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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02화 (200/1,050)

2()1 화

고기가 듬뿍 담긴 잡채를 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맛있는 잡채에 맛없는 야채가 이렇게 많나. 야채 말고 고기만 잔뜩 넣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 까.”

“우리 아들 꿈이 이뤄졌네. 어 서 먹어.”

“어머니도 드세요.”

조순례가 젓가락을 들자 황민성 도 젓가락을 들다가 생각이 난 듯 옆에 있는 강진을 가리켰다.

“저하고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에요.”

“동생?”

“착한 녀석이라 제가 동생 삼았 어요. 강진아, 우리 어머니야.”

‘우리’라는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 단어에 황민성이 자 신을 생각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어머니, 민성 형 동생 이강진

입니다. 뵙게 돼서 너무 좋네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었다.

“민성이가 이슬이 말고 다른 사 람을 데려온 건 강진 씨가 처음 이에요.”

“서운합니다.”

“네?”

“씨라니요. 민성 형 동생이니 저도 자식인데 강진이라고 불러 주세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다시 웃

었다.

“그래. 강진이 와서 고맙고 앞 으로도 민성이하고 친하게 지 내.”

“엄마도 참. 애도 아니고 친하 게는 뭐예요.”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 역시 웃으며 말했다.

“왜요? 친하게 지내면 좋죠.”

강진이 이어 말했다.

“앞으로 민성 형하고 친하게 잘

지내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드 시라고 제가 된장국을 끓였습니 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된장국을 보았다.

“차돌박이 넣고 끓였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어디......"

조순례가 수저로 된장국을 떠서 는 입에 넣었다. 맛을 본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칼칼하고 정말 맛이 좋네.”

“입에 맞으세요?”

“아주 맛있어.”

웃으며 조순례가 주위를 슬쩍 보고는 작게 말했다.

“여기가 다 좋은데 음식 간을 심심하게 하거든. 그래서 맛이 없어.”

조순례가 이르는 것처럼 하는 말에 원장의 얼굴에 살짝 당혹감 이 어렸다.

“건강을 위해서는 좀 심심하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원장의 말에 조순례가 웃었다.

“그거야 알죠. 그래도 가끔은 이런 음식이 입에 당기네요.”

조순례의 말에 원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말을 들어 보니 조순례가 장난을 친 것이다.

“정신 들어서 하는 말이기는 하 지만…… 원장님과 장 여사님, 그리고 여기 있는 분들한테 늘 감사해요.”

조순례의 말에 장 여사가 미소 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언니가 이렇게 건강하니 내가 더 감사하죠.”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해.”

웃으며 장 여사와 이야기를 나 눈 조순례가 황민성을 보았다.

“아들도 어서 먹어. 된장국이 맛있어.”

“같이 먹어요. 여보도 그만 찍 고 먹어요.”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조순례 를 찍던 핸드폰을 직원에게 내밀 었다.

“죄송한데 이것 좀……

정신을 차린 조순례가 가족과 함께 하는 귀한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핸드폰을 받아 식사 자 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황민성이 젓가락으로 고기 잡채 를 크게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잡채를 크게 집어 먹은 황민성 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무척 해맑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엄마가 아프고 난 후 처음으로 먹는 어머니의 음식이었던 탓이었다.

“엄마, 너무 맛있어요.”

그런 황민성의 모습에 조순례가 해맑게 웃으며 차돌박이 된장국 을 고기와 함께 떠서는 입에 넣 었다.

스읍!

그러고는 조순례가 강진을 보았 다.

“정말…… 너무 맛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맛이야.”

“맛있게 많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웃으며 조순례가 김이슬을 보았다.

“이슬이도 먹어보렴.”

“네, 어머니.”

김이슬이 젓가락을 들어 잡채를

집어 먹는 것에 조순례가 말했 다.

“맛있니?”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김이슬의 말에 조순례가 잡채를 집어 먹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내가 한 거니?”

“어머니가 방금 하신 거예요.”

“내가?”

만든 기억이 없었다. 그런 조순 례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머니가 민성 형 오면 준다고 하신 거예요.”

“내가?”

“민성 형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잡채라고 직접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잡채를 보았다. 그리고는 잡채를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잡채 면발을 씹던 조순례의 얼 굴에 놀람이 어렸다.

분명 자신이 만든 음식 맛이었 다.

“정말…… 민성이 준다고 내가 직접 한 거야?”

“네.”

“내가…… 했다고?”

멍하니 잡채를 보던 조순례가 다시 잡채를 집어 먹었다. 그리 고는 그녀의 눈에서 살짝 눈물이 고이더니 흐르기 시작했다.

“엄마 왜 그래요?”

“그냥…… 엄마가 아들한테…… 잡채를 해 줬다고 하니까…… 너 무 좋아서……

치매에 걸린 후 아들한테 밥을 못 해 줄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정신없는 와중에 아 들 준다고 잡채를 만든 것이다.

엄마로서 자식한테 음식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너무 기쁘 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황민성도 마찬가 지였다. 엄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엄마, 많이 먹어요.”

“그래…… 아들도 많이 먹어.”

웃으며 조순례가 잡채를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사랑해요.”

갑자기 사랑한다는 말에 조순례 가 웃었다.

“아들한테 고백 받고 너무 좋 네.”

“앞으로 자주 해 주고 자주 안 아줄게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환하게 웃었다.

“나도 아들 사랑해.”

그러고는 조순례가 숟가락으로 된장국을 떠서는 입에 넣고는 맛 있게 먹기 시작했다.

입맛이 강하게 당기는지 밥에 된장국을 말고는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밥을 먹는 조순례의 모 습에 황민성이 기분 좋게 그녀를 보다가 잡채를 집었다.

덥석!

그런 황민성의 젓가락을 조순례 가 잡았다.

“ 엄마?”

왜 그러나 싶어 그녀를 본 황민 성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방금 전까지 뚜렷하던 엄마의 눈동자가 흐려져 있었다.

‘엄마......"

“아저씨, 왜 우리 민성이 잡채 먹어요? 이거 우리 아들 민성이 건데? 아저씨 먹지 마요.”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의 눈동자 가 흔들렸다. 잠시 돌아온 정신 이 다시 나간 것이다.

“이거 우리 민성이 줘야 해요.”

그리고는 조순례가 잡채를 손으 로 움켜쥐어서는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입술을 살

짝 깨물고는 장 여사를 보았다.

그 시선에 장 여사가 급히 조순 례에게 다가갔다.

“언니, 잡채 통에 따로 담자.”

그러고는 손에 쥐어진 잡채를 잡으려 하자 조순례가 황민성을 보았다.

“이거 민성이 먹을 건데…… 왜 아저씨가 먹어요.”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 이제 안 먹을게요.”

“정말요?”

“네 그러니까 통에…… 담아 요.”

황민성의 말에 직원 한 명이 반 찬통을 가져오자, 조순례가 손에 쥔 잡채를 통에 넣었다.

그러고는 그릇에 있는 잡채도 그 안에 부었다. 그러면서 황민 성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아요. 담으세요.”

그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반찬 들도 통에 다 담기 시작했다. 잡 채에 김치, 밑반찬들이 섞이며 난장판이 되었다.

그에 장 여사가 말려야 하나 싶 어 황민성을 보자, 그가 작게 고 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조순례가 하는 것을 보았다. 통에 반찬과 잡채 를 가득 담은 조순례가 기분 좋 게 웃은 것을 보며 황민성이 일 어났다.

그리고는 장 여사에게 손을 내

밀었다.

“물티슈 좀 주세요.”

장 여사가 물티슈를 주자 그가 어머니의 손에 묻은 양념들을 닦 아주었다.

스윽! 스윽!

말없이 어머니의 손에 묻은 양 념을 닦은 황민성이 입을 열었 다.

“사랑해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나한테 그런 말 해요.”

“사랑해요.”

“우리 아들은 언제 와요?”

“곧 올 거예요. 식사 마저 하세 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황민성이 남아 있는 밑반찬으로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요양원 한쪽에는 실내 정원이 있었다. 흙을 밟고 식물을 가까 이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고 혈액 순환에도 좋다.

그래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도 산책을 하고 흙을 밟을 수 있 도록 실내에 정원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황토를 깔아 놓은 산책로를 황 민성과 조순례가 맨발로 걷고 있 었다.

그러고 그런 두 사람을 조금 떨 어진 곳에서 따르며 강진은 할아 버지 귀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여기 좋은 곳 같네요.”

“여기 일하는 애들이 자식들보 다 낫지.”

“그렇게 잘해 주나요?”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자식들보다 돈 받고 해도 매일 이야기 나누고 수발드는 애들이 더 낫지.”

“밥이랑은 잘 나오나요.”

“당연히 잘 나오지. 어지간한 식당보다는 훨씬 나아.”

웃으며 말을 하던 할아버지 귀 신이 입맛을 다셨다.

“건강식이라 맛이 없어서 그렇 지. 그래도 먹을 만해.”

죽은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할 정 도면 요양원이 잘 되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앞으로도 어머니 잘 보살펴 주 세요.”

“내 여자를 내가 보살피는 것인 데 왜 자네에게 잘 보살펴 달라 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 군.”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화……끈하시네요.”

“남자로 태어났으면 사랑도 일 도 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 니겠나.”

“젊으셨을 때 인기 많으셨겠어 요.”

“젊었을 때는 인기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지. 돈 많지, 잘생 겼지, 남자답지, 싸움 잘하지. 나 좋다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머 리가 아플 정도였어.”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할아버지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바람둥이셨어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불쾌하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절대 난 바람둥이가 아니었 어.”

“인기 많으셨다면서요.”

“인기 많은 건 사실이었지. 하 지만 난 한 번에 한 명하고만 사 귀었어.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는 바람 한 번도 핀 적이 없고, 술 집에서도 여자들하고 잠을 잔 적 도 없지.”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요?”

결혼하고 난 후에는 당연히 바 람을 피우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 이 웃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데. 게다가 내 가 워낙 인기가 있어야지. 결혼 하고 나서도 들러붙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쳐내는 것도 골치 아팠어.”

“힘드셨겠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할아 버지 귀신이 앞에서 걸어가는 조

순례를 보았다.

“어쨌든 아내 죽고 난 후 처음 이야. 내 가슴을 뛰게 한 여자 느 n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의 뒷모습 을 보는 할아버지 귀신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좀 일찍 만나셨으면 더 좋으셨 을 텐데…… 아쉽네요.”

“못 만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라도 만났으니 다행인 것이지.”

기분 좋게 웃는 할아버지 귀신

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성격이 참 낙천적이신 것 같아 요.”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 상인데 굳이 우울하게 살 이유가 있나. 오늘 걱정은 내일로 미루 고, 오늘은 최선을 다해 사는 거 지.”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좋게 풀려서 다행이지, 나쁘게 풀렸으면 한량이셨겠네.’

이런 비싼 요양원에 들어왔다가 죽었다면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것이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정주현.”

정주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앞을 보았다. 황민성이 조 순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 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

갑자기 놀란 소리를 내는 배용 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왜?”

“어디서 봤나 했더니…… 현기 그룹 정주현 회장님?”

배용수의 말에 정주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나를 아나?”

“제가 운암정에서 일할 때 몇 번 발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운암정이라…… 그리운 이름이 군. 김 숙수는 잘 지내나?”

“잘 지내고 계십니다.”

배용수는 극존칭을 하고 있었 다. 귀신은 누가 먼저 죽었냐로 서열이 나뉜다고 하지만, 정주현 이 생전에 워낙 거물이라 배용수 도 쉽게 말을 하기 어려운 모양 이었다.

그런 정주현을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았다.

‘현기 그룹이면…… 대단한 할

아버지셨네.’

정주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현기 그룹 회장이었다면 재벌 중 에서도 재벌인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귀신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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