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강진은 태광무역 손님들을 배웅 해 주었다.
“올 때는 전쟁이라도 치를 줄 알고 왔는데 일이 좀 싱겁게 풀 렸네.”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싱겁게가 좋죠. 저는 깡패 온 다고 해서 물건 부서지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어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말이 맞아. 좋은 일이 야 크면 클수록 좋지만, 나쁜 일 은 아무리 작아도 기분 상하니 까. 그리고 음식점은 편해야지. 어쨌든 일 잘 풀릴 것 같아서 다 행이다.”
“그러게요. 도와주러 오셔서 감 사합니다.”
“밥만 먹고 가는데 무슨…… 그 럼 간다.”
임호진과 사람들이 가게를 나서 는 것에 강진이 그들을 배웅해 주고는 힐끗 옆을 보았다.
가게에 행패 부리려 했던 건달 들이 벽에 쪼르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겨울에 서 있으려니 춥고 하 겠지만…….
‘이렇게 살면 나중에 지옥 가서 더 춥게 살아야 합니다. 심보를 착하게 사세요.’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발걸음
을 돌려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강진이 남아 있는 손님 들을 보았다. 이유비와 오자명은 김치찜을 안주로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있었고, 황민성은 맥주를 비엔나소시지와 함께 먹고 있었 다.
황민성은 같이 온 직원들이 밥 을 다 먹자 먼저 보냈다. 자신의 거친 모습이 나올 수도 있기 때 문에 직원들을 먼저 보낸 것이 다.
거기에 조폭 시절 동생을 만나
는 것이기도 했고…… 물론 황민 성의 전직이 뭔지는 대충 알려지 기는 해서 직원들도 알지만, 아 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이강혜와 여비서는 커피 를 마시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 게 되는지 보고 가려는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일단 가게 앞 화 이트보드에 영업 끝이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일단 오늘 점심 영업은 여기까 지만 하고 갈빗집 사장 일을 처
리하려는 것이다.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 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가 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 다.
덩치가 크고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가 황민성에게 가서는 깊숙 이 고개를 숙였다.
“형님.”
남자의 모습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밖에 있는 애들 들어오라고 해 줄래?”
“네.”
강진이 밖으로 나와 문 옆에 있 는 깡패들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랍니다.”
강진의 말에 깡패들이 가게 안 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형님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그 뒤에 가서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런 깡패들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너한테 일 준 사람이 갈빗집 강 사장 맞지?”
“맞습니다.”
“얼마 받았어?”
“오백 받았습니다.”
“일 ° ?아
“집기 좀 부수고 소란 좀 피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고……
강태성이 강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오른손 손가락 두 개 정도 부 러뜨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 손가락을 부러뜨 리라는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그 렸다.
그 모습에 강태성이 급히 고개 를 숙였다.
“형님하고 아는 분이 운영하는 가게인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 다.”
“됐고…… 양아치도 아니고 무
슨 용역을 받아도 음식점 깽판 일을 받아?”
“그…… 먹고살려니……
강태성의 말에 혀를 찬 황민성 이 말했다.
“이렇게까지 떨어졌으면 이제 손 씻을 때도 됐다.”
“죄송합니다.”
강태성의 답에 그를 보던 황민 성이 입을 열었다.
“녹음한 것 있지?”
“녹음요?”
“일 받을 때 녹음해 놨을 것 아 냐.”
황민성의 말에 강태성이 핸드폰 을 꺼내 영상 하나를 켰다. 강태 성의 뒤에서 찍은 듯 그의 뒷모 습과 강 사장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한끼식당 엎어 달라?]
[그렇습니다.]
[식당 하나 엎는 것은 일이 아 닌데…… 길게는 못 해요. 경찰
뜨기 전에 떠야 하고 또 그 동네 에 안 다니는 애들로 캐스팅도 해야 하고.]
[그럼 얼마나?]
[들어가서 일 저지르고 2분 내 에는 뜰 겁니다.」
[고작 2분요?]
[사장님이 몰라서 그러는데 어 지간한 식당 마음먹고 까면 1분 도 안 걸려요.]
[알겠습니다.]
[그럼 손님들 많을 때 가서 깽 판 쳐 주면 된다는 거죠?]
[네.]
[선금 이백오십이고 일 끝나면 이백오십 해서 오백입니다.]
강 사장이 돈을 주는 것까지 찍 혀 있는 영상을 보던 황민성이 강태성을 보았다.
“착하게 살아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태성이 핸드폰을 받으
려 하자 황민성이 핸드폰을 뒤로 당겼다.
“이건 두고 가.”
“네?”
강태성의 물음에 황민성이 지갑 을 꺼내 수표를 두 장 꺼내 내밀 었다.
“새로 사.”
황민성의 말에 강태성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표를 받았다. 그 리고는 강태성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형님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 니다.”
“나이 더 먹기 전에 손 씻어 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태성이 몸을 돌 리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리고……
황민성의 부름에 강태성이 그를 돌아보았다.
“여기 내 친한 동생 가게다.”
황민성의 말에 강태성이 그를 보다가 강진을 힐끗 보았다. 그 리고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 했다.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강 사 장한테 말해 놓겠습니다.”
“그래. 잘 지내라.”
강태성이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강태성이 가게를 나서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강 사장인지에게는 저 녀석이 잘 이야기할 거다. 그럼 더 귀찮
게 안 할 거야.”
물론 이야기라는 것이 우리가 아는 그런 이야기는 아닐 것이 다.
“그리고 형이 이런 일 안 생기 게 신경 써 줄 테니까,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형한테 이야기 해.”
“제가 해도 되는데.”
“장사하다 보면 이상한 애들 많 이 꼬이기도 한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오자 명이 다가왔다.
“아까 동영상, 나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죠.”
황민성이 동영상을 플레이해서 주자 오자명과 이유비가 그 화면 을 지켜보았다.
강진도 고개를 내밀고 동영상을 같이 볼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 다.
〈신수호 변호사〉
신수호에게서 온 전화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여보세요.”
[이 사장님, 영상 파일 하나 받 아 놓으십시오.]
신수호의 목소리에 강진이 힐끗 천장을 보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님들 가시면 제가 보낸 사람
이 갈 겁니다. 그 사람에게 주시
면 됩니다.]
“저기, 그 사람 너무 늦게 오는 것 아닌가요?”
[일 터지고 난 후에 바로 들어 가도록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습 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일이 다르게 흘러가서 아직도 기다리 고 있는 중입니다.]
“아! 밖에 추운데……
[차 안에 있으니 춥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든 손님들 가시면
들어올 겁니다.]
그것을 끝으로 신수호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마친 강진이 오 자명을 보았다.
동영상을 본 오자명이 황민성에 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건 사회 문제로 부각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 영상 메일로 하나 보내 주십 시오.”
“알겠습니다.”
“나도 하나 주십시오.”
이유비도 영상을 달라고 하자 황민성은 별다른 말없이 두 사람 의 메일 주소를 받아서는 그곳으 로 전송을 해 주었다.
“저도 영상 하나 주세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진에게도 영상을 보내주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 다.
“용수한테 오늘 저녁에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
“오늘요? 오늘 크리스마스이브
인데 집에 안 계세요?”
“장인어른 댁에서 식사하고 이 슬 씨는 거기서 하루 자고 내일 올 거야.”
“그래도 같이 계시지……
“장인어른 댁이 조금 불편해서. 어쨌든 용수한테 말해 봐. 형이 오늘 술 좋은 걸로 가져올 테니 까. 전에 못 한 모임, 오늘 하 자.”
“알겠습니다.”
황민성이 오자명과 이유비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요. 아! 마침 내가 황 사 장님과 긴하게 할 이야기가 생각 이 났는데……
오자명이 웃으며 하는 말에 황 민성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 다.
“다음에 약속 한번 잡겠습니 다.”
“하하하! 그렇게 해요.”
“그럼.”
황민성이 이유비에게도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열고 나서자, 이 유비가 오자명을 보았다.
“황민성 사장은 왜요?”
“내가 알기로 황 사장이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걸로 알아.”
“그건 저도 압니다. 얼마 전에 서울병원 소아 병동에 5억인가 기부를 했지요.”
고개를 끄덕인 오자명이 강진을
슬며시 보고는 말을 했다.
“소방 국가직 전환 건으로 은퇴 한 소방관 분들 만나 얘길 듣다 보니 몇 가지 문제가 있더라고.”
‘‘어떤‘?”
“소방관들이 불 끄다가 다쳐서 복직을 못 하고 3년이 지나면 면 직 처분이 되더군.”
말은 이유비에게 하지만 시선은 강진을 보면서 오자명은 답을 했 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유비는 전
혀 이상해하지 않고 말을 했다.
“면직이면 해고 말입니까?”
“그렇지. 근데 말이 안 되지 않 나? 소방관이 불 끄다가 다쳐서 복직을 못 할 정도라면 나라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 겠나? 그런데 3년 안에 치료 못 하고 복귀 못 하면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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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비가 말을 하지 못했다. 이 것 역시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 이 되지 못해서 생기는 일 중 하
나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유비의 당은 여전히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 는 입장이고…….
그런 이유비에게 시선도 두지 않고 오자명이 말했다.
“그래서 그런 불 끄다가 다친 소방관들을 위한 후원을 좀 하려 해.”
“후원보다는 제도적 기반이
“그럼 자네 당에서 힘 좀 써 주
든가. 방해만 하지 말고.”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황 사장이라면 도움이 되겠네 요.”
바로 꼬리를 말고 동의를 하는 이유비의 모습에 오자명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지. 황 사장 개인의 도움 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사람 을 통해 다른 재계 사람들의 후 원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
야.”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오자명의 시선에 어린 의미는 자신의 말을 좀 전해 주 라는 것이었다.
“생각이 좋으시니 잘 말씀하시 면 형도 참여하실 겁니다.”
“그렇습니까?”
“형이 의료 쪽에 관심이 많거든 요.”
“그럼 다행입니다. 하하하!”
웃으며 오자명이 힐끗 이강혜를 보았다.
“사장님도 언제 시간 되시면 밥 한 끼 같이 하시지요.”
명백하게 다음에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자는 의미였다. 그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을 했 다.
“좋은 일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하하하! L전자 이강혜 사장님 이 한 발 담가 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얼굴로 오자명이 강 진을 보며 자신의 핸드폰을 살짝 들어 보였다.
“이건 제가 잘 버무려 보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저희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 평범한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당연히 저 희가 나서야죠.”
평범하다는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평범이라…… 나처럼 안 평범 한 사람도 없을 텐데.’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 자체가 너무 평범하 지 않았다.
귀신을 제외하더라도 국회의원 둘에, 거대 기업의 사장, 그리고 강남 버핏이라고 불리는 황민성 까지......".
‘내 인생이 변하기는 많이 변했 네.’
얼마 전까지 고시원에서 아르바 이트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