을 떠올린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 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는 요리를 달게 하시잖 아요.”
“달기는 뭐가 달아?”
“달아요. 자! 우리가 맛있게 해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귀한 분들 오셨는 데……
불안한 듯 배용수를 보는 할머 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운암정이라고 들어보셨죠?”
운암정이라는 말에 할머니가 웃 었다.
“들어만 봤겠어. 살았을 때는 철마다 가서 음식을 먹었지. 내
가 거기 숙수님 젊었을 때부터 단골이야.”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배용수를 가리켰다.
“쟤가 저래 보여도 운암정 숙수 출신이에요.”
“저 귀신이?”
“그럼요. 게다가 거기 숙수님이 아들처럼 여기던 숙수예요. 그러 니 걱정하지 마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배 용수를 새삼 다른 눈으로 바라보
았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한숨을 쉰 배용수가 다시 삼겹살을 깔고 콩 나물을 깔기 시작했다.
‘확실히 외형을 중시하시는 분 이네.’
배용수가 운암정 출신이라고 하 니 바로 조용해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다시 홀 로 나와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 했다.
홀을 모두 정리하고 그릇들을
싱크대에 담근 강진이 가게 밖에 세워 놓은 화이트보드의 만석 표 시를 지웠다.
“강진아, 다 됐다!”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와 찜기를 보았다. 대패 삼 겹살이 뽀얗게 잘 익어 있었다.
그리고 대패 삼겹살에서 흐른 기름이 촉촉하게 콩나물을 코팅 시켜 놓고 있었다.
강진이 그것을 큰 접시에 푸짐 하게 담아서는 양념장과 반찬들
을 챙겨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접시에 푸짐하게 나오는 삼겹살 콩나물찜에 오자명과 이유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푸짐하네.”
“양념장에 찍어서 드시면 됩니 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입맛을 다시며 삼겹살과 콩나물을 크게 집어서는 양념장에 찍어 입에 넣 었다.
아삭! 아삭!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대패 삼겹살의 고소한 기름이 입 안에 퍼지고, 매콤한 양념이 느 껴지자 오자명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야.”
오자명의 말에 한명현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소주 두 병만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국물 요리 바 로 나올 만한 것이 있을까요?”
“어묵탕……
어묵탕을 말하던 강진이 문든 삼겹살 콩나물찜을 보다가 웃으 며 말했다.
“빠르기는 어묵탕이 빠른데, 이 음식과 같이 먹으면 조금 느끼할 수 있겠네요. 칼칼하게 김칫국 어떠실까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네. 삼겹살에 김칫국이 면 최고지.”
“그럼 그걸로 준비하겠습니다.”
냉장고에서 소주 두 병과 잔을 가져다 놓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 갔다.
주방에서는 어느새 배용수가 김 칫국을 끓이고 있었다. 만능 육 수라고 할 수 있는 멸치 육수에 김치를 잘게 썰어 끊이고, 그 안 에 콩나물 조금과 양념을 넣었 다.
이렇게 한소끔 끓이면 칼칼한 김칫국이 완성이 된다. 마지므]■으 로 파 조금 썰어 넣으면 더 좋고 말이다.
띠링! 띠링!
김칫국이 끓기를 기다리던 강진 의 귀에 풍경 소리가 들렸다.
그에 홀을 나오니 손님 몇이 안 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자 강진도 주방에 들어가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러 온 오자명 일행 은 맛있는 안주에 어느새 자리가 술자리로 변해 있었다.
물론 많이 마시는 건 오자명이 었고 이유비는 간간이 반주로 한 잔씩 할 뿐이었다.
그리고 두 보좌관은 술을 마시 지 않고 음식만 먹을 뿐이었다.
“크윽! 좋다.”
오자명이 콩나물과 삼겹살을 집 어 먹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 다.
“의원님 맛있게 드시니 좋네요. 많이 드세요.”
그런 오자명의 옆에 할머니 귀 신이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자신이 만들던 요리를 국회의원 오자명이 좋아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물론 오자명은 못 듣지만 말이 다.
“그런데 이렇게 드셔도 됩니 까?”
“이거 먹고 지역구 내려가니까. 차 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괜찮 아.”
“형님은 참 자주 내려가십니 다.”
“나야 당이 있나 뭐가 있나. 자 주 내려가서 인사하고 지역 문제 살펴야 다음에 또 당선되지.”
“형님이야 같은 지역에서 무소 속으로 세 번이나 되셨는데 다음
이라고 달라지겠어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 정신을 가지면 안 돼. 나 가면 될 거다? 그런 생각을 가진 놈들이 어디 정치를 제대로 하 고, 지역 민생 안정에 힘을 쓰겠 어? 그런 놈들은 바로 잘라 버려 야 돼.”
갑자기 분노하는 오자명의 모습 에 이유비가 웃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가 그
렇다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자네 이야기는 아니야. 자네도 지역에 자주 내려가는 것 알고 있으니까. 내가 이야기하는 건 공천 받아서 당선됐다고 지역 민생은 뒷전이고 당일만 쫓는 놈 들 말하는 거야. 마음에 안 들 어.”
고개를 젓는 오자명의 모습에 이유비가 소주를 한 잔 따라주고 는 강진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거 이 인분만 더 해 주세요. 아무래도 우리 형님 술
발이 더 오르실 것 같네요.”
이유비의 말에 홀로 나온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메뉴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언제 화 를 냈냐는 듯 웃으며 콩나물을 집어 들었다.
“아닙니다. 이게 오늘 아주 좋 네.”
“선생님은 전에 김치찌개도 그 렇고 한 가지에 꽂히시면 그것만 드시는 것 같으세요.”
“하하하! 내가 좀 그래요. 전에 주꾸미볶음에 빠져서 일주일 동 안 그것만 먹은 적도 있지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삼겹살 콩나물찜을 준비할 때, 문이 열 렸다.
띠링!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내 민 강진의 눈에 최종훈과 최종수 가 밝은 얼굴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왔어?”
“네.”
“어떻게 됐어?”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어요.”
“잘 됐네. 시간은?”
“아홉 시에서 오후 다섯 시요.”
“시간도 8시간이면 딱 적당하
네.”
“네.”
“잘 됐다. 청소는 어디서 하기
로 했어.”
“그 건물에서 하기로 했어요.”
최종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며 말했다.
“형이 일할 때 좋은 팁 하나 줄 까?”
“팁요?”
“인사 잘 해.”
“인사는 잘 하는데.”
“더 잘 해. 인사를 잘 하면 어 디 가서 욕은 안 먹는 법이니
까.”
강진의 말에 음식을 먹던 오자 명이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인사 잘 하는 사람은 최소한 욕은 안 먹지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으며 최종훈을 보았다.
“들었지.”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있어.”
“반찬은 안 주셔도 되는데
“반찬은 가져가고…… 두 달 치 아르바이트 떼먹은 고깃집에 같 이 가자. 열심히 일했는데 돈 받 아야지.”
“아......"
강진의 말에 최종훈의 얼굴이 살짝 두려움이 어렸다. 그 두려 움을 본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왜? 그놈이 무서워?”
강진의 말에 최종수가 소리쳤 다.
“그놈이 우리 형 때렸어요!”
“종수야.”
최종수의 말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월급 떼먹은 사장이 너를 때렸어?”
강진의 얼굴을 본 최종훈이 자 기도 모르게 얼굴을 손으로 쓰다 듬었다.
“따귀 한 대 맞았어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의 얼굴이
더더욱 심각하게 굳어졌다.
“때렸어?”
“네.”
“왜?”
“월급…… 달라고 하니까.
거……”
뭔가 뒷말을 더 하려던 최종훈 이 입술을 깨물었다.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거…… 거지새끼라고 한 건
가?’
뒷말이 뭔지 짐작이 된 강진이 최종훈을 보며 말했다.
“폭행으로 신고하지 그랬어.”
강진이었으면 신고했다. 폭행으 로 신고하고 그것을 빌미로 아르 바이트 월급도 받고 합의금도 받 아내고 말이다.
“이 근처에 아르바이트할 생각 하지 말라고 해서……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 숨을 토했다. 그러고는 재차 입
을 열었다. 아니, 열려 했다.
“방금 월급 달라고 하니까, 때 렸다고 한 건가?”
뒤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 린 강진의 시야에 오자명과 이유 비가 굳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 둘만이 아니 었다. 다른 손님들도 굳은 얼굴 로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요즘도 그런 개놈의 자식이 다 있네.”
“아르바이트 생 월급 그거 얼마 나 한다고 그걸 떼먹어.”
“그리고 월급 달라니까 애를 때 려?”
“와…… 참 개같이 너그러운 세 상이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종 훈의 어깨를 잡았다.
“고개 들어.”
“네?”
“나쁜 건 네가 아니야. 나쁜 건…… 그놈이지. 그런데 왜 네 가 고개를 숙여. 고개 숙일 놈은 네가 아니라 그놈인데.”
그리고는 강진이 최종훈과 최종 수를 자리에 앉혔다.
“앉아 있어. 장사 끝나면 형하 고 같이 가자.”
“네.”
두 사람을 앉힌 강진이 웃으며 손님들을 보았다.
“본의 아니게...... 기분 상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죄송할 것이 뭐가 있 습니까?”
“들으니 사장님이 애들 챙겨 주 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밥집은 편하게 와서 편하게 먹 고 가야 하는데.... 기분 상하게
해 드렸으니 죄송하지요. 제가 사과하는 의미로 맛있는......" 계 란 프라이 하나씩 서비스해 드리
겠습니다.”
“사장님 멋지네.”
손님들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주 방에 들어갔다.
주방에는 배용수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너는 왜 그러냐?”
“그 가게 어디라냐?”
“왜?”
“귀신들 회식 한번 시키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나하고 생각이 통했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강진은 프라이팬을 올리고 불을 켜고는 계란들을 꺼내고 있 었다.
“쫄딱 망하게 해 버리자.”
귀신 다섯만 있어도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귀신 열댓을 집어넣는다?
손님들은 그곳에 가게가 있는지 도 모를 것이다.
“오 키도 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계란을 탁! 하고 깨서는 프라이팬에 올 렸다.
치이익! 치이익!
계란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소금을 살짝 뿌리다가 배 용수를 보았다.
배용수가 프라이팬에 고추장과 꿀을 넣고 물을 섞고 있었다.
“뭐 하게?”
“밥 먹는 거 구경하는 것이 가 장 괴로운 일이다.”
양념을 섞은 후 불을 켠 배용수 가 어묵을 잘라 넣고는 라면 사 리도 하나 넣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애들 라볶이 해 주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 사장 지옥 갈 거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갈 때 가더라도 애들 월급은
토하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