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33화 (231/1,050)

232화

국수를 맛있게 먹은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공원이나 가자.”

“ 지금?”

“손님도 없고…… 흰둥이는 없 지만 그 녀석 있던 자리라도 한 번 보고 싶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늘은 배용수가 하고 싶어 하 는 것은 무조건 들어줄 용의가 있는 강진이었다.

강진이 나갈 준비를 하며 선주 와 최훈을 보았다.

“두 분도 같이 가죠.”

“저희도요?”

“늘 가게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 잖아요. 10미터 정도면 공원 분 위기 정도는 느끼실 수 있을 겁 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일어나자 귀신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 원들이 뒷문으로 나가는 것을 보 며 강진이 사료를 챙겼다.

아침에 사료를 주기는 했지만 아까 회수하러 갔을 때는 이미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그래서 가는 김에 한 번 더 사 료 챙겨 주려는 것이다. 흰둥이 는 없지만…… 그 친구들은 여전 히 그 근처에 있을 테니 말이다.

사료를 챙겨 공원으로 향할 때,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갑자기 한숨을 쉬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처녀 귀신 있다.”

“소희 아가씨?”

“찌릿찌릿한 것 보니 그런 것 같네.”

입맛을 다신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흰둥이 자리나 한 번 보려고

했는데 다음에 가야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를 몰 다가 일단 길가에 세웠다.

“아가씨가 계속 계시지는 않을 거야. 내가 들어가서 인사드리면 가실 거야.”

“그럴까?”

“늘 그러셨어. 나 오면 가시더 라.”

“그럼 가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차에서

내려서는 공원으로 서둘러 뛰어 갔다.

‘남해 가신다고 하셨는데 벌써 오신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서둘 러 공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강 진은 정자에 앉아 있는 김소희를 볼 수 있었다.

“아가씨.”

강진이 반갑게 다가가자 김소희 가 그를 슬쩍 보았다. 그리고 말 이 없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정자 밑에 사료 통과 물통을 놓 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김소희 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참 좋은 사람이네.”

“그런가요?”

“인간이든 짐승이든 배를 채워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네.”

“사람이든 짐승이든 배고픈 것 만큼 서러운 것도 없으니까요.”

말을 한 강진이 웃었다.

“게다가 이 추운 겨울에 배까지 고프면 얼마나 서럽겠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 다.

“남해에서 일찍 돌아오셨네요. 저는 며칠 더 있다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슬쩍 고 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정면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이 일찍 끝났네.”

“다행이네요. 그럼 일요일에 옷

보러 같이 가실 수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잠시 말이 없다가 슬며시 입을 열었 다.

“자네가 그리 청하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하더군. 그 래도 내가 자네에게 신세를 좀 지기도 하였고…… 이번에 신세 를 좀 갚는다 생각을……

뭔가 변명을 하는 것처럼 말꼬 리를 늘리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 진이 피식 웃었다.

‘큭! 옷 보러 가고 싶어서 일찍 오신 거구나.’

원래라면 남해에서 천천히 있다 가 올라왔을 김소희지만, 강진이 옷 이야기를 하자 일 마치고 바 로 올라온 것이다.

‘귀엽다니까.’

속으로 강진이 웃을 때, 김소희 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웃는 것인가?”

살짝 냉기가 도는 김소희의 목 소리에 강진이 급히 표정 관리를

하며 말했다.

“전 태어나서 한 번도 웃은 적 이 없습니다.”

강진의 답에 그를 묘한 눈으로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네.”

“말씀하십시오.”

“거기에…… 한복도 있는가?”

“한복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요즘 시대 옷은 좀 불편할 듯 하군.”

그러고는 김소희가 슬며시 자신 의 치마를 보았다.

“요즘은 옷이 너무 짧아. 입으 면 불편할 듯해.”

“아…… 그렇겠네요.”

“나는 한복이 좋네……. 자네가 말을 한 곳에 한복이 많을지 모 르겠군.”

“한복도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 았다.

“겁니다?”

김소희의 냉기 어린 시선에 강 진이 고개를 급히 저었다.

“아니, 있습니다. 꼭 있을 겁니 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요즘 옷이 불편하네.”

다시 강조를 하는 김소희의 말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뇌 주름 하나하나에 기억해 놓 도록 하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일요일에 보세.”

“가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는 답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화아악!

그대로 사라지는 김소희의 모습

에 강진이 아쉬운 듯 그 모습을 보다가 정자를 나섰다.

그리고는 차를 공원 가까이에 주차하고는 배용수와 함께 공원 으로 다시 들어갔다.

쭈그려 앉은 배용수가 흰둥이가 있던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 갔냐?”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그 옆 에 마찬가지로 쭈그려 앉아서는 흰둥이가 있던 곳을 보았다.

“내 눈에는 행복해 보이더라.”

“그래?”

“주인 놈 아기하고 재밌게 뛰어 놀더라고.”

“재수 없는 주인 놈이 뭐가 좋 다고……

“재수 없어도 흰둥이한테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흰둥 이한테 아기는 자기 동생이잖 아.”

“동생?”

“동생 생기면 가장 좋아하는 것 이 형이지.”

그리고는 강진이 흰둥이가 있던 곳을 보며 웃었다.

“열받지만…… 마지막은 행복했 어.”

“그럼 됐다. 흰둥이 주인 놈이 야 JS 가면 알아서 죗값 받을 테 고. 흰둥이만 행복했으면 그걸로 됐지.”

배용수가 흰둥이가 있던 곳을 보며 손을 들었다.

“사람하고 짐승하고 가는 곳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래도 볼

수 있으면 보자.”

그렇게 중얼거린 배용수가 몸을 일으켰다.

“ 가자.”

“벌써?”

“흰둥이도 없는데 굳이 여기 있 을 이유가 있나. 가게 가서 TV 나 보자. 크리스마스라고 영화 많이 틀어 주더라.”

“틀어 줘 봤자 ‘너 홀로 집에’나 틀어 주겠지.”

“원래 크리스마스에는 그걸 봐 줘야 제맛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영화는 이따 다운 받아서 보 고, 지금은 가 봐야 할 곳이 있 어.”

“어디‘?”

“내 목숨 지키러.”

“무슨 말이야?”

“그런 것이 있다.”

그러고는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배용수가 그 뒤를 따라갔다.

* *  *

강진은 차를 끌고 어딘가로 가 고 있었다.

“거기에 정말 옷이 그렇게 많아 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정말 많죠.”

강진이 덧붙여 말했다.

“근데 새 옷은 아니에요.”

“중고면 어때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데.”

웃는 선주를 보며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며 차를 몰다가 어느 공장부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 했다.

“근데 목숨 지키러 간다는 것과 옷이 무슨 상관이야?”

목숨 지키러 간다고 하면서 옷 을 보러 오니 말이다.

“소희 아가씨한테 한복 있을 거 라고 했는데…… 여기 한복은 잘 안 나오거든. 미리 선점 좀 해야 겠어.”

말을 하며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이 차에서 내리다가 선주와 최훈을 보았다.

“여기 벽 너머인데 들어갈 수 있겠어요?”

입구는?”

“저쪽인데……

강진이 한쪽을 가리키자 선주가 아쉽다는 듯 건물을 보았다. 귀 신이라고 해도 아무 곳이나 들어 갈 수 없었고, 영화처럼 함부로 벽을 뚫고 들어가지도 못한다.

귀신도 입구로만 드나들 수 있 을 뿐이었다.

“일단 들어가서 옷 이쁜 것 있 으면 몇 벌 사 올게요.”

“사장님이 요?”

“네.”

강진의 말에 선주가 웃으며 손 을 저었다.

“아니에요. 일요일에 혜원이 온 다고 했으니까, 그 애가 골라주 는 걸로 할게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선주 의 말에 강진이 조금 아쉽단 얼 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기 눈보다는 여자들 눈이 더 정확할 테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몸을 돌려 건물 출 입구를 향해 걸어가며 전화를 걸

었다.

“형! 저 강진이요. 저 공장 앞 이에요.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건 물에 다가가자 배용수가 물었다.

“여기도 너 아르바이트하던 곳 이야?”

“여기서 옷 많이 얻어다 입었 지.”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공장 입 구에 서 있을 때, 안에서 중년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강진아.”

반갑게 다가오는 남자에게 강진 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항복 형, 잘 지내셨어요?”

“나야 늘 잘 지내지. 아르바이 트 자리 구하러 온 거야?”

손을 내미는 문항복과 악수를 한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요. 옷 좀 사러 왔 어요.”

“뭘 사. 들어가자. 형이 쓸만한

걸로 줄게.”

“그럼 저야 감사하죠. 그럼 형 이 주는 것 감사히-”

“공짜 밝히면 지옥 간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슬며시 말을 바꿨다.

“-받고 싶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좀 싸게 주세요.”

“그러든가. 어쨌든 들어가자.”

문항복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 어가자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공장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곧 한쪽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옷들 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작업복을 입은 채 옷들 을 분류하고 있었다.

이곳은 헌 옷 수거함에 들어 있 던 옷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세탁 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었다.

문항복이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며 마스크를 쓴 강진 이 옷을 정리하는 직원들 옆을 지나가다가 아는 분들에게 인사 했다.

“오 여사님, 안녕하세요.”

“강진이 왔네?”

“잘 지내셨죠?”

“그럼. 아르바이트하러 온 거 야?”

“그건 아니고요. 옷 좀 사러요.”

“아이고! 강진이 아직도 여기에 서 옷 사 입어?”

“여기 옷 좋잖아요.”

“아직도 많이 힘들어?”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 여사가 그를 보 다가 한쪽 통을 뒤져 바지와 옷 을 몇 개 꺼냈다.

“이거 메이커더라.”

오 여사가 꺼낸 옷은 확실히 메 이커였다. 그리고 깨끗하고 어디

찢어진 곳도 없었다.

“옷 좋은데 이걸 버렸네요.”

“입을 만한 걸 버려줘야 우리가 먹고살지.”

문항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헌 옷 수거함 에서 모은 옷들이기는 하지만 못 입을 정도로 헤지거나 찢어진 옷 들은 아주 많이 드물었다.

게다가 대부분 깨끗하게 버려진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오 여사님이 챙겨 준 옷을 손에

든 강진이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문항복의 뒤를 따라 공 장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도 옷들이 쌓여 있었다. 여기 있는 옷들은 분류를 하고 세탁까지 마친 옷들이었다.

이 옷들이 전국 중고 옷 매장이 나 시장터로 팔려가는 것이다.

“골라 봐.”

문항복의 말에 강진이 옷들을 보다가 슬며시 물었다.

“요즘 한복은 안 들어와요?”

“ 한복?”

“저 있을 때는 가끔 한복도 들 어오고는 했는데.”

“한복은 따로 챙겨 놓지. 왜, 한 복 사게?”

“좀 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문항복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지는 않은데 몇 벌 있을 거 야. 이쪽으로 와.”

문항복이 옷들이 쌓여 있는 곳

으로 가서는 한쪽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한복이 들어 있었 다. 꽤 커다란 상자로 두 개 정 도인 것을 보면 다행히 옷은 꽤 있어 보였다.

‘이 정도면 목 달아나지는 않겠 네.’

속으로 안도를 한 강진이 한복 들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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