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44화 (242/1,050)

243화

자기도 모르게 거한 탄성을 내 뱉은 김이슬이 급히 입을 가렸 다.

“아…… 죄송해요.”

김이슬의 사과에 황민성이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이슬 씨 이런 모습 처음이라……

그런 둘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

다.

“형수님하고 술 같이 드셔 본 적 없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김이슬 을 보았다.

“와인 한두 잔은 했는데…… 소 주는 처음이네.”

“부부끼리 소주 한두 잔씩 하시 지 그러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이슬이 슬며시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 민성이 말했다.

“소주…… 좋아해요?”

“좋아해요.”

환하게 웃는 김이슬의 모습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잔에 소 주를 따랐다.

쪼르륵!

“새해에는…… 소주 가끔 해 요.”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는 황민성의 모습에 김이슬의 얼굴 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그러고 는 잔을 들었다.

“새해 말고 지금부터 해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평소 조신하던 김이슬이 이렇게 나오니 조금 당 황스럽기는 하지만 색다르고 좋 게 보였다.

“그럽시다.”

가볍게 잔을 부딪치는 두 사람 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김이슬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소개시켜 줬어요.”

“아버지면…… 장인 어르신께서 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어른께서 나와 이슬 씨를 만나게 해 주셨지.”

“장인어른께서 형을 무척 좋게 보셨나 보네요.”

자기 딸을 소개해 줄 정도라면 황민성을 아주 좋게 본 모양이었

다.

“하긴, 형을 싫어하기도 쉽지 않겠네요.”

L전자 사장에게도 영향력을 행 사할 수 있는 거물인 황민성이니 딸 가진 부모라면 관심이 갈 것 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인어른께서 나를 처음 봤을 때는……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김이

슬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되는 전과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 니었어.”

‘‘어‘?”

그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바라 보자, 황민성이 웃었다.

“형이 처음부터 돈이 많고 이렇 게 성공했던 것은 아니야.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형 과거 그리 깨끗하지도, 밝지도 않았어.”

웃으며 황민성이 김이슬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고는 자신의 잔에 도 따르려 하자, 김이슬이 그에 게서 소주병을 받아서는 따라주 었다.

쪼르륵!

“그럼 형수님을 어떻게?”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말했 다.

“장인어른께서 전주에 사시는데 현금 부자야.”

“현금 부자?”

부자면 부자지 현금 부자는 또 뭔가 싶을 때, 황민성이 말했다.

“드라마 보면 음지에서 돈거래 하는 사람들 있잖아.”

“사채요?”

“아버님 젊으실 적에는 사채도 하셨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안 하시고 은행 대신해서 기업들 이 급전이 필요할 때 그쪽으로 현금을 유통해 주고 계시지.”

“기업에게요?”

기업에게 현금을 유통해 줄 정

도면 얼마나 큰 부자인가 싶을 때, 황민성이 말했다.

“어쨌든 출소하고 며칠 있다가 장인어른께 돈을 빌리러 갔었 어.”

“일반인에게도 돈을 빌려주시나 보네요?”

“당연히 안 하시지.”

“그럼 어떻게?”

“출소는 했는데 뭐 없더라고. 그래서 찾아갔지.”

“그런 분은 만나기 쉽지 않을 텐데……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지. 한 일주일 기다렸나?”

“일주일 동안요?”

“출퇴근하는 것처럼 일주일 왔 다 갔다 하니까 부르더니 너 뭐 하는 놈이냐고 물으시더라고.”

“벨 안 눌러 보셨어요?”

“누른다고 만나 주지 않을 건데 뭐 하러 눌러. 그냥 죽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지.”

“그래도 무슨 용건으로 왔다고 말을 하고 기다리는 것이……

“그럼 더 안 만나 주셨을 거 야.”

말을 하며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어떻게 생각해요?”

황민성의 물음에 김이슬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 씨 말이 맞아요. 첫날에 벨 누르고 돈 빌리러 왔다고 말 을 했으면 아버지는 신경을 안

쓰셨을 거예요.”

“그럼 형을 만나 준 건……

김이슬이 황민성을 보며 웃었 다.

“그때 민성 씨가 벨도 안 누르 고 온 목적도 말하지 않고 문 앞 에 서 있으니까, 아버지가 저놈 뭔가 싶어서 지켜보셨어요.”

“보기는 하셨군요.”

“집 앞에 모르는 사람이 빤히 보고 있으니 아버지도 신경이 쓰 였던 거죠.”

“그래서요?”

“그렇게 일주일 지켜보시다가 궁금해서 부르신 거예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혹시 계산하신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 보니까, 장인어른 같은 분이 다른 사람 소개도 없 이 온 나를 만나 주지 않을 것 같더라. 벨을 누른다고 만날 수

있는 분도 아니고.”

“아…… 계산을 하셨구나.”

“그런 셈이지.”

황민성을 대단하다는 듯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만나서 뭐라고 하셨어 요?”

“물으신 대로 내가 뭐 하던 놈 인지 말씀드렸어. 전직 조폭으로 감옥에 폭행으로 있다가 출소한 지 2주 됐다고.”

“돈을 빌리러 가서 굳이 그것까 지……

“숨길 이유가 없었어.”

“왜요?”

“숨길 수가 없으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업에 돈을 빌려줄 정도 의 재력가라면 사람 뒷조사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지.’

“그래서요?”

“장인어른이 그러더라. 뭐 하러 왔냐고. 그래서 말씀드렸어. 돈 빌리러 왔다고.”

“그래서 빌려주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내가 가진 돈을 담보로 1억을 빌려주시더라.”

“형이 가진 돈이 얼마였는데 요?”

“2억 조금 넘었나?”

“2 억?”

2억도 강진 입장에서는 큰돈이 었다. 다만…….

“2억을 담보로 1억을 빌려줘 요?”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장인어른 말이 1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판을 짜 오라고 하셨 어. 그리고 그 돈을 벌 수 있는 판에 필요한 자금은 자기가 대 주겠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복잡

하네요.”

“복잡한 것 없어. 1억으로 내가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오면 그 사업에 필요한 돈을 장인께서 대 준다는 거였어. 대신 계획서가 마음에 들어야 하고 조폭 시절처 럼 불법적이지 않은, 합법적인 내에서 계획을 짜야 했어.”

“마음에 안 들면요?”

“2억을 장인께서 가지는 거였 지.”

“아……

딱 보니 장인어른이 손해를 볼 이유가 없는 사업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황민성의 돈 2억 중 1 억은 남는 것이니 말이다.

반대로 그 사업이 마음에 들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고 말이다.

“장인어른께서 비범하시네요.”

“비범하시기도 하고…… 나를 시험하신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어떤 사업이었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하고 똑같아. 투자할 만한 회사에 투자를 한 거지.”

“상당히 괜찮은 투자였나 보네 요.”

“괜찮았지. 그걸로 여기까지 왔 으니까.”

그러다가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 다.

“말이 뭔가 이상한 곳으로 흘렀 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 며 말했다.

“그때 투자 성공하고 장인어른 께 돈을 빌렸어. 그리고 딱 2년 되는 날, 트렁크에 돈 가득 채워 서 다시 찾아뵈었지.”

“돈 갚으려고요?”

“아니. 더 빌리려고.”

“더요?”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보자 황 민성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마치 지금 생각해도 자신이 그 때 참 멋졌다는 듯 말이다.

“내가 장인어른께 그랬어.”

-돈 가져왔습니다.

-시간 약속 잘 지켜서 좋군.

-돈을 더 빌려주십시오.

-돈을 갚으러 와서 더 빌리겠 다는 건가?

-돈을 더 갚기 위해서 빌리려 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가

져온 돈은 담보입니다.

“배포가 대단하시네요. 돈 갚으 러 와서 다시 돈을 빌리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때 가 지고 온 돈이 내 돈 전부였거 드 ”

“전 재산을 배팅하신 거네요?”

“그런 셈이지.”

웃으며 소주를 한 모금 마신 황

민성이 말했다.

“돈을 더 빌려 달라고 하니까 나를 보던 장인어른께서 이슬 씨 를 불렀어.”

“형수님을요?”

강진이 김이슬을 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남편하고 처음 본 날이었 어요.”

“그럼 장인어른께서 두 분을 연 결해 주신 거군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했다.

“그런 셈이지.”

황민성의 답에 강진이 그와 김 이슬을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 의 사이가 어느 정도 짐작이 되 었다.

‘두 사람…… 정략결혼이었구 나.’

선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정략결 혼이었을 것이다. 황민성은 장인 어른의 재력이 필요했고, 아마도

장인어른은 황민성의 능력과 배 포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그래서 딸과 맺어준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소 주잔을 들었다.

“형수님, 자주 오세요. 제가 형 수님 좋아하는 음식으로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잔을 들어 부딪치고는 소주를 마 셨다.

그리고 기분 좋은 얼굴로 상추 쌈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던 김이슬이 슬며시 제 팔뚝을 쓸어내렸다.

“겨울이라 그런지 좀 춥네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힐끗 시계를 보았다.

‘벌써 시간이 10시가 넘었네.’

저승식당 문 여는 시간인 11시 에 맞춰 귀신들이 모이기 시작하

자, 김이슬이 추위를 느끼는 것 이다.

“취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좀 그 런 것 같아요.”

그러고는 김이슬이 황민성을 보 았다.

“민성 씨.”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고 간다.”

“조심히 가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과 함께 가게를 나갔다. 그런 둘을 배웅해 준 강진이 가게 옆을 보 았다.

가게 옆에는 귀신들이 북적거리 고 있었다.

“그럼 메뉴 받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먹고 싶 은 메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米 *  米

화요일 점심 장사를 마친 강진 은 기분 좋은 얼굴로 그릇들을 치우고 있었다.

오늘 점심 장사가 특별히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손님들도 늘 오 는 태광무역과 단골들이었다.

다만 기분이 좋은 이유는 손님 들이 오늘 음식을 정말 맛있게 잘 먹고 갔다는 것이었다.

김이슬이 어제 주문을 했던 어

묵국, 제육볶음, 김밥 이렇게 세 개를 했는데 손님들이 모두 맛있 게 먹고 간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돈보다 손님들이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이 더 좋은 것 같 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주방을 정리 하던 배용수가 힐끗 고개를 내밀 었다.

“너도 이제 요리사가 다 된 모 양이다.”

“그런가?”

“그릇이 깨끗하게 들어올 때만 큼 요리사가 기분 좋은 것이 없 지.”

싱긋 웃은 배용수가 말을 이었 다.

“그나저나 오늘 음식, 손님들 반응 좋더라.”

“그렇지?”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밥에 오이하고 단무지, 계란 만 넣은 것이 더 좋았던 것 같 아.”

강진이 기분 좋은 얼굴로 배용 수를 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어제 김밥에 쌈을 싸 먹었을 때, 강진은 생각보다 김밥이 크 다고 느꼈다.

쌈에 김밥에 고기까지 들어가니 쌈이 너무 커지는 것이다.

김밥만 먹을 때에야 안에 재료

가 있으니 밥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고기에 싸 먹는 것이면 재료를 몇 개 빼도 될 것 같았 다.

그리고 재료가 많이 안 들어가 면 밥도 조금만 들어가도 될 것 같고…… 그래서 햄과 맛살을 빼 고 밥도 조금 넣어서 미니처럼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하니 김밥이 크지 않아 서 적당한 사이즈로 쌈을 싸서 먹올 수 있었다.

“재료가 과하다고 더 맛있는 것

이 아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유불급이라.”

“유식한 말도 할 줄 아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를 할 때, 문이 열렸다.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 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왕 대인!”

가게에 들어오는 것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 왕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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