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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214화 (212/1,050)

213화

강진은 최호철에게 맥주를 따라 주었다.

“맛있게 많이 먹을 것을 그랬네 요.”

“그래. 자식은 많이 먹고 잘 자 라는 것이 가장 큰 효도지.”

웃으며 말을 한 최호철이 맥주 를 꿀꺽! 꿀꺽! 마시고는 웃었다.

“크윽! 역시 치맥은 진리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잔을 다시 채워 주었다.

쪼르륵! 쪼르륵!

잔이 차오르는 것을 보던 강진 이 문득 최호철을 보았다.

“형 기분 안 좋으면 폭탄주 말 아 줄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었다.

“기분이 안 좋기는 왜 안 좋아. 형 오늘 기분 좋아.”

이때까지 나눈 대화로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최 호철의 목소리와 표정은 정말 밝 았다.

“그래요?”

“오랜만에 아빠 생각도 나고, 통닭도 맛있고. 후! 형 오늘 기 분 좋아.”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웃은 최호 철이 시원하게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뒤이어 통닭을 집어먹는 최호철 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정말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그렇다니까.”

웃는 최호철의 빈 잔에 강진이 맥주를 따라 줄 때, 배용수가 어 묵국을 들고 와 자리에 앉았다.

어묵국은 매운 고추와 고춧가루 를 넣어 매운 향이 훅 올라왔다.

“맛있겠다.”

“그럼. 맛있으라고 끓였는데 맛 있어야지.”

웃으며 자리에 앉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다 됐어?”

“음식들 서빙할 수 있게 넉넉하 게 만들어 놨어.”

배용수는 잔을 들며 최호철을 보았다.

“갈빗집 어떻게 됐어요?”

강진은 그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며 슬쩍 눈치를 주었다.

“안 좋은 이야기는 다음에 하 지.”

“왜? 궁금하잖아.”

지금 최호철의 감정을 알지 못 하는 배용수다 보니 갈빗집에 대 해 묻는 것이었다.

“ 괜찮아.”

최호철은 웃으며 말했다.

“지켜봤는데 인터넷 하더라.”

“인터넷요?”

“인터넷으로 음식점 엿 먹이는 방법 검색하고 있던데.”

“와…… 찌질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동감이라 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찌질하네요.”

“찌질한 놈이 더 귀찮은 법이 야. 확 때려 버리기도 그렇고 그 냥 두면 귀찮게 하고.”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위생 검열 나올 것 같 더라.”

“위생 검열?”

“아직 받아 본 적 없지?”

“네.”

강진은 가게를 시작한 후 위생 검열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위생 검열은 왜요?”

“강남구청 위생과 직원 검색하 더라고.”

“위생과 직원요?”

“이왕이면 확실하게 걸리게 하 겠다는 거지. 알잖아. 털어서 먼 지 안 나는 곳 없다는 것.”

“그렇기는 하죠.”

사람이든 뭐든 똑같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것은 없다. 오늘 빨아서 햇빛에 뽀송하게 말린 이 불도 털면 먼지는 나는 것이다.

“강남구청 위생과 직원 중에 지 인이 아는 사람이 있는지 검색하 고 사람들에게 전화해 보고 그러 더라.”

“뭐든 걸려고 한다는 거네요.”

민원으로 위생 검열을 받게 해 도 문제가 없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문제를 만들려고 하는 검 열이라면 어떻게든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위생 검열이라는 것이야 위생 과 직원들이 하는 일이니까. 이 왕이면 아는 사람 찾아서 더 확 실하게 해 달라고 하려는 거겠 지.”

최호철은 주방 쪽을 보고는 말 했다.

“여기가 아무리 깨끗해도 검사 하면 걸리는 것이 나오지 않겠 어?”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찾기는 했고요?”

“다리를 걸치고 또 걸치다 보면 대통령하고도 아는 사람 만날 수 있는 것이 한국 땅이야.”

“거기에 이수하고 논현까지 그 리 멀지도 않으니…… 다리 몇 개 걸치면 어떻게든 원하는 사람 찾을 수 있겠네요.”

말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 았다.

“우리 위생 검열에 걸릴까?”

위생 검열 쪽은 주방에서 오래 일을 해 본 배용수가 훨씬 더 잘 알 테니 말이다.

배용수는 주방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우리 가게야 워낙 깨끗해서 일 반적인 검열이면 걸리지 않지.”

“일반적이지 않으면 걸린다는 거네?”

“검열하는 사람이 작정하고 잡 으려 하면 운암정도 걸려.”

“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에 잠겼다. 그런 강진을 보던 최호 철이 말했다.

“좋은 방법 있는데.”

“무슨 방법요?”

“일반 검열이면 걸리지 않는다 는 거잖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게 위생 정말 좋아. 게 다가 식재들도 매일 신선하게 들

어오고, 식재 매입 서류도 완벽 하고. 안 걸려.”

“그렇다는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말했다.

“그럼 일반 검열을 먼저 받으면 되지 않겠냐?”

“일반 검열을요?”

“설마하니 검열 받은 데를 며칠 안 돼서 또 검열을 하겠어?”

“그건…… 그러네요.”

“그런데 위생과 검열은 갑자기

받게 되는데 어떻게 먼저 받죠?”

배용수의 말에 최호철이 말했 다.

“강남구청 가서 위생과 검열 받 고 싶다고 해.”

“검열을 받고 싶다고 바로 받을 수 있나요? 불시에 하는 걸 텐 데?”

“그쪽은 잘 모르지만…… 잘 말 하면 검열해 주지 않을까?”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서 물어는 봐야겠네 요.”

“하긴, 물어보고 해 준다고 하 면 검열 받고, 안 해 준다고 하 면……

강진은 허공을 보며 말했다.

“신수호 변호사가 알아서 해 주 시겠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문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문을 통해 신 수호가 오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 움직

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 오나 보네.”

“일이 있으신가 보죠. 그리고 듣기는 하셨을 겁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갈비 부 위를 잡고는 입에 넣었다.

눅눅하지만 양념이 잘 스며든 껍질을 크게 베어 문 강진이 미 소를 지었다. 바삭바삭한 치킨도 좋지만 이렇게 눅눅한 치킨 맛도 좋았다.

맛있게 치킨을 먹던 강진은 아

차 싶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흥수 할아버지 안 오셨네.”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 영감님이야 가끔씩 오시니 까. 오늘 안 오시나 보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을 열 었다.

“김흥수, 김흥수, 김홍수.”

김흥수 할아버지에게 전해줘야 할 말이 있으니 말이다.

화아악!

강진의 부름에 김흥수가 그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불리는 것 은 처음이로군.”

김흥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처음이세요?”

“누가 나 같은 영감을 불러 줘 야지.”

“처음인데 잘 오셨네요.”

“해 본 적은 없어도 할 줄은 아 니까. 그래서 돈은 어떻게 됐어? 그 이야기 하려고 나 부른 거지? 그 새끼가 준대?”

김훙수의 말에 강진이 최호철 옆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아서 목부터 축이세 요.”

강진이 맥주잔을 내밀자 김흥수 가 그것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 다.

쪼르륵!

강진이 따라주는 맥주를 받아 마신 김흥수가 말했다.

“말해 봐. 돈 받았어?”

김홍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내일 받기로 했습니다.”

“내일? 그 자식이 핑계 대는 것 아냐?”

김홍수가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일 요양원에 가서 할머니에

게 직접 드린다고 하셨어요.”

“ 진짜?”

“진짜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흥수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자기가 죽어서 쉽게 못 받을 거라 생각을 했는 데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쉽게 준대?”

“육백만 원을 집에 보관하고 계 시더라고요.”

“이런 미친놈.”

“네?”

갑자기 욕을 하는 김흥수의 모 습에 강진의 의아한 듯 그를 보 았다. 그 시선에 김흥수가 고개 를 저었다.

“자네 말고 내 친구 말이야. 이 렇게 쉽게 줄 거면 진즉에 우리 마누라한테 주면 되잖아. 그럼 내가 이렇게 화도 안 냈을 것 아 냐. 뭐 한다고 돈을 집에 쌓아놓 고 있어. 혹시 노망이 들었나?”

말을 하는 김홍수의 얼굴에 살 짝 걱정이 어린 것을 보던 강진

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그게......"

“왜?’’

“친구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홍수가 그를 멍 하니 보았다.

“죽었다고?”

“할아버지 장례식 끝나고 시름 시름 앓으셨대요. 그리고……

강진은 그에게 있었던 일과 그 아들이 돈을 준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흥 수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꿀꺽!

시원하다 해야 할지 타는 속을 달랜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단숨에 맥주를 마신 김흥수가 잔 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바보 같은 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승

까지 따라오고 염병은……

말을 하던 김흥수가 깊은 한숨 을 토했다.

“죽기는 왜 죽어.”

입맛을 다시던 김흥수가 다시 한숨을 쉬다가 입을 열었다.

“월남 때 그놈하고 나하고 베트 남에 돈 벌러 갔었지.”

강진은 김흥수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물었다.

“월남전에 참전하셨어요?”

“그때 내 나이가 마흔이 넘는데 무슨 참전……. 그냥 돈 벌러 간 거지.”

“전쟁터에요?”

“전쟁터니까 돈이 되는 거야. 게다가 미군 애들은 물건 함부로 다뤄서 그놈들이 버리는 것만 잘 주워 와도 한국에서 돈 버는 것 보다 훨씬 낫지.”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위험하지. 나 여기에 총도 맞 았잖아.”

김흥수가 허벅지를 가리켰다.

“아……

“그때는 총 맞는 것보다 배고픈 것이 더 힘들고 무서울 때니까. 죽지만 않으면 몇 방 더 맞아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한숨을 쉰 김홍수가 허벅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철이가 총 맞은 나 업고 베 트콩 피해 삼 일을 도망쳐 다녔 는데……

“대단하시네요.”

“그놈 등에서 죽다 살아났지. 바보 자식이 나 두고 가라고 하 니까 올 때 같이 왔으면 갈 때도 같이 가야 한다면서 개소리하지 말라고, 내 등에서 죽으면 가만 두지 않는다고 어찌나 욕을 하던 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던 김흥 수가 입을 열었다.

“장례는 어떻게 했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 녀석도 나처럼……

혹시 자기처럼 귀신이 됐냐는 물음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그 집에 들어가지는 않아 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다고 다 귀신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맞아. 귀신이 되려면 정말 재 수가 없어야 하니까. 그 녀석은 좋은 데 갔을 거야.”

애써 웃어 보인 김흥수가 말했 다.

“내일 우리 마누라 병원에 명구 가 온다고?”

“ 명구?”

“정철이 아들. 그 애가 어릴 때 부터 효자였어. 부모님 말이라면 어기지도 않고…… 그래도 이렇 게 착한 놈인 줄은 몰랐네. 정철 이가 돈 챙겨 놓으라고 한 것을 아직도 안 쓰고 보관하고 있다 니.”

“좋은 분이신 듯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흥수가 잠시 있

다가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는데……

“뭔데요?”

“정철이 있는 곳에 가 보고 싶 어.”

“묻히신 곳요?”

요 O ”

“저 위치 모르는데……

“내가 알아.”

김흥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어르신이 어떻게?”

“내 납골당 옆자리가 그 녀석 자리야.”

“ 납골당요?”

“살았을 때 그런 자리 미리 잡 아 놔야 오래 산다고 해서 그 녀 석하고 나하고 같이 예약해 놨 어. 미안한데…… 거기 좀 데려 다주면 안 될까?”

김흥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물었다.

“위치가 어디인데요?”

“얼마 안 멀어. 성남이야.”

“확실히 성남이면 멀지는 않네 요.”

지도를 봐야겠지만 강남에서 경 기도 성남은 20Km 정도밖에 되 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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