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29화 (227/1,050)

228화

황민성의 투자 제안에 잠시 그 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게를 넓히면 저도 손님들 요 청을 일일이 맞추기는 어려워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겠네.”

“그리고 저는 여기서 가게 더 키울 생각 없어요. 딱 이 정도가 저 혼자 하기 편한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맛집이 가게 넓히고 망 하는 거 많이 보기는 했다.”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배용수 와 강진을 보았다.

“그래도 둘이 같이 장사하겠다 고 하면 형이 투자해 줄게. 너희 둘 음식 솜씨면 형이 투자할 가

치가 충분히 있다.”

“투자했다가 망하면 어쩌시려고 요?”

“투자야 언제나 위험을 안고 하 는 거지. 그리고 형 강남 버핏이 야. 형이 투자한 것치고 두 배 이상 수익 안 나온 것이 없어.”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배용 수에게 소주를 따라 주었다.

“어쨌든 너도 적당히 쉬고 일 해. 너무 오래 쉬어도……

황민성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톡

두들겼다.

“머리에 잡생각만 생기고 피폐 해진다.”

“네.”

배용수가 말을 하고는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사실…… 가 장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강진의 가게에서 이렇게 아르바 이트처럼 하는 일 말고 정식으로 요리사로서 일을 하는 것 말이 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황민성이 소주를 다시 따라주고는 가볍게 짠을 했다.

“형이 주제넘게 이야기한 건 아 니지?”

“아니에요. 형이 저 생각해서 해 준 말인데요, 뭘.”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 고…… 먹자.”

더 이상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며 소주를 입에 대는 황민성 의 얼굴에 살짝 근심이 어렸다.

황민성이 보기에 배용수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스타일이 아니었 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것도 좋 아하고…… 그런 애가 일을 안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사정이 있 나 싶었다.

‘혹시 이 녀석 어디 아픈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황민성은 그 저 말없이 소주를 마셨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라 면 진작 말했겠지만, 그렇지 않

았다는 건 말 못 할 사정일 확률 이 컸다.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젓고는 동생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 *

1시가 될 무렵, 귀신들이 일제 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술을 마시던 황민성은 갑자기

귀신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에 의아한 듯 그들을 보았다.

“이 사장, 잘 먹었어요.”

“안녕히 가세요.”

자리에 앉아 있던 강진이 일어 나며 귀신들을 배웅해 주는 것을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무슨 약속한 것처럼 다 일어나 네?”

“1시까지만 영업을 하거든요.”

“그래?”

“저 혼자 영업하니 너무 오래 장사해도 힘들더라고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황민성 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 저도 가 볼게요.”

“가게? 술 좀 더 하다가 같이 자자.”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아쉽다 는 둣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 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다음

에 또 봐요.”

황민성에게 거짓말로 변명을 하 기 싫은 듯 그저 그렇게만 말을 한 배용수가 몸을 돌려 가게 문 을 열고는 나갔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수야, 기다려 봐!”

황민성이 지갑을 꺼내며 가게 문을 열고 나섰다. 차비하라고 돈이라도 좀 쥐여 주려는 것이 다.

배용수가 차비가 없겠냐마는 동 생 술 먹고 가는데 차비 정도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문을 열고 나선 황민성의 얼굴 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나간 배용수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어?”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황 민성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어 렸다.

게다가 배용수뿐만 아니라 가게 를 나선 다른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형, 들어오세요.”

“용수가 사라졌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이 많아서 안 보이 는 거겠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길을 보 았다.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이니 사람들 이 길거리에 넘치도록 많은 것이

다.

“그런가?”

“그럼요. 제가 여기서 한 발만 나가도 사람들에 가려서 안 보일 것 같은데요.”

웃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가리 켰다.

“들어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눈은 그쳐 있었다.

하지만 눈이 내린 뒤라서 그런 지, 청명한 서울 밤하늘을 보던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너 담배 피냐?”

“안 피는데요. 형 피세요?”

“예전에 폈는데 지금은 안 펴. 근데 지금은 좀 당기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 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담배가 꼭 기분 안 좋을 때만 피나? 기분 좋을 때도 한 대 피 우고 싶지.”

그리고는 황민성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뱉었다.

“후우우!”

길게 숨을 토한 황민성이 허공 에 퍼졌다가 흩어지는 입김을 보 며 말했다.

“그리고 추운 날에 피는 담배가 또 별미거든.”

“담배 사다 드려요?”

“담배 끊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잠깐 기분 좋겠다고 다시 입에 대겠어.”

그리고는 황민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 닫고 둘이 한 잔 더 하자.”

“좋죠.”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말 했다.

“저 여기 정리만 좀 할게요. 먼 저 드시고 계세요.”

“같이 해.”

그리고는 황민성이 그릇들을 정 리하자 강진이 말했다.

“저 혼자 해도 되는데.”

“빨리 같이 치우고 먹자. 그리 고 형도 엄마 식당에서 일 좀 해 서 이런 거 잘 해.”

황민성이 그릇들을 정리하며 잔 반을 모으는 것에 강진이 다른 테이블의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 작했다.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기고 청소

를 한 강진은 황민성과 함께 조 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강진은 옆에 서 자고 있는 황민성을 보고는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가게로 내려온 강진은 TV를 보고 있는 귀신들을 보았 다.

대신 평소보다 귀신들이 부족했 다. 최호철과 여자 귀신 셋이 보 이지 않았다.

“호철 형은?”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그를 보며 말했다.

“호철 형은 여자애들하고 여행 갔어.”

원래 배용수는 최호철에게 형이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귀신들 에게 생전 나이는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과 같이 지내다 보 니, 그냥 강진을 따라 최호철에 게 형이라 부르고 있었다.

강진이 형이라 부르는 최호철에 게 -씨, -씨 하기도 그래서 같 이 형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액면가로 보면 최 호철이 형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 도 없고 말이다.

어쨌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말했다.

“여행?”

“혜원 씨가 어제 케이크 먹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한 모양이야. 그래서 형이 여자애들 데리고 한 바퀴 돌기로 한 것 같아.”

“언제 오신대?”

“언제 온다는 이야기는 안 했 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싱크대에 담가 놓은 그릇들 은 깨끗하게 설거지되어 있었다.

“정리 고맙다.”

“직원이 이런 건 잘해야죠.”

배용수의 농 섞인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를 열었다.

“해장은 뭐로 하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냉장 고를 살필 때, 황민성이 하품을 하며 옷을 들고는 내려왔다.

“더 주무시죠.”

“가 봐야지.”

“식사는요?”

“김치 국물 넣은 라면 먹자.”

“매운 고추도 넣을까요?”

“좋지. 아! 콩나물하고 해산물 있으면 그것도 좀 넣자.”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을 담은 냄비를 가스레 인지에 올리고는 불을 켰다. 그 리곤 김치 통을 꺼내 국물을 넣 었다.

잠시 후, 오징어와 조개를 넣고 끓인 라면 냄비를 들고 나오며 강진이 말했다.

“식사하시죠.”

“오! 맛있겠다.”

웃으며 황민성이 젓가락으로 라 면을 덜어 그릇에 담고는 후루 룩! 먹기 시작했다.

“후우!”

입에 넣고 숨을 불어 뜨거운 김 을 뱉어낸 황민성이 웃었다.

“넌 라면 진짜 잘 끓인다.”

“음식 장사하잖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국자로 계란올 떠서는 황민성의 그릇에 담아 주

었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이네.”

프라이처럼 뭉쳐 있는 계란을 본 황민성이 젓가락으로 가운데 를 살짝 눌렀다.

주르륵!

노른자가 살짝 터지며 홀러나오 는 것에 황민성이 수저로 그것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고소하다.”

“형은 참 계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맛있잖아.”

“하긴 그렇죠.”

“너도 먹어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도 젓가락으 로 라면을 뜨고 계란도 떠서는 먹기 시작했다.

강진이 끓여 준 라면을 맛있게 먹은 황민성이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목욕한 것처럼 젖어 버렸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너 아직 안 씻었지?”

“아직 안 씻었죠.”

“사우나 갈래?”

“사우나요?”

“형 가는 곳 있는데 시설 괜찮

아.”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

다.

“남자끼리는 목욕을 해야 더 친 해지는 법이지. 갔다 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거 담가만 두고 나올게 요.”

“그래.”

황민성이 웃는 것에 강진이 먹 은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겨 놓고 는 나왔다.

“가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가게를 나섰다.

“그런데 어디에 있어요?”

“안 멀어. 타.”

황민성이 가게 앞에 세워져 있 는 차에 타자 강진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시트 편하네.’

어쩐지 단단한 느낌이 들면서도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가죽의 촉 감에 강진이 시트를 손으로 쓰다 듬을 때, 황민성이 차 시동을 켜

고는 출발했다.

강남 임페리얼 호텔 앞에 차를 세운 황민성이 차에서 내리자 직 원이 급히 다가왔다.

고개 숙여 손님을 맞이하는 직 원에게 황민성이 차 키를 주고는 호텔로 걸어갔다.

그런 황민성의 뒤를 따라간 강

진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황민성이 지갑에서 카드를 하나 꺼내 엘리베이터 버튼 쪽에 가져 다 댔다.

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황민성과 강진이 엘 리베이터에 올랐다.

“카드를 대야 열리는 거예요?”

“응? 응.”

딱히 설명을 하지 않고 가볍게 답을 해 준 황민성이 10층을 눌 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움 직일 때 7층에서 한 남자가 올라 탔다.

“황 사장님.”

반갑게 아는 척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 황민성이 언제 웃고 있었 냐는 듯 차갑게 변한 얼굴로 작

게 고개를 숙였다.

“강 이사님.”

“황 사장님도 여기서 주무셨나

봅니다?”

황민성이 답을 하지 않고는 가 만히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았 다. 그 모습에 강 이사가 피식 웃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 강 이사의 얼굴에 살짝 불 쾌함이 어렸다. VIP 엘리베이터 는 VIP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머리는 떡지고 입고 있 는 것도 이상한 놈이 타고 있으 니 기분이 상하는 것이다.

‘어디서 이런 놈이……

힐끗 CCTV를 보며 강진을 가 리키려던 강 이사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어떻게 탄 거야?’

VIP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호텔 에서 발급한 VIP 카드가 있어야 탈 수 있는데…….

그러다가 강 이사가 황민성을

보며 물었다.

“같이 오셨습니까?”

강 이사의 말에 황민성이 짧게 답했다.

“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딱딱한 음성에 강 이사의 얼굴도 살짝 굳어졌다.

‘족보도 없는 새끼가……. 재수 없는 새끼.’

속으로 중얼거린 강 이사가 고

개를 앞으로 돌렸다.

띵동!

문이 열리자 강 이사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강 이사를 차가운 눈으로 보던 황민성은 부 드러운 얼굴로 돌아와 강진에게 말했다.

“ 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 가 강 이사의 뒤를 보았다.

‘저런 싸가지에게도 수호령이

다 있네.’

강 이사의 말투와 눈빛을 강진 이라고 못 듣고 못 느끼지는 않 았다.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눈 빛도 분명 보았다.

아마 그 눈빛을 황민성도 봤기 에 그렇게 대했을 것이고 말이 다.

그런데…… 그런 싸가지에게 수 호령이 붙어 있었다. 마흔 조금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강 이사 의 옆에 수호령으로 붙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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