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화
태광무역 직원들이 들어오는 것 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그들에 게 다가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밥 먹으러 왔지.”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말 안 했냐는 시선에 이 상섭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인턴한테 문제가 생겼다
니까 다들 오겠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분위기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말했다.
“외국에 비하면 한국이 얼마나 치안이 좋은 줄 아나?”
“그건 왜요?”
“우리나라 강도들은 잘 해야 칼 이지만 외국에서는 총이 애교거
“총?”
“내가 해외 지부에 있었을 때는 필리핀 강도들하고도 싸워 봤어. 이런 한국 양아치 정도는 한 주 먹 거리도 안 되지.”
“그래도……
임호진의 말에 그와 같이 온 해 외 사업 2팀 오성실 부장도 고개 를 끄덕였다.
“중동에 비하면 한국 깡패들은 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쪽 깡패 들은 칼보다는 총을 선호하거든
요.”
그러고는 오성실이 강진을 보았 다.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 다.”
오성실이 웃으며 자리에 앉자 직원들도 빈자리에 앉기 시작했 다.
그 덕에 가게는 어느새 만석으 로 바뀌어 있었다. 평소라면 태 광무역 사람들 받고 난 후에 다 음 손님들을 받는데, 지금은 태
광무역과 다른 손님들이 세 테이 블이나 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일단 음식들을 빠 르게 내기 시작했다.
김치찜과 홍합 미역국을 이미 다 만들어둔 덕분에 내놓기 전에 한 번 가열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10분도 안 되어 모든 음식들을 내놓은 강진이 오자명과 이강혜 에게 다가갔다.
두 일행의 테이블에 다가간 강
진이 입을 열었다.
“식사 맛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맛이 좋습니다. 역시 여 기 음식은 맛이 좋아요.”
웃는 오자명에게 작게 고개를 숙인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다. 이강혜 역시 기분 좋은 미소로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런 두 손님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사실 오늘 손님을 안 받으려고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저쪽 손님 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습니 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태광무역 사람들과 강진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하긴 작은 목소리로 나눈 대화도 아니 었고, 거리가 멀었던 것도 아니 라서 들릴 수도 있었다.
오자명의 말에 이강혜가 걱정스 러운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 리겠습니다.”
“죄송? 왜요?”
“저는 라면을 먹어도 마음 편하 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불편한 사 람 앞이나 상황에서는 맛이 없고
속만 더부룩하게 만들지요.”
강진의 말에 오자명과 이강혜뿐 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 였다.
“맞는 말입니다. 음식은 편한 곳에서 편한 사람과 먹어야 가장 좋지요.”
“오 의원님 말씀이 맞아요. 좋 아하는 사람과 먹으면 찬밥에 물 말아서 김치 올려 먹어도 그게 진수성찬보다 더 맛있는 법이 죠.”
이강혜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L 전자 사장님도 그런 음식을 드십니까?”
“저도 한국 사람인걸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것처럼 대 화를 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다 유명한 사람이니
정치권과 재계 인사가 서로 아 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물
론 강진은 이 사람들을 직접 만 나기 전에는 누군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강진이 지금 상황을 설 명했다. 강진의 설명에 오자명이 눈을 찡그렸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처음에는 여기 계신 태광무역 분들이 도와주셔서 음식 테러는 막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용 역이 오는 거라 좀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거 참......"
오자명이 작게 고개를 젓자, 이 유비 의원도 입맛을 다셨다.
“우리가 혼을 너무 적게 낸 모 양입니다.”
“그놈은 혼이 적게 난 것이 아 니라 배알이 꼴려 있는 나쁜 놈 이라 그런 것이지.”
그러고는 오자명이 눈을 찡그렸 다.
“우리한테 혼이 많이 났으면 이 사장한테 더 해코지하려고 했을
거야.”
오자명이 강진을 보았다.
“그자가 우리한테는 해코지하기 어려우니 이 사장을 타깃으로 한 모양인데…… 이거 미안합니다.”
강진이 나서기는 했지만, 일은 오자명과 이유비가 진행을 했으 니 말이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놈들 인지 몰라도 우리 한 보좌관이 전라도 목포 출신입니다.”
“목포요?”
“목포에서는 주먹 자랑하지 말
라고, 이 친구가 또 주먹으로
오자명의 말에 한명현이 작게 기침을 했다.
“의원님, 옛날이야기일 뿐입니 다.”
“하하하! 그래. 어쨌든 이 사장 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식사 시간에 불편하게 해서 죄 송할 뿐입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따지고 보 면 그 일에 우리도 한 발 담근 입장인데 결자해지 아니겠습니 까.”
신경 쓰지 말라며 웃는 오자명 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작게 숙 이고는 이강혜를 보았다.
이강혜 역시 괜찮다는 듯 작게 웃어주다가 말했다.
“그런데 학생이 별일 없나 걱정 이네요.”
“학생요?”
“종훈 학생요. 강진 씨한테 이 렇게 할 정도면 그 학생한테는 더 뭘 했을 것 같은데……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 었다.
“아! 종훈이.”
자신한테 해코지하려고 한 갈빗 집 사장이면 최종훈한테도 무슨 수작을 부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최 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종훈아, 형인데 별일 없지?”
[별일 없는데요? 왜요?]
“혹시 갈빗집 사장한테 연락 오 거나 한 거 없어?”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잠시 답 을 하지 않았다.
“연락 왔구나?”
[네.]
“뭐래?”
[욕 좀 하고……』
“그리고?”
[아르바이트 다시는 할 생각하 지 말라고.]
“자기 가게 말고 다른 곳에도 이야기했다는 거겠지?”
갈빗집에 최종훈이 다시 가서 아르바이트를 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 얼마 전에 저 일하는 곳에 왔다 갔어요.]
“거기에도 갔어?”
[걱정하지 마세요. 들어와서 소 리 지르는데 경비 아저씨들이 끌 고 나갔어요.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이 제 사정 듣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최종훈의 답에 강진이 작게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형이 신경 썼어야 하는데 미안 하다.”
[아니에요.]
“오늘 집에 가기 전에 형 가게
와.”
[네.]
그걸로 전화를 끊는 강진의 모 습에 오자명이 눈을 찡그렸다.
“그 사람이 종훈 학생한테도 해 코지를 한 모양이군요.”
“종훈이가 새로 일하는 곳에 가 서 난동을 피운 것 같습니다.”
“허!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 구먼.”
오자명의 중얼거림에 이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는?”
“다행히 종훈이를 좋게 봐 주신 직원 분들 덕분에 별일 없이 넘 어간 것 같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 종훈 을 소개한 이강혜 때문에 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인성이 좋고, 일을 열심 히 해도 청소는 용역일 뿐이다. 잘못이 없더라도 소란이 생기면 해고하는 곳이 용역 회사였다.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편하게 식사를 하게 해드렸어 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이게 어디 이 사장님이 죄송할 일인가요? 어른들이 못 나서 이 런 일이 생긴 건데요.”
작게 웃으며 이강혜가 말을 이 었다.
“그리고 저도 험한 일은 꽤 많 이 겪어서 이런 일은 아무렇지도
않……
띠링! 띠링!
그녀가 말하던 중,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의 얼굴 이 살짝 굳어졌다.
‘왔네.’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딱 봐도 껄렁껄렁해 보였다.
“이야! 장사 잘 돼......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를 치며 안으로 들어오던 청년들이 멈칫
했다.
자신들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가게 안의 모든 남자들이 자 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어‘?”
그 모습에 청년 중 한 명이 당 황스러운 얼굴로 제 뒤에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 시선에 사내가 작게 혀를 차 고는 앞으로 나섰다.
“밥 먹으러 온 사람 처음 봐?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확
눈깔을 뽑아서 입에 처넣어 줘? 엉?!”
거친 욕설을 하며 사내가 힐끗 이강혜가 앉아 있는 곳을 보았 다.
“아따! 이쁜이도 있고 가게 분 위기……
말을 하던 사내의 입이 순간 다 물어졌다.
일부러 다문 것은 아니다. 어느 새 강진이 그의 앞을 막아선 것 이다.
“손님들 식사 중입니다. 죄송하 지만 나가 주시겠습니까?”
신수호의 계획이 뭔지는 몰라 도, 가게 손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봐 줄 수 없었다.
“하! 나도 손님이야.”
“지금은 만석입니다. 식사를 하 실 거라면 나가서 기다려 주십시 오.”
“만석은 무슨. 여기 자리 있고 만……. 잘하는 걸로 좀 내와 봐.”
그러고는 사내가 비어 있는 자 리로 다가가자 강진이 눈을 찡그 리며 그들의 앞에 서려 할 때, 황민성이 그의 옆으로 오며 말했 다.
“강진아.”
“네?”
“말이 길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사내를 보았 다.
“네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센 사람 이름.”
“뭐?”
“네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센 사람 이름 뭐냐고.”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너희 용역 받고 왔잖아.”
황민성의 말에 사내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런 사내를 보 며 황민성이 말했다.
“네가 아는 가장 센 사람이 내 동생일 수도 있어.”
“당신이 누군데?”
사내의 말에 황민성이 입을 열 었다.
“입 함부로 놀리면 안 될 사 람.”
황민성의 말에 사내가 잠시 머 뭇거렸다. 그러다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강태성 형님이라고 아십니까?”
“강태성? 모르겠는……
말을 하던 황민성이 문득 턱을
쓰다듬다 말했다.
“일광주류에서 일하던 강태성?”
“어? 태성 형님을 아십니까?”
사내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황 민성이 말했다.
“전화 걸어.”
“네?”
“태성이한테 전화 걸어.”
황민성의 말에 사내가 잠시 그 를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에 황민성이 손을 내밀었다.
«포 아
사내가 핸드폰을 주자 황민성이 그걸 받아 스피커 모드로 바꿨 다.
[일 끝났어?]
“태성이 냐?”
황민성의 말에 잠시 답이 없던 전화기 너머 사람이 말했다.
[너 누구야?]
“황민성.”
[민성 형님!]
깜짝 놀란 듯 소리치는 사내에 게 황민성이 말했다.
“너희 애들이 온 데가 내 동생 이 하는 가게다.”
[형님,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절대 이 일 안 받았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됐고…… 와.”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 니다.]
사내의 말에 황민성이 사내에게 핸드폰을 주었다.
“꿇어.”
황민성의 말에 사내가 바로 무 릎을 꿇었다. 황민성이 뒤에 있 는 남자들을 보자 그들도 엉거주 춤 무릎을 꿇었다.
그런 사내들을 보던 황민성이 뭔가 할 듯 그들을 보다가 문득 가게에 있는 손님들을 보고는 입 을 열었다.
“일 쉽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식사들 하십시오.”
황민성의 말에 오자명이 말했 다.
“황 사장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이런 모습은 잊어 주셨으면 좋 겠습니다.”
“정의의 사도 같아서 좋은데 굳 이 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오자명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옆에 있는 보좌관 한명현을 보았 다.
“오랜만에 목포 불주먹 한번 불 붙나 했더니 아쉽겠어.”
“누가 들으면 제가 주먹 쓰는 것 좋아하는 줄 알겠습니다.”
“좋아하지 않나?”
웃으며 말을 한 오자명이 황민 성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 겁니까?”
“양아치는 양아치 방법대로 상 대하는 것이 가장 편한 일입니 다.”
“양아치 방법이라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 싫어하실지 모르겠지만, 양아치 들을 상대로는 가장 효율적인 일 입니다.”
“흐.. ”
"司‘ •
황민성의 말에 오자명이 잠시 침음을 토할 때, 이유비가 말했 다.
“이번 일은 황 사장님 방식대로 치르시죠.”
“국회의원이……
“저는 밥 먹으러 온 손님일 뿐 입니다.”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법대 로 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한 데…… 양아치들을 상대할 때는 양아치 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