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화
황민성과 김이슬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문득 말했다.
“다른 족자도 있는데 보실래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좀 볼 줄만 안다는 거지, 즐기는 건 아니야.”
말을 하던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이슬 씨, 볼래요?”
“보고 싶네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 밑에서 족자를 꺼내 빈 탁자에 펼쳤다.
김이슬이 족자를 구경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음식 뭐로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뭐 먹고 싶어요?”
“ 당신은요?”
“나는 쫄면하고 김밥 먹을까?”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제육볶음 될까요?”
“물론이죠.”
“근데…… 제육볶음 직화로도 할 수 있으세요?”
“직화요?”
“민성 씨가 손님이 원하는 취향 대로 해 준다고 하시던데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여건에서는 최대한 맞춰 드리려고 합니다.”
“연탄불로 구운 것처럼…… 될 까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할 때, 어느새 옆에 다가와 있던 배용수가 말했다.
“된다고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슬쩍 그 를 보았다.
연탄이 없는데 되냐는 물음이 담긴 강진의 시선에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형수님이 먹고 싶다는데 당연 히 해 드려야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묵국도 부탁드릴게 요.”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서 따뜻 한 야관문 차를 가지고 나왔다.
“드시고 계세요.”
“고맙습니다.”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황민성이 슬쩍 속삭였다.
“왜 온 거야?”
작게 말하는 황민성은 강상식 쪽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가, 눈이 마주쳐서 그가 온 것을 안 것이다.
“식사하러 오셨어요.”
“식사? 진짜?”
뭔가 이상하다는 듯 황민성이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그 시선은 그리 곱지 않 았다.
황민성은 바보가 아니다. 그도
귀가 있다.
최근 들어 자신에게 강진이 누 구인지 묻는 지인들이 있었다. 자신이 한 식당 주인과 친하게 지내고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지 인들도 들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강진에게 관심 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오 지는 않았을 테지만…… 강진이 한테 줄을 대러 온 건가?’
오늘 온 것은 김이슬이 강진의
가게에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즉 흥적으로 온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보러 왔다기보다 는 강진을 보러 왔을 것이다. 황 민성이 듣고, 아는 강상식은 이 런 가게에 밥을 먹으러 올 사람 이 아니었다.
잠시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이상한 이야기 안 해?”
“살짝 하기는 했는데 밥 먹으러 온 손님으로만 대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하는 말을 들 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형 때문에 너 좀 귀찮은 일 생 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에이! 귀찮기는요. 오히려 형 덕에 손님 늘고 좋네요.”
“그런가?”
“그럼요. 그럼 음식 준비할게 요.”
강진이 주방으로 향하며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황민성이 온 것을 알았을 텐데 도 강상식은 그저 육개장 국수와 소주를 먹고 있었다.
평소라면 다가가서 친한 척 말 을 걸거나 이번 회사에서 한다는 모임에 오라고 권유라도 할 텐 데…… 강상식은 그저 국물을 떠 먹고 있을 뿐이었다.
소주를 마시는 강상식을 본 강 진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배용수 는 이미 쫄면과 제육볶음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면은 삶아지고 있고, 제육볶음 은 프라이팬에서 볶아지고 있었 다.
그리고 두 번째 육개장 국수도 어느새 다 만들어 그릇에 옮겨 담고 있었다.
스르륵!
육개장 국수를 담은 장은옥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육개장 국수 를 들고는 강상식에게 가져다주 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 왔다.
“강진아, 그거 형 가져다줘.”
배용수가 육개장 국수를 내미는 것에 강진이 물었다.
“한 그릇이 더 나와?”
“형 오는 것 보고 아주머니한테 양 좀 더 해 달라고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쟁반에 육개장 국수 와 반찬을 몇 개 꺼내 홀로 나왔 다.
“음식 나오기 전에 이것 좀 드 세요.”
“육개장이야?”
“정확힌 육개장 국수예요. 저 손님이 주문해서 만든 건데 맛있 네요."
저 손님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강상식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저으려 했다.
“음식 맛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릇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접시에 국수와 국 물을 떠서는 김이슬에게 건넸다.
김이슬이 접시를 받자 황민성은 자신의 앞접시에도 국수와 국물 을 떠서 먹었다.
후루룩!
면을 먹은 황민성이 강진을 보 았다.
“네가 만들던 육개장하고는 스 타일이 다른데?”
“음식은 개인 취향이잖아요. 저 손님 스타일에 맞춘 겁니다. 입 에 안 맞으세요?”
“아니. 맛있어. 가볍고 간단하게 먹기 좋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음식 해 올게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강상식이 국수를 먹으며 소주를 입에 가져다 댔다.
쭈우욱!
한 모금 시원하게 마신 강상식 이 다시 국수와 계란말이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 다시 소주를 따른 강상 식이 물끄러미 국수와 계란말이 를 보았다.
육개장 국수와 계란말이…… 처 음에는 맛있다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한 젓가락, 두 젓가락을 먹으면서 기억이 떠올랐다.
‘옥이 누나.’
자신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자신 의 곁에 있어주던 누나.
어머니보다 더 자주 자신의 손 을 잡아주고 곁에 있어 주던 누 나.
옥이 누나가 해 주던 맛이었다. 저녁에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면
누나가 끓여주던 그 맛이었다.
-누나! 가방!
-누나! 수건!
-누나! …….
자신이 외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던 옥이 누나.
어릴 때는 엄마 같았고, 컸을 때는 누나 같았던…….
엄마보다 보낸 시간이 더 많았
던 옥이 누나.
잠시 국수를 보던 강상식이 입 맛을 다시고는 소주를 입에 털었 다.
꿀꺽! 꿀꺽!
소주를 크게 마신 강상식이 후 루룩! 국수를 입에 넣었다.
익숙한 맛의 육개장 국수를 먹 고 있자니, 더 이상 만날 수 없 게 된 그녀가 떠올랐다.
米 * 米
강진은 주방에서 김밥을 싸고 있었다.
스륵! 스륵!
김밥을 썰어 내던 강진이 배용 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바쁘게 어묵국을 끓이고, 제육을 볶고 있었다.
제육을 볶던 배용수가 가스 토 치를 꺼내서는 불을 댕겼다.
화르륵!
불길이 솟구치자 배용수가 프라 이팬을 혼들며 가스 토치를 가져 다 댔다.
촤아악! 촤아악!
프라이팬의 고기가 가스 토치 불길에 살짝살짝 타들어가며 기 름이 튀었다.
“기름 튀는 것 보니까 맛있겠 다.”
“맛있지.”
“그런데 일부러 삼겹살로 한 거 야?”
제육은 앞다리 살로 하는 것이 보통인데 배용수는 삼겹살로 만 든 것이다.
“고기 겉이 살짝 타면 더 고소 하지. 그리고 식감도 좋잖아.”
웃으며 불을 이리저리 휘날리던 배용수가 말했다.
“접시.”
강진이 접시를 주자 배용수가 집게로 제육을 집어서는 허공에
서 한 번 불을 주었다.
타타탓! 타탓!
기름이 튀기는 것을 보며 배용 수가 고기를 몇 번 털어 기름을 털어냈다.
“쓰읍!”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비 주얼에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배용수가 그를 힐끗 보고는 접시 에 담았다.
그렇게 고기를 들어 직화로 더 구운 배용수가 음식들을 마저 접
시에 담았다.
“오케이!”
그에 강진이 쟁반에 김밥과 고 기를 담고 반찬들을 놓자, 배용 수가 어묵국을 그릇에 담고는 마 지막으로 파와 고추를 예쁘게 올 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은 계란도 세 개 넣은 배용수가 고개를 끄 덕였다.
“ 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들다가 그를 보았다.
“근데 형 와서 오늘 운암정은 못 가겠는데.”
“내일 가면 되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을 내려놓자 김이슬 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보여요.”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가게를 보고는 말했다.
“너도 같이 먹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그도 두 그릇 째고 거의 다 먹었으니 새로 음식을 뺄 것 도 없었다.
그에 강진이 가게를 나와 입구 에 있는 아크릴판에 장사 종료라 는 글을 적었다.
그리고 황민성의 자리에 소주잔
을 하나 들고 와 앉았다.
“형수님하고 좋은 시간 보내셔 야 하는데 제가 눈치 없이 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에요.”
웃으며 김이슬이 음식을 보자 황민성이 말했다.
“이슬 씨, 먹어요.”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그를 보았다.
“당신도 드세요.”
김이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쫄면을 앞접시에 덜어 한 입 먹었다.
후루루! 후루룩!
맛있게 쫄면을 먹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도 쫄면을 덜다가 말 했다.
“그런데 형, 분식 안 좋아하는 데 이제 분식 말고 다른 것 드시 지 그러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웃긴 게…… 싫어하는데 안 먹
으면 생각이 나. 그리고…… 후!”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안 먹으면 몸이 아프다.”
“ 아파요?”
“몸살처럼 좀 아파. 그래서 생 각나면 먹는다.”
웃는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김 이슬을 보았다.
김이슬은 제육을 한 점 집어 먹 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상추를 집어서는 제육과 김밥을 올렸다.
“응? 김밥을 상추에 싸서 드세 요?”
강진의 물음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전주에 제육볶음 잘하는 야식 집이 있는데 거기서 김밥을 싸서 먹어요. 이게 맛있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상추를 말아서 는 황민성에게 슬며시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고마워요.”
김이슬이 주는 상추쌈을 받아 든 황민성이 먹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들었다.
“이렇게 먹어 본 적이 없는 데…… 이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네요. 김밥 제육 쌈이라 니……
생소하기는 해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제육과 밥을 싸서 맛있는데, 김밥에는 햄과 단무지 다른 야채들도 들어 있으 니 말이다.
상추에 고기와 김밥을 올린 강 진이 입에 넣었다. 그리고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아! 이거 죽이네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미소를 지었다.
“저희 집이 전주라 친구들하고 가끔 먹었어요.”
“서울에는 이런 것 없나?”
황민성의 말에 김이슬이 말했 다.
“그 가게 체인점이 있어서 한 번 가 봤는데 거기서 먹는 맛이 아니었어요.”
그리고는 김이슬이 강진을 보았 다.
“그런데 강진 씨가 만든 건 거 기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 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상추를 쌀 때, 김이슬이 말했다.
“고추하고 마늘도 넣으면 또 맛 이 좋아요.”
“알겠습니다.”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마늘과 고추도 하나씩 넣고는 먹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미소를 지을 때, 강진이 힐끗 옆을 보았 다.
옆에 어느새 장은옥이 다가와 있었다.
“저…… 우리 도련님도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 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