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41화 (239/1,050)

240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아 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강상식에 게 고개를 돌렸다.

“식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메뉴가 무엇입니까?”

“점심 장사는 손님들이 많이 오 셔서 메뉴를 정해 놓는데, 저녁 에는 손님들이 적어서 손님이 드 시고 싶은 것으로 해 드리고 있 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으로 말씀해 주 시면 제가 만들 수 있는 요리와 재료 내에서 해 드리고 있습니 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 다가 말했다.

“육개장 국수 됩니까?”

“육개장 국수요?”

“육개장에 국수 넣어서 먹는 건 데……

“됩니다.”

“그럼 그걸로 부탁드리겠습니 다.”

“맵기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건…… 적당히 해 주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대신 육개장은 만드는 데 시간 이 조금 걸립니다.”

“맛있는 음식올 먹기 위한 기다 림이라면 참을 수 있습니다.”

강상식의 답에 그를 보던 강진 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 어갔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뒤를 아주 머니 귀신이 따라왔다.

“도련님은 칼칼하고 파 많이 들 어간 육개장을 좋아하세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소고기로 만든 육수를 꺼내 냄비 에 넣었다.

김소희가 육개장을 좋아하니 언

제든지 오면 바로 만들어 줄 수 있게 육수를 미리 좀 만들어 놓 은 것이다.

육수를 냄비에 붓고 강진이 고 기를 썰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 귀신 이 말했다.

“파를 살짝 구워서 해 주시겠어 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혹시 육개장 국수, 아주머니가

해 주던 음식인가요?”

“도련님이 라면을 자주 드시기 에 제가 따로 해 드렸었어요.”

“육개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라면 대용으로 그걸 해 주셨 어요?”

“저는 그냥 간단하게 해 드렸어 요.”

“어떻게요?”

“프라이팬에요.”

“프라이팬?”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데 육개장은 오래 걸려서 프라이팬 에 간단하게 해 드렸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비닐장갑을 꺼내 내 밀었다.

“해 보시겠어요?”

“제가요?”

“궁금하네요. 프라이팬으로 어 떻게 간편하고 빠르게 육개장을 만드는지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비닐장갑을 받았다. 그리고 비닐 장갑이 손에 끼워지는 것을 신기 하다는 듯 보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걸로 물건들을 잡으실 수 있 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은 슬며시 도마에 손을 댔다가 깜짝 놀랐다.

도마가 손에 잡히니 말이다.

“그럼 시작하죠.”

“아! 네.”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 다.

“소고기 좀 주시겠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소고기와 그녀가 달라는 재료들 을 꺼내 주었다.

아주머니가 고기를 큼직하고 길 게 썰었다.

스륵! 스륵!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아주머니가 그 안에 고기를 넣었 다.

촤아악! 촤아악!

그리고는 아주머니가 파를 칼 면으로 몇 번 두들기고는 불을 켰다.

화아악!

불이 켜지자 아주머니가 파를 그대로 불에 올렸다.

“불에 구우세요?”

“이렇게 하면 파 아린 맛도 사 라지고 향과 단 맛이 좋아져요. 그리고 불 맛도 나고요.”

“이런 건 처음 보네요.”

“맛있어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파를 살짝 태우는 것처럼 굽고는 꺼냈다. 그리고는 물을 틀어 탄 껍질을 벗겼다. 그러자 하얀 속살이 나 왔다.

아주머니가 그것을 탓탓! 크게 잘라서는 프라이팬에 넣었다.

파 향이 기분 좋게 나는 것을 맡으며 아주머니가 고기를 살짝 긁어냈다.

고기를 프라이팬 면에 살살 문 지르며 살짝 태우거나 찢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 끓이는 것과 비슷하 게 하는 모양이네.’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냄비에 살짝 고기를 볶아서 육수를 뽑으 니 말이다.

다만 소고기도 오래 구우면 질 겨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국물로 끓이는 거라 많이 안 질겨지려

나? 하긴, 육개장 소고기도 오래 끓이기는 하니까.’

그것을 볼 때, 아주머니가 불을 줄이고는 기름을 조금 더 넣었 다.

그리고는 안에 고춧가루를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었다.

“바로 여기다 고추기름을 만드 시네요?”

“간단하게 만드는 거니까요.”

고추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던 아주머니가 물을 담아 프라이팬

에 넣으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육수 있으니 이걸로 하시죠.”

강진이 옆에서 끓고 있는 육수 를 가리키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이 육수는 너무 진해서요.”

“진하면 좋지 않나요?”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은 개취지.”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음식은 개 인 취향이다.

진한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가볍게 먹는 것을 좋아하 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아주머니가 프라이팬에 물을 부었다.

촤아악!

그 상태에서 불을 강하게 키운 아주머니가 국수를 집어서는 흐 르는 물에 대고는 흔들었다.

“국수를 씻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옆에서 보고 있 던 배용수가 말했다.

“전분 가루 씻어내는 거야.”

“전분 가루?”

“이렇게 씻어서 하면 국물이 덜 걸쭉해지지.”

“그럼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할 때도 저렇게 씻어서 하면 더 맛 있는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어차피 국수 삶고 나서 찬물에 씻어 내잖아.”

“아......"

“아주머니는 육개장에 바로 넣 으시려고 저렇게 씻어서 하시는 걸 거야.”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 며 말했다.

“잘 아시네요.”

“저도 요리사니까요.”

“도련님이 국물 마시는 것을 좋 아하시거든요. 그래서 살짝 씻어 서 해요. 이렇게 하면 국물 걸쭉 해지지 않으니까요.”

아주머니가 물에 국수를 씻는 걸 보던 와중에, 홀에서 손님들 이 잘 먹었다고 하는 소리가 들 렸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와 계산을 하고 손님들 배웅을 해 주고는 빈 그릇들을 주방으로 들고 왔 다.

주방으로 들어가던 강진이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그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주 방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어느새 육개장을 거 의 다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계란말이도 하나 만들 고 있었다.

“도련님이 계란을 좋아하셔 서……

말도 없이 계란말이를 만드는 것이 미안한 듯 변명을 하는 아

주머니에게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 내 놓는 것 저도 좋아해요.”

그러고는 강진이 그릇들을 싱크 대에 놓으며 아주머니를 보았다.

“제 이름은 아시는 것처럼 이강 진입니다. 아주머니는 성함이 어 떻게 되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살며시 말했다.

“저는 장은옥이에요.”

장은옥과 통성명을 한 강진이 육개장을 보았다.

부글부글!

맛있게 끓고 있는 육개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장 은옥이 불을 껐다.

그러고는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 자 배용수가 옆에 놓인 큰 국그 릇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장은옥이 집게로 면을 떠서 그 릇에 담고는 마지막으로 국물과

고명들을 올렸다.

“다 됐어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반찬들을 쟁반에 올리고는 육개장 국수와 계란말이를 담아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탁자에 놓기 시작하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 며 육개장 국수를 보았다.

그러다 숟가락을 들곤 국물을 한 번 떠먹었다.

곧,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맛있게 드십시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답을 하 지 않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었 다.

“후! 후!”

크게 숨을 불어내며 식힌 국수 를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입안 가득 들어온 국수를 씹은

강상식이 맛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고는 그릇을 들고는 국물을 마셨다.

그런 강상식을 보며 장은옥이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 맛있지요?”

강상식을 보며 흐뭇해하는 장은 옥을 보던 강진이 슬쩍 맞은편 의자를 빼놓았다.

‘앉으세요.’

강진이 작게 입모양을 해 보이 자, 장은옥이 고맙다는 듯 고개

를 숙이고는 강상식의 맞은편에 앉아 강상식이 먹는 걸 지켜보았 다.

후루룩! 후루룩!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주방으 로 들어왔다.

강진이 들어오자 배용수가 프라 이팬을 가리켰다.

“먹어 봐.”

“왜?”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한식 요리사인 배용수는 프라이 팬으로 만든 간편 육개장과 국수 가 궁금했던 것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젓가락을 들고 프라이팬에 다가갔다.

프라이팬에는 많지는 않지만 국 수와 국물이 남아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과 파를 집은 강 진이 그것을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과 파를 씹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파 어때?”

“ 파?”

“파 직화로 굽고 끓였잖아.”

“음…… 아린 맛 없고 달고 부 드러워.”

“ 면은?”

“면은 부드러운데…… 딱히 뭐 없는데?”

“국물 면에 잘 배였어?”

“그냥…… 어죽에 들어간 국수 먹는 것 같은데.”

“국물 먹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국물을 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국물 시원하네.”

“좋아?”

“맛있어.”

그러고는 강진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고 칼칼하면서 가벼운데

그게 또 좋다.”

“가벼운 건 또 가벼운 대로 좋 지.”

배용수가 얼마 안 남은 육개장 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저녁에 이대로 한 번 더 해서 먹어 보자.”

“맛있겠다.”

“시간도 짧게 걸리고 좋은 레시 피 하나 얻은 느낌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너하고 내가 하는 육개 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육수를 만들어 놓기는 했어도 재료 넣고 어쩌고 하면 최소한 30분은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프라이팬으로 한 것은 10분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 았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맛이 없 는 요리가 아니다. 그저 맛이 다

른 음식일 뿐이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떠서 마시던 강진이 입 맛을 다셨다.

“소주 당기는데.”

“손님 가고 마셔라.”

“알고 있거든?”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프라이팬 을 들고는 남은 면과 국물을 먹 기 시작했다.

“소주 한 병 주세요.”

강상식의 주문에 강진이 프라이 팬을 놓고는 소주잔과 소주를 하 나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소주를 받아 따다가 말했다.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겠습니 까?”

“한 10분 걸립니다.”

“주세요.”

강상식의 주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장은옥이 서둘러 그 뒤 를 따라왔다.

“제가 할게요.”

“그러세요.”

장은옥이 아까 벗어 놓은 비닐 장갑을 끼자, 배용수가 새로운 프라이팬과 재료들을 꺼내 주었 다.

그에 장은옥이 육개장을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설거지를 하려 할 때, 띠 링! 풍경 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내민 강진은 황민 성이 김이슬과 함께 들어오는 것 을 볼 수 있었다.

“형.”

강진이 나오며 반기자 황민성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슬 씨하고 같이 왔다.”

전에 형수하고 같이 오라고 했 더니 그 말대로 함께 온 것이다.

“잘 오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김이슬에게 고

개를 숙였다.

“형수님, 오랜만에 뵈어요.”

강진의 인사에 김이슬이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셨어 요?”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추 우신데 여기 앉으세요.”

강진이 한쪽 탁자를 가리키자. 황민성이 자리로 가다가 벽에 걸 린 족자를 보고는 잠시 멈췄다.

“족자 좋네.”

“글 아세요?”

“이런 취향 가진 분들이 많아서 오다가다 좀 봤지.”

족자를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낙관이 없는 걸 보면 누가 써 준 거야?”

“소희 아가씨가 써 주셨어요.”

“소희 아가씨가 글도 잘 하시는 군. 글 좋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뭐라고 쓴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살짝 떨 리는 눈으로 황민성이 족자를 보 았다.

“흠…… 내가 영어는 좀 하는 데.”

말을 하던 황민성이 강진에게 영어로 뭐라 뭐라 말을 하기 시 작했다.

마치 내가 한문은 몰라도 무식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는 듯 말이다.

그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저도 못 읽어요.”

“그래? 하긴, 요즘 한문 잘 안 쓰니까.”

강진도 못 읽는다는 것에 그제 야 조금 안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 이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김이슬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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