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26화 (224/1,050)

225 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더 좋은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음식도 좋았어요. 영미 씨는 어땠어요?”

이강혜의 말에 오영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맛있었습니다.”

“여기 음식 맛있으니 배고프면 가끔씩 와요.”

“알겠습니다.”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숙인 오 영미가 슬쩍 강진을 한 번 보고 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두 여자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건 이것대로 난감하네.’

오영미나 강진이나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 다.

이강혜가 자신들을 엮어 주려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 이다.

오영미는 몰라도 강진은 확실히 이 상황이 조금 불편했다. 소개 팅이라는 것 자체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강혜도 처음부터 자리 를 만들 생각은 없는 듯 웃으며 아크릴 통에 돈을 넣고는 가게를 나섰다.

이강혜가 나가자 강진이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텅 비어 있는 식당을 보던 강진이 그릇들을 치 울 때 배용수가 나오며 그릇들을 치우려 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신수호 변호사가 보낸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

“그래?”

“그리고 음…… 처음 오는 사람 일 것 같으니까, 일단 나가 있을 래?”

신수호가 보냈다는 사람이 처음 온 손님이면 배용수 때문에 가게 를 못 알아볼 수도 있었다.

“알았어.”

배용수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 리니 두 명의 남자가 안으로 들 어오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두 남자 중 한 명이 강진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되십니까?”

“네.”

“서울지검 박영준 검사입니다.”

박영준 검사가 명함을 꺼내 주 는 것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혹시 신수호 변호사님이 보내 셨나요?”

“대표님께서 보냈습니다.”

박영준 검사의 말에 강진이 그 를 보았다. 신수호가 걱정하지 말라고 준비한 패가 바로 검사였

다.

‘하긴 양아치 상대로 검사면 차 고도 남지. 그런데…… 대표님?’

신수호 변호사가 로펌 대표기는 하지만…… 검사가 굳이 변호사 에게 ‘대표님’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로펌 대표라고 해도 검사를 이런 사적인 일로 부르다니?

강진이 의아해할 때 박영준 검 사가 말했다.

“동영상이 있다고 하던데요.”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 로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박영준이 고개를 끄 덕였다.

“이거면 됐습니다. 저에게 영상 좀 보내 주시겠습니까?”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그에 박영준이 가게 를 둘러보며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하고는 무슨 관 계이신지?”

“저하고는 먼 친척 되십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김복례가 강 진의 고조부의 누님의 2대손이 고, 신수호는 김복례의 양아들이 니 멀고도 먼 친척이 되기는 할 것이다.

“대표님께서 이런 사적인 부탁 을 하셔서 어떤 분인가 했더니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 다.”

박영준이 손을 내미는 것에 강 진이 어색하게 그 손을 잡았다.

“그런데…… 검사님은 신수호 변호사님하고 어떤 관계이신지?”

강진의 물음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검사가 천직이 아닌 것 같아서 요. 조만간 옷 벗을 생각입니다.”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펌으로 옮기시나 보군요.”

“옛날에는 검사하면 좋다고 하 던데 요즘은 위로 못 올라가면 이쪽도 재미가 없거든요. 대표님

에게 이야기 잘 좀 부탁드리겠습 니다. 이건 제가 잘 해결해서 혼 단단히 내 놓겠습니다.”

웃으며 박영준이 고개를 숙이고 는 몸을 돌리다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박영준이 기분 좋은 얼굴로 가 는 것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 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강 사장 힘들어지겠네.’

깡패에 국회의원에 이제는 검사 까지…….

하지만 안쓰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리고 나쁜 짓을 했으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말이 다.

‘그러고 보면 나쁜 일은 한 번 에 몰려온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네.’

강 사장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 우르르 몰려오는 상황이니 말이 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보던 강 진이 뒷문을 열고는 배용수와 귀 신들을 보았다.

“청소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귀신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米 * *

강진은 배용수와 귀신들과 함께 가게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저녁 장사 때는 손님들이 몇 없었다.

아무래도 이브인 날이다 보니 분위기 있는 가게를 선호하거나 직장인들도 일찍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찍 저녁 장사를 접고 가게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귀신들과 함께 길거리를 구경하 고 있었다.

[징글벨! 징글벨! 징글벨! 역시

징글벨!]

옆의 핸드폰 가게에서 틀어놓 은, 징글벨로 시작해서 징글벨로 끝이 나는 이상한 캐럴을 들으며 강진은 길거리를 보았다.

길거리에는 커플들이 바글바글 했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인가 보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다 쌍쌍이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아까 이강혜 아줌마하고 온 여

자, 이쁘던데.”

“이쁘기는 하더라.”

“잘 해 봐.”

“글쎄……

“왜?”

“여자 사귀어 본 적이 없어

서……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선주가 그를 보았다.

“오빠 모솔이에요?”

“연애할 여건이 안 됐어요.”

“에이, 연애하는 데 무슨 여건 이 있어요. 서로 좋아하면 사귀 는 거지.”

“그건......"

말을 하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선주의 말

이 맞았다.

그리고 선주와 최훈도 자신만큼 사정이 안 좋기는 했다. 두 사람 모두 보육원 출신이고 가진 것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다른 것이라면 강진은 학교를 다니느라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힘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느라 일을 할 시간도 부족했고 말이다. 그 래서 더 힘들었다.

차라리 학교 안 다니고 일만 했

다면 또래들처럼 연애도 하고 보 통 그 나이대의 청년처럼 살았을 것이다.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 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마음속에 여유가 없었 나 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구 경하던 강진이 선주와 최훈을 보 았다.

“크리스마스인데 케이크라도 만 들까요?”

“케이크 좋아요!”

“저도 좋아요.”

“생크림 케이크요!”

“나는 초코케이크!”

여자 귀신들이 뒤이어 하는 말 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케이크 만들 줄 알지?”

“네가 만드는 것 아니었어?”

“요리 연습장에 케이크는 없 어.”

“빵은 있던데?”

“빵이지 케이크는 아니잖아.”

“응용을 해야지.”

배용수가 말을 덧붙였다.

“가서 생크림 우유 3리터랑 초 콜릿 싸구려로 좀 사 와.”

“그것만 있으면 돼?”

“가게에 없는 재료는 그것 정도 야. 아! 딸기하고 바나나 같은 과일도 좀 사 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킬 때 여자 귀신 한 명이 슬며시 말했다.

“저…… 자두 좀 부탁드려도 될 까요?”

“자두요?”

“네.”

“자두가 여름에 나오는 거 라…… 일단 가서 있으면 사 올 게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서둘러 마트가 있는 곳

으로 뛰어갔다. 아직 시간은 넉 넉하지만 11시 되기 전에 케이크 를 만들려면 어서 가서 재료를 사 와야 할 것이다.

마트에 들어간 강진은 고경하를 빠르게 불렀다.

“고경하, 고경하, 고경하.”

화아악! 화아악!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이 자신을 부른 것은 처음

이라 고경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크리스마스라 케이크를 좀 만 들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요. 재료 찾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아…… 다행히 별일은 아니군 요. 재료 어떤 것 찾으세요?”

“일단 생크림 우유 3리터, 그리 고 싸구려 초콜릿하고 자두요.”

“싸구려 초콜릿이면 녹여서 쓰 실 모양이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배용수 씨가 만드는 건가요?”

“네.”

“일단 따라오세요.”

그러고는 고경하가 강진이 말을 한 재료들을 골라주었다.

“초콜릿은 이걸로 하세요.”

커다란 봉지에 담겨 있는 초콜 릿 칩을 가리키며 고경하가 말했 다.

“이거 녹여서 만들면 됩니다.”

“이거 하나면 될까요?”

“더 필요하시면 하나 더 고르세 요. 유통기한도 길어서 두고 쓰 시면 됩니다.”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봉지를 더 골랐 다.

“자두는 제철 과일이라 지금 나 온 것이 없을 겁니다.”

“그럼 자두 통조림 같은 것은 없나요?”

“자두 통조림은 따로 없고 건자 두가 있기는 한데……

“ 건자두요?”

“서양 자두를 말린 겁니다. 한 국 자두하고는 조금 맛이 다른 데.. 쫀득쫀득하고 단맛이 조

금 더 강합니다. 건포도가 커진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음…… 그럼 다른 건 없나요?”

“자두 주스가 있습니다.”

“자두 주스라…… 그럼 그거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반죽할 때 넣으면 괜찮지 않겠 습니까?”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거하고 건자두하고 같 이 좀 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경하가 재료들이 있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강진은 고경하와 함께 가게로 돌아왔다. 그런 강진에게 배용수 가 말을 걸었다.

“재료 사 왔어?”

“응. 너는?”

“밀가루 반죽 다 하고 지금 숙 성 중.”

“근데 앞으로 두 시간 정도 남 았는데 그 시간이면 케이크가 되 나?”

“케이크가 뭐 어렵나. 시트만 만들고 생크림 바르면 끝이지.”

“시트?”

“케이크 빵을 시트라고 해.”

그러고는 배용수가 재료를 보다

가 말했다.

“역시 자두가 없지?”

“없더라. 그래서 건자두 사 왔 는데.”

“자두하고 건자두하고 맛이 다 른데……

배용수가 힐끗 홀을 보았다. 그 런 배용수의 모습에 고경하가 말 했다.

“자두 주스하고 깔라만시 원액 사 왔습니다.”

“깔라만시?”

자두 주스를 사 온 이유는 짐작 이 가는데 깔라만시는 왜인가 싶 은 것이다.

“깔라만시에 건자두를 담가 놓 으면 새콤한 생자두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긴 건자두는 새콤함이 없기 는 하죠. 건자두에 깔라만시

잠시 생각을 하던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담가 두는 것 말고 깔라만시로 소스를 만들어서 건자두에 바르 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왜?”

“건자두를 씹었을 때 깔라만시 가 주우욱! 흘러나오면 레몬을 입에 넣고 씹은 느낌이 날 거 야.”

“쓰읍!”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 는 것 같은 시큼함에 강진이 침 을 삼키자 배용수가 건자두를 뜯

어 볼에 담았다.

그리고는 깔라만시 원액 뚜껑을 까서는 소스를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케이크 시트에 강진이 생크림을 얇게 바르기 시작했다.

“접시 자빠지지 않게 조심히 돌 려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케이크를 만들 때 돌돌 돌리는 판이 있어야 하 는데, 한식당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접시 위에 시트를 올리 고 그 밑에 병뚜껑을 놓고는 돌 리고 있었다.

스르륵! 스르륵!

시트에 생크림을 다 바른 강진 이 허리를 펴곤 만들어진 케이크 를 보았다.

“이 정도면 잘 나온 것 같은

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자신이 만들던 케이크에서 눈동자만 돌 려 그가 만든 것을 보았다.

“잘 했네.”

그러고는 배용수가 여자 귀신들 을 보았다.

“이거 장식해 볼래요?”

“저희가요?”

“장식이라고 해도 별거 없어요. 그냥 먹고 싶은 과일들 보기 좋

게 올리기만 하세요.”

배용수가 옆에 썰어 놓은 과일 과 초콜릿들을 가리켰다.

“우리끼리 먹는 거니까, 잘하려 고 하지 말고 그냥……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며 말했 다.

“소원 같은 것 빌면서 올려 보 세요. 누가 알아요? 저기 위에 있는 분이 소원 들어줄지.”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비닐장갑을 끼고

는 과일과 초콜릿들을 올리기 시 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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