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점심 장사를 마무리 짓고 난 후 최호철이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눈을 찡그리며 빠르게 말했다.
“그 갈빗집에 들어가더라.”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최호철은 그 갈빗집올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갈빗집 사장이 한 짓
이군요.”
“알고 있었어?”
“알지는 못했는데…… 제가 요 즘 착하게 살아서 저한테 원한 가질 만한 놈은 그놈밖에 기억 안 나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 호철이 말했다.
“말 들어보니 그 사장이 음식에 다가 바퀴벌레 넣으라고 한 것 같던데, 진짜야?”
강진이 불러내자마자 곧장 남자
들을 쫓아갔던 최호철은 한끼식 당 안에 있었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바퀴벌레 였어요?”
“넣지는 못한 모양이던데? 어떻 게 된 거야?”
“넣기 전에 우리 손님 한 분이 눈치채고 소리쳐서 막았어요.”
“다행이네.”
“다행이죠.”
당시 손님 중 그 두 사람 빼고
는 다 태광무역 손님들이기는 했 지만, 김혜인이 모르고 막지 않 았고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왔 다면?
그리고 남자들이 넣었다는 것을 몰랐다면? 끔찍한 일이다.
아무리 단골이고 강진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 해도 다음에 또 오 기에는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음식과 바퀴벌레는 최악의 궁합 이니 말이다.
거기에 음식에 바퀴벌레가 나왔
다는 소문이 돌면 아무리 잘 나 가는 식당이라고 해도 타격을 받 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진이 알기에 한끼식당 에는 바퀴벌레가 없다. 이유는 딱 하나…….
가게에 상주하는 귀신들의 기운 때문인지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다른 벌레들도 없었다.
더운 여름에도 그 혼한 모기 한 마리 가게 안에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거야 강진만 아는 사 실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 르니 분명히 오해를 할 것이다.
음식에 바퀴벌레 나온 식당으로 말이다. 그리고 소문은 칼보다 아플 수 있었다.
“그래서요?”
“말 들어 보니까, 아까 온 두 놈이 그 사장 조카들이야.”
“조카?”
“조카들한테 용돈 주고 시킨 모 양이야. 음식에 바퀴벌레 넣으라
고.”
최호철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 던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삼촌이 됐으면 애들한테 좋은 것만 보여줄 노릇이지, 오히려 나쁜 짓을 시키네.”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직원 부리는 사장으로서도 나 쁜 놈이고, 동종 업계 사람으로 서도 나쁜 놈이고, 삼촌으로서도
나쁜 놈이라…… 참 나쁜 놈이네 요.”
직원 월급을 안 주니 나쁘고, 같은 음식 장사 하면서 음식에다 나쁜 짓 하려고 했으니 나쁘다. 거기에 조카한테 죄를 짓게 했으 니 삼촌으로서도 나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잘 만나 야 하는 거야. 사람 하나 잘못 만나면 나쁜 길 가는 것 순간이 거든.”
“거기에 지옥 가는 것도 순간이 죠.”
“그러게 말이야.”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최호철 을 보았다.
“갈빗집 지금 영업해요?”
“영업 안 하던데.”
“영업 정지 먹은 건가?”
“정지 먹었겠지. 보니까 홀하고 주방에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 어.”
말올 하던 최호철이 눈올 찡그 렸다.
“그래서 어쩔 거야? 그놈 조카 들 보내고 너 욕하면서 가만 안 둔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 었는데.”
“그럼 다른 짓을 또 하겠죠?”
“딱 봐도 할 것 같더라.”
그리고는 최호철이 말을 이었 다.
“이번에 그 두 놈은 얼굴 팔렸 으니 또 그놈들을 쓰진 않을 테 고…… 다음에는 다른 놈들을 시 킬 텐데. 어떻게 할 거야? 그런
놈들은 하는 짓이 지저분해서 분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 해코지하 려고 할 텐데.”
“어쩌죠?”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가 살아 있으면 가서 수갑이 라도 흔들어 줄 텐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가 강진이 허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변호사님, 이러다가 그놈이 앙
심 품고 가게에 화염병이라도 던 지면 어떻게 합니까?”
강진의 목소리에 잠시 후 핸드 폰이 울렸다.
〈신수호 변호사〉
핸드폰에 적힌 발신자를 확인한 강진이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상당히…… 일을 만드시는군
요.]
피곤함이 느껴지는 신수호의 목 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 나 쁜 사람이 만든 거죠. 그런데 전 화를 하셨네요?”
평소라면 그냥 바로 문 열고 들 어올 텐데 전화를 한 것이 이상 한 것이다.
[재판이 있어서 그쪽으로 갈 상 황이 아니라 전화를 드렸습니 다.]
“재판? JS요?”
[JS 재판도 하지만 이승에서는 재판도 다룹니다』
“아......"
강진이 잊고 있었다는 듯 작게 탄성을 내뱉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승에서 유명한 대형 로펌 의 대표 변호사였었다.
JS 뿐만 아니라 이승에서도 잘 나가는 변호사인 것이다.
[일단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저승식당에만 집중하면 안 되 는 겁니까?]
사람 상대해서 일 만들지 말고 귀신 손님만 받으면 안 되냐는 신수호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저승식당이라는 것 자체 가 원래부터 귀신들을 위한 식당 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람 손님을 받는 것은 선택 사 항일 뿐이었으니 본업에 충실하 면 안 되냐는 말이었다.
그에 잠시 말이 없던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가게가 손님을 가릴 수는 없 죠.”
강진의 답에 잠시 말이 없던 신 수호가 입을 열었다.
[증거가 필요합니다.]
“증거요?”
[이야기 들었는데……』
설명올 할 필요도 없이 가게 안 에서 생긴 일이라 신수호도 다
듣고 본 모양이었다.
[상당히 질이 나쁜 사람인 모양 인데, 그런 사람은 어떻게든 이 강진 씨에게 해코지를 해야 속이 풀릴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도 그렇게 된다 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겠죠.”
[열 번 중에 한 번만 그런 일을 당해도…….J
말을 하던 신수호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도 잠시 답이 없던 신수호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좀 화가 났습니다.]
“화요?”
[이강진 씨 가게이기 이전에 저 희 어머니와 저희가 살던 가게입 니다.]
“아!”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자기 가족이 살던 집에 이상한 놈이 테러를 하려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전에 황민성과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가게를 청소하지 못하고 잤 을 때, 신수용이 화를 냈던 것처 럼.
신수 형제들은 가게에 애정이 깊으니 말이다.
잠시 말이 없던 신수호가 말을 했다.
[이번에는 제가 처리해 드리겠
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음에도 가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뒷말을 더 하지 않고 침묵으로 답을 해 주는 신수호의 전화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다음에는 제가 해결하도록 하 겠습니다.”
[가게에…… 문제 생기지 않도 록 해 주십시오. 이건 부탁입니 다.]
“꼭 문제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 니다.”
강진의 답에 잠시 말이 없던 신 수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전에 말씀하셨던 출장 방법을 찾 았습니다.]
“그래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강진이 반색을 하며 묻자 신수 호가 말했다.
[푸드 트럭에 대해 아십니까.」
“알죠. 예전에 유원지에서 아르 바이트할 때 본 적 있습니다.”
[푸드 트럭으로 허가받고 명의 받으면 이강진 씨 명의의 공간이 되니 이동 식당이 됩니다.
“푸드 트럭으로요?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푸드 트럭에 필요한 서류는 제가 하 고, 트럭은 용이가 중고로 하나 찾아올 겁니다. 조가 트럭 개조 를 하고 귀가 영업을 할 곳을 찾 아 줄 겁니다.]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네요.”
[일사천리는 아닙니다. 지금부터 서류 넣고 개조 작업까지 하면 1 월이나 될 겁니다.]
“다음 달이네요.”
[아마 다음 달 중반 후에는 서 류가 다 될 겁니다.]
신수호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건 무척 빠른 속도다. 관공서 에 서류 넣고 허가를 받아야 하 는 데 시간으로 따지면 20일 이 내에 모두 끝낸다는 말이니 말이
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 다.]
“문제요?”
[이강진 씨는 서울 여럿 곳을 다니면서 귀신들에게 음식을 줄 생각이시죠.]
“네.”
[푸드 트럭이라고 해서 아무 곳 에서나 음식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푸드 트럭은 시에서 정한 곳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
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음 식을 파는 것 또한 시에서 허가 를 받아야 합니다.]
“그럼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허가를 받으면 가장 좋기는 하 지만, 이강진 씨는 여러 곳을 돌 아다니면서 하실 생각 아니십니 까?]
“맞습니다.”
[그래서 허가받기 어렵습니다. 축제 같은 경우는 짧은 기간 허 가를 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몇 달 혹은 장기로 허가를 내니, 이강진 씨처럼 하루나 이틀 단위 로 여러 곳에 허가를 받기는 어 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래서 불법 영업을 해야 합니 다.]
“불법 영업요?”
[푸드 트럭 노점상이라고 생각
하면 됩니다. 길가에 있는 노점
상들은 시에 허가 안 받고 하는
거니까요.]
불법 노점상이라는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기…… 변호사이신데 이렇게 불법적인 일을 권유하셔도 되는 건가요?”
[제 걱정 해주 시는 겁니까?]
“으를 알고 있으니…… 조금 걱 정이 되네요.”
법을 어긴다는 것은 정해진 것 을 어기는 것이니 저승 법에 걸 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그렇습니까?”
[불법 영업으로 주위 상권에 피 해를 준다면 저나 이 사장님의 잔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 다. 하지만 이 사장님 영업 대상 은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애 초에 한끼식당 자체가 으에서 이 승 귀신들을 위해 운영하는 하나 의 복지 제도인 만큼, 이 정도는 위에 분들도 이해해 주실 겁니 다.]
“그럼 사람에겐 팔면 안 되는 겁니까?”
[사람들에게도 파실 생각입니 까?]
“혹시라도 누가 와서 달라고 하 면…… 저승식당 규칙상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강진의 말에 잠시 답이 없던 신 수호가 말했다.
[그건 이 사장님 재량대로 하십 시오. 어떠한 일이든 이면, 이면, 이면으로 시작하는 가정을 계속
하면 끝이 없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하던 강 진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근데…… 단속 뜨면 물품 압류 당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신수호의 목소리에 강진이 말했다.
“단속 안 잡히게 영업을 해야
한다는 거군요.”
[단속에는 안 걸릴 겁니다.]
“그래도 걸릴 수도 있는데
강진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자 신수호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 했다.
[영업 시작할 때만 조심하면 됩 니다.]
“영업하다가 단속 뜨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푸드 트럭으 로 사람 손님 받을 생각은 아니 지 않으십니까?]
“그렇죠.”
[귀신 손님만 받으면 아무런 문 제도 없습니다.]
“그게......" 아!”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많으면 사람들은 의식적 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거기에 귀신들이 더 많으면 사
람들은 이곳 자체를 의식하지 못 하고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한 다.
한끼식당만 해도 귀신이 둘만 있어도 처음 오는 사람들은 가게 앞에서도 이곳을 인식하지 못하 니 말이다.
그러니 귀신 손님한테 밥 팔 때 는 단속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 도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장사를 해도 사람들은 알아서 비껴가고 보지도 못할 테 니 말이다.
“단속 걸릴 걱정은 없겠네요.”
[이강진 씨가 어디로 갈지 이야 기해 주면 귀가 영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 줄 겁니다.]
“그럼 귀신들 현신은 어떻게 되 죠?”
[그건 일단 영업을 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모르시는 건가요?”
[식당은 벽을 통해 장사 영역이 있습니다. 하지만 푸드 트럭은 영업 영역이 어디서 어디인지 가
늠하기 어렵습니다.]
“모르신다는 거군요.”
다시 모르냐는 강진의 말에 신 수호가 말했다.
[우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있는 지 찾아봤는데 그곳에도 이런 사 례가 없더군요. 그래서 외국 JS 변호사들에게 물어 찾아봤는데 그곳에도 이런 사례는 없었습니 다. 대부분이 건물을 가지고 저 승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대부분? 대부분이면 아닌 곳도
있다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유랑 민족들의 문화라 저희 문화에서 도 통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랑 민족이라면?”
[서양의 집시라는 민족의 저숭 식당은 모닥불 중심으로 그 빛이 닿는 거리까지 영업을 했다고 하 더군요』
“모닥불이 닿는 곳까지라…… 상당히 추상적이네요. 그것 외에 는 모르시나요?”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례 가 없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문득 핸 드폰을 보았다.
‘끝까지 모른다는 말은 안 하네. 혹시…… 자기가 모르는 게 있다 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 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신수호가 말했다.
[사례가 없을 뿐입니다. 그 럼…….]
뚜욱!
그걸로 통화가 끝나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신수호 변호사님한테 이런 면 이 있는 줄은 몰랐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핸드 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사례가 없을 뿐입니다. 영업 구역은 푸드 트럭을 해 보면 알 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