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12화 (210/1,050)

211 화

신수호에게서 온 문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이때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신수호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짐작이 되는 것이 있어요. 저승은 이승을 반 영한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저 승식당 푸드 트럭의 영업 구역도 일반적인 푸드 트럭하고 비슷할

것 같습니다.”

푸드 트럭이라고 하면 음식을 일회용 용기로 담아서 서서 먹기 도 하지만, 푸드 트럭 앞에 작은 간이 테이블을 두고 거기에서 먹 기도 한다.

JS 쪽 사람들이 늘 말하듯 저승 이 이승의 모습을 반영한다면, 저승식당 푸드 트럭의 영업 공간 은 차에서 두세 걸음 사이일 것 이다.

귀신들을 많이 받으려면 간이 테이블을 놓기는 어렵겠지만, 서

서 먹으면 그래도 꽤 많은 귀신 들이 들어와서 먹을 수 있을 것 이다.

“좁기는 해도 부대끼면서 먹으 면 그래도 꽤 먹을 수 있겠어.”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핸드폰을 보았다. 혹시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문자를 보내려나 싶어서 말 이다.

하지만 핸드폰은 잠잠할 뿐이었 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일단 그 나쁜 놈은 더 이상 신 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신수호 변호사한테 맡기려고?”

“제가 가서 때려 주기도 그렇 고…… 그놈이 또 일 저지를 때 잡는 것도 어렵죠.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제가 어떻게 하는 것보 다는 신수호 변호사한테 걸리는 것이 더 처참할 것 같네요.”

“하긴…… 그 사람이면 믿고 맡 길 만하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신수호 변호사에 대해 좀 아세 요?”

“여기 오고 가면서 몇 번 봤지. 그 사람 무서운 사람이야.”

“하긴 좀 무섭기는 해 보이네 요.”

“네 생각보다 더 무서울걸.”

“왜요? 뭐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뭔가 입을 열 듯 하다가 고개를 저었 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왜요? 뭔데요?”

“됐어.”

그러고는 최호철이 몸을 일으켰 다.

“나는 갈빗집이나 가 봐야겠 다.”

“거기는 왜요?”

“신수호 씨가 맡는다고 했지만 손 놓고 있기 뭐 하잖아. 가서 그놈들이 뭐 하는지, 그리고 신 수호 씨가 어떻게 하는지도 구경 할래. 그럼 저녁에 보자.”

최호철이 가게를 나서는 것에 강진이 뒷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

“나는 딱히 가리는 것 없……

말을 하던 최호철이 문득 강진 을 보았다.

“혹시 통닭도 되나?”

“되죠. 튀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럼 형 양념 통닭 좀 부탁한 다.”

“양념 통닭요?”

“그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옛날 맥시칸 통닭 기억나?”

“맥시칸 통닭은 지금도 있잖아 요.”

“있기는 하지. 어쨌든 그런 느 낌 양념 통닭…… 먹고 싶은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하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요리 연습장에도 양념 통닭 레시피는 있었다.

해 보지는 않았지만 맛은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재료 보면 어 떤 맛일지 대충 짐작은 가니 말 이다.

하지만 맥시칸 양념 통닭 맛은 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말했다.

“제가 해 놓을게요.”

“고마워.”

최호철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맥시칸 양념 통닭 만들 줄 알 아?”

“먹어 본 음식인데 비슷하게 정 도는 할 수 있지.”

“오! 대단한데.”

“내가 괜히 요리사겠냐.”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필요한 재료는 다 있어?”

“있는 재료로 하면 돼.”

“그럼 오늘 귀신 손님들한테는 통닭으로 준비해 볼까?”

“그렇게 하자.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다른 걸로 준비해 주면 되고. 미리 한 여덟 마리만 튀기 자.”

“그럼 닭을 좀 사 와야 하나?”

“열 마리만 이따 가서 사 와.”

“그렇게 하자.”

그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강 진이 가게를 둘러보았다. 점심 장사가 끝이 난 식당 안은 평소 와 같은 모습이었다.

설거지와 청소를 끝낸 선주와 최훈은 살짝 구운 떡볶이 떡을 석청에 찍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최호철과 같이 다니는 여자 귀신 셋은 TV를 보고 있었 다.

“어머, 저거 너무 이쁘다.”

“입고 싶다.”

여자 귀신들이 보는 것은 여성 의류 홈쇼핑이었다.

“나도 옷 갈아입고 싶다.”

여자 귀신이 자신의 옷을 내려 다보았다. 피가 질질 흘러내리는 옷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 다.

“하아!”

평범한 여자들처럼 간식을 먹고 TV> 보며 옷 타령을 하는 여자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기분이 좋 았다.

‘처음에 비하면 많이 밝아졌네.’

죽게 된 사건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어두운 것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너무 어두워서 걱정을 했 는데 지금은 많이 밝아진 것이 다.

그리고 저승식당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듯 다른 귀신들 하고도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 고 말이다.

그 덕에 가게 안 분위기도 좀 더 좋아졌다.

여자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문 득 배용수를 보았다.

“옷은 못 갈아입나?”

“옷? 우리?”

“ O ”

흐.

“글쎄. 옷 갈아입는 귀신은 못 봤는데?”

“귀신도 인간하고 별로 다를 것 없으면 옷을 구하면……

말올 하던 강진은 옆에서 느껴 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여

자 귀신들이 그를 보고 있었다.

“저희 옷 사 주시게요?”

“그렇다기보다는…… 혹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나 싶어서요.”

“아......"

아쉬워하는 여자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혹시 갈아입을 수 있으면 옷 사 줄까요?”

“네!”

“저희도 일할게요!”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쪽 바닥에 대해 적응 좀 하셨네요.”

“네?”

여자 귀신 한 명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강진이 말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 아시 죠.”

“ 알죠.”

“JS 쪽은 그게 더 심해요. 그리

고 아실지 모르지만 여기서 먹는 음식들도 다 공짜는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놀란 듯 그를 보았다.

“공짜가 아니에요?”

“호철 형이 이야기 안 해 줬어 요?”

“안 해 주셨는데…… 그런데 저 희 돈 없는데……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확실히 귀신들도 배우지 않으 면 모르는 것이 많네.’

보니 아직 최호철이 JS 금융에 대한 것은 이야기를 안 해 준 모 양이었다.

저승식당에서 돈을 받지 않지 만, 정확하게 따지면 돈을 안 받 는 것은 아니다.

계산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들이 먹는 것은 모두 그들의 JS 계좌에서 빠져나간다.

돈이 없으면 마이너스로 잡혀서

나가고, 강진의 계좌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이너스가 많아지면 JS 직원들이 데려가서 노동으로 갚게 만드는 것이다.

최호철이 그에 대해 이야기 안 해 준 것은 아마도 돈 때문에 JS 금융에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걱 정은 추후에 하고, 일단 편하게 지내라고 한 의도인 것 같았다.

그에 말을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겠지.’

결심한 강진이 설명을 해 주었 다.

귀신이 하는 행위에 따라 JS 금 융 잔고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말이다.

“아! 우리도 카드는 있어요.”

말을 하며 여자 귀신들이 주머 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근데 여기에 돈이 있는지 없는 지 모르는데……

“돈 아껴 써요. 나중에 저승 가 면 쓸 일이 많을 겁니다.”

“그 돈이 없으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건 나중에 생각하세요.”

지금부터 걱정을 해도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다. 즉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대신…….

“흠……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왜요?”

“가끔씩 교대로 일을 좀 할래 요?”

“ 일요?”

“귀신도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럼 할래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최훈 과 선주를 보았다.

“두 분도 가끔은 쉬시면서 음식 편하게 드세요.”

“저는 일을 하고 싶은데요.”

일을 하고 싶다는 최훈의 모습 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분들도 일을 해야 JS 갔을 때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지 않겠 어요?”

강진의 말에 최훈이 여자 귀신 들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 며 웃었다.

“여러분 덕에 편하게 식사하겠 네요.”

“고맙습니다.”

여자 귀신의 답에 강진이 문득

배용수를 보았다.

“JS 금융에 옷 가게 본 것 같은 데 거기 옷은 입을 수 있으려 나?”

“JS 금융 옷이면 입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JS 금융 옷이면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거 아냐? 그 럼 옷만 두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텐데?”

말을 하며 강진이 여자 귀신 한 명이 손에 끼고 있는 비닐장갑을 가리켰다.

여자 귀신은 비닐장갑을 낀 채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채널을 돌리기 위해 TV를 볼 때는 비닐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문득 생 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JS 편의점의 도시락과 컵라면은 사람이 먹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에 그 나쁜 놈이 도시락과 컵 라면을 먹고 귀신을 봤으니 말이 다.

그럼…… 같은 으의 옷 가게에 서 파는 옷도 사람들의 눈에 보 일 것이다.

그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 며 고개를 저었다.

“JS 금융 옷은 안 되겠네요.”

“아…… 그럼 저희 옷은?”

“지금은 방법이 없네요.”

“아......"

아쉬워하는 귀신들올 보며 강진 이 고개를 저었다.

‘처녀귀신들은 좀 알려나?’

강진이 알기에 가장 오래된 귀 신들은 처녀귀신들이었다. 그녀 들이라면 뭐 좀 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교수님이 네.”

임상옥 교수 이름을 본 강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 귀신 할아버지 빚 문제인 가?’

벌써 그 불 지른 놈을 잡지는 못했을 테니 아마도 할아버지의

빚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여보세요.”

[지금 영업 끝났나?]

“점심 장사 끝났습니다.”

[그…… 흠…….]

잠시 말을 끊은 임상옥이 말을 이었다.

[오늘 그 할아버지 귀신 친구 분에게 연락을 했는데…… 죽은 모양이 야.]

“죽어요?”

[아무래도 할아버지 귀신하고 그 친구 분 정말 친한 사이였나 봐.]

돈을 안 갚아 욕을 하던 친구에 게 임상옥은 전화를 했었다. 그 런데 다른 사람이 받았고 잘못 걸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할아버지 귀신이 알려 준 주소로 찾아갔었다. 거기에서 친구의 아들을 만났는데…….

할아버지 귀신이 장례식장에 다 녀오고 며칠 안 돼서 그 친구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모양이었

다.

[시름시름 앓다가 아침에 몸이 좀 나아졌던 모양이야. 아침에 밥도 잘 먹고 있다가 할아버지가 아들한테 시골 땅을 좀 팔라고 했대.]

“시골 땅요?”

[친구에게 돈을 빌렸는데 지금 이라도 갚아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아들이 얼마냐고 물었는 데 육백만 원이라는 말 듣고 그 럼 땅 팔지 말고 자기가 주겠다 고 은행에 가서 육백만 원을 찾

아왔는데 집에 와 보니 옷 깔끔 하게 입은 채 소파에서 눈을 감 으신 모양이야.]

“아…… 돈을 안 갚으려 하신 것은 아니군요.”

[그렇지.]

“그럼 돈은?”

[아버님이 할아버지 귀신에게 돈을 빌렸다고 이야기하니까, 아 드님이 신문지에 싸인 것 가져왔 는데 육백만 원이 그 안에 그대 로 있더라.

“그걸 안 쓰고 그대로요?”

[아버님이 죽기 전에 빚 갚겠다 고 가져오라고 한 돈이라 차마 쓰지 못하고 놔뒀대. 아버님 장 례 치르고 친구 분들에게 돈을 갚으려고 했는데 돈 빌려준 사람 이 없다고 해서 일단 놔둔 모양 이 야.]

“친구한테 갚는다고 해서 죽은 사람은 생각을 못 한 모양이네 요.”

[그렇지.]

돈을 갚으려고 해도 누구한테 빌렸는지 알지 못하니 아들이 갚 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교수님 말을 쉽게 믿어 요?”

죽은 지 몇 년이나 된 사람의 일을 이렇게 쉽게 믿고 돈을 꺼 내주다니 말이다.

[할아버지 귀신 이름 이야기하 니까 믿더라고. 아버님하고 가장 친한 친구 분이라 어렸을 때는 자주 보고 용돈도 받고 그랬다 고.]

“그럼 돈 받으셨어요?”

[자기가 내일 문병 가서 드리겠 다고 하더라.]

“잘 됐네요.”

[그래. 생각보다 더 잘 돼서 좋 았어. 그리고 할아버지 귀신한테 도 잘 된 일이지. 친구한테 돈으 로 배신당한 것도 아니잖아』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들으면 좋아하시겠 네요.”

평생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았다 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할아버지 귀신이니, 친구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이면 할아버지 귀신 도…… 그를 용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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