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247화 (245/1,050)

246화

따악!

맥주병의 뚜껑을 딴 강진이 한 잔을 따라 놓고는, 그 위에 소주 병을 거꾸로 박았다.

출렁! 출렁!

맥주병 안으로 소주가 들어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여자 귀신을 보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이강진입니다.”

“저는…… 정대령이에요.”

“정대령…… 왕소령…… 이름이 서로 반대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소주병을 재 빨리 뒤집었다. 몇 방울의 소주 가 튕겨 나오자 강진이 빠르게 맥주 입구를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것 때문에 서로 친해졌어 요.”

크고 작음을 의미하는 대와 소, 그리고 뒷이름이 같으니 친해진

것이다.

정대령의 말을 들으며 강진이 맥주잔에 엄지를 떼어냈다.

촤아악! 촤아악!

맥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가는 것을 보는 정대령의 얼굴에 감탄 이 어렸다.

“드라마에서 보던 걸 이렇게 보 다니 정말 대단해요.”

“드라마?”

“중국에 한류 드라마가 유행이

거든요. 저하고 소령이 둘 다 한 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 치맥 좋아해요.”

중국인 입에서 치맥이라는 단어 가 나오자 강진이 웃었다.

“치맥 많이 드셨어요?”

“중국에도 한국식 통닭 많이 팔 거든요. 소령이하고 많이 먹었어 요.”

웃으며 입맛을 다시는 정대령의 모습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정대령이 잔을 들 었다.

스르륵!

반투명한 맥주잔을 들어 올린 정대령이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 정대령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웃으며 강진이 냉장고를 열었

다. 그리고 생닭을 한 마리 꺼낸 강진이 말했다.

“통닭 한 마리 튀겨 드릴게요.”

“이것도 많은데……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이렇게 식사하는 것 오랜만이 죠?”

“네? 네.”

“그럼 드시고 싶은 것 드셔야

죠.”

웃으며 강진이 닭을 도마에 놓 고는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스슥! 스슥!

강진의 손에서 닭이 빠르게 해 체가 되기 시작했다. 닭을 빠르 게 손질한 강진이 소금과 후추로 염지를 하고는 랩에 씌워 놓았 다.

그러는 사이 정대령은 다른 잔 에 놓인 소맥을 마시고 가지볶음 을 집어 먹고 있었다.

“프라이드가 좋으세요? 양념이

좋으세요?”

“드라마에서 통닭은 반반이라고 하던데……

정대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통닭은 반반이죠.”

그러고는 강진이 튀김가루를 꺼 내 볼에 넣을 때, 정대령이 슬며 시 말했다.

“저……

강진이 그녀를 보자 정대령이

말했다.

“튀김 가루에 라면 스프 섞어서 하면 맛있는데……

정대령의 말에 강진이 멈칫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라면 스프요?”

“소령이하고 야영 가서 통닭 튀 겨 먹었는데, 라면 스프 넣어서 하니까 맛있었어요.”

정대령의 말에 강진이 멍한 눈 으로 그녀를 보았다.

“야영 가서…… 통닭을 튀기셨 어요?”

“닭만 있으면 되잖아요.”

“간단히 하려고 하면……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보통은 밀가루와 많은 양의 기름 등등 이것저것 필요하 다. 특히 닭을 튀길 큰 냄비도 있어야 하고 말이다.

‘보통은 삼겹살이나 좀 구워 먹 지 않나?’

야영이라고 하면 간단하게 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남이야 야영을 가서 통닭을 해 먹든, 탕수육을 해 먹든…… 그 것 역시 개인 취향이니 말이다.

“그래서 스프 넣어 드려요?”

“네.”

정대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프를 하나 꺼내 밀 가루에 섞었다.

밀가루에 스프를 섞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스프는 양념이니까. 튀김 옷이 되면 매콤짭짤하니 맛은 있 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밀가루 와 스프를 섞고는 양념장을 만들 었다.

양념장을 만들던 강진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냉장고에서 도 라지를 꺼냈다.

냉장고에는 만복이 챙겨 준 도 라지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중 두 뿌리를 꺼낸 강진이 도마에 올려놨다.

양념 통닭 양념과 도라지 양념 구이의 양념은 비슷했다. 그래서 만드는 김에 도라지 양념 구이도 만들 생각이었다.

두툼한 삼십 년짜리 도라지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도라지면 겨울 감기 걱정 정도는 하지 않으시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양념장 을 만들고는 도라지를 나무 방망 이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도라지를 후려칠 때 목소리가 들렸다.

“뭘 하는 거지?”

김봉남의 목소리에 강진이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귀신 둘이 잡 채와 안주를 먹고 있는 것이 보 였다.

“아!”

하지만 곧 강진이 안도의 한숨 을 토했다.

“휴우!”

주방에서 귀신들이 음식을 먹을 때는 늘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걸 로 해 주다 보니 김봉남이 그 모 습올 봤을까 덜컥 심장이 내려앉 은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제삿밥과 같은 것을 먹는 것이라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강진 의 모습에 김봉남이 웃었다.

“무슨 나쁜 짓 하다가 걸린 사

람 같구만.”

“그럴 리가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부수는 소리가 나서 뭐 하나 싶어......"”

말을 하며 강진을 보던 김봉남 의 시선에 놀람이 어렸다.

“어! 이건 도라지 아닌가.”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김봉남의 모습에 강진은 자신이 패던 도라

지를 보았다.

“아…… 얼마 전에 강원도 갔다 가 도라지를 좀 캐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다가와 도라지를 보다가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도라지는 쉽게 캐지 못하 는데 전에도 이런 것 캐 오더 니…… 자네가 다니는 강원도 산 이 어디인지 궁금하구먼. 다음에 는 나하고도 같이 가세.”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산이 깊어서요.”

“많이 깊나?”

“절벽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입 니다.”

“절벽이라…… 끄응!”

절벽이라는 말에 김봉남이 아쉽 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젊었을 때에는 좋은 식재 찾아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전국 팔도 안 돌아다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나이에는 어려운 것 이다.

그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 던 김봉남이 손을 내밀었다.

“몽둥이 줘 보게.”

“제가 하겠습니다.”

“이런 귀한 식재료로……”

말을 하던 김봉남이 웃었다.

“자네가 만들어도 맛은 있겠지. 자네 음식은…… 마음을 따스하 게 하니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내가 만들고 싶구나. 나도 이렇게 좋은 식재 는 정말 오랜만이거든.”

요리사에게 좋은 식재는 게임으 로 따지면 좋은 아이템이었다. 게임 유저에게 좋은 아이템이 생 기면 사용해 보고 싶은 것이니 김봉남도 다뤄 보고 싶은 것이 다.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셔야죠.”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나무 몽둥이를 잡고는 도라지를 보다가 옆에 있는 양념을 보았 다.

“도라지구이 하려고 한 건가?”

“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양념을 찍어 먹어 보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라지구이 하기에는 양념 맛 이 좀 단 것 같구나.”

“양념 통닭 만들려고 하다가 양 념이 비슷한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들어가는 양념이 크게는 비슷하지만 비율이 다르니…… 다르게 해야지.”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러고는 김봉남이 몽둥이로 도 라지를 천천히 두들기기 시작했 다.

톡톡톡!

부드럽게 도라지를 두들기며 김 봉남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숯불은 없을 것 같고…… 휴대 용 버너와 석쇠는 있나?”

“석쇠는 없습니다.”

“그럼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 지.”

말을 하며 김봉남이 도라지를 두들기다가 손으로 찢기 시작했 다.

두툼한 도라지를 결대로 뜯어낸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손님들에게 드시게 하려고 한 것이지?”

“중국에서 오신 손님에 숙수님 도 오셨기에 꺼냈습니다.”

“이래서야 단가가 맞겠나?”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하지 못하 는 것이다. 이 정도면 삼백만 원 정도는 가는 물건이었다.

“단가 맞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 다. 그냥 맛있게 먹으려고 한 거

죠.”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피식 웃 으며 그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란 건가?”

“네?”

“이 비싼 식재를 내면 우리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이야.”

꿈보다 해몽이기는 했지만, 이 쪽이 귀신 밥 먹는 것 볼까 봐 그랬다는 것보다는 낫기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시중 도라지구이로 알고 드시면 했는데……

“후! 마음은 고맙지만, 좋은 식 재를 썼으면 그에 맞는 가격을 받아야지.”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는 닭 좀 튀기겠습니다.”

“ 닭?”

“요즘 한류 붐 타고 한국식 치 킨이 유행이잖아요. 저기 젊으신 분들도 있으니 좀 드시게 하려고 요.”

“하긴,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한국식 치맥을 좀 찾기는 하더 군.”

고개를 끄덕이는 김봉남을 보며 강진이 한쪽에서 웍을 놓고는 기 름을 부었다.

그리고 기름이 달궈지는 사이, 김봉남은 강진에게 물어봐 양념 들을 찾아 따로 양념장을 만들었 다.

“그럼 내가 가서 굽고 있겠네.”

김봉남이 휴대용 버너와 재료들

을 들고 홀로 나가자 강진이 기 름 온도를 가늠하다가 닭을 넣고 튀기기 시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통닭이 맛있는 냄새를 내며 튀 겨지기 시작하자 강진이 귀신들 을 보았다.

통닭을 튀기던 강진이 홀을 보 았다. 홀에서는 김봉남이 쇠 집 게로 도라지를 굽고 있었다.

티티틱! 티티틱!

도라지를 굽고, 양념을 바르고, 다시 굽기를 반복하며 김봉남이 같이 있는 노인들에게 하나씩 주 었다.

“와! 이거 너무 야들야들하고 맛있네요.”

“살짝 쓴맛도 나는데 이것도 좋 네.”

오자명과 이유비들이 맛있어하 는 것을 보며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자네들이 먹는 한 조각이

십만 원짜리야.”

“하하하! 제가 도라지구이 한두 번 먹어 본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십만 원이나 합니까?”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한국 제일 요리사의 손이 닿았 으니 십만 원 가치가 있는 것 아 니겠습니까?”

두 사람 다 김봉남이 말을 한 십만 원이라는 금액을 농으로 여 기는 것이다.

“하긴 형님 손이 닿았으면 음식 가격을 논하는 것이 이상한 일입 니다.”

오자명의 말에 김봉남이 피식 웃으며 자신도 도라지구이를 하 나 집어 먹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으며 그 맛 을 즐기다가 말했다.

“우걱우걱 먹지 말고 천천히 씹 으며 그 맛을 즐기게. 어디 가서 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 니야.”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김봉남이 왕강 신을 보았다.

“자네도 천천히 많이 먹게.”

“맛이 좋습니다.”

“몸에 아주 좋은 거네.”

“도라지 좋은 것은 중국에서도 유명합니다.”

왕강신의 말에 김봉남이 웃었 다.

‘삼십 년산 도라지라고 이야기

를 해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 나?’

홀에서 사람들이 맛있게 도라지 구이를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통닭을 꺼내 기름을 털었다.

탓탓탓!

기름을 어느 정도 털어낸 강진 이 절반으로 나누고는 정대령을 보았다.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정대령이 프라이드 를 집었다. 그리고는 후후! 불고 는 프라이드를 한 입에 넣었다.

바사삭!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닌데 바 사삭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 은 모습이었다.

‘잘 튀겨졌네.’

그런 생각을 할 때 정대령이 미 소를 지었다.

“야영 가서 해 먹었던 것보 다…… 더 맛있어요.”

정대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말을 한 정대령이 다시 프라이 드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행 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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