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95화 (193/1,050)

194화

잔뜩 취한 후배들을 최광현이 끌고 가게를 나섰다.

“형, 이거 가져가세요.”

“반찬이야?”

“반찬하고 닭볶음탕하고 오늘 먹던 음식들 좀 포장했어요.”

“오! 고마워.”

학교 연구실에서 먹고 자는 최 광현으로서는 눈이 반짝일 만한

배려였다.

최광현이 봉지를 들고 손을 혼 들었다.

“잘 먹을게. 일요일에 보자.”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광현이 가게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주방에 있는 친구한테 음…… 다음에는 인사 나누자고 해 줘.”

“인사하시게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최광현이 먼 저 인사를 나누자고 하다니…….

강진이 뜻밖이라는 듯 최광현을 보자, 그가 머리를 긁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해도…… 인사는 하 고 지내야지. 그래도 앞으로 종 종 보게 될 텐데.”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 어쩐지 시적이네

요.”

“노래 가사야.”

“그래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인데 갑자기 생각이 났네.”

그리고는 최광현이 노래를 흥얼 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간다!”

“조심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광현이 손을 혼들었다.

최광현과 후배들이 가자 강진이 가게에 들어갔다. 이제 사람들이 갔으니 저녁 귀신 장사를 할 시 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진은 주방과 홀이 연결된 곳 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된장찌개요!”

“김치찌개요!”

강진과 배용수의 외침에 선주와 최훈이 부지런히 음식들을 서빙 했다.

선주와 최훈도 귀신 손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게에서 일하는 귀신 직원이기도 하니 일단 서빙 을 먼저 하는 것이다.

귀신들은 11시가 되기를 기다렸 다가 딱 들어온다. 그 말은 가게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만석이 되어 버린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메뉴도 한 번에 우르르 들어와 버린다. 일전에는 배용수

와 강진 둘이 메뉴를 계속 빼고, 음식이 나오면 주문한 귀신에게 가져가게 했다.

사람과 귀신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많이 들어온 메 뉴를 하나라도 빨리 내어 귀신들 이 빨리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 기 위함이었다.

귀신들에게는 딱 두 시간이라는 시간만 허용이 되니 말이다. 그 래서 최대한 음식을 빨리 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선주와 최훈이

음식 서빙을 하는 것이고 말이 다.

음식 서빙을 하는 두 사람을 힐 끗 본 강진이 배용수를 향해 고 개를 돌렸다.

“몇 개 남았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포스트잇 에 적어 놓은 메뉴를 보았다.

“제육볶음하고 오징어볶음 두 개. 너는?”

“계란말이하고 돼지고기 볶음 밥, 그리고 참치찌개, 쌀국수.”

“뭐가 그리 많이 남았어?”

메뉴를 정확히 둘로 나눴는데 강진이 메뉴가 네 개나 남은 것 이다.

“네가 빠른 거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혀를 찼 다.

“하긴, 그건 어쩔 수 없네.”

강진이 요리 연습장을 보고 음 식을 잘 만든다고 하지만 숙달된 요리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릴 때부터 주 방에서 살아온 전문 요리사다. 음식 메뉴를 보는 순간 해야 하 는 순서들이 보인다고 할까?

이를테면 국과 찌개 같은 국물 요리는 먼저 끓이고 다른 요리를 하다가 적절하게 양념 넣는 식 말이다.

국과 찌개 요리는 다른 요리에 비해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자신보다 강진이 느린 것은 어 쩔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메뉴 두 개 차이면 강진도 많이 는 것

이다.

배용수가 불 위를 보았다.

불 위에 놓인 냄비 두 개에서 요리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쌀국수하고 참치찌개는 금방 되겠네.”

“한 3분 정도 끓이면 될 것 같 은데.”

“그럼 비슷하게 끝나겠네.”

그러고는 배용수가 프라이팬 두 개를 꺼내 제육과 오징어볶음을

동시에 시작하자 강진이 계란말 이와 돼지고기 볶음밥을 준비했 다.

촤아악! 촤아악!

돼지고기를 볶고 계란을 프라이 팬에 부은 강진이 홀을 보았다.

홀에서 귀신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직 메뉴가 안 나온 귀 신들은 가볍게 밑반찬에 술을 마 시고 있고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배

용수를 보았다.

“우리 가게 물이 너무 고였어.”

“무슨 소리야?”

“오는 귀신 손님들이 그분이 그 분들이라는 말이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보 았다.

“그래도 몇 분 처음 보는 분들 도 있는데.”

“세 분만 그렇고 다른 분들은 다 늘 오시는 분들이잖아.”

“그런데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홀을 보다가 말했다.

“서울 다른 곳에서 여기 오지 못하는 귀신 분들 있을 것 아 냐.”

“있겠지.”

지박령이라거나, 거리가 멀어서 못 온다거나 아니면 저숭식당을 몰라서거나……. 같은 서울이라 도 저승식당의 혜택을 보지 못하

는 귀신들도 많을 것이다.

“그분들도 배는 고플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보 다가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안 불쌍 한 귀신이 어디 있냐? 그리고 네 가 모든 귀신 다 배부르게 할 순 없어.”

“그건 알지.”

말을 하며 돼지고기 볶던 것에 밥을 넣고 빠르게 뒤적거린 강진

이 계란말이도 말기 시작했다.

“네 손길 닿는 곳에 있는 귀신 들만 챙겨줘도 좋은 일 하는 거 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계란말이를 도마에 올 려 잘라냈다.

“계란말이요.”

그러고는 육수에 쌀국수와 고명 을 올리고, 참치찌개도 그릇에 덜어 냈다.

최훈이 와서 음식들을 들고 가

자 강진이 마지막으로 양념을 넣 고 돼지고기 볶음밥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 볶음밥을 직접 귀신에게 서빙하고는 선주 와 최훈을 보았다.

“뭐 먹고 싶어요?”

“매운 라면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최훈을 보 았다. 그 시선에 최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라면요.”

“더 다른 건 없어요?”

“라면 맛있죠.”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가서 라면 물을 올리고는 가볍게 돼지소금구이를 준비했다.

같이도 먹고 자기도 간단하게 먹으려고 말이다.

돼지 목살을 소금 툭툭 치고 구 우면 은은하게 짠맛과 단맛이 도 는 별미가 된다.

강한 불로 처음은 강하게 굽고,

한쪽 면이 익으면 바로 뒤집어주 고 약한 불로 바꾼 후 맛술을 살 짝 넣어준다.

그리고 뚜껑을 덮고 살짝 찌듯 이 익히면…….

속은 촉촉하고 겉은 맛있게 구 워진…….

목살을 잘라 입에 넣은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소금의 짠맛과 돼지고기 특유의 단맛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좋네.”

고기를 먹게 좋게 커팅을 해서 그릇에 담고 파채와 생강편을 잘 라 그 위에 올렸다.

그 사이 라면도 익어 그릇에 덜 은 뒤, 쟁반에 받쳐 들고 가다 탁자에 올렸다.

“주문하신 라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돼지소금구이 서비스입니 다.”

서비스라는 말에 최훈이 웃었 다.

“고맙습니다.”

“자! 그럼 우리도 먹죠.”

강진의 말에 최훈과 선주가 젓 가락으로 라면을 덜어 먹으며 미 소를 지었다.

“사장님 음식은 늘 맛있습니 다.”

“늘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하 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자기 먹 을 것을 들고 오며 말했다.

“이제 한잔하자.”

배용수가 가져온 것은 매운 주 꾸미볶음이 었다.

“어제도 그거 먹더만?”

“그 아줌마 말대로 기름장에 찍 어 먹으니 맛있더라고.”

그러고는 배용수가 주꾸미를 집 어 기름장에 찍어 먹었다.

이강혜가 알려준 방법인 기름장 에 매운 음식을 찍어 먹는 것이 다.

“확실히 맛있기는 하지.”

“확실히 음식에는 정도가 없어. 먹는 사람마다 방법도 다르고, 그 방법마다 각기 맛이 다르니 까.”

쪼르륵!

소주를 따라 마시고 주꾸미를 기름장에 찍어 먹으며 배용수가 기분 좋게 웃었다.

“맛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돼지고기 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내 것도 맛있어.”

“누가 뭐래냐?”

배용수가 돼지고기에 생강편을 곁들여서 한 입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구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주꾸미에 참기름을 찍어 입에 넣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 한잔하자.”

강진이 잔을 들자 자리에 있는 세 귀신이 잔을 들어 마주 치고 는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리고 아까 그거, 어떻게 했 으면 좋겠는데……

“귀신들한테 밥 주는 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최훈을 보았다.

“여기 오기 전에는 음식 못 먹 었죠?”

“그렇죠.”

“귀신들도 배고프죠?”

왜 이런 걸 물어보나 싶어 강진 을 보던 최훈이 말했다.

“귀신이라 안 먹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만큼 배고프고 목이 마르기는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지박령은 차에 갇혀 지내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럼 다른 귀신들은 어떻게 해?”

“근처에 장례식장 있으면 사람 들이 먹는 자리에 끼어서 좀 먹 던가 남은 것 먹지. 장례식장 밥 은 그런대로 먹을 만하거든. 아! 저기 건대에 있는 장례식장이 그 렇게 맛있다고 하더라.”

“그래?”

“이쪽에서는 맛집으로 소문났 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신기한

듯 그를 보았다. 귀신들에게 맛 집으로 소문이 난 장례식장 밥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다가 강진이 물었다.

“장례식장이 없으면?”

“무당집에 차려 놓은 밥도 먹을 수 있어.”

“무당집은 들어갈 수 있어?”

“나는 들어가 본 적 없는데. 무 당집도 이런 가게처럼 귀신들도 쉽게 들어갈 수 있나 봐.”

“그럼 무당집도 없으면?”

“뭘 그렇게 없으면 없으면이 냐?”

“궁금하니까 그렇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말했다.

“귀신이라고 아무거나 막 주워 먹을 수는 없어. 누군가 주는 것 만 먹을 수 있는데 귀신한테 누 가 밥을 주겠어.”

“그래서 장례식장하고 무당집이 구나.”

“그렇지. 거기는 귀신들 먹으라 고 밥을 주는 곳이니까.”

“그래도 거기서 먹는 것보다는 내가 주는 음식이 더 맛있고 좋 기는 하지?”

“그거야 당연한 거지. 어디 저 승식당 음식하고 거기 음식을 비 교하냐? 여기 음식이 운암정이면 거기 음식은…… 그냥 자취생이 햇반에 참치 비벼 먹는 수준이 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혹시 저승식당에서 만든 도시 락을 다른 곳에서 파는 것이 될 까?”

말을 한 강진이 문득 허공을 보 며 뒷말을 이었다.

“ 요?”

배용수에게 하는 말인 것과 동 시에 신수호에게 보내는 신호였 다.

신수호라면 가게에서 나누는 대 화를 듣고 있을 테니 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다.

“도시락 팔게?”

“전주식당 하는 이태문 어른께 서 내 명의로 된 공간과 내가 일 을 하면 그게 바로 저승식당이라 고 하셨거든. 그럼 차에 도시락 싣고 다니면서 귀신들에게 도시 락 나눠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분명 차도 그의 명의이기는 하 니 말이다.

“차 안에서 먹이게?”

“차 안에서 먹이는 건 조금 그

렇고, 공원 같은 곳에서 귀신들 모아놓고 도시락 나누어주면 되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하지만 공원은 네 명의로 된 공간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상담해 보려고.”

띠링!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 렸다.

스윽!

그리고 문을 통해 신수호가 안 으로 들어왔다. 신수호 하면 떠 오르는 하얀색 정장을 보며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패션 센스부터가 범상 치가 않아.’

일반인이라면 감히 소화하지 못 할 올 화이트 정장 스타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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