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안중용의 지적에 주인이 굳어진 얼굴로 최종훈을 노려보았다. 동 시에 움찔움찔 그의 손이 꿈틀거 리자 강진이 슬쩍 그 시선을 막 았다.
“또 때리실 겁니까?”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월급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고는 주인이 카운터로 가서 는 돈을 꺼내더니 내밀었다.
“야, 가져가.”
잔뜩 신경질적인 주인의 말에 최종훈이 손을 내밀려 할 때, 강 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거 얼마예요?”
“뭐?”
“딱 봐도 육십도 안 되는 것 같 은데…… 두 달 치 월급이 육십 도 안 되면 한 달에 애를 삼십만 원 주고 부려 먹은 겁니까?”
“하루에 다섯 시간밖에 일 안 했-! ……어.”
고함을 지르려다가 오자명들을 의식해 목소리를 줄이는 주인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하루에 몇 시간 일했어?”
“다섯 시부터 열 시까지요.”
“며칠?”
“수요일 하루 쉬고 6일요.”
“최저시급 8,350원에 하루에 다 섯 시간, 거기에 주 6일 근무로
4주면……
강진이 속으로 계산을 할 때,
도영민이 말했다.
“1,002,000원입니다.”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계산 빠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그를
보다가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말이다.
“들으셨죠.”
“저 애새…… 음…… 종훈이가 한 달에 오십만 받고 일을 한다 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말을 하는 주인의 시선이 움직 였다. 오자명과 뭔가 이야기를 한 문변수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서는 주방 쪽으로 가는 것을 본 것이다.
“팀장님, 어디 가세요! 팀장님!”
관할 지역 위생과 팀장이라 주 인도 많이 본 사이다. 음식 장사 하다 보면 위생과의 불시 검열을 한두 번은 당하니 말이다.
불시 검열은 소문이 돌기 마련 이라 그동안은 미리 준비를 해서 걸린 적은 없었다.
문제는 지금 그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건데, 위생과 팀 장이 주방으로 가니 불안한 것이 다.
주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 고 문변수는 주방으로 가기 시작
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소리쳤다.
“주방에 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강진의 말에 문변수가 그를 보 았다.
“쥐?”
문변수의 물음에 강진이 배용수 쪽을 보자 그가 소리쳤다.
“냉동 냉장고 뒤에 쥐 덫 있 어!”
“냉동 냉장고 쪽 잘 보세요.”
강진의 외침에 문변수가 굳은 얼굴로 주인을 한 번 보고는 주 방에 들어갔다.
“저기요! 이렇게 갑자기 검열을 하는 것이 어딨습니까?”
주인이 급히 문변수에게 가려 할 때, 오자명이 웃었다.
“위생과 검열이야 불시에 하는 거지. 약속 잡아 놓고 오면 그게 검열인가?”
“하지만 이건…… 보복성이 잖습
니까?”
“그럼 자네가 우리 집에 위생 검열 나오던가?”
오자명의 말에 주인이 입술을 깨물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겁니까?”
“이렇게 막?”
주인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 터 막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고는 오자명이 안중용을 보 았다.
“그리고 방금 나눈 대화에서 또 불법적인 내용이 있는 것 같은 데?”
오자명의 말에 안중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 오십만 원만 받겠다 했 어도 업주 분께서는 최저 시급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니, 쟤가 오십만 받겠다고 했다니까요.”
“최저 시급은 말 그대로 고용주 가 고용자에게 지급해야 할 최저 한의 시급입니다. 그 이하로 지 급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미치겠네.”
그러고는 주인이 최종훈을 노려 보았다.
“야, 이놈아! 네가 오십만 원만 받겠다고 했잖아. 빨리 말해!”
주인의 외침에 최종훈이 당황스 러운 눈으로 그와 안중용을 보았 다.
그에 강진이 최종훈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애가 뭘 알겠어요?”
“뭐?”
“당신이 이야기했잖아요. 애라 고……. 애가 뭘 알겠어요. 애가 모르면 어른이 잘 이야기했어야 지. 모른다고 오십만 원만 주면, 그게……”
강진이 주인을 보며 웃었다.
“사람 새끼입니까?”
“뭐? 이 새끼가!”
이제는 국회의원이고 뭐고 안 보인다는 듯 주먹을 쥐고 다가오 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오랜만에 한 번 맞아줘?’
현장에서 오래 아르바이트를 하 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과 엮일 때가 많다.
전직 조폭이었다고 하면서 일당 뺏어 가려는 놈들도 있고, 합숙 을 할 때는 도둑놈도 있고…….
어쨌든 그래서 강진도 주먹이나
깡은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았다. 다만…… 먼저 맞아주고 시작할 뿐이었다.
먼저 맞아준다고 해도 같이 싸 우면 쌍방이기는 해도 먼저 때리 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 로 마주 한 발 나가려 할 때, 오 자명의 보좌관 한명현이 주인의 앞을 막아섰다.
“멈춥니다.”
“비......"
비키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손 을 내밀어 한명현을 밀던 주인의 몸이 순간 꺾였다.
우두둑!
한명현이 들어오는 주인의 손을 꺾은 것이다.
“으악!”
“대화로 합니다.”
딱딱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을 한 한명현이 주인을 뒤로 밀었 다.
“크윽! 넌 뭐야?”
주인의 놀람에 찬 목소리를 귓 등으로 흘리며 한명현이 오자명 의 뒤에 섰다.
한명현이 뒤에 서자 오자명이 웃었다.
“자네는 아직도 여전하네.”
“배운 것이 어디 가겠습니까.”
한명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오자명이 주인을 보았다.
“일단…… 최저시급 지급도 안
했다는 거군.”
“월급 주면 되잖습니까!”
주인의 말에 강진이 최종훈을 보았다.
“몇 달 일했다고 했지?”
“4월부터 10월요.”
“그럼 7개월. 오십만 원씩 줬으 면.. 최소한 달마다 오십만 이
천 원을 미지급했네요. 그럼 다 섯 달 곱하기 오십만 이천 원. 거기에 미지급한 두 달 치 월급 이백만 사천 원이면……
강진이 도영민을 보자 그가 말 했다.
“4,514,000원입니다.”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주인을 보았다.
“이렇다네 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입술을 깨 물며 최종훈을 노려보려 했다. 그 시선에 최종훈이 급히 고개를 숙일 때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 에 손을 올렸다.
“죄 지은 놈은 따로 있는데 왜
네가 고개를 숙여. 당당하게 어 깨 펴고 고개 들어. 그리고……
강진이 최종훈의 귀에 작게 속 삭였다. 그 말을 들은 최종훈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자, 강진 이 웃으며 그 어깨에 손을 대고 는 주인 앞으로 살짝 밀었다.
강진의 손에 주인에게 나선 최 종훈이 잠시 입을 달싹이다가 말 했다.
“제 밀린 월급 주세요.”
으득!
최종훈의 말에 주인이 그를 보 다가 슬쩍 노동부와 국회의원들 을 보았다.
“그럼…… 가 주실 겁니까?”
주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희는 저희 돈 받을 것 받으 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지 만…… 이분들은 나라의 녹을 받 는 분들인데 해야 할 일 하고 가 겠죠.”
“이게 무슨!”
“아니면 주지 마세요.
주지 말라는 강진의 말에 주인 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 며 강진이 말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월 급 체불 건은 노동부 측에서 잘 처리해 주더군요.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이면 알아서 더 잘 받 아 줄 것도 같고.”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판사가 가중 처벌이라는 것도 하니까.”
판사와 가중 처벌이라는 말에 주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주인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냥 빨리 끝내죠.”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일 귀찮게 하지 말고 끝냅시 다. 돈 줘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보다 가 최종훈을 노려보았다.
“내일…… 와.”
“뭘 좋은 일이라고 내일 또 와
요. 지금 줘요.”
“현금…… 없어.”
“요즘 누가 현금 거래 해요. 계 좌 이체하면 되지.”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를 둘러보 며 말했다.
“가게도 이렇게 큰데 설마 몇 백 통장에 안 넣고 장사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너……
자신을 노려보는 주인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계좌 이체해 줘요. 아니면 Yi
강진이 오자명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가고 내일 종훈이 혼자 오면 십 원짜리 마대로 월급 던 져 줄지 누가 알겠어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렇게 양심이 없을까.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이 자네 말
대로 통장에 돈 몇 백 없겠어?”
스윽!
오자명이 주인을 보았다.
“이왕 줄 거면 여기서 주고 보 내지. 그럼 조금…… 우리가 빨 리 갈 수도 있는데.”
두 사람이 쿵짝을 맞추는 것에 주인이 열이 받아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입을 열었다.
“계좌 번호……
“뭐라고요?”
“계좌 번호 주라고.”
주인의 말에 강진이 최종훈을 보았다. 그 시선에 최종훈이 계 좌 번호를 말하려 하자,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어 최종훈 에게 계좌 번호를 적게 했다.
최종훈의 계좌번호를 적은 핸드 폰을 주인을 향해 들이밀며 말했 다.
“계좌 주인 이름 잘 확인하고 보내세요. 보내고 난 후 잘못 보 냈다는 말 같은 것 하지 말고.”
강진의 말에 주인이 그를 노려 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빠르게 입 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띠링!
최종훈의 핸드폰에 문자 알람이 왔다.
문자를 확인한 최종훈이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 진이 손을 내밀어 문자를 확인했 다.
문자에는 최종훈의 계좌에 밀린
월급이 입금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인을 보았다.
“계산은 깔끔하게 해야죠.”
“월급 줬잖아.”
낮게 으르렁거리는 주인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월급은 끝났는데…… 합의가 아직 안 됐죠?”
“제기랄! 무슨 합의?!”
“얘 때렸잖아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숨을 골랐 다.
“그건•…"
“그건 뭐요? 돈 없고 백 없는 애는 때려도 된다는 겁니까?”
강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주인이 그를 보다가 신경질적으로 핸드 폰을 꺼냈다.
“불러.”
“ 뭘요?”
“금액 부르라고. 돈 주면 되잖 아.”
잔뜩 신경질적인 주인을 보며 강진이 최종훈을 보았다.
“종훈아.”
“네?”
“돈으로 받을래, 자존심으로 받 을래?”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무슨 말 인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보았 다.
그러길 잠시, 무언가 깨달은 표 정의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요.”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인을 보았다.
“사과하세요.”
“뭐?”
“어릴 때 배우잖아요. 잘못했으 면 사과부터 하라고.”
“돈…… 준다잖아.”
“가끔은 돈보다 자존심이 더 중
요할 때가 있죠. 사장님도 그럴 때 있을 것 아닙니까?”
강진이 주인을 지그시 보았다.
“지금처럼요.”
강진의 말에 주인이 입술을 깨 물었다.
“의원님.”
입술을 깨물던 주인의 눈이 입 구로 향했다. 곧 그의 얼굴에 당 황스러움이 어렸다.
입구에 네 명의 남자가 들어오
고 있었는데 그가 모두 아는 얼 굴이었다.
‘장태수하고 경찰 서장이잖아?’
이곳 동작구 국회의원 장태수하 고 동작 경찰서 서장이 들어오고 있었다.
장태수가 웃으며 다가오는 것에 이유비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장 의원님, 와 주셔서 감사합 니다.”
“오 의원님이 식사하자고 부르 는데 와야죠.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강 사장님은 왜 그 러고 있어요?”
주인을 아는 듯한 장태수가 의 아한 듯 그를 보았다. 지역 유지 와 국회의원은 떼래야 뗄 수 없 는 사이다.
주인 강 사장 역시 유지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보니, 장태수 도 그를 아는 것이다.
그 시선에 강 사장의 얼굴에 당 혹스러움이 어렸다.
다른 국회의원들이야 그렇다 쳐
도 장태수는 이 지역 국회의원이 다.
게다가…… 장태수와 함께 들어 오는 경찰 서장...
‘이 사]끼……
주인 강 사장이 최종훈, 아니 강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장태수가 의 아한 듯 보았다. 이유비가 오자 명 의원하고 같이 긴히 할 이야 기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상 황이 묘한 것이다.
‘뭐지? 오자명 이 노인네가 무 슨 일을 또 저지르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장태수가 미 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 라도 오자명이 하는 일이라면 한 발 걸쳐서 나쁠 것이 없었다.
당론과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는 오자명이 하는 일에 함께해서 뉴 스에 나쁘게 나온 적이 없는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