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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10화 (208/1,050)

209화

돈이 없는지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뒤에서 밥을 먹는 손님 둘은 불안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 었다.

그런 손님 둘을 보던 강진이 일 단 이상섭에게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돈 안 내고 튀면 어떻 게 해?”

“어떻게 하기는요. 그냥 배고픈 사람 밥 한 끼 차려 준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눈을 찡 그렸다.

“너 그러다 가게 망해.”

“배고픈 사람 밥 한 끼 준다고 망하겠어요?”

그리고…… 저승식당 규칙 중 세 번째가 돈이 없는 자가 와도 쫓아내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수상하기는 하네.’

돈 없고 배고파서 온 사람들 치 고는 깨작거리며 먹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도 깨끗하 고 멀쩡한 것이 돈 만 원이 없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자신 과 눈이 마주친 남자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뭐 더 드릴까요?”

“김치 좀 더 주십시오.”

남자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렸 다.

그리고는 강진이 반찬통에서 김 치를 담으려 할 때, 김혜인이 소 리쳤다.

“이봐요! 그거 뭐예요!”

이상섭 앞에 앉아 있던 김혜인 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더 니 손으로 뒤에 있는 손님을 가 리켰다.

그 소리에 태광무역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뒤에 있는 사람들에 게 향했다.

그리고 그것은 김치를 담고 있 던 강진도 마찬가지였다.

“혜인 씨, 왜 그래요?”

강진의 말에 김혜인이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주머니에서 뭘 꺼내 서 된장국에 넣으려고 했어요! 아저씨, 그 손 쥐고 있는 것 뭐 예요?!”

김혜인의 고함에 남자가 급히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내가 뭘 넣으려고 했다는 겁니 까?”

“그럼 그 주머니 좀 봐요.”

“이게 무슨…… 내가 왜 당신한 테 주머니를 까야 합니까.”

그러고는 남자가 불쾌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고함을 지르며 남자가 지갑을 꺼내려다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보

았다.

“야, 계산해. 가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으니 지갑을 꺼내기 불편한 것이다. 그 말에 앞에 있던 남자가 급히 지갑을 꺼내서는 만 원을 꺼내 탁자에 놓고는 일어섰다.

“손님.”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선 강진의 모습에 남자가 움찔해서는 그를 보았다.

“뭐요?”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는 데 그 눈동자가 혼들렸다. 그 흔 들림을 알아챈 강진이 그를 보다 가 입을 열었다.

“혹시 주머니에 있는 게……

강진의 말에 남자의 눈동자가 더 흔들렸다.

‘이거 설마?’

뭔가 생각이 미친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사람이 입에 넣으면 안 되는 칼날이나 뭐 그런 겁니까?”

“네?”

깜짝 놀란 눈을 하던 사내가 급 히 소리쳤다.

“무슨 이런 가게가 다 있어! 야, 가자!”

고함을 지르며 사내가 신경질적 으로 같이 온 사람을 데리고 가 게를 나서자 김혜인이 소리쳤다.

“주머니 보여주고 가요!”

김혜인의 외침을 들은 척도 하 지 않고 나가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그들을 쫓듯 가게를 나서

며 빠르게 말했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화아악!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 이 황급히 걸어가는 사내 둘을 가리켰다.

“저 둘 좀 따라가 주세요.”

“응?”

“가서 누구 만나고 연락하는지 살펴 주세요.”

“알았어.”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더는 묻 지 않고 서둘러 사내 둘의 뒤를 쫓아갔다.

강진이 급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사정이 있다 여긴 것 이다.

두 말 하지 않고 사내들을 쫓아 가는 최호철의 뒷모습을 보던 강 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섭과 임호진을 비롯한 남자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가게를 나 서려 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뒤를 쫓아가려 한 모양이었다.

“편하게 식사하셔야 하는데 죄 송하네요. 식사들 하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문을 보 았다.

“ 그놈들은?”

“갔어요.”

“잡아서 주머니 봤어야지.”

“제가 경찰도 아니고 어떻게 그 래요.”

“그럼 잡아두고 경찰을 불러서 라도 까야지. 네 말대로 음식에 칼날이라도 넣으려고 했으면 어 떻게 해.”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김혜인 을 보았다.

“혜인 씨, 그런데 제대로 본 거 지?”

“이상섭 씨가 그 사람들 이상하 다고 하는 거 듣고 계속 보고 있 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이상하 더라고요. 누가 밥 먹으면서 주 머니에 손 넣고 한 손으로 먹어

요.”

자신이 이상하다 여긴 것을 김 혜인도 이상하게 여긴 모양이었 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강진 씨 눈 치를 보다가 강진 씨가 뒤돌아서 니까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데 이 렇게 빼더라고요.”

김혜인이 주먹을 쥔 상태로 슬 며시 앞으로 손을 꺼내고는 된장 국 쪽으로 움직였다.

“그거 딱 보는데 예전에 본 유

트브가 생각나더라고요.”

“유트브요?”

“‘억울해!’라는 유트버가 하는 채널인데 거기에서 음식점 테근] 를 다뤘거든요.”

억울해! 유트버는 억울한 뉴스 나 사연을 받아 그것을 파헤치는 사람이었다.

“음식점 테러?”

이상섭이 그게 뭐냐는 듯 보자 김혜인이 말했다.

“맛집이나 좀 유명한 식당에서 음식에다가 이상한 것 일부러 넣 고 항의해서 돈 뜯어내거나, 사 건화해서 가게 평판 떨어뜨리는 걸 말해요.”

“그런 놈들이 있어?”

“음식점 벌점 테러도 어떻게 보 면 그런 것에 속하죠.”

“아......"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 혜인이 이어 말했다.

“어쨌든 음식점 테러 당한 가게

CCTV에 테러 당시의 모습이 찍 혔는데, 그때 한 남자가 주머니 에 손 넣고 있다가 음식에다가 바퀴벌레를 넣더라고요. 아까 그 남자 딱 보니까 그게 떠올라서 바로 소리 질렀어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혜인 씨 덕에 위험한 일 안 겪었네요.”

“그런데 우리가 오해한 거면 어 떻게 하죠?”

최미나가 걱정스럽게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혜인 씨 말이 맞을 겁니다. 바 퀴벌레가 됐든 뭐가 됐든 먹으면 안 될 것을 음식에 넣었을 겁니 다.”

“주머니도 안 봤는데 어떻게 확 신을 해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두 손님 이 간 자리를 가리켰다.

“제 음식이 이렇게 많이 남았잖 아요.”

강진의 말에 손님들이 남자들이 간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음 식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 다.

“이게 왜?”

이상섭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제 음식 맛있죠?”

“어지간한 맛집보다 더 맛있 지.”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안 먹어 보고 갔으면 그럴 수 있어요. 맛을 안 봤으니까. 그런 데 음식을 조금 먹기는 했어요. 그럼 맛이 있다는 건 알겠죠. 그 런데 이렇게 많이 남겼어요. 이 건 음식을 먹을 마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남자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배고픈 점심시간에 식당 에 와서 이 맛있는 음식을 보고 이렇게 안 먹었다면…… 확실히

밥 먹을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 겠네.”

“근데 밥 먹을 생각이 없더라도 맛있으면 먹지 않아요?”

최미나의 물음에 이상섭이 생각 을 해 보니 그것도 또 일리가 있 었다.

먹을 생각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걸 보면 손이 가는 것이 사람 심 리이니 말이다.

“큰 시험…… 입사 시험이나 수 능 같은 것 볼 때 아침에 어머니

가 맛있는 반찬을 해 주면 그게 손이 가나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서로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입사 시험뿐만 아니라 수능을 볼 때도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입맛이 떨어져 한두 숟가락 먹고 놓기 마련이다. 물론 시험에 대 한 긴장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맛있게 먹기 마련이겠지만 말이 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위도 그렇 고 근육도 모두 긴장을 하게 돼

요. 그래서 음식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좋지 않죠. 아까 그 놈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긴장 이 되니 음식이 맛있어도 손이 안 가는 거죠. 아마 그놈들도 이 런 것 처음 하는 초보일 거예요. 여러 번 해 본 놈들이면 음식 잘 먹고 마지막에 뭘 넣었을 겁니 다.”

“그렇게 겁이 많은 놈들이 왜 이따위 짓을 하러 온 거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입맛올 다시며 남은 음식들을 보았다.

“한 군데 짐작 가는 곳이 있기 는 하네요.”

“짐작?”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을 가리켰다.

“일단 식사들 하세요. 식사부터 하시면 이야기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팀원들을 보았다.

“자네들 먹어. 나는 입맛이 떨 어 졌네.”

“저도요. 저도 밥보다 강진이 이야길 듣고 싶네요.”

그러고는 이상섭이 강진을 보았 다.

“너 무슨 원한 졌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이 일을 사주한 범인일 법한 사람을 떠올렸다.

‘강 사장이었던가?’

강진이 생각하는 이 일을 벌인 사람은 바로 최종훈을 도우며 악 연을 쌓은 갈빗집 강 사장이었

다.

음식점 장사하는 사람이니, 음 식점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 이 어떤 건지 알 것이다.

아마도 음식에 이물질을 넣고 소문을 내는 식으로 타격을 주려 했을 것이다.

치졸하기는 해도 가장 효과적으 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음식 에 이물질이 나오는 것이니 말이 다.

‘생각보다 뒤끝 안 좋은 사람이

네.’

자기가 잘못했으면 반성하고 착 하게 살면 될 것이지, 어떻게 자 신이 음식 장사를 하는 것을 알 고 해코지하려는 것을 보면 말이 다.

“얼마 전에 제가 밥 값 내 준 애들 기억나세요?”

“밥 값? 아! 기억 나.”

강진이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자, 임호진과 사람들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그 사람이 시켰다는 거 야?”

“요즘 제가 원한을 살 만한 일 을 한 건 그쪽밖에 없네요.”

“장사 잘 돼서 주변 식당에서 한 것일 수도 있잖아?”

“에이! 점심 장사만 좀 되는 거 지, 저녁 장사는 아직 한참 멀었 어요. 그리고 이 근처에 장사 이 만큼 안 되는 곳이 있나요. 다 장사 잘 되지.”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진의 식당이 요즘 잘 되기는 해도 주변 원래 맛집들에 비하면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주변 맛집들은 가게가 꽉꽉 들 어차고 줄도 길게 늘어선다. 회 사원들도 많고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인 만큼 논현은 손님이 없기 도 힘든 곳이었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곳은 바로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자릿세도 비싼 곳이기도 했다.

즉 살아 남은 곳은 맛집이고,

맛없는 가게는 이미 도태되어 망 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하루에 사람 손님 오십 명도 안 받는 식당에 무슨 테러 를 하겠는가.

한끼식당은 주변 식당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상권을 쥐고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전에 선지해장국 집은 같 은 메뉴고, 손님들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와서 살피고 갔지만 말이다.

“어쨌든 썩을 놈들이네.”

이상섭의 말에 김혜인이 핸드폰 을 꺼냈다.

“SNS에 올릴까요?”

“SNS 요?”

“제가 SNS 친구들이 꽤 있어서 돌리고 돌리면 금방 소문 쫘악 날 걸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심증만 있는데 이런 거 잘못

올리면 경찰서 가요.”

“아......"

강진의 말에 김혜인이 핸드폰을 슬며시 넣자 이상섭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면……

말을 하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걱정들 하지 마세요. 아! 식사 불편하셨을 텐데 제가 계란 프라 이 서비스해 드릴게요. 자! 앉으

세요.”

웃으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 자 직원들이 서로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밥 맛있게 먹다가 입맛 버렸 네.”

“그나저나 그 갈빗집 사장, 진 짜 쓰레기네.”

“그러게 말이야.”

“아는 사람들한테 가지 말라고 이야기 해야겠어요.”

“그러자고.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라 사람들 거기서 회식 을 할 수도 있으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프라이팬에 계란 을 깨서 올렸다.

‘흠…… 그나저나 그 강 사장을 어떻게 한다?’

이번에는 김혜인의 눈썰미로 막 았다고 해도, 또 이런 짓을 하려 고 하면 막을 방법도 없었다.

손님들 밥 먹을 때마다 일일이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 다.

‘일단 호철 형이 오면 그때 생 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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