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92화 (190/1,050)

191 화

점심 장사를 마치고 강진은 믹 스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며 잠 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주방에서는 선주가 설거지를 하 고 있었고, 홀의 한편에서는 최 훈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사장이라는 건 좋은 거야.”

“노니까 좋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기분 좋게 중얼거리며 TV를 트 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문득 말했다.

“인턴 끝났으면 교수님한테 감 사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 냐?”

“교수님?”

“인턴도 추천해 줬고, 그 덕에 좋은 손님들도 알게 됐잖아.”

“좋은 손님이라기보다는 좋은 인생 선배님들이지. 그리고 형님 들이고.”

태광무역 인연들을 떠올린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네 말이 맞다. 음식 장사 하는데 식사라도 한 번 대 접해야 했는데.”

교수님도 감사하지만 최광현에 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인

턴 기회가 아니더라도 학교생활 할 때 여러모로 배려해 주고 챙 겨준 형이니 말이다.

그에 잠시 있던 강진이 핸드폰 을 꺼냈다.

‘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안 되 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최광현 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형, 혹시 오늘 바빠요?”

[연말인데 바쁠 게 뭐 있겠어? 그냥 매일 술이지.]

“오늘도 술이에요?”

[오늘도 술이지.]

“혹시 교수님도 같이 드세요?”

[왜?]

“저희 가게 한 번 모시려고요.”

[오! 이제야 불러 주는 거야?]

“제가 늦기는 했죠.”

[많이 늦었지.]

“인턴 기간이었잖아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회사에서 너 일 잘한 모양이다.]

“왜요?”

[회사에서 연락 따로 왔었어. 너 일 잘한다고. 내년에도 인턴 티오 주겠대. 네 덕에 후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취업의 문이 조 금 더 열렸다. 고맙다.]

고맙다는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형이 고마울 것까지야……

[고맙지. 동생들이 잘 돼야 형 이 술이라도 한 잔 얻어 마실 것 아니냐.]

“그래서 오늘 오실 수 있으세 요?”

[교수님도 모시고 가면 좋겠다 는 거지?]

“교수님이 오시면 감사하죠.”

[알았어. 교수님한테 말……

말을 하던 최광현이 문득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을 하자 강진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그…… 너 주위에 귀신 있지 않냐?]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강진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그 의 주위에 있는 귀신들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귀신이라고 다 무서운 것이 아 니에요. 그리고 제 옆에 있는 귀

신들은 다 착한 분들이에요.”

[그래도 무섭잖아.]

“사람한테 가장 무서운 건 사람 이에요. 그래도 무서우면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할게요.”

강진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최 광현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

“괜찮겠어요?”

[그 귀신들…… 아니, 귀신 분 들 너하고 친할 텐데, 나 간다고

나가 있으라고 하면 그 귀신 분 들도 서운할 것 아니냐. 그 냥…… 내 옆에만 오지 말게 해 주라.]

“알겠습니다.”

[그럼 주소 찍어서 보내. 교수 님한테 물어보고 갈 테니까.]

“네. 그리고 오는 분들한테 먹 고 싶은 것 물어봐서 문자로 넣 어주세요.”

[알았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냉장고 에 있는 재료를 확인할 때 문자 가 왔다.

〈교수님 시간 되신다네. 6시쯤 도착할 것 같고…… 교수님은 고 구마 맛탕 드시고 싶대.〉

〈고구마 맛탕요?〉

〈요즘 교수님이 달달한 것에 꽂 히셨어. 고구마 맛탕하고 김치찌 개하고 적당히 그렇게 해.〉

〈다른 사람은요?〉

〈우리야 그냥 있는 것 먹는 거 지. 아! 형은 닭볶음탕이 먹고 싶다.〉

〈닭볶음탕요?〉

〈그것도 닭다리만 들어 있는 걸 로. 왜 닭은 다리가 두 개인지 모르겠다. 형 닭다리 네 개는 먹 을 거야.〉

〈그럼 몇이나 와요?〉

〈한 여섯 명?〉

그걸로 문자를 끝낸 강진이 냉 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닭도 있었다.

하지만 닭다리만 먹고 싶다는 데…….

잠시 냉장고를 보던 강진이 가 게를 나왔다.

마트에 들어선 강진이 식료품 코너에서 닭다리만 있는 봉지를 챙겼다. 닭고기 전문 생산 업체 에서 만드는 것이라 부위별로 잘 나와 있었다.

“닭다리 사게요?”

고개를 돌린 강진은 자신을 보 고 있는 경하를 볼 수 있었다.

“닭다리로 닭볶음탕 만들어 달 라는 분이 있어서요.”

“이런......"

“왜요?”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 자, 경하가 고개를 저었다.

“닭볶음탕은 닭올 한 마리 통째 로 해야 맛이 좋아요.”

“그래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강진 이 의아한 듯 보자 경하가 닭다 리를 보며 말했다.

“돼지고기도 부위마다 맛이 다 르잖아요. 기름 많은 곳도 있고 기름 적은 곳도 있고요.”

“그렇죠.”

“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름이 적은 부위, 기름이 많은 부위 다 다르죠. 그리고 살마다 맛도 다 르고. 닭볶음탕은 한 마리를 통

째로 넣고 만들어야 여러 부위의 기름이 섞이면서 고소하고 단맛 이 돌아요.”

“그래요?”

“그럼요. 나중에 닭 부위 여럿 나눠서 같은 양념으로 닭볶음탕 해 보세요. 맛이 다 미묘하게 다 를 겁니다.”

경하의 말에 강진이 닭다리 봉 지를 보았다.

‘맛이 그렇게 차이 나나?’

생각을 해 보면 요리 연습장에

있는 닭볶음탕 레시피는 닭 한 마리를 쓰기는 한다.

그래서 그 레시피에 닭다리만 넣고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닭다리만 넣는 것보다 닭을 통째로 해서 먹는 것이 맛 있다고 하니…….

“그럼 닭 통째로 넣고 닭다리만 좀 더 넣을까요?”

“닭다리만 하는 것보다는 그것 이 나을 겁니다.”

경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이 닭다리를 보다가 생닭도 두 마리 골랐다.

좀 양이 많아 보이기는 하지 만…… 자취하는 애들도 있으니 남으면 싸 보내주면 될 것이다.

닭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은 강진 이 교수님이 드실 고구마 맛탕에 쓸 재료를 골랐다.

마트 식재료 담당을 하던 경하 라 그런지 좋은 식재료를 파악하 는 안목이 무척 좋았다.

같은 고구마라도 그가 고른 것

이 더 신선하고 좋았다. 그리고 다른 먹을 것도 좀 챙길 때 경하 가 말했다.

“오늘 정읍에서 돼지고기가 왔 습니다.”

“정읍요?”

“정읍 돼지가 맛이 좋습니다. 한 점 시식해 보세요.”

경하가 마트 내 정육점의 시식 코너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쪽으 로 다가갔다.

돼지고기 제육볶음을 굽던 아주

머니가 강진에게 고기가 담긴 작 은 일회용 컵과 이쑤시개를 내밀 었다.

“시식해 보세요. 오늘 고기가 아주 좋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컵을 받아 고기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씹어 보니 확실히 맛이 좋았다. 식감도 좋고 양념 맛도 좋았다.

“양념이 맛있네요.”

“여기서 직접 양념해서 파는 거

예요.”

아주머니의 말에 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전주에서 제가 배워 온 레시피 입니다.”

경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았다.

귀신과 대화를 할 때를 대비해 이어폰을 늘 가지고 다니는데, 전화를 하는 척하면서 경하와 대 화를 하려고 귀에 꽂은 것이다.

“직접요?”

“좋은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돌 아다니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맛집 찾아 가는 것도 재밌더군요.”

“그럼 식당에서 먹은 음식을 재 현하신 겁니까?”

강진의 말에 경하가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들어가는 재료가 뭔지는 먹어 보면 아니 재료만 비슷하게 넣는 겁니다. 실제 요리 방법하고는 차이가 나서 재현까지는 아닙니 다.”

“이거…… 요리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네요.”

완벽하지는 않아도 먹어 보는 것만으로 음식 재료를 알아내 비 슷하게라도 만들 수 있는 경하의 입맛은 확실히 요리사 입장에서 는 좋은 손님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레시피가 노출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경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드리

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재 료만 알지, 요리하는 방법은 몰 라서 비슷하게 만이에요. 비슷하 게만.”

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며 아주머니를 보았다.

“한 근 주세요.”

“여기요.”

아주머니가 봉지에 싸여 있는 고기를 주자 강진이 그것을 장바 구니에 담으며 슬쩍 컵을 하나 쥐었다.

“하나만 더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아직 썰지 않은 큰 고기 한 조각 을 컵에 올렸다.

“제육볶음은 크게 먹어야 맛있 더라고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며 큰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빈 컵

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마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마트 식재료 코너를 돌며 경하 가 추천하는 식재들을 몇 개 더 사던 강진이 말했다.

“미각은 옛날부터 좋으셨어요?”

“미각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 맛있다 정도만 생각하는 거라.”

“그래도 식재를 잘 맞추시잖아 요.”

“그냥 먹어 본 것들만 맞추는

수준이죠.”

웃으며 말을 한 경하가 말했다.

“그리고 사실 여기 입사하고 나 서야 제가 미각이 좋다는 것을 알았지, 그전에는 몰랐어요.”

“몰랐어요?”

“음식 먹으면 그냥 맛있다, 맛 없다 정도만 생각하지 그 안에 뭐가 들었나 생각 잘 안 하잖아 요.”

“아…… 하긴 그것도 그러네 요.”

“식재 코너 담당이 되면서 입점 하는 음식들 먹어보다 보니 ‘뭐 가 들었나? 뭐 들어가면 더 맛있 겠다.’ 생각하다 보니 제 미각이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거 아니었으면 미각이 좋다 아니다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경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이 말했다.

“경하 씨 덕에 장 잘 봤습니다. 고마워요.”

“저희 마트 물건 좋으니 자주 오세요.”

손을 흔드는 경하를 뒤로하고 마트를 나온 강진이 가게로 돌아 와 음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米 *  *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 풍경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내 밀었다. 풍경이 혼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용수가 일을 하고 있어 서 문을 잠가두고 있어 문은 열 리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와 문을 열 었다.

문 앞에는 최종훈이 서 있었다.

“왔어?”

“쉬시는데 방해한 거 아니에 요?”

“아니야. 들어와.”

최종훈을 안으로 들인 강진이

따뜻한 야관문 차를 따라주고는 물었다.

“오늘 일 어땠어?”

“좋았어요.”

“사람들은?”

“잘 해 주셨어요.”

“다행이네. 몸 힘든 일자리는 괜찮은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면 일이 진짜 힘들거든.”

“그러게요.”

웃으며 말을 한 최종훈이 가게

밖을 보았다.

“그런데 수레가……

“그거 뒤에다 옮겨놨어. 이따가 가져가고 밥 먹을래?”

“집에 가서 먹어야죠.”

“그럼 형이 반찬 좀 챙겨줄게.”

“괜찮아요.”

“왜? 좀 가져가지.”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밝은 얼 굴로 말했다.

엄마가 저녁에 맛있는 거 해

준다고 하셨어요.”

“어머니가?”

“네.”

“어머니 몸 힘드실 텐데?”

“운동 삼아 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최종훈이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의아해하는 강진을 보며 최종훈

이 말했다.

“어제…… 어머니가 우셨어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울었는데 왜 자신에게 감사해하나 의아해할 때 최종훈 이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어머니가…… 아빠한테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자기 기다리지 말 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줌마는 몰랐지만 최종훈은 엄 마가 밥을 먹을 때 일어나서 그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엄마가 울면서 죽은 아빠 에게 하던 말을 모두 들었다. 그 리고 그 울음에 섞인 말을 들으 며 최종훈은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다음 날 최종훈은 안도 를 하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 었다.

늘 누워 있던 엄마가 힘든 몸으 로 일어나 아침 밥상을 차리고 웃으며 자신을 깨워 준 것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 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엄마 가 앞으로 누워만 있지 않고 움

직이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 고맙고 감 사했다.

“어제 형이 해 놓은 찌개에 엄 마가 밥을 두 그릇이나 드셨어 요.”

눈가를 붉히며 웃는 최종훈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를 믿고 가신 거군요.’

어제 아저씨 귀신이 갑자기 승 천해서 의아했는데 최종훈이 한 말을 들으니 아주머니를 믿고 떠

난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최종훈을 보았다.

“어머니가 맛있는 것 해 놓고 기다리시면 빨리 가 봐야겠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웃으며 최종훈을 뒷문으로 데리 고 간 강진은 그가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 아주머니 몸만 건강해지

면 되겠네.’

허연욱에게 말해 아줌마에게 맞 는 차라도 하나 추천해 줘야겠다 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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